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32)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32화
32화 분열
“본론부터 말하자면 라비아타 단주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이 엘프들은 숲의 마력이 아닌 다른 마력에 의해 이러한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당장 상황에 도움이 되는 말은 아닌 것 같소만…… 혹시 다른 것은 없소?”
애덤의 물음에 셰인이 고개를 저었다.
“다만 사막과 극지방에 사는 엘프들과 다르게, 이들은 오염된 상태입니다.”
“오염이라면?”
“엘프들은 자신들의 마력을 주변 환경에 맞게 변화시킵니다. 그러나 이 엘프들은 강제적으로 마력을 변화시켰습니다. 인위적이라는 겁니다. 굳이 말하자면 흑마법사가 시체를 조종하는 것과 비유할 수 있겠군요.”
“……흑마법!”
그에 일행들의 표정이 실시간으로 썩어 들어갔다.
지금은 제국과 연합국에 의해 소탕됐다지만, 당시에 흑마법사들이 대륙에 얼마만큼의 피해를 줬는지, 이들 중 모르는 이는 없었다.
“물론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겠습니다만. 결과는 비슷합니다. 이들은 언데드나 다름없습니다. 그래서 베는 공격에 별 소용이 없던 것이죠.”
“끄응…….”
확실히 셰인의 말대로라면 아까의 전투가 설명이 된다.
반대로 말하면 약점도 확실하다는 건데.
“그럼 화염 속성에 약하겠구랴. 언데드라하면 불이 가장 효과적이니.”
그러나 도미닉의 나지막한 말에도 셰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타격기가 가장 효과적일 겁니다. 아니면 빛 속성이나. 말이 언데드나 다름없다지만, 정작 언데드는 아니니까요.”
정확히 말하자면, 이 다크엘프들은 조직의 미완성작이다.
당장 이들에게 이성은 없으나 조금만 더 다듬어진다면 완벽하게 이성을 가진 본격적인 살인 기계가 될 것이다.
한편으로 셰인은 다행이라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전생의 셰인은 완성된 다크엘프들을 봤었으니까.
그들이 등장하는 것만으로, 이 탐사대는 몇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죽음을 맞이할 게 분명했다.
“……셰인. 방금 그대는 인위적이라 말했소. 내가 이해한 게 맞다면, 이게 인간의 소행이라 봐도 무방한 것이오?”
애덤의 질문은 핵심을 찌르는 질문이었다.
단순히 몬스터라면 일의 심각성은 내려간다. 이 또한 탐사대가 원하던 정보 중 하나였으니.
그러나 인위적이라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예. 고대에 존재하던 마법이 아닙니다. 애초에 이건 마법이라 부르기도 힘들지요. 연금술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이 요람에, 우리를 제외한 또 다른 존재들이 있다는 게로구먼. 우리는 그들에게 유인당하고 있던 것이고.”
탐사대는 어디까지나 이번 메자이아 대수림이라는 요람을 알아보기 위해 온 것이지, 내부에 알 수 없는 적을 상대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이 숲에서 엘프를 오염시킬 정도의 존재들이라니?
그들의 권한에서 이미 벗어난 일이다.
“나는 이곳을 벗어나는 게 좋다고 생각하오. 당장 얻은 정보만 하더라도 이미 충분하다고 보고 있고.”
먼저 애덤이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비록 그들이 목표했던 드래곤 하트에 대한 실마리는 얻지 못했으나, 어찌 됐든 셰인이 새운 가설이 대수림에서 먹힌다는 사실을 파악했으니까.
그뿐이던가?
오르카의 존재로 인해 보다 수월하게 대수림을 탐사할 수 있는 방안까지 찾아냈다.
이는 여태까지 꽉 막혀 있던 대수림의 해결 방안을 찾아낸 일인 만큼, 결코 적은 수확이 아닌 것이다.
“물론 그렇긴 하네만, 그렇다고 마냥 안심하고 돌아가기도 힘들지 않겠나?”
반대로 도미닉은 좀 더 탐사를 해 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이 대수림에 있네. 그것도 엘프를 이 지경으로 만들 정도의 기술력을 가진 놈들이 말이야. 하다 못해 놈들의 정체나 일의 진행도는 알아 봐야 하지 않겠나?”
언뜻 들어 보면 도미닉의 말에도 일 리가 있었다.
일행들이 침묵하자, 도미닉이 말을 이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이 메자이아 대수림에서 누가 봐도 수상한 짓거리를 하고 있네. 이게 대륙에 어떤 불화를 가지고 올지 몰라. 하물며 대수림과 가장 가까운 것은 하이엘 왕국이 아니던가.”
“끄응…….”
그 말에 애덤도 더 이상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는지 침음성을 삼켰다.
“……하지만 이 일을 외부에 알릴 자들은 필요하다고 판단되오. 자칫 여기서 우리가 나가지 못하는 상황마저 배제할 수는 없진 않소?”
“이해하네. 하지만 이 대수림의 변덕적인 날씨를 뚫고 어찌 외부까지 이 사실을 알릴 수 있겠나? 이 늙은이는 여기서 병력을 나누는 일은 오히려 앞서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보는구먼.”
“그 말에는 오류가 있소, 도미닉 경. 애초에 변수는 이미 생겨났소. 그 변수가 두렵다면 지금이라도 돌아가면 되는 일이오. 아니라면, 최소한 외부에 이 사실을 알려야 우리의 다음을 준비해야 하지 않겠소?”
“……틀린 말은 아니구려. 하지만 결국 이번 탐사대에서 선택권은 라비아타 단장에게 있네. 단장,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시나?”
끝내 결정권은 라비아타에게 미뤄졌고, 이내 그녀도 애덤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애덤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지. 일단 외부에 이 사실을 알릴 인원부터 추려 보자고.”
한 번 이야기가 나오자 일은 빠르게 진행됐다.
이내 곧 황실 호위 기사단과 하이엘 왕국의 기사단에서 인원을 차출하기로 했다.
애덤은 따로 차출된 자신의 기사단원들을 불렀다.
“제국 측 놈들의 낌새가 이상하다 느껴지면 먼저 치거나 도주하도록. 반드시 이곳에서 일어난 일을 폐하께 알려야 한다. 알겠나?”
“예.”
* * *
“후방에서 습격!”
차출 인원들을 내보내고 다시금 탐색이 이어진 지 얼마나 되었을까.
하이엘 왕국의 기사단원 중 한 명이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갑자기 천장을 뚫고 등장한 애벌레들과의 격렬한 전투 중, 후방에서 다크엘프들의 기습이 시작됐다.
이처럼 다크엘프들은 정면에서 달려들기보다 탐사대의 빈틈을 공략해 왔다.
때문에 외부로 소식을 알릴 전령들이 차출된 이후부터 탐사대의 움직임은 소심해질 수밖에 없었는데, 오늘은 다른 날보다 더 거센 공격이 시작됐다.
“젠장할 몬스터 놈들이!”
“죽어라!”
이어지는 전투의 치열함. 그에 라비아타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뭔가 이상한데?’
놈들의 첫 습격을 제외하면 여태껏 기습만을 해 가며 탐사대의 발목을 잡는 수준이었던 놈들이, 오늘은 사생결단을 낼 기세로 달려들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에 상응하는 뭔가를 원하고 있다는 것인데.
문제는 놈들의 숫자가 탐사대에게 큰 위협이 될 정도는 아니라는 점이다.
그 꿍꿍이가 무엇일까.
순간, 라비아타의 동공이 마치 파충류의 그것처럼 날카롭게 변했다.
‘마력? 아니, 저건…….’
다크엘프들의 발 아래로 음습한 무언가가 스멀스멀 움직여 땅으로 퍼져 나갔다.
그 직후, 방금까지 천천히 움직이던 다크엘프의 마력은 라비아타의 시선을 느끼기라도 한 것인지 쏜살같이 주변 나무의 뿌리들로 스며들었다.
“아! 모두 여기로 모여!”
오염됐다고는 하나, 엘프의 마력이다. 순식간에 나무로 흡수된 녀석들의 마력이 무슨 일을 일으킬지 모른다.
라비아타의 말을 들은 사람들이 일제히 모이기도 전에.
오염된 마력에 닿았던 나무들이 순식간에 일행들을 덮쳐들었다.
* * *
숲에서 엘프들을 상대하기 까다로운 이유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숲 전체가 엘프의 신체 일부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성장조차 눈으로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느린 나무들이, 마치 지능적인 동물처럼 능동적으로 움직이며 공격해 온다.
누군가는 단순히 숲을 태우면 되지 않냐고 하겠지만, 이 세상에는 다양한 나무가 있는 법.
거센 불길로도 타지 않는 나무가 있는 반면, 태웠다간 커다란 폭발을 일으키는 나무까지 아주 다양하다.
하지만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다크엘프에 의해 오염된 나무의 뿌리는 그저 덩치를 급격하게 불리며 길을 막아선 것 외에는 별다른 피해를 주지 않고 잠잠해졌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한참 격렬한 전투 중에 있던 터라 일행들이 나뉘어졌다는 것.
“아, 젠장. 저 녀석들, 여태까지 저런 걸 숨기고 있었어?”
사실 라비아타도 이런 일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엘프가 등장했다는 것으로도 일단 이곳이 특성상 일행들은 언제든지 목에 칼이 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던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만큼 숲에서 엘프들의 힘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다크엘프들은 여태껏 나무를 조종하는 모습은 전혀 보인 적이 없었기에, 그에 따라 탐사를 진행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런 수를 쓰다니!
‘그래도 다행이라면 녀석들의 한계가 이 정도라는 건가?’
라비아타는 바닥에 쓰러진 다크엘프들을 바라봤다.
녀석들은 고작 나무로 길을 막은 것만으로도 힘을 다했는지, 창백해진 상태로 쓰러져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윽고 탐사대 일행이 다크엘프의 사망을 확인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탐사는 여기까지 해야 할 것 같은데.”
그 모습에 라비아타가 그리 말했다.
비록 고작 길을 막은 수준에 불과하지만, 어찌 됐든 명백하게 적의를 가지고 있는 다크엘프가 나무를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은 이 나무 터널에서 목숨을 장담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래야 할 것 같소. 하지만 그전에, 정리부터 해야 할 것 같군.”
현대 탐사대에 남은 인원은 대략 26명.
그러나 지금 이곳에 모인 이들은 고작 14명.
나머지 일행들은 다크엘프의 소행으로 갈라진 상황이다.
“하, 일단 사람들 찾는 일부터 시작해 보자고.”
“라비아타, 당신의 마법으로 저 나무들을 태울 수는 없소?”
“어려운 일은 아냐. 그런데 이 나무들, 저 다크엘프의 마력에 오염됐잖아. 저런 걸 내 불로 지졌다간 어떤 중독 현상이 일어날지 몰라.”
“아…… 그렇다면 오염되지 않은 곳으로 간다면 어떨 것 같소?”
“그것도 힘들어. 난 몬스터에 대해서는 척척박사지만, 나무에 대해서는 잘 모르거든. 그런데 과연 그 엘프들이 이 통로를 그저 보기 좋으라고 나무의 뿌리로 만들어 놨을까? 내가 봤을 때는 아냐.”
모르긴 몰라도 엘프들의 대비가 있을 것이고, 실제로 이곳까지 오면서 열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터지는 나무들도 없잖아 있었다.
그 때문에 라비아타는 자신의 주무기는 화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뿐이던가.
“괜히 잘못 태웠다가 통로가 무너지면 그땐 우리가 조난당하는 거라고.”
“……어렵게 됐군.”
그 외에도 다수의 방안으로 떨어지게 된 탐사대와 다시 만날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개중에는 클라인이 제안을 하기도 했고, 디라일라에게 거는 기대감도 나타났다.
“제 마력으로도 안 되겠습니까?”
셰인과 떨어지게 된 클라인이 직접 나서서 말했다.
‘형님…….’
던전에 들어온 뒤부터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곧잘 보였던 셰인이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그와 떨어졌다는 사실이 클라인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었다.
하물며 요람에 오기 전, 반드시 형님을 지키겠다고 다짐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하필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에 불이 안 된다면 앞도적인 마력량으로 나무를 파헤치는 방법을 제시해 봤으나.
비슷하게 통로가 무너지면 곤란한 것은 매한가지였고, 디라일라가 무너지는 통로에서 흙무더기를 책임진다는 방안도 나왔지만…….
“으음, 그건 좀 힘들 것 같은데요.”
사실 디라일라는 최근 곤란함을 느끼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디라일라의 부름에 땅이 반응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해야 할까?
지하인인 디라일라는 땅에 얽힌 미세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땅은 정말 다양한 생명체와 자신을 공유한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땅과 가장 친한 생명체가 있다 하면, 그건 바로 나무였다.
“다크엘프들이 죽은 이후부터, 나무들이 분노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곳의 흙이 제 뜻대로 잘 안 움직여요.”
평소라면 이런 제약은 별 소용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곳은 나무와 밀접한 엘프들의 지역이었고, 엘프의 마력에 감화된 나무들은 다른 지역의 나무하고는 비교도 되지 않을 강한 의지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게 이 땅과 밀접한 관련이 생긴 것이고.
“어쩔 수 없네. 직접 움직이면서 찾아보는 수밖에.”
가능하다면 크게 움직이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본래 조난을 당하면 그 자리 그대로 있는 게 가장 안전하다는 말도 있을 정도이니.
다만 문제가 있다면 이곳은 던전이라는 것이고, 각 일행들의 식량 상황이 어떤지도 모르니 행동을 빠르게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럼, 바로 움직여 보자고.”
라비아타의 결단에 일행들도 각자 고개를 끄덕였고, 클라인은 입술을 깨물며 검을 든 손에 힘을 쥐었다.
‘반드시 찾아가겠습니다, 형님.’
* * *
한편.
일행들과 떨어지게 된 셰인은 황실의 호위 기사, 도미닉과 그가 이끄는 기사단원 몇 명, 그리고 램퍼트 모험단원 몇 명이 모인 공간에 있었다.
그나마 여기서 서열이 가장 높은 도미닉이 눈살을 찌푸리며 길을 가로막은 나무의 뿌리를 바라봤다.
일반적인 나무뿌리와 다르게 하나하나가 성인 남성보다도 두꺼운 크기를 자랑하는 뿌리들이 복잡하게 얽힌 상황.
이에 몇몇 기사들이 오러를 일으켜 나무를 베어 봤으나, 겨우 흠집만 날 정도로 견고했다.
“이거, 아무래도 우리가 함정에 당한 것 같구먼. 나는 이대로 길을 따라가 봐야 한다고 생각하네만. 자네들은 어떤가?”
도미닉의 물음은 셰인과 램퍼트 모험단원들에게 향했다.
셰인은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었고, 램퍼트 모험단원들도 자신들의 단주와 떨어진 게 불안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에서도 어쩌지 못하고 있으니 저쪽도 찾아서 움직이는 방향으로 잡고 있을 걸세. 여태까지로 봐 왔을 때, 몇몇 지점에 합류 지점이 있었으니 일단 그걸 찾아 움직이는 게 맞는 것 같구먼.”
“알겠습니다. 램퍼트는 도미닉 경을 따라가겠습니다.”
“저도 별다른 이견은 없습니다.”
그나마 년차가 높은 램퍼트 단원이 그리 말했고, 셰인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말해 줘서 고맙네. 그럼 간단하게 정비를 마치고 출발해야겠구먼.”
이런 상황에서도 사람 좋은 미소를 잃지 않은 도미닉과, 언뜻 보기에는 주변의 경계를 풀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의 기사단원들.
그러나 셰인은 분명히 봤다.
셰인은 다크엘프들이 등장한 순간 이쪽으로 다가오던 황실 측 사람들의 움직임.
마치, 이런 상황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말이다.
그러나 셰인은 앞서 걷는 도미닉을 보며 비소를 지었다.
‘이거, 기회가 넝쿨째로 굴러 들어온 격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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