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29)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29화
29화 진입
동료를 잃은 절망감을 애써 뒤로하고, 애덤과 그의 수하들은 가까스로 나무 내부로 통하는 입구로 들어갈 수 있었다.
“허억, 허억.”
전력질주를 했기 때문일까, 그들은 하나같이 지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웰스 이외에는 낙오된 기사단원은 없다는 것.
그러는 한편, 일행들은 한쪽에 마련된 공간에 모여 지도를 펼치고는 각자의 의견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 작태에 분노가 차오른 애덤이 일행을 향해 다가갔다.
“라비아타!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다면 미리 이렇다 말이라도 해 줘야 하지 않았소? 이쪽은 방금 단원 한 명을 잃었단 말이오!”
“……하아. 저기, 지금 놀러 왔어?”
“뭐라?”
“여긴 요람 안이야. 댁들은 보살펴야 할 아이들이 아니고. 언제 무슨 일이 있을지 일일이 설명할 시간이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방금은……!”
“쯧, 이래서 기사들은 안 받으려고 했던 건데.”
물론 인간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방금 같은 경우 경고 정도는 던져 줄 수 있었다.
그랬다면 그 웰스가 그리 허무하게 쓸려 내려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라비아타도 그에 대해서는 할 말이 있었다.
“나라고 해서 사태를 알고 달려간 게 아니야. 자문역으로 온 이 친구가 달리기 시작해서 나도 달린 거지. 여기가 평범한 던전일 줄 알아?”
“큭…….”
“여긴 요람이야.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곳이라고. 게다가 나는 분명 달리라고 소리쳤어. 그뿐이야? 분명 입장 전에 무장은 최대한 가볍게 하라고 했었지? 근데 그걸 무시한 사람이 누구였어?”
그런 라비아타의 말에 애덤이 입술을 씹었다.
확실히 요람에 진입하기 전에 앞서 라비아타는 일행들에게 무장을 최대한 가볍게 하라는 경고를 남겼다.
그러나 애덤은 그 의견을 적당히 흘려들었다.
마력을 수련한 기사들은 갑옷을 착용하고 있더라도 깃털처럼 가볍게 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땅이 축축하고 푹 파이는 땅에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거기에 자체적으로 하이엘 왕국이 탐사를 진행했을 때에는 이렇게 초입부터 폭우가 내린 적은 거의 없었기에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또한 패인 중 하나였다.
“자자, 애덤 단장. 진정 좀 해 보시구랴. 물론 일이 이렇게 된 것에 애도를 표하는 바일세. 하지만 아직 대수림의 초입 아닌가? 그러니 쓸려 나간 그 기사도 무사할 가능성이 있네. 어쩌면 요람 밖으로 튕겨져 나갔을 수도 있지. 다행히 크게 무거운 장비들은 모두 벗어 두지 않았나?”
라비아타와 애덤 사이에 험악한 기류가 흐르자 그 사이를 막아선 것은 황실에서 나온 도미닉이었다.
“거기에 라비아타 단장의 말에도 일리가 있네. 우리가 너무 들떠 있던 게지. 5대 요람이라는 이름을 너무 가볍게 생각했던 게 문제라면 문제였어.”
도미닉과 애덤은 기사단 출신이다.
그들은 주로 같은 인간이나 몬스터에게 강하지, 이런 환경적 요소에 빠른 적응을 요구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였다.
하지만 도미닉은 애덤과 다르게 노련한 기사였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함과 동시에 태도를 변경하는 데 아무런 망설임이 없었다.
“아까 보니 셰인, 자네가 먼저 달리기 시작하더구먼. 분명 자네는 이 대수림의 예측 불허한 날씨를 예측할 수 있는 거겠지?”
그렇게 자연스럽게 자신의 본론을 꺼내들었다.
“아까 무례한 태도를 보인 것은 사과하겠네. 그러니 우리도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겠나?”
그가 고개를 숙이자, 그의 뒤에 있던 기사들도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를 따라 고개를 숙였다.
셰인은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차갑게 웃었다.
“사과는 받겠습니다. 하지만 너무 당연한 것으로 제게 무언가를 요구하시는군요.”
“……크흠, 너무 티가 났나?”
도미닉이 면목 없다는 듯 웃었다.
“확실히, 자네는 아카데미 생도이지만 또 모험가이기도 하지.”
모험가는 대가를 받는 자들이다.
그들 또한 라비아타를 따라오는 조건으로 이후 라비아타 모험단에 이익을 가져다줄 거래를 마친 상황.
그러나 요람으로 입장하기 전, 셰인은 앞서 자신과는 계약한 바가 없다며 따로 행동하겠다고 했다.
“목숨을 지킬 수 있는 정보를 얻는 것에 뭘 아끼겠나. 그래, 무엇을 원하고 계신가? 미리 말해 두지만, 황실의 권한을 사용하는 데엔 한계가 있네.”
그 말에 셰인은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고 자신의 조건을 말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클레이튼 가문의 가주가 황제 폐하를 알현하는 정도의 조건으로 하겠습니다.”
“흐음…… 알겠네. 그 정도라면 내가 어찌할 방법은 있을 것 같구먼.”
“단, 조건이 있습니다. 제가 제공하는 정보는 어디까지나 라비아타 모험단과 황실의 호위 기사단뿐입니다. 그리고 이 계약 내용은 도미닉 경. 당신이 돌아가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행할 수 있도록 서류로 남겨 두길 권하는 바입니다.”
“음, 철저하구먼. 그것도 수용하겠네.”
둘의 대화에 결국 다급해진 것은 램퍼트 모험단과 하이엘 왕국 기사단뿐이었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번 탐사에서 떨어져 나갈 게 분명했다.
그나마 이번의 경우에는 그 폭우에 속성력이 부여되지 않아 그저 달리기만 했으면 됐지, 이후 산성이 섞인 비나 닿는 것만으로도 신체가 얼어붙는 재앙과 같은 기상과 마주하게 되면 복귀조차도 못할 수 있었다.
“자, 잠깐만요. 램퍼트 모험단도 거래를 요청하겠습니다. 그에 앞서 보여 드렸던 무례에 대한 사과도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먼저 나선 것은 램퍼트 모험단장인 일렉사였다.
“그쪽에서는 무엇을 내걸겠습니까?”
일렉사가 잠시 주변의 시선을 확인하고는, 이내 조용히 말했다.
“거래 내용이 유출되고 싶지 않아요. 비밀 유지 서약을 해 주신다면 바로 거래 내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이어서 셰인과 일렉사는 둘이서 한쪽 구석에 가서 대화를 나눴고, 이내 일렉사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나왔다.
그러자 가장 곤란해진 것은 하이엘의 애덤이었다.
출발 전부터 셰인의 신경을 가장 건드린 것도 그였고, 그로 인해 단원을 잃은 상황에 도저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끝내 애덤도 남은 부하들을 생각해서라도 허리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아까의 무례를 용서해 주시오. 원하는 거래 내용을 말한다면 재량껏 맞춰 보겠소.”
이번 탐사대의 서열 정리가 끝난 순간이었다.
* * *
“하하, 생각보다 야무지지 않냐?”
한쪽에서 파견을 나온 이들에게 이후의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셰인을 바라보던 라비아타가 그렇게 말했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 수완이 좋군요. 그저 짐덩어리라고 생각했던 이들에게 저런 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다니.”
“……아무튼 이 돈 귀신은 봐도 꼭 지 같은 것만 봐.”
“아가씨께서 직접 모험단의 회계를 담당하시면 그런 말은 쏙 들어갈 겁니다. 개처럼 돈을 버는 건 저인데 쓰는 인간들은 물불 안 가리고 쓰니 이런 말이 안 나오게 생겼습니까?”
“아아, 그만그만. 귀에서 피 터질 거 같으니까 그만.”
“예, 더 말해 봐야 들어야 할 사람들은 한 명밖에 없으니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죠.”
그 말에 라비아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금 말했다.
“그러는 너도 저치들한테 엄청 뜯어냈잖아?”
“그렇긴 합니다만, 이쪽은 아가씨의 이름값이 있지 않습니까. 아무리 클레이튼 가문이 작은 가문은 아니라지만, 저 나이에 저들을 상대로 전혀 기죽지 않고 오히려 저렇게 몰아붙이는 것도 재능입니다.”
첫 만남과는 달리 제임스의 평가가 상당히 후해지자 라비아타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진짜 돈 귀신이라니까.”
“이제 다 누구 탓입니까?”
“그만!”
* * *
일행들이 멈춰 서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품에서 꺼낸 기상 관측구를 살펴보던 셰인이 나지막이 말했다.
“이제 슬슬 움직여야겠습니다.”
이 마도구는 요람에 오기 전, 셰인과 마탑의 장로가 머리를 맞대며 만든, 대수림 공략을 위한 장비였다.
“앞으로 15분. 다음 체크 포인트까지 이동합니다.”
그리고 대수림 공략을 위한 계획에는 마도구뿐만 아니라 한 가지 사실이 전제되어 있었다.
대우기로 인해 매번 지형이 바뀌는 대수림이지만, 단 하나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
바로 셰인과 그 일행들이 머물렀던 거대한 나무들이었다.
어떤 연유에서인지 이 거대한 나무들은 어마어마한 빗물에도 쓸려 나가지 않고, 굳건하게 그 자리를 지켰는데, 대수림에서의 이동은 대부분 이런 나무를 찾아가는 형식으로 이어질 예정이었다.
램퍼트 모험단장 일렉사는 자신의 단원들을 다독이며 선두에 선 일행들을 쫓아 뛰어갔다.
그러면서 일렉사는 아까의 선택을 떠올리며 재차 잘한 선택이라 스스로를 칭찬했다.
대수림에 입장한 지 어느덧 반나절.
만약 셰인이 챙겨 온 기상 관측구가 없었더라면 일렉사 일행은 여기까지 도달하지조차 못했을 것이다.
하늘 위로 심상치 않은 마력의 변화가 느껴지는 것을 눈치챌 때는 늦는다.
그럴 때마다 하늘을 쳐다볼 때면 이미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으니.
나름 베테랑 모험단으로서 자부심이 있던 일렉사는 단원들의 목숨을 위해 기꺼이 그러한 자존심을 꺾어 버렸다.
‘그래도 아직 만회할 기회는 있어요.’
전투에 있어서만큼은 자신 있는 일렉사였다.
평생을 몬스터를 상대하며 살아온 그녀와 그녀의 단원들은 이곳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다.
그런데 하필 이런 생각을 했기 때문일까?
위기는 갑자기 찾아왔다.
“남은 시간 3분! 빠르게 돌파합니다!”
다음 목적지로 향하던 도중에 마주친 몬스터 무리.
한 마리, 한 마리가 어린아이 수준의 크기를 가진 대형 벌레였다.
그레이트 우드 패러사이트.
움푹 꺼지는 땅으로 인해 이동에 제약이 있는 일행을 비웃기라도 하듯, 녀석은 땅 위를 제 안방처럼 빠르게 휘젓고 다녔다.
게다가 녀석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산성액은 나무의 뿌리마저 녹일 정도로 지독했다.
하지만 일행의 대처는 침착했다.
“방진(方陣)! 저(沮)!”
일렉사를 위시한 단원들이 앞장서 방패를 앞세우자, 방패에 덧씌운 마력이 반응하며 마치 자그마한 성벽을 만들 듯 전방을 막아섰다.
“과연, 북방의 민족이라 이 말인가!”
해마다 몬스터 웨이브가 규격 외로 터져 나오는 제국의 북방.
그곳의 출신답게 일렉사와 그녀의 단원들은 방어를 하는데 있어서 특출난 능력을 보였다.
그에 도미닉이 크게 칭찬하며 마찬가지로 검을 뽑아 들고는 검에 마력을 모으며 외쳤다.
“전원, 황실의 저력을 보여라!”
“““예!”””
“웰스의 울분을 풀어야 할 시간이 왔다! 기사단, 발검!”
애벌레들이 한차례 산성액을 내뱉고 다음을 준비하는 사이, 황실의 기사단과 하이델 왕국 기사단이 애벌레들에게 달려들었다.
날카로운 이빨과 단단한 외피를 자랑하는 몬스터였으나, 기사들의 오러 앞에서 그리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순식간에 도륙이 나는 애벌레들.
그러나 살아남은 녀석들은 금세 자신들이 불리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땅을 파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런!”
날카로운 이빨은 단순히 나무를 파먹기 위한 물건이 아니었다.
오히려 애벌레들은 땅 밑으로 들어가자 물 만난 물고기처럼 땅을 헤집고 다니며 기습적으로 튀어나와 일행들의 발목을 노리고 들어왔다.
다행히 기감에 민감한 기사단원들이었기에 그런 공격에 당하지는 않았으나.
“1분! 디라일라!”
“오우케이!”
시간이 이 전투를 길게 허락하지 않았다.
셰인의 외침에 디라일라가 화답하며 마력이 담긴 발 구르기를 시전했다.
그러자 디라일라를 중심으로 마력의 파장이 울려 퍼지더니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 일대가 흔들렸다.
그리고.
-끼이익!
이내 땅 안에서 애벌레들의 끔찍한 비명이 들려왔다.
내부에서는 제 집처럼 드나들던 땅이 순식간에 몸을 찔러 오는 창으로 변해 애벌레들의 숨통을 끊어 내고 있었다.
“헤헹, 감히 내 앞에서 땅으로 들어가? 죽고 싶어서 환장을 한 거지.”
“쓸데없는 소리는 됐고, 어서 달려라!”
“에이, 진짜! 잘했으면 칭찬이라도 해 줘!”
그렇게 셰인의 일행이 먼저 달려가고, 아직 남은 몬스터들을 황급히 처리한 나머지 인원들도 나무 내부로 들어오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으, 와…….”
“여. 왔구나? 다행히 낙오자는 없네? 햐~ 그 사이에 또 쏟아지는 거 봐라. 안 그래도 찝찝했는데 좀 씻고 와야 하나?”
앞서 도착한 라비아타가 환히 웃으며 들어온 일행들을 맞이했다.
시커멓게 그을린 채로 연기를 모락모락 내고 있는 수 백 마리의 애벌레들과 함께.
그 광경에 일렉사는 아까 자신이 했던 다짐이 민망해졌다.
* * *
대수림에 들어온 지도 어느덧 3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속성이 뒤섞인 비가 내리지는 않았으나, 반대로 말하면 그런 기후와 마주치는 중심부와는 거리가 멀다는 의미였다.
비가 내리고 그사이 최소한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물이 빠지고서야 허락된 이동 시간.
그마저도 대부분이 10분에서 20분이 채 안 되는 시간이다 보니 탐사대의 전진은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디라일라는 허락된 휴식 시간 동안 자신의 마력을 점검하고는 이내 바닥에 드러누웠다.
“아으. 이거 보통 힘든 게 아니네.”
다른 이들과 달리 디라일라는 체력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녀가 빠른 템포로 달릴 수 있던 이유는 이 땅에 넘쳐 나는 마력 덕분이었다.
디라일라는 그나마 남들보다는 덜한 편이었다.
땅의 마력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흡수할 수 있는 디라일라와 다르게, 마력 불안정 현상으로 인해 다른 일행들은 마력을 수급하는 것조차도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피로한 것은 어쩔 도리가 없으니.
바닥에 누워 있는 디라일라에게 뭐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쪽에서는 이미 짧게 눈을 붙이고 있는 이들도 있었으니까.
지금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최대한의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한쪽에서 기름 먹은 천으로 무구를 다듬고 있는 아네이스와 클라인에게 시선을 맞췄다.
“역시 전사라 그런가? 생각보다 여유가 보이네.”
“하하, 아무래도 전투는 그리 많이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오히려 네가 체력이 낮은 거야. 운동 좀 해.”
지난 보름 동안 말을 놓게 된 클라인이 웃으며 답했고, 아네이스는 체력이 부족해 보이는 디라일라에게 일침을 가했다.
“우 씨, 나 정도면 양반이야! 나보다 못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아예 틀린 말은 아니네. 마법학과 생도들은 대부분 앉아 있으니까.”
“그런 기준 이하의 사람들을 평균으로 생각하지 마.”
“에이, 진짜.”
토라진 디라일라가 나무에 뚫린 구멍 너머를 바라봤다.
마치 하늘이 무너진 것마냥 쏟아져 내리는 빗물.
디라일라는 나름 비가 내리는 날에 운치를 즐겼기에 비가 싫지만은 않았으나, 이곳에 온 이후로 싫어질 것 같았다.
“하, 그래도 생각했던 것만큼 치열하지는 않네.”
처음에는 파견을 나온 이들과의 마찰 때문에 이번 탐사가 굉장히 숨 막히는 여정이 될 거라 생각했던 것에 반해, 그들은 첫날 셰인에게 꼬리를 만 이후로 이렇다 할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황실에서 나온 도미닉과 램퍼트 모험단의 일렉사는 셰인에게 적지 않은 도움을 주며 조언을 받기까지 했다.
부디 탐사가 이대로만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 셰인이 다가왔다.
“보는 눈을 길러야겠군.”
“엉? 뭐야. 너도 쟤처럼 잔소리하게?”
“잔소리라기보단 충고다. 좀 더 세상을 넓게 보라는.”
“무슨 소리야?”
“네가 보는 것만큼 여기에 얽힌 인간들이 순수하지 않다는 말이다. 쉬는 것으로 뭐라 하진 않겠지만, 저들에게 긴장의 끈은 놓지 마라.”
“……?”
뭔진 모르겠으나 셰인의 말에 디라일라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듣자 하니 이처럼 던전 내부를 탐사하다가 일어나는 범죄가 적지 않다고 했다.
더군다나 디라일라는 인간들에게 한 번 납치까지 되어 봤던 몸이 아니던가.
그녀는 엉거주춤 누웠던 자세를 바로하고 일행들 쪽으로 몸을 돌려 누웠다.
“흠흠. 조심해야지, 음.”
‘그래도 황실과 왕국, 거기에 라비아타까지 포함된 이번 탐사에 설마 허튼짓할 사람이 있을까?’
디라일라는 그리 생각하며 괜히 찜찜해진 생각을 접고는 애써 눈을 감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