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43)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43화
43화 끝나 가는 탐사 (8)
“그 꼬맹이, 도대체 이걸 어떻게 안 거지?”
“어머, 저도 방금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답니다.”
라비아타의 혼잣말에 반응한 사람은 엘프의 여왕, 프리실라였다.
프리실라가 키메라의 모체들을 정리하고 짧은 소개를 마친 이후, 그녀와 탐사대는 앞으로 나아가는 길 끝에 마주한 흑빛 바위를 바라봤다.
다만 그저 검기만 한 바위는 아니었는데, 애덤과 그의 기사단원이 신중하게 그것을 향해 다가가려 하자 라비아타가 그를 제지했다.
“만만히 보고 갔다간 순식간에 침식된다?”
“침식? 라비아타. 그대는 이것의 정체를 아는 것이오?”
“엉. 이게 저렇게 생겼지만…… 그래도 드래곤 하트라고.”
“……?!”
그 말에 기사단 전원이 행동을 멈췄다.
눈앞에 있는 저게 이곳까지 온 이유, 드래곤 하트란 말인가?
“그런 것치고는 그저 평범한 돌처럼 생겼소만.”
“뭐, 보고 믿어야겠다면야.”
라비아타가 손끝에 피워 낸 불덩이 하나를 바위 근처에 보내자, 가만히 있던 바위로부터 음습한 기운이 흘러나와 순식간에 불덩이를 집어삼켰다.
“이, 이게 무슨…….”
그 모습에 애덤을 포함한 그의 기사단원들이 뒤로 황급히 물러섰다.
“이런 게 드래곤 하트란 말이오?”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에 애덤이 기겁을 하며 묻자, 라비아타가 피식 웃었다.
“뭘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였던 것’ 이라고 표현해야겠지?”
“자세히 좀 설명해 주시오.”
“말하자면, 오염된 거야. 무언가에 의해.”
“그게 지금의 상황과 관련이 있소?”
“응. 방금 보니까 이걸 이렇게 만든 녀석들이 저 키메라 무리를 만들었을 확률이 높거든.”
“그뿐만이 아니랍니다. 제 형제자매들도 저 오염된 드래곤 하트에 의해 다크엘프로 타락하고 말았죠.”
본래 드래곤 하트는 엘프들이 신성시하는 세계수의 중심부에 깃들어 있었다.
그러나 엘프들이 수면기에 들어가고, 여왕인 프리실라 또한 그 힘이 상당히 약화되어 있는 사이에 조직은 드래곤 하트를 탈취, 이런 식으로 자신들만이 아는 장소에 옮겨 뒀다.
프리실라도 숲의 기운을 받아 드래곤 하트의 위치를 찾으려 했지만, 조직에서는 무슨 수를 쓴 것인지 도무지 찾을 방법이 없었는데.
얼마 전에 자신을 찾아온 가면의 남성, 셰인에 의해 이 위치를 전달받았다.
다만 홀로 와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이라 조언하고 탐사대와 함께 찾아오라는 말도 들었는데, 직접 찾아오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우리 엘프들이 거부할 수 없는 마력으로 오염되어 있군요.”
“음, 그러네.”
셰인은 이러한 상황까지 예측하고 라비아타에게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 꼬맹이…… 정체가 뭐지?’
조직에 대해서는 라비아타도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 정도로 놈들과 관련된 정보를 얻지 못했다.
그럼에도 셰인은 마치 이 상황을 전부 알고 있었다는 듯 행동했기에, 라비아타의 의구심이 점점 더 깊어져만 갈 때.
옆에 있던 애덤의 물음이 그런 라비아타의 상념을 일깨웠다.
“그게 무슨 의미요?”
“……다른 드래곤의 마력이 섞여 있어. 이 드래곤 하트는 드래곤이 죽으면서 모든 마력이 자연으로 돌아간 상태인데, 여기에 누군가 장난질을 친 거야.”
“그럼 배후에 드래곤이 있다는 의미가 아니오!”
애덤의 말은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으나, 라비아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문헌에 의하면 드래곤들은 더 이상 이 세계에 관여할 수 없게 됐어. 아마 고대에 남겨진 드래곤의 아티팩트를 이용해서 이 짓거리를 한 거 같은데.”
라비아타의 단호한 어조에도 애덤의 표정은 펴지지 않았다.
“드래곤의 힘이 담긴 아티팩트라니…….”
“아무튼 애송아. 네가 나설 차례다.”
“애송, 아니 디라일라라는 이름이 있는데 왜 그렇게 불러요.”
“내 맘이야. 어쨌든 이건 너한테 달린 문제야.”
“끄응, 어째 나한테 일이 몰리는 거 같은데…… 정말 제가 해도 되겠어요? 가뜩이나 탐사대도 이렇게 나눠졌는데.”
디라일라의 물음에 라비아타가 평소처럼 털털한 웃음을 보였다.
“어차피 네가 아니면 이걸 건드릴 수 있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애초에 텔레포트 같은 경우에는 원래 계획된 거기도 했어.”
“네?”
“뭐, 그런 게 있다 이 말이야. 아무튼 안심하고 일단 한번 파악해 봐. 보니까 지금 저 드래곤 하트가 이 주변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어. 그것부터 풀어야 우리가 힘을 쓸 수 있을 거야.”
“눼에…….”
뭔가 찜찜했지만 더 이상 시간을 끌 이유가 없었기에, 디라일라는 먼저 이 주변의 대지부터 차근차근 공명을 시도해 봤다.
“아…….”
주변의 대지는 드래곤 하트에 심어진 마력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압도적인 속성 지배력.
포악하다 못해 오만하다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지배력은 대지를 두려움에 떨도록 만들었다.
그런 지배력 때문일까,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한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디라일라는 거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이전이라면 다르게, 스스로가 가진 재능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으니까.
‘나를 따라와. 어서!’
지하인으로서 대지속성에 대한 지배력도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눈앞의 마력을 이기지 못한다.
당장 주인조차 없는 마력이었음에도 지배력의 수준은 디라일라를 아득히 상회할 정도였으니.
하지만 디라일라에게는 저 마력이 품지 못한 또 다른 게 있었으니. 바로 속성 친화력이다.
디라일라는 저 마력에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배제시키고 주변 대지로부터 영향권을 가지고 왔다.
그들은 자신과 친숙하면서도 디라일라의 카리스마 있는 지도력에 조금씩 끌려왔다.
어르고 달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단호한 기세로 대지의 신뢰를 조금씩 이쪽으로 끌고 오자, 점차 반응이 돌아왔다.
‘좋아, 된다. 이대로 천천히…….’
주변 대지와의 공명에 정신을 쏟고 있는 디라일라를 보며 라비아타도 내심 다시 한번 감탄했다.
확실히 지하인이기 때문일까.
주변의 대지가 조금씩 정화되는 게 눈으로 확인될 정도였으니, 그 재능이 얼마나 대단한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정말 빠르네요. 우리 엘프들이었다면 얼마나 걸릴지 기약할 수 없었을 텐데.”
그는 프리실라도 마찬가지였는데, 드래곤 하트는 엘프들에게 있어서 여러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프리실라는 감탄을 지울 수가 없었다.
엘프들이 길게는 수년에서 십수년을 매달려야 겨우 해낼 수 있는 일을, 지금 이 짧은 시간 안에 해결하고 있으니.
그렇게 작업이 순탄하게 진행되나 싶은 순간.
“아, 이런.”
드래곤 하트로부터 꿈틀거리는 검붉은 촉수를 보며, 라비아타가 탄식을 내뱉었다.
“역시 조치를 취해 뒀나.”
“저, 저게 무엇이오?”
점점 크기를 반투명한 촉수의 형태에 애덤이 당황하며 묻자, 라비아타가 짧은 신음을 내뱉었다.
“고대 어느 멍청한 추종자 놈들의 찌꺼기야.”
“고대? 추종자의 찌거기라니?”
“예로부터 타인의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데 도가 튼 놈들이 있었어. 그놈들을 추종하던 것들이 만든 거지.”
남의 것을 훔치는 데 미친 것들이니, 드래곤 하트의 존재에 눈이 돌아가지 않을 리가 없었다.
이대로 내버려 뒀다가는 저 지하인 꼬맹이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설상가상으로.
“어머, 불청객들이 오고 있네요.”
대수림의 나무들을 통해 키메라 군단까지 오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오는 프리실라가 상황이 악화되고 있음을 말해 줬다.
“끄응. 저 촉수는 내가 직접 해결할게. 나머지 좀 부탁해.”
“……한번 해 보겠소.”
디라일라는 여전히 드래곤 하트의 정화 작업 중이라 힘을 보탤 수 없는 상황이었고, 라비아타도 저걸 상대로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온갖 정신을 쏟아야 할 때였다.
“젠장. 이건 쓰고 싶지 않았는데. 당분간 얼마나 쓰러져 있을런지.”
라비아타는 자신의 턱 아래를 쓸어내리며 그리 중얼거렸다.
하지만 저 지하인 소녀가 없어진다면 저 드래곤 하트를 언제 다시 정화할 수 있을지 기약을 잡을 수 없었다.
다행히 엘프의 여왕, 프리실라가 있는 이상 몰려오는 키메라 군단을 상대하는 데 크게 고역은 없을 테지만…….
“하아. 일이 힘들게 됐네요. 이곳의 나무들은 제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으니…….”
그녀 또한 이곳의 오염된 마력으로 인해 전력을 다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어쩔 수 없이 그녀는 자신의 팔찌에 걸린 마법을 풀어 기다란 장궁으로 형태를 바꿨다.
“직접 활을 든 게 얼마 만지 모르겠지만, 부디 제 솜씨가 녹슬지 않길 바라야겠죠?”
“……그랬으면 좋겠소.”
한 눈에 봐도 눈이 돌아갈 정도의 엘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웃음을 지었지만, 차마 애덤은 저 웃음에 가슴이 두근거리지 못했다.
그러기에는, 상황이 허락해 주지 않았으니.
키에에엑-!
저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키메라의 울음소리가 마치 이 탐사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리는 것 같아, 애덤은 기나 긴 탐사로 인해 지친 몸을 이끌고 전선에 나섰다.
“고지가 멀지 않았다, 전우들이여. 검을 들고 우리 왕실의 저력을 보이자!”
* * *
“아네이스. 이제 자네가 움직여야 할 때이구먼.”
“……제가요.”
도미닉의 말에 아네이스는 그가 왜 자신에게 저런 말을 했는지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었다.
도미닉의 손에 들린 육각면체 오브에서 나오는 일정한 파장은 퍼지는 범위만큼 마력을 동결시켰다.
그러나 마력이 동결된 것은 황실 측 또한 마찬가지였고, 지금부터는 순수 육체적인 능력만 가지고 전투를 이어 가야 한다.
비록 램퍼트 모험단이 알파와의 전투에서 큰 피해를 입긴 했으나, 이 육각면체의 오브는 그리 오랜 시간 지속되지 않기에.
도미닉은 순수 마력이 아닌 오리진이라는 힘을 쓰는 저지먼트 기사단, 즉 아네이스의 힘이 필요한 것이다.
비록 마력까지 온전히 쓸 수 있을 때에 비하면 부족하겠으나, 마력을 쓰지 못하는 일반인을 상대로는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할 테니.
“아네이스. 이는 황실의 뜻인 합일(合一)을 위함일세.”
“……그게 뭔데요.”
“……온전히 하나된 인류. 지금처럼 서로에게 칼을 겨누는 일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미래를 말함일세. 그곳에는 서로를 미워하지도, 증오하지도 않는 오롯이 인간만을 위한 세상이지.”
그게 바로 인류를 위한 정의라며.
도미닉은 아네이스를 설득했다.
정의.
참 어려운 말이다.
아네이스는 뒤를 돌아봤다.
앞서 있던 전투로 인해 지친 기색이 여력한 램퍼트 모험단과, 아직 여력이 남은 듯 보이는 클라인.
그에 반해, 이번 전투에서 몇몇 위협적인 키메라만을 상대한 덕에 멀쩡한 황실의 기사단.
하지만 이런 유불리의 상황은 아네이스에게 아무래도 좋았다.
어느 쪽이든.
지금의 상황에서는 자신이 어디에 서든 유리함을 가지고 올 수 있었으니까.
다시 한번 도미닉의 말이 떠올랐다.
정의를 위해.
물론, 아네이스도 이제는 잘 안다.
이곳에 있는 클라인은 죽을 이유가 전혀 없는 사람이다.
램퍼트 모험단이야 무언가 자신들이 원하는 게 있기에 황실과 이해득실이 얽혔다고 하지만, 적어도 클라인은 전혀 연관이 없었으니까.
그는 그저 자신의 형을 따라 탐사에 나선 일개 생도일 뿐.
저들이 말하는 미래라면, 여기서 클라인이 억울하게 죽어야 할 이유 또한 없었다.
그러니 저것은 가식이며 위선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아네이스는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여기서 아네이스가 클라인의 편에 선다 한들, 여러 사람이 있는 지금 아네이스의 선택이 황실의 귀에 들어가지 말라는 법도 없었으니.
아네이스는 그렇게나 정의를 부르짖는 황실의 거짓을 파악할 때까지. 그리고 스스로의 힘이 갖춰질 때까지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찾아온 선택의 순간.
아네이스는 하나의 결론에 미치고 말았다.
‘나도, 그렇구나.’
가식. 위선.
저지먼트 기사단을 포함해 정의를 외치는 이들의 말 속에 숨어 있는 진실된 모습.
만약 여기서 다시 한번 황실의 편에 선다면.
자신 또한 그들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아네이스는 스스로의 검에 오러를 피워 냈다.
티 없이 맑은 순백의 오러는, 끝내 그 검끝을 황실 기사단에게 향했다.
“……결국, 그런 선택을 하는구먼. 안타까운 일이야. 조금만 상황이 다르게 흘러갔더라면, 이곳의 모든 인재들을 우리 황실이 품을 수 있었을 것을. 제국의 눈이 어두웠던 것을 탓해야 함이지…….”
그러면서, 도미닉과 황실 기사단은 뒤로 물러섰다.
“……?”
“하나 굳이 우리의 손을 더럽히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감사히 여겨야겠구먼.”
“……!”
“히힉…… 인간, 인간은 역시 재밌어. 나도 껴도 돼?”
어느새 뒤에서 들려오는 그 목소리보다 빠르게, 아네이스의 검이 뒤로 휘둘려졌다.
카앙-!
“히히히! 좋아, 나도 낄게. 응─?!”
그 짧은 사이. 클라인과 아네이스에게 베인 상처가 상당히 아문 알파가 아네이스의 검에 튕겨져 멀리 도약했다.
“빨리 처리하시게, 괴물. 황실의 은총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으니.”
“아쉽지만, 히히! 알겠어!”
아무래도 좋았다.
좀 더 놀고 싶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나 강한 인간들을 나뭇가지 꺾듯 죽이는 것 또한 하나의 재미였으니.
알파는 굳이 아네이스와 시간을 끌기보다, 간신히 버티고 있는 램퍼트 모험단으로 시선을 향했다.
“큭……. 황실이 더러운 건 여전하군요.”
“욕이라면 얼마든지 받아 주겠네. 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야.”
일렉사가 살기 어린 눈으로 도미닉을 바라봤으나, 도미닉은 그 시선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이제 다시 놀자아아아!!”
그렇게 알파가 램퍼트 모험단을 향해 날아드는 순간.
퍼억-!
그런 알파의 측면에서 무언가가 쏜살같이 달려들어 놈의 옆구리가 움푹 파이도록 걷어찼다.
그로 인해 아까 아네이스에게 베인 상처가 다시금 찢어지면서, 알파는 고통어린 괴성을 내지르며 벽에 처박혔다.
“무슨?!”
갑자기 나타난 황금빛 오러.
그 존재를 확인한 도미닉의 얼굴에 경악이 어렸다.
희미하나, 그 빛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는 클라인은 자신의 오러와 같은 찬란한 황금빛 눈동자로 날아간 알파에게 시선을 떼지 않았다.
‘지금이었구나.’
순간, 클라인은 떠올렸다.
[그때가 찾아오면, 걱정하지 말고 네가 가진 모든 마력을 풀어 보아라. 그럼 내가 하는 말이 뭔지 알게 될 테니.]며칠 전, 셰인이 했던 그 말은 바로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다.
‘형님은 알고 있었어.’
탐사대의 배신자가 누구인지 파악하고, 지금의 상황을 자신에게 맡긴 것이다.
형님이 이런 상황을 어떻게 예측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았다.
생애 처음으로 자신이 가진 최대한의 마력을 쥐어짜며, 그 압도적인 양으로 반마력 파장을 가까스로 이겨 낸 클라인은 언제나 샘물과 같이 넘쳐흐르던 마력이 빠르게 고갈되어 가고 있음을 느꼈다.
‘빠르게 끝내야 해.’
지금은 평소의 전력도 내기 힘든 상황이었으나, 아직 상처를 다 회복하지 못한 알파라면 아까처럼 일방적으로 밀리지는 않을 터.
아네이스가 황실 기사단을 상대하는 사이 클라인은 알파를 완전히 죽여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이변은 클라인에게만 일어나지 않았다.
-파직.
클라인의 마력량을 버티지 못한 육각면체 오브에 금이 간 순간.
“……?!”
도미닉은 자신의 발아래 무언가 있음을 깨닫고 고개를 숙이기도 전에, 그런 그의 그림자가 제 주인인 도미닉을 집어 삼켰다.
“단장님!”
그에 기겁한 황실 기사단이 도미닉에게 달려가려 했으나 이를 아네이스가 두고 볼 리가 없었다.
이윽고 도미닉을 완전히 집어삼킨 그림자는 마치 무언가를 음미하듯 꾸물거리더니, 이내 도미닉의 몸에서 빠져나와 사람의 형체를 띄웠다.
[맛있군. 역겨운 인간의 위선이란 이리도 달콤하구나.]그림자.
어둠의 정령은, 마력이 동결된 도미닉을 손쉽게 제압하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어둠 속으로 홀연히 모습을 감춰버렸다.
그 모든 게,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