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30)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30화
30화 거짓말
본론부터 말하자면, 셰인은 이 탐사의 끝이 어떻게 끝날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힘을 합쳐 대수림을 탐사하고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담합일 뿐.
각자의 목적은 다른데 목표가 같다면, 이 사이에서 불화란 반드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누군가는 자신도 모르는 타락을 향해서, 누군가는 명예를 위해서, 누군가는 답답한 자신들의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 또 누군가는 기나 긴 기다림의 끝, 해방을 위해서.
그리고 셰인은, 그 사이에서 이해득실을 모두 챙겨 갈 예정이었다.
그에 따라서 셰인으로선 완벽하게 자신의 편을 구분해 둘 필요가 있었다.
그중에 적과 중립, 그리고 아군은 확실하게 정해 뒀으나, 애매한 자가 한 명 있었다.
“역시, 애매해. 생각 없이 검을 휘두른다니.”
그리 중얼거리는 아네이스를 바라보며 셰인은 생각에 잠겼다.
최근, 아네이스는 요람으로 출발하기 전, 준비 단계에서 던전을 토벌하며 얻은 작은 깨달음에 진도가 막혀 고민하고 있는 모습을 곧잘 보였다.
백발의 머리카락 사이로 고민에 빠진 푸른 눈동자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파악하기 힘들었다.
셰인의 경우 항상 무표정으로 자신의 페이스를 지킨다면, 아네이스의 경우에는 반대로 너무 많은 생각에 잠겨 있어 오히려 파악이 어렵다고 해야 할까.
‘철혈의 정의, 아네이스.’
셰인의 전생에, 아네이스는 조직을 위협할 정도로 위협적인 몇 안 되는 존재 중 한 명이었다.
다만 아네이스의 경우에는 반대로 인류의 몰락을 가속시키는 존재이기도 했는데, 셰인은 그 이유를 하나로 꼽았다.
오로지 흑과 백으로만 바라보는 시선.
아네이스의 정의에는 중간이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정의에 있어서 중간은 있으나 아군과 적군이 없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전생의 아네이스는 범죄자가 자신의 친구든, 가족이든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심판에만 몰두한 여인이었다.
죄인의 처벌 행위로 인해, 인류의 사회에 큰 악재가 닥치는 것 또한 그녀가 알 바 아니다.
오로지 정의를 실천하는 것.
때문에 셰인이 조직에 막 가담하고 군단장이 되기까지, 그녀는 수많은 악인들을 스스로의 손으로 처형했다.
때로는 필요악이라는 이유로 죄를 저지르는 자를.
때로는 인류를 위협하는 조직의 존재들을.
그렇기에 그녀는 철혈의 정의라는 이명을 얻었고, 누구든 그녀의 앞에서 죄를 범하기를 두려워했다.
해서, 셰인에게 아네이스는 애매한 존재였다.
당장의 셰인은 인류를 위해 ‘필요악’을 자처할 생각이었기에.
만일 지금의 아네이스가 회귀 전에 셰인이 봤던 그 철혈의 정의와 동일했다면 고민할 것 없이 아네이스를 자신의 적으로 간주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아네이스는 아직 그 정도까지 몰리지 않았으니, 지금이라면 과거와 다르게 그녀를 컨트롤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셰인은 천천히 그런 아네이스를 탐색하며, 다가올 기회를 기다렸다.
* * *
어느덧 메자이아 대수림의 탐사가 시작된 지 한 달째 되던 무렵.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에 의해 나무가 얼어붙기 시작했다.
기어코 비에 속성이 담기기 시작한 것이다.
메자이아 대수림의 방대한 숲이 하늘에서 내리는 비에 의해 새하얀 도화지가 되어 갔다.
이때부터는 초입과 다르게 단순히 비가 그친다고 이동할 수는 없었는데, 이에 대한 대비책 또한 셰인이 준비해 두고 있었다.
[부탁하지.] [알겠다.]메자이아 대수림 출신의 엘프, 오르카가 바로 그중 하나였다.
오르카는 대수림에 온 직후부터 쌓아온 엘프의 마력 일부를 탐사대가 쉬고 있던 나무의 내부로 흘려보냈고, 이내 미약한 흔들림과 함께 나무 밑으로 하나의 통로가 열리기 시작했다.
“이, 이건?”
“세상에…….”
놀랍게도 나무 밑으로 열린 공간은 빗물 하나 새지 않고 조명까지 밝혀진 제대로 된 통로였다.
“여긴 뭐 하는 곳입니까?”
하이엘 왕국의 기사, 애덤의 질문에 답한 것은 제임스였다.
“아마도 엘프들이 만든 공간 같습니다. 저도 고서에서나 읽어 봤지, 실제로 있을 줄은 몰랐군요.”
고대 종족인 엘프에 대해서 알려진 것은 얼마 없으나, 세계 최고의 모험단 라비아타에 소속된 제임스는 엘프에 대해 비교적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자신들에게 닥칠 대재앙…… 그러니까 아카샤의 대봉인이 아닌, 메자이아 대수림의 이러한 기상현상을 예견하고 있던 모양입니다. 때문에 대봉인이 실행되기 전, 그들은 세상에서 황급히 모습을 감추고 이처럼 자신들만의 환경을 만들었다, 라는 고서를 읽은 적 있습니다.”
“끄응…… 이런 게 있는 줄 알았으면 진작에 좋았을 것을.”
애덤의 말에 일행들도 비슷하게 생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이라도 나와 준 게 어디인가 싶지만, 어느덧 메자이아 대수림의 탐사도 한 달이 지난 시간.
그동안에 인명 피해가 아예 없던 것이 아니었기에 그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해서 저도 이곳 출신의 엘프를 찾아보려 했습니다만, 역시 쉽지가 않더군요.”
제임스의 말처럼, 애초에 아카샤의 대봉인에서 벗어나와 현재를 살아가는 이종족은 그리 흔치 않았다.
그마저도 봉인의 여파로 인해 자신들이 살아갔던 던전이 아니라면 마력을 운용하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이들이 많았다.
실제로 오르카 또한 대수림에 들어오고 나서야 엘프의 마력을 쓸 수 있었으니.
디라일라가 특이하다면 특이한 케이스일 것이다.
“본래는 이곳 엘프들과의 소통을 위해 데리고 왔습니다만, 이런 능력까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셰인은 굳이 관심을 사고 싶지 않아 그리 말하며 대충 얼버무렸다.
어쨌든 그로 인해 탐사의 속도에 가속도가 붙으려던 찰나.
“이런, 여기라고 마냥 평화롭지만은 않은가 봐.”
라비아타의 말에 전방에서 다수의 몬스터들이 출현했다.
대부분 땅에 굴을 파고 살아가는 벌레 종류의 몬스터들로, 이전에 봤던 그레이트 우드 패러사이트도 보였다.
“확실히 적은 숫자가 아니군…….”
도미닉도 침음성을 흘릴 만큼 벌레 군단의 수는 ‘수백’이라는 수를 쓸 정도로 무지막지했다.
바닥부터 벽, 천장 할 것 없이 들러붙은 녀석들은 이내 탐사대를 발견하고는 이빨을 내밀었다.
“이런 괴물들이 넘쳐 나는 공간이라니. 도대체 기원전 대수림이 어떤 곳이었을지 쉬이 상상이 가질 않는군.”
그렇게, 일행들은 지친 몸에 마력을 부여하며 이어질 전투에 대비했다.
* * *
“젠장!”
가까스로 끝난 전투. 모두가 각자의 정비를 마치고 쉬고 있을 때, 한쪽에서 애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이번 전투에서 또다시 휘하 기사단원 한 명을 잃었는데, 이로써 애덤과 함께 온 단원 15명 중 4명이 사망했다.
전투에 있어서 사상자가 나오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겠지만, 하필 다른 탐사대원들 중에서는 사망에 이르는 자까지는 나오지 않았던 것.
그러나 다른 이들이라고 마음이 편한 상태는 아니었다.
황실의 호위 기사단, 도미닉의 휘하 기사들도 크고 작은 부상을 달고 있었으니.
그중에는 왼쪽 팔꿈치 아래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도 있을 정도로 부상의 정도가 심각한 이도 있었다.
그로 인해 탐사대는 이참에 이곳에 베이스 캠프를 차리고 주변의 지리부터 파악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여태까지는 대수림의 특성상 베이스캠프를 깔 방법도 없었거니와 탐색의 진행이 더딘 탓에 그럴 수 없었으나.
이제는 비를 막아 줄 방법이 생긴 만큼 더 이상 탐사를 반드시 급하게 진행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그렇게 한 차례 베이스캠프를 준비하고 난 뒤.
도미닉은 탐사대 인원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이대로 움직이기엔 탐사의 시간도 시간이거니와, 남은 물자들로 버티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네만…… 이렇게 하는 게 어떻겠나?”
도미닉의 제안은 인력을 나눠서 이 나무 밑 통로를 수색하자는 것이었다.
위험도는 아무래도 높아지겠으나, 전투보다는 수색을 목표로 물자를 얻자는 것.
“그러면 너무 지체되지 않겠소?”
그의 제안에 애덤이 눈살을 찌푸리며 반문했으나, 도미닉은 수하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부상자도 너무 많지 않은가. 이 상태로 탐사를 진행해 봐야 피해만 불어날 것 같으이.”
“끄응…….”
확실히.
탐사대는 제법 지친 상태였다.
대수림의 기후 때문에 몬스터가 그리 많았던 것은 아니었으나, 반대로 탐사대처럼 악독한 기후에 살아남고자 몬스터들이 한 곳에 모이는 경우가 많았다.
거기에 일정 시간 안에 몬스터를 뚫고 억지로 들어가야 하니, 마음이 급해서 부상자나 사망자가 나오는 경우도 상당했다.
“나도 일단은 찬성. 이 통로가 나무로 만들어져서 아무래도 내 마법은 마음대로 쓰기가 힘들거든.”
그에, 여태까지 몬스터를 처리하는 데 가장 큰 활약을 해 왔던 라비아타가 찬성표를 던졌고, 뒤이어 다른 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구먼. 우선 피해가 가장 큰 하이엘 왕국 측에서 베이스캠프를 지켜 주시게. 우리는 주변을 탐사하도록 하지. 물론 우리가 이곳에 온 이유는 정보를 얻기 위함이니 각자 다른 소속에 자신의 소속을 섞는 걸세.”
“뭐야, 할아범. 여태까지 사람 좋은 척하더니 역시 믿기 힘들다 이거야?”
“허허, 뭘 하든 확실히 하는 게 좋지 않겠나? 오히려 나중에 말이 나올까 봐 노파심이 드는구먼.”
노회한 기사답게 그는 융통성 있는 제안을 해 왔고, 짧은 조율 끝에 그의 제안은 받아들여졌다.
“정확하게 하기 위해 돌아가면서 팀을 바꾸는 게 좋겠네.”
이내 이어지는 수색 작전.
라비아타와 인원들이 각각 수색을 하며 며칠이 지난 결과,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났다.
정확히는 오르카가 또다시 메자이아 대수림의 비밀 하나를 밝혀낸 것이었다.
평범하게 나무의 뿌리로 만들어진 벽이 열리더니 내부에서 다양한 식용 식물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여태까지 군용 식품만 먹던 탐사대의 일원들에겐 가뭄의 단비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이어지는 수차례의 수색.
그날은 아네이스가 황실의 기사단과 수색을 이어 갈 차례였다.
“허허, 황실의 자랑이 오셨군그래. 그러고 보니 이렇게 인사하는 것은 처음인 것 같구먼. 대니얼 그 친구는 잘 지내고 있나?”
“……우리 단장님하고 아는 사이세요?”
시작된 수색 작전.
지난 며칠 동안 왔다갔다 했던 만큼 익숙해진 길을 따라 걸으며 아네이스는 도미닉의 말에 답했다.
“물론, 알고말고. 그 친구나 나나 황실에 몸을 담은 지가 몇 년인데. 그거 알고 있나? 그때 대니얼이 황실에 소속되기 전에 내 밑에서 몇 개월 수련을 한 적이 있었네. 자네의 전 단장, 로버트와 함께 말이야. 둘은 사이가 참 좋았어. 죽마고우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사이였지.”
“…….”
하나.
“로버트의 일은 참으로 안타깝지. 당시에 대니얼이 얼마나 슬픔에 잠겼을지 나는 감히 상상도 되지 않네.”
둘, 셋.
“그렇게 친했던 녀석들이었는데 말이야. 그래도 로버트의 유지를 자네가 잇고 있으니 나 또한 안심되는구먼. 지금의 저지먼트 단장인 대니얼도 그 사실을 기꺼워하고 있을 걸세. 허허.”
그리고 넷, 다섯.
“특히 저지먼트 기사단과 우리 황실의 호위 기사단은 함께 많은 작전을 펼쳤네. 저지먼트 기사단은 정의를 위해, 우리 황실 기사단은 적들의 악의가 폐하께 미치지 않게. 그리고 그것은 지금에 와서도 달라지지 않았구먼.”
또다시. 여섯, 일곱.
“해서, 자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네. 제국을 위해, 황실을 위해. 그리고 정의를 위해서 말일세.”
마지막으로 여덞.
아네이스는 투명한 바다처럼 푸른 눈으로 도미닉을 바라봤다.
그 짧은 시간.
도미닉이 내뱉은 여덟 번의 거짓 속에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면 되느냐고? 흐음, 일단 처음에는 바짝 숙이면 된다, 아네이스. 그리고 강해지거라. 네가 그 거짓말을 타도할 수 있는 힘과 확신이 생겼을 때까지.]언젠가 자신의 양아버지에게 들었던 그 말처럼.
“네, 제가 도움이 된다면요.”
아네이스는 강철 같은 마음으로 고개를 숙였다.
* * *
‘좋지 않군.’
아네이스의 그림자에 어둠의 정령을 숨겨 뒀던 셰인은 자신에게 전해 오는 아네이스와 도미닉의 대화를 지켜보며 그리 생각했다.
아네이스의 정의는 위험하다.
그녀는 분명 악한 마음이 아닌 선한 마음으로 자신의 검을 휘두르지만, 그 정의를 감당하기에 인류는 아직 준비되지 않은 것이다.
당장은 괜찮을지 몰라도, 언젠가 그녀는 폭주에 가까운 상태에 다다를 것이다.
지금도 하나하나, 조금씩 단서를 수집해 가며 자신의 검을 벼르고 있으니.
타인의 거짓을 알아차리는 그녀의 능력은, 차츰 자신이 제거해야 할 대상을 정하고 있었다.
‘그전까지 녀석이 가진 원인을 파악해야 하는데.’
전생에도 셰인은 그저 아네이스가 폭주하듯 죄인들을 썰어 대는 것만 봐 왔지, 그녀가 어째서 그런 상황에 처했는지는 알지 못했다.
다만 몇 가지 유추해 볼 점이 점은 있었다.
전생에 그녀가 첫 정의를 심판한 대상에 대한 사실이었다.
‘저지먼트 기사단.’
황실의 가장 날카로운 검이, 자신들이 키운 아네이스에 의해 완벽하게 분쇄된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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