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36)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36화
36화 끝나 가는 탐사 (1)
“어떻게 그런 일이…….”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겐가?”
고든에게 명령을 받은 조직원은 들려오는 도미닉의 말에 한껏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정말로 다크엘프가 공격해 온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랬지. 그것도 수십 번이나. 이쪽의 피해가 얼마나 큰 지 알기나 하나?”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저희 쪽에서 무언가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그걸 내가 몰라서 이런 말을 하고 있는 줄 아나? 하루라도 빨리 지금 사태를 정리하는 것이 좋을 게야. 내 단원들의 인내심도 그리 길지는 않으니.”
이는 괜한 위협이 아니었다.
당장 도미닉의 기사단원들만 해도, 조직원을 바라보는 눈빛에서 살기가 번들거렸으니.
‘젠장…….’
상황이 어쩌다 이렇게 된지 모르겠다.
어째서 다크엘프들이 자신들의 통제에서 벗어난 거지?
물론 연금술과 관련된 지식이 없는 조직원은 결국 고든에게로 생각이 미쳤다.
‘미친 노친네. 그렇게 자신하더니, 이따위 문제를 일으켜?’
그렇게 속으로 고든을 씹어 대며, 조직원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혹시 다크엘프들에게 특이 사항은 없었습니까?”
“없었네. 그저 치고 빠지기만 반복하더군. 기존 탐사대에게 하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런 것치고는 피해가 큰 것 같습니다만.”
“지금 우릴 의심하는 겐가?”
“아닙니다.”
“자네 상부에게 똑바로 전달하게. 이번 일이 어떻게 마무리되든, 우리 황실의 믿음을 일부 잃어버렸다는 것을.”
“……예.”
고작 황실의 개에게 이따위 취급을 받는 게 짜증 났지만, 조직원은 다시 한번 참았다.
조직의 계획에 황실과의 끈은 결국 자신의 감정 따위보다 수십만 배는 더 중요할 테니까.
“그럼, 저는 바로 보고 드리러 가 보겠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자면, 죄송합니다.”
“썩 꺼지게. 자네 얼굴을 조금만 더 봐도 무심코 검을 뽑을 것 같으이.”
“…….”
그렇게 조직원이 떠나고, 도미닉은 그런 조직원의 뒷모습을 살기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다.
‘이 노부가 그리도 만만해 보이나 보구먼. 아니, 우리 황실의 위상이 줄어든 것일지도 모르겠어.’
일이 이 지경까지 온 이상, 도미닉은 더 이상 조직을 믿을 수 없었다.
누가 아는가?
드래곤 하트를 독점하겠다는 이유로 이쪽의 전력을 미리 떨어뜨리려는 행위일지.
아니, 도미닉은 오히려 그쪽이 진실이라 무게를 두었다.
애초에 자신이 모시는 황태자 또한 비슷했으니.
[만일, 그들이 틈을 보인다면 드래곤 하트는 우리 쪽에서 가져올 수 있도록 해 보죠.] [걱정할 건 없습니다. 만약 그만한 사안에 빈틈을 보인다면 그들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우위를 차지하면 될 뿐이니까요.] [그게 아니라면 우리도 놈들을 이용하면 되는 겁니다.] [저들이 십수 년에 가깝도록 메자이아 대수림에 붙들려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억하세요. 전 인류를 책임질 우리 제국의 이름은 그리 가볍지 않다는 것을.]도미닉은 자신이 모시는 황태자가 했던 말을 떠올렸고, 그 말에 따라 행동해야 할 때가 왔음을 직감했다.
그렇기에 다크엘프들이 어떻게 변화하고 자신들을 공격했는지 말하지 않았다.
다크엘프의 변화가 정말 자신들의 생각처럼 일부러 한 짓이 아니라면, 도미닉이 넘긴 블러핑 정보 또한 조직에게 날카로운 검이 되어 돌아갈 테니까.
“결국, 승자는 우리 황실이 될 것이다.”
한편, 도미닉이 그러한 다짐을 하고 있을 때, 자리에서 벗어난 조직원의 얼굴은 심각하기 그지없었다.
‘저놈들, 딴생각을 하고 있군.’
다크엘프가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해 말을 피하는 도미닉의 행동은 조직원에게 그러한 확신을 주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이 살벌한 조직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인간이다.
그만큼 눈치고 있었고,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는 데 능숙했으니.
그게 아니었다면 진작에 자신의 전임자들처럼 고든의 실험체가 됐을 터.
조직원은 도미닉이 보였던 태도를 떠올리며 이 사실을 빠르게 고든에게 알려야겠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나 그런 다급한 마음 때문일까.
그는 자신의 발 아래로 어둠이 일렁이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 * *
“흠…….”
머릿속을 메우는 조직원의 다양한 기억들.
그중에서 필요한 것들만 뽑아내고 정리한 셰인은 별 감흥 없는 얼굴로 기억을 갈무리했다.
사실, 이렇듯 타인의 기억을 뽑아내는 일은 결코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애초에 기억이라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을 정의하는 것인지라, 자칫 잘못하면 기억에 잡아먹혀 스스로가 누구였는지 혼란에 빠져 광인이 되기 쉬웠으니.
그저 단순하게 필요한 기억만 받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 전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행위인 것이다.
부모에게 버려졌든, 무언가 끔찍한 사고를 당했든, 복수가 되었든.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사연이 있고, 그러한 사연들은 모이고 모여 기억을 강탈한 존재를 압박한다.
그러나 셰인에게는 이러한 압박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그야, 누구보다 스스로의 내면을 관찰했어야 했던 셰인이었으니.
회귀 전, 타락한 자신의 의식 아래로 밀려 내면에 갇혔던 시간이 얼마나 길었던가.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과 같은 일은 너무도 쉬울 따름이었다.
지금, 기억을 정리하면서 보다 중요한 일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것처럼.
[그래서, 믿지 못하겠다는 건가?] [단도진입적으로 말하자면, 예. 그렇죠.]눈앞에 있는 엘프들의 여왕 앞에서도 이런 일을 하는 것을 보면, 셰인도 분명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게 분명했다.
[솔직히 놀랍기는 하네요. 고작 몇백 년의 세월이 흘렀다고 인간들이 이렇게까지 성장할 줄은. 그래요. 놀라워요.]그러면서 엘프들의 여왕이 고개를 들었다.
아마,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그녀의 미모를 보는 순간부터 몸이 경직되었을 것이다.
마치 자연의 사랑과 축복을 그대로 받은 것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의 미모는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화이트골드의 머리카락에 새하얀 피부는 마치 한겨울 눈이 쌓인 산처럼 보였다.
눈동자에는 에메랄드 빛 호수가 잠들어 있었고, 굳게 다문 입술은 마치 긴 시간의 기다림 끝에 맺힌 새빨간 사과와 같은 색이었다.
하지만, 셰인에게는 그저 앞으로 자신과 협력해야 할 대상.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이런 미모에 혹하기에는, 이미 셰인의 인격적인 부분이 너무도 마모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과 다르게, 과연 탐욕스러운 인간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네요.] [인간이라…….]사실, 틀린 말도 아니다.
인간은 탐욕 그 자체였으니.
탐욕이라는 게 반드시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인류는 강해지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고, 그래서 엘프의 수명보다도 짧은 시간 안에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다.
탐욕은 진보의 밑거름이고, 이게 곧 종족의 성장을 가져다 오니까.
하지만 때때로 인간은 그러한 탐욕에 잡아먹히기도 하는 존재다.
[하면, 도움은 필요 없다고 생각해도 되겠나?] [음, 글쎄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래도 역시 고민이 되긴 하네요.]그러면서 엘프의 여왕, 프리실라는 잎을 동동 띄운 물을 마시며 호수가 담긴 눈으로 셰인을 바라봤다.
[보이는 모습만큼 여유롭진 않아 보이는데.] [이해해 주세요. 우리 엘프들이 이런 걸요. 인간들과 다르게, 우리는 긴 세월을 살아가잖아요?] [수명이 길다고 반드시 엘프들처럼 느긋한 건 아니지. 그리고 모든 엘프가 그런 것 또한 아니고.] [어머, 정면에서 반박당하니 할 말이 없긴 하네요. 음, 사실 곤란한 건 맞아요. 우리 아이들은 수면기에 들어서, 적들에게 대항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도대체 그들은 세계수의 봉인을 어떻게 깨고 들어올 수 있던 걸까요?]그 질문에 셰인은 가볍게 설명했다.
[세계수의 정체를 알지 않나. 적 또한 그와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지.] [아하……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그 ‘다크엘프’라는 것으로 될 수밖에 없던 것이로군요.]전생에 엘프들이 조직에 의해 그리도 무력하게 흡수당할 수밖에 없던 이유.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이어져 있겠지만, 그중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엘프들의 수면기 때문이었다.
수천 년에 한 번, 엘프들은 수면기에 접어든다.
그 이유는 현재 메자이아 대수림의 관계와 비슷한데, 수천 년에 한 번씩 메자이아 대수림에는 이렇듯 마력 불안정 현상이 일어난다.
그때마다 엘프들은 스스로를 수면기에 접어들도록 만들고, 세계수의 봉인 속에서 지금과 같은 시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고작 5~10년 사이로 안정기에 접어들었어야 할 대수림은 아카샤의 대봉인으로 인해 수백 년 동안 이어졌다는 것이고.
조직은 세계수의 봉인을 풀고, 세계수가 아니라면 수면기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엘프들을 데리고 실험에 강행한 것이다.
그동안에는 수면기에 들지 않는 엘프의 여왕, 프리실라 홀로 조직을 상대하고 있었다.
다만 조직도 멍청하지는 않아서, 이 숲의 여왕인 프리실라와 정면에서 대적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철저하게 자신들의 존재를 숨기고 수면기에 든 엘프를 납치해 고든을 통해 다크엘프로 만들었다.
[그래서 아주 답답하답니다. 이 숲에서 제 눈을 피할 수 있는 존재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믿음이 깨져 버렸거든요.]셰인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메자이아 대수림을 지켜 주는 세계수의 마력에 대항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존재들 중 하나가 바로 조직이었으니.
[그런 마당에, 그들보다 더 정교하게 제 동족을 활용하는 당신이 나타났네요. 그러니 어떻게 함부로 믿을 수 있겠어요?]당장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다크엘프의 모습만 보더라도, 프리실라의 의견은 타당하고도 넘쳤다.
그녀는 현재 수면기에 들어간 수천의 엘프를 책임지고 있는 여왕이었으니까.
[확실히, 거래라는 것은 서로 믿을 수 있는 신용이 필요하지.] [네, 맞아요.] [필요하다면 근원의 맹세도 하겠다.] [어머, 정말요?]그러자 프리실라의 표정에 옅게 놀라움이 스쳤다.
지금 당장 이곳, 엘프들의 요람에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근원의 맹세를 했지만, 고작 적의를 가지지 않겠다는 정도의 맹세는 쉬운 편이었으니.
[하지만 그게 만능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계시죠? 계약의 내용과 과정까지 제게 설명해 주셔야 해요.] [어려울 건 없지.]사실, 근원의 맹세는 지금 셰인이 한 것처럼 가볍게 해서는 안 될 행위다.
스스로의 근원을 걸었다는 것만큼, 만약 맹세를 어길 시에는 존재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소리였으니.
고대에서도 그리 자주 사용되는 거래 방법은 아니었다.
어찌 됐든 스스로를 판돈으로 올리는 것이 아니던가.
가능하다면 셰인도 이러한 행위는 하고 싶지 않았으나, 인간인 이상 그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방법은 이보다 효과적인 게 없었다.
고대의 종족들을 던전에 봉인시킨 존재가 바로 인간이었던 아카샤였기에.
[그 정도라면 믿을 수 있겠네요. 좋아요. 그럼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요?]그만큼 엘프들에게는 투자할 가치가 있었다.
본 역사에서, 끝내 조직의 손길을 벗어나지 못 했던 엘프들이 얼마만큼의 악명을 떨쳤는지를 생각해 보면 이런 위험쯤이야 감수할 만했다.
더구나 메자이아 대수림에 깃든 드래곤 하트는 그녀의 협력이 없다면 얻을 수 없었으니.
화사한 미소와는 다르게 살벌한 프리실라의 말에도, 셰인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따름이었다.
* * *
조직의 계략에 의해 탐사대가 흩어진지도 어느덧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나눠진 탐사대는 생각만큼 어렵지 않게 합류할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단순했다.
“다크엘프들이 나타나지 않는군요.”
그간 탐사대를 괴롭히던 다크엘프들의 등장 빈도가 현저히 줄어든 것.
클라인의 그 말에 일행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조금은 편해진 얼굴로 식사를 마쳤다.
“으아, 그래도 지치는 건 똑같네.”
디라일라의 말처럼, 일행들은 지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미 탐사가 시작된 지 2달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그간의 피로는 단순히 쉰다고 풀리는 게 아니었으니.
“거기다, 다행이네. 셰인이 멀쩡하다니.”
“응…… 그치.”
디라일라의 말에 클라인도 얼마 전보다 훨씬 안정적인 미소를 지었다.
며칠 전, 라비아타가 혹시 몰라 셰인에게 걸어 뒀던 생명 추적 마법이 느껴졌다는 소식을 전해 온 것이다.
그동안에는 메자이아 대수림의 마력 불안정 현상 때문에 제대로 관측되지 않았는데, 셰인의 마력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느껴졌다는 소식에 클라인은 한숨 놓은 표정을 지을 수 있었다.
다만, 그렇다고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도 없었는데, 그 이유는 아직 셰인이 합류하지 못했다는 것도 있었지만, 라비아타가 남긴 마지막 한마디 때문도 있었다.
“다른 사람들한테는 알리지 마.”
그 한마디는 다양한 의미를 포괄하고 있었고, 클라인은 그걸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순해 빠지지 않았다.
‘탐사대 내부에 배신자가 있다.’
설마하니 같은 탐사대에 배신자가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클라인이었기에, 완전히 마음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클라인이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 셰인은 황실 기사단과 함께 있었다.
지금 이 자리에도 살아남은 몇몇 황실 기사단이 있었고, 클라인은 굳게 입을 다물며 아네이스를 바라봤다.
아네이스 또한 저지먼트 기사단으로서 황실과 연관이 있지 않나.
‘……내가 너무 민감한 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만약 셰인이 관여된 게 아니었다면 클라인도 이렇게까지 민감하게 반응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다음 날 저녁.
거대한 나무뿌리로 만들어진 공동 아래에서 갈라졌던 탐사대는 다시 한번 합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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