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35)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35화
35화 이변
라비아타의 등장에 디라일라는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디라일라야 어쩌다 다리 하나 걸친 탐사대원일 뿐이지만, 직접 탐험대를 이끌고 있는 라비아타는 다크엘프들에게 당해 왔던 울분이 있었을 테니까.
실제로 그 표정이 더없이 사나웠는데, 그에 가면의 사내, 셰인은 별 부담 없이 라비아타를 맞이했다.
“주인공이 등장하셨군.”
“뭐, 내가 오는 걸 알기라도 했나 봐?”
“다르지. 네가 이곳에 오는 걸 알고 있던 게 아니라, 내가 너를 초대한 거다.”
“초대라…… 이상하네? 난 초대장을 받은 적이 없는데.”
“가장 귀찮은 녀석들부터 죽이지 않았나. 그게 바로 초대장이지.”
“하!”
셰인의 말에 라비아타는 그제야 표정을 풀었다.
“역시, 황실 놈들만 죽이던 이유가 있었구만?”
“응?”
그 말을 들은 디라일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황실?
“아.”
그러고 보니. 지난 전투 때, 다크엘프에 의해 죽은 이들은 모두 황실의 호위 기사단원들뿐이었다.
“그래서 너도 일부러 연막을 터뜨린 게 아닌가.”
“뭐, 맞긴 해. 저 녀석들의 시선이 뻔히 저 엘프에게 향했더라고. 뭔진 몰라도 무언가 일을 꾸미고 있겠다 싶어서 지켜보려고 했지.”
그 말처럼. 라비아타는 지난 전투 때 화가 난 모습으로 큰 폭발 마법을 선보였으나, 실상 파괴력은 그리 높지 않았다.
오히려 그로 인해 퍼진 연기 때문에 시야가 가릴 정도였으니.
“그래서, 초대한 이유가 뭘까? 참고로 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작자는 태생부터 못 믿는 병이 있어요. 말 잘하는 게 좋을 거야.”
“무얼 그리 날을 세우나. 그건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 해도 될 일이지.”
“흥.”
그러면서, 셰인은 뒤에 서 있던 다크엘프들에게 말했다.
[잠시 자리를 비워 줬으면 하는군.] [괜찮겠습니까? 저자에게 느껴지는 마력이 심상치 않습니다.]다크엘프 중 한 명이 셰인에게 그리 물었다.
‘하긴. 마력에 민감하기로는 어느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엘프들이니.’
라비아타가 가지고 있는 마력의 분위기를 파악한 다크엘프의 걱정은 괜한 것이 아니었다.
물론, 다크엘프라고 해서 셰인을 진심으로 생각해 한 말은 아니었다.
어찌 됐든 자신들을 이렇게 만든 원흉을 제거해 줄 희망이 아닌가.
[저자 역시 너희 종족에게 자유를 만들어 줄 존재다. 필요한 일이지.] [……알겠습니다.]그러자 다크엘프들이 자리를 비켰고, 디라일라 또한 그들을 따라 함께 자리를 비웠다.
“이야. 딴 건 몰라도 용감한 건 칭찬해 줄게. 설마 나랑 단둘이 남겠다니. 이거 찐하게 데이트 한번 해 줘야겠는데?”
“필요 없습니다, 라비아타.”
여태까지 어둠에 파묻혀 잔득 가라앉아 있던 목소리와 다르게, 라비아타에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그녀의 두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어…… 이건 나도 좀 놀랐는데.”
새하얀 민무늬 가면을 벗은 셰인을 바라보며, 라비아타가 그리 말했다.
* * *
라비아타는 제어할 수 없는 존재다.
일찍이 셰인은 라비아타를 그렇게 인식했다.
힘으로만 따지자면 전생의 클라인에게 밀리지도 않았고, 단순한 화력만 보자면 오히려 클라인보다 앞설 정도다.
그뿐이던가?
가지고 있는 지식은 현 인류와 비교하면 호수와 바다만큼의 차이를 보였고, 지략 또한 결코 밀리지 않았으니.
라비아타라는 이름은 그만한 이름값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조직에서도 가장 위협적으로 보고 있던 적이었고.
만약 조직의 수작에 걸리지만 않았더라면, 전생에 셰인을 죽인 자는 클라인이 아니라 라비아타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셰인은 그러한 이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데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
분명 라비아타는 힘으로 제어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니었으나, 반대로 말하면 필요에 의해 손을 잡을 수 있는 동맹의 자격은 충분했으니까.
“어, 저기. 혹시 정체가 뭐야?”
“클레이튼 가문의 장남이며 메자이아 대수림의 비밀을 풀어낸 클레이튼 R 셰인. 그게 접니다.”
“뒤에 수식어가 몇 개 더 필요하지 않아? 귀족 살해자라던가? 그런 거.”
지략이 뛰어나다는 게 괜한 말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 라비아타는 셰인의 얼굴을 보자마자 셰인이 해 왔던 몇 가지 일을 곧바로 유추해 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저 엘프만 보면 뻔하잖아? 솔직히 의심이 없던 건 아니었는데. 내가 생각해도 좀 허무맹랑해서 말이야.”
엘프. 오르카를 가리켜 말한 라비아타의 말에 셰인도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다 저 디라일라라는 이종족 꼬맹이도 너 옆에 있고. 이 정도면 충분하잖아?”
“예. 맞습니다. 귀족 살해자라는 이명이 붙어도 할 말이 없군요.”
“하…… 그래. 일단 일이 좀 복잡한데. 설명 좀 해 줄 수 있을까?”
“이미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 대수림에서 저열한 짓거리를 하고 있는 자들이 누구인지.”
“무명. 그런 이름이었지, 아마?”
전생에 셰인이 몸을 담고 있던 조직의 이름, 무명.
그 이름이 라비아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예. 맞습니다. 그리고 황실의 어리석은 놈들은 그들과 손을 잡고 있지요.”
“그 늙은이가 뭔가 일을 꾸미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무슨 용기로?”
이런 라비아타의 말은 괜한 것이 아니었다.
일단 메자이아 대수림은 셰인의 논문으로 인해 넓은 대륙에 다시 한번 수면 위로 올라온 상태였고.
거기에 살아 있는 전설이나 마찬가지인 라비아타까지 직접 그 확인에 나섰다.
이미 온갖 이들의 눈과 귀가 쏠려 있는 상황.
거기서 황실이 무슨 짓을 했다간, 인류를 위한 연합국부터 흔들릴 가능성이 있었다.
“황실은 아마 거기에 큰 신경을 쏟지 않고 있을 겁니다.”
“쯧. 그 망나니 새끼 때문이군.”
라비아타의 말에 셰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 일도 그 미친놈이 꾸민 일이라는 거겠고.”
“……예. 그런데 라비아타.”
“응?”
“괜히 서로 탐색전을 펼치는 건 그만하도록 하지요. 그 정도 사실이야 이미 알고 있지 않았습니까. 애초에 당신도 황실과 연결이 있을진대.”
“와…… 이거 좀 오랜만인데.”
그러면서, 라비아타의 두 주먹에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내가 좀 자존심이 세거든. 이런 식으로 누군가 내 머리 위에 서 있는 게 지독히도 싫단 말이지.”
그런 라비아타의 행동은 셰인도 이미 예측한 바였다.
“우연이로군요. 그건 저도 마찬가집니다만.”
그러자 동시에 셰인의 품에 있던 어둠의 정령이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일촉즉발의 상황.
그 대치 상황을 깨뜨린 건 라비아타였다.
두 주먹의 불길을 꺼뜨린 라비아타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하. 유명세가 싫은 건 아닌데, 귀찮은 게 많단 말이지.”
굳이 한 번 위협해 봤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는 라비아타였지만.
셰인은 방금 라비아타가 왜 저런 위협을 했는지 알고 있었다.
‘내 위에 누군가 있는지부터 확인해 보고 싶었겠지.’
외부에 알려진 셰인의 나이는 이제 겨우 18살.
그런 마당에 당장 자신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셰인이 누군가의 밑에 있을 것이라 판단했을 라비아타였으나.
방금 셰인의 행동으로 라비아타는 끝내 판단을 마쳤다.
“진짜 특이하네. 정말 혼자 움직이는 거 같은데. 내가 황실과 연결된 건 어떻게 알았어?”
“황태자의 황실 호위 기사단, 2황녀의 램퍼트 모험단, 그리고 1황녀의 낮새가 될 사람은 얼마 없지 않습니까.”
“낮새라. 하하, 틀린 말은 아니네.”
서로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은 탐사대였으나, 실상은 달랐다.
황태자와 1황녀, 2황녀까지 가담한 이번 탐사대는 어찌 보면 황실의 복마전이 여기로 옮겨져 왔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난장판인 상황이었다.
셰인 또한 그 사실을 진작에 파악했었다.
이후 정세에, 황실은 빠질 수 없는 세력이었으니.
“뭐, 됐어. 어차피 나도 의뢰를 받은 것뿐이니까. 의뢰 보상으로 얻을 것도 충분히 얻었고.”
별거 아니라는 듯 라비아타가 어깨를 으쓱였다.
실제로도 라비아타의 입장에서는 그저 의뢰 하나를 받은 것에 불과했다.
물론, 이 사실을 알려지면 1황녀에게는 상당한 위협으로 다가갈 것이다.
다름 아닌 그 라비아타 모험단이 의뢰를 받는 일은 결코 가볍게 받아들일 일이 아니었으니까.
아직 황태자의 눈치를 잔뜩 보고 있을 1황녀로서는 혹여나 그러한 이유로 자신에게 관심이 쏠리는 것을 싫어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아무튼 이제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자고. 무려 나를 초대했는데 별 볼일 없는 말을 꺼내진 않겠지?”
그 말에 셰인은 옅게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셰인이 이렇게까지 라비아타에게 정체를 드러낸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녀는 스스로가 가진 세계 최고의 모험가라는 명성에 자부심이 있었고, 또 받으면 받은 만큼 대가를 확실히 치르는 인물이었으니.
“온전한 드래곤 하트를, 이번 탐사가 끝나기 전에 넘겨드리겠습니다.”
“온전한이라……. 그게 무슨 말일까?”
라비아타의 사나운 미소가 흥미진진하게 바뀌었다.
그와 동시에, 셰인은 이번 탐사에 대한 목표 중 절반을 이뤘다고 확신했다.
* * *
“뭐야? 다크엘프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허리가 굽은 추레한 노인의 목소리가 음습한 나무 동굴에 울려 퍼졌다.
겉보기에는 너무도 추레해, 그저 성격 나빠 보이는 노인처럼 보였으나.
그런 그의 앞에 서 있는 부하는 온몸이 떨리는 공포를 가까스로 참아 내며 입을 열었다.
“예, 고든 님. 현장에 나가는 다크엘프들이 계속해서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도대체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 게야! 분명 귀중한 실험체라고 하지 않았어!”
“분명 적들과 조우하지는 않았습니다. 하나, 복귀하는 과정에서 흔적도 없이 모습을 감췄습니다.”
“고작 시킨 일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다니. 그렇게 무능해서는 키메라의 재료로도 쓰기 힘들겠군. 쯧!”
갑작스럽게 메자이아 대수림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면서 동시에 그 유명한 라비아타의 탐사대가 이곳에 들어섰다.
그에 따라 조직에서는 고든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보내려 했으나, 고든은 그를 만류했다.
괜히 너무 큰 지원을 받았다간 엘프 여왕의 눈에 띌 가능성도 있었으니.
자신의 실험에 방해될 게 분명했다.
때문에 조직에서는 거기에 맞춰 여태까지 여러 수법과 황실 호위 기사단까지 뒤에서 몰래 조종하며 시간을 끄는 데는 성공했으나, 거기서 문제가 터져 버렸다.
“이런 상황만 아니었다면 머리는 떼어 내고 나머진 실험의 재료로 썼을 테지만…… 운이 좋구나. 지금은 너처럼 쓸모없는 것의 손이라도 필요할 때이니.”
그 말에 부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저나 다크엘프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누가 감히 내 작품에다가 허튼 짓을…… 흥. 어쩔 수 없군. 일단 남겨 둔 것들이라도 제대로 챙겨라. 도대체 조직에서는 뭘 하고 있길래 정보 관리조차 똑바로 하지 못하고 있는지 원.”
다시 한번 혀를 찬 노인, 고든은 추가로 말했다.
“그리고 내 귀중한 실험체들이 어디로 갔는지도 파악해 놓거라. 만약 이번에도 시킨 일을 하지 못한다면……. 그래, 제법 쓸 만하게 만들어 주마.”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고든의 말에 결국 한차례 몸을 떤 부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밖으로 나갔다.
“가치를 증명해야 할 게야. 내 밑에 있을 가치가 없다면 재료로 써야 할 테니까. 끌끌끌.”
그리 말하며, 고든은 부하들이 가지고 온 탐사대원들의 시체를 보며 추레한 미소를 지었다.
“이미 훌륭한 재료가 있어서 저놈이 얼마나 쓸모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언제 화가 났냐는 듯 콧노래까지 불러 가며, 노인은 이번 일을 별 볼일 없는 이변이라 생각하고 넘어갔다.
한편, 고든처럼 예상에 없던 이변에 당황한 사람은 또 있었다.
“젠장!”
탐사대와 떨어진 황실 호위기사단은 거듭되는 전투 아닌 전투에 짙은 피로감을 내보이며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상대는 마치 그림자처럼 검의 경로에서 벗어나 어둠에 몸을 숨겼고, 바로 옆에서 휘둘려지는 단검에 팔이 베이고 말았다.
“크아악!”
온몸의 마력이 팔로 집중되는 것이 느껴지자마자 기사는 곧바로 단검에 베인 자신의 팔을 스스로 잘라 냈다.
기사로서 한쪽 팔이 사라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는 잘 알고 있었으나, 저들의 검에 베이면 어찌 되는지 여태껏 잘 봐 오지 않았던가.
아니나 다를까 바닥에 떨어진 팔의 상처 부위로부터 보랏빛 꽃이 피다가 이내 시들며 가루로 화했다.
“이 빌어먹을 귀쟁이 놈들아! 도대체 뭘 하자는 게냔 말이다!”
또다시 부상자가 속출하는 전투.
그에 도미닉이 울분 섞인 고함을 소리쳐 봤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어느새 몸을 숨긴 다크엘프로 인해 도미닉의 기사단은 그 자리에 묶여 있을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마력으로 강화된 기감으로도 적들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으니.
황실의 기사단이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짧은 기습으로 치고 들어왔다가 사라지는 짓거리도 어느덧 나흘째.
잠을 잘 때도 편안히 잘 수가 없었고, 언제 목이 노려질지 모른다는 공포감은 그 용맹한 황실 기사단이라도 버틸 재간이 없었다.
이는 명백히 전투라기보단, 사냥을 당하는 행위에 가까웠으니.
“빌어먹을 이종족 놈들!”
또다시 간발의 차이로 다크엘프를 놓친 도미닉이 분노에 차서 그리 고함을 내질러 봤으나, 어둠 속에서 모습을 숨기고 그들을 지켜보는 다크엘프들은 차가운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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