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40)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40화
40화 끝나 가는 탐사 (5)
고든이 상황을 파악했을 때는 이미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였다.
“이런 무능한 놈 같으니라고!”
다크엘프가 사라졌다는 보고를 마친 조장급 조직원이 10일 가까이 지나도록 상부에 보고가 없자, 조직의 상부에서는 이상함을 느끼고 고든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제야 조직원마저 실종됐음을 깨달은 고든은 이젠 자신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가뜩이나 자신의 연구를 방해하는 탐사대 때문에 민감한 마당에, 일을 맡긴 조직원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았으니.
물론 어딘가에서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을 게 틀림없었기에, 결국 그는 하던 연구를 멈추고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고든의 분노는 얼마 가지 않아 사그라졌다.
워낙에 변덕이 심한 성격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이번 상황이 그리 나쁘게만 보이지는 않았던 까닭이다.
“이놈들로 실험해 보면 괜찮겠군.”
실종된 조직원이 가지고 온 탐사대원들의 시체를 보며, 고든은 예전부터 해 왔던 키메라 연구의 성과를 보기로 했다.
워낙 눈에 띄는 키메라였기에 조직에서도 아직 쓸 때가 아니라 판단하고 묵혀 뒀으나,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굳이 쓰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거기다, 놈들도 곧 온다고 했으니. 시간 끌기 정도는 되겠군. 흐흐흐.”
그렇게, 광기의 연금술사는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며 쓰러진 시체들에게 다가갔다.
“부디 너희는 실망시키지 말아 다오, 나의 아이들아.”
그렇게 작업에 몰두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실종된 조장급 조직원을 대신해 평조직원이 가지고 온 탐사대의 현황을 듣게 된 고든은 더더욱 얼굴에 미소를 피웠다.
“엘프들의 마법진을 파악한 인간이 있다고? 고놈 참 신기한 놈이로군!”
비록 자신을 귀찮게 한 탐사대였으나, 연금술사답게 흥미로움을 참지 못하는 고든은 그 자그마한 소식에 관심을 가졌다.
“그래, 귀찮은 벌레들 사이에서 제법 쓸 만한 녀석이 있었어. 흐흐.”
고든은 자신의 흥미를 끈 상대의 이름을 조직원에게 물었고, 이내 조직원에게 듣게 된 이름을 고든은 되새기듯 중얼거렸다.
“셰인, 셰인이라…… 잘하면 내 조수로 써먹어도 되겠어. 반항하면 귀찮으니 이것저것 고쳐 봐야겠지만 말이야.”
이 나이에 들어서도 새로운 일거리는 질리지가 않았다.
그렇게, 고든은 자신에게 찾아올 탐사대를 기다리며 콧노래를 불렀다.
* * *
“가치가 없다고 느껴지면, 있게 만들어 줘야겠군.”
황실의 기사단원 중 한 명, 에버닉의 말과 동시에 기사단 전원이 무기에서 오러를 피워 냈다.
과연 한 명 한 명이 4품의 엑스퍼트들이었고, 개중에는 3품 마스터에 다다르는 벽에 근접한 이들도 적지 않게 보였다.
여태까지 다크엘프들의 습격에 살아남은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듯, 그들이 피워 내는 살기는 확실히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셰인은 그들의 기세에 밀리지 않고 지그시 그들을 바라봤다.
방금 전, 셰인의 기습을 효과적으로 피했던 덕분일까.
황실의 기사답게 상당한 내공이 쌓인 그들은 본능적으로 주변의 마력부터 탐지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셰인이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신중하군.”
“원래 준비된 마법사만큼 무서운 법은 없으니.”
비록 이만한 거리에서 마법사를 죽이지 못한다면 기사로서 그만한 수치가 어디 있겠냐마는.
그래도 그들은 신중했다.
이윽고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한 기사 중 한 명이 말했다.
“순순히 투항한다면 고통 없이 편안한 죽음을 선사하지.”
“항상 느끼는 거지만, 너희 호위기사단들은 개소리를 그럴듯하게 내뱉는 습관이 있군. 얼마 전에 내 손에 죽은 머저리도 그랬지. 세상에 편안한 죽음 따위는 없다.”
“쯧. 역시 하르페는 너에게 죽었나.”
예상했던대로 셰인은 호위기사단의 저의를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자 가장 앞서 있는 에버닉은 살짝 소름이 돋았다.
이제 고작 18살의 소년이 가진 표정 관리와 그 심계는 놀라울 정도였으니.
만약 자신들의 단장인 도미닉이 조금이라도 경계를 풀었다면, 황실에서 자신들의 입지가 어떻게 됐을지 모르는 일이다.
“가자.”
기사단 전원이 한순간에 달려들었다.
확실히 엑스퍼트 4품의 수준이라 해야 할까.
다 함께 수많은 고비를 견디며 합을 맞춰 온 그들은 셰인이 빠져나갈 구멍 하나 없이 날카롭게 들어왔다.
“틴더(Tinder).”
그러나 동시에 셰인도 1서클 마법, 3중첩 틴더를 시전하며 주변에 불길을 터뜨렸다.
주문과 함께 6개의 불꽃이 터져 나오자 기사단의 발걸음이 멈췄다.
“……?! 대비하라!”
고작 1서클 마법, 틴더.
화력만 봐서는 고작해야 살짝 화상을 입는 수준에 불과하지만, 3중첩이나 되니 무시할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래 봐야 1서클일 뿐인 틴더.
오러로 몸을 감싸는 기사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준은 아니었다.
실제로 가장 앞에 선 에버닉의 명령에 기사들이 오러로 몸을 감싸자 불길은 덧없이 사라졌다.
“일반적인 1서클 마법의 화력이 아니군…… 확실히 무언가 한 수가 있긴 했던 건가.”
평소 봐 왔던 마력탄과는 다른 마법에, 기사들이 잠시 움찔했지만 그것도 정말 잠깐에 불과했다.
이 정도로는 자신들을 어찌할 수 없음을 파악하고는 다시금 전열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그게 바로 셰인이 원하던 것이었다.
“아까 했던 말 중에, 맞는 말이 있었지.”
“뭐?”
“준비된 마법사는 무섭다고 했던가. 딱 맞는 말이다. 지금의 너희들을 보면.”
“……? 아!”
그제야 틴더에 의해 밝혀진 주변을 확인한 에버닉이 인상을 와락 구겼다.
콰과과과곽-!!
이어서 그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벽과 바닥으로부터 틴더와는 비교도 하기 힘들 폭발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갔다.
폭발로 인한 반발력이 오러를 두른 기사들의 몸을 사정없이 두들겼다.
“그러게 주변 환경을 잘 확인하셨어야지.”
그런 기사들의 발밑으로는, 화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터지는 시스투트리 나무의 뿌리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물론, 단순히 저 정도 폭발력으로 4품 엑스퍼트 수준의 실력자들을 쓰러뜨리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러나 셰인이 준비한 것은 단순히 이 정도가 아니었다.
“이게, 무슨…… 커헉!”
기사들의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검은 송곳들.
그 모두가 하나같이 기사들의 심장을 꿰뚫고 있었다.
“어, 어떻게…….”
똑같이 심장이 꿰뚫린 에버닉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셰인을 바라봤다.
“그리 놀랄 것도 없지. 스스로의 마력에 의해 죽은 것뿐이니.”
“그게, 무슨 말…….”
“알 거 없다. 아까 말하지 않았나. 세상에 편안한 죽음 따위는 없다고.”
“이렇…….”
그 이상 말을 잇지 못한 에버닉은 원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흐음. 확실히, 쓸 만하군.”
그런 에버닉의 죽음에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셰인은 방금 전 전투를 상기해 봤다.
사실 셰인이 가진 절대적인 무력만 따지자면, 저들에게 못 미쳐도 한참 못 미친다.
그러나 이렇게 저들을 쉽게 이길 수 있던 이유는, 아까 말했던 것처럼 마법사인 셰인이 치밀하게 준비해 뒀기 때문이다.
‘그때 그 일 덕분에 일이 잘 풀리는군.’
지난번, 디라일라를 구출하며 살리에르 백작의 별장에서 저지먼트 기사단원인 다이라와 싸웠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
저지먼트 기사단은 마력과 오리진이 섞인 자신들만의 오러를 사용한다.
오러의 속성은 흡수.
마력을 흡수하는 성질을 띈 저지먼트 기사단은 마법사들에겐 저승사자요, 같은 기사들을 상대로도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했는데, 다이라에게서 뽑아낸 흡수라는 속성은 현재 셰인의 오리진, 탐욕과 굉장한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었다.
거기에 어둠의 정령이 가진 어둠 속성까지 가미되어 이번 전투가 쉽게 이어졌는데, 셰인은 이곳에 오기 전부터 어둠 속성과 함께 자신의 오리진을 황실 호위 기사단 전원의 그림자에 숨겨 뒀다.
다만 그때까지는 기사단이 자신들의 그림자에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마력을 담지 않은 탓에 물리력이 포함되지 않았는데, 대신 한 가지 명령을 내려 둔 상태였다.
기사단원들이 평소 흘리는 마력을 흡수하고 그 성질을 터득하라는 것.
덕분에 기사단원들의 마력에 반발력이 생기지 않도록 만들었고, 틴더를 통해 시스투트리의 뿌리에 화속성이 담긴 마력을 주입시켰다.
그 결과 나무뿌리의 폭발이 기사단원들의 그림자에 숨겨진 자신의 오리진에 마력을 부여해 물리력을 담아 낸 것이다.
실로 완벽한 그 기습은 과연 기사단원들은 심장에 꿰뚫리는 그 순간까지 자신들이 무엇에 당했는지조차 알아차리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먼저 처리하셨군요, 셰인 님.]그때, 뒤에서 다크엘프 오베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난번, 엘프들의 여왕, 프리실라와 만난 이후로 다크엘프들은 셰인의 지휘권을 인정하며 그의 밑으로 들어오길 자처했다.
마력에 민감한 엘프들인만큼, 다크엘프들은 자신들의 존재가 동족들에게 좋은 영향이 가지 않으리라 판단한 것이다.
[상처는 없으십니까? 죄송합니다. 저희가 제때 도착하지 못한 탓에.] [아니, 됐다. 어차피 너희 도움이 필요했던 것도 아니고, 아직 너희가 나설 차례도 아니니까.] […….]오베른은 가만히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런 오베른을 보며 셰인은 조용히 물었다.
[내 밑으로 들어온 것을 후회하지는 않나?] [아직 그 정도로 시간이 지나지는 않았습니다.] [손에 피를 묻혀야 할 일이 많을 거다.] [그건 이미 제 누이…… 여왕님과 끝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이 길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셰인 님. 당신이 우리 동족을 위해 준다면.]오베른은 프리실라와 같은 핏줄을 타고 난 엘프였다.
오베른은 자신들이 아카샤의 대봉인에 의해 이곳에 봉인되어 있는 동안,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파악하고 자신이 어디에 있어야 할지 합리적인 고민을 했다.
그 결과, 대수림에 봉인되어 있는 동족들을 위해 셰인을 따라 인간들의 세계에서 영향력을 높이겠다는 이유로 복종을 선택했다.
오베른은 여왕의 핏줄인만큼 이미 다크엘프들에게 굳건한 신뢰를 받고 있었고, 이는 곧 통솔력으로 이어졌다.
이런 이들이 제 발로 찾아왔으니, 셰인의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었다.
[현 상황은 어떻지?] [아직까지 인간들…… 그러니까 탐사대의 전력이 밀리는 그림은 아닙니다. 다만 숲의 외곽에서부터 정확히 이곳을 향해 빠르게 다가오고 있던 존재가 곧 도착할 것 같습니다.] [존재감을 숨기지도 않고 온다라. 확실히 끝장을 보겠다는 의미로군.] [느껴지는 마력을 봤을 때…… 만약 그 존재가 합류하게 된다면, 탐사대에 어떤 변수가 일어날지 예상할 수 없습니다.] [놈의 마력을 내게 전달할 수 있겠나?] [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비록 다크엘프가 된 탓에 더 이상 정순한 엘프의 마력을 쓰진 못하겠으나.
그래도 이곳에서 살아온 지 고대를 기점으로 해도 백 년이 넘어가는 오베른이다.
나무와 나무끼리 연결된 엘프들의 연락망은 여전히 사용할 수 있었고, 이내 곧 오베른은 외부에서부터 다가오고 있다는 침입자의 마력 일부를 나무로부터 받아 올 수 있었다.
‘호오.’
그리고 그 마력은, 셰인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