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45)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45화
45화 끝나 가는 탐사 (10)
전생에 오스튼이 고든을 패퇴시킨 방법은 생각보다 심플했다.
상대가 대응하기 힘든 수를 쓴다면, 애초에 그 수를 쓰지 못하도록 원천 봉쇄를 한다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누구든 생각할 수 있을 법한 수를 쓰기 힘들었던 이유는 혈마법에 대한 정보가 매우 제한적이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오스튼은 그 제한적인 정보만을 가지고, 수차례 원정대와 고든의 전투를 파악한 뒤 거의 해체하다시피 고든의 혈마법을 파악하는 데 성공했다.
흡혈귀의 권능이 아닌, 그 열화판인 혈마법의 약점은, 무엇이든 진실되게 자신의 것으로 가질 수 없다는 가짜라는 것에 있었다.
그렇다면 그 가짜를 본체에서 분리시키면 되는 일이 아닌가?
여기까지 생각이 이어진 오스튼은 바로 실행에 옮겼고, 단 한 번의 시행착오 없이 고든을 패퇴시키는 데 성공한다.
“……!”
주변에 흩뿌려진 셰인의 마력에 의해 공간이 팽창된다.
동시에 그 공간은 무엇도 존재하지 못하는 진공 상태가 만들어졌고, 그 자리에는 마력조차 외부로 튕겨져 나간다.
주인이 없는 마력은, 세상의 의지에 의해 자연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주인이 없는 마력이란 무엇을 뜻함일까.
공기 중에 포함된 마력을 제외한다면, 이미 죽어 사라진 자의 마력을 혈마력으로 변질시켜 억지로 붙잡고 있는, 세상의 의지를 배반한 어느 한 노인네에게 해당된다.
팽창과 동시에 고든이 소지 중이던 모든 가면이 튕겨져 나갔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고든은 셰인에게 들어올 공격에 대비했으나, 셰인은 고든에게 공격을 가하지 않았다.
그 행동에 고든의 사고가 1차적으로 멈췄을 때, 고든의 등 뒤로 불빛이 터져 나왔다.
아무런 물리력도 없는 간단한 1서클 마법, 라이트(Light).
그로 인해 고든의 그림자가 셰인이 있는 방향으로 길게 늘어지다 이윽고 벽의 그림자와 맞닿았다.
그림자에 숨어 있던 누군가는, 그 찰나를 놓칠 정도로 어수룩하지 않았다.
뒤늦게 음차원의 마력을 감지한 고든이 반응하기도 전에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단검이 그런 고든을 스쳐 지나갔다.
“크륵……!”
단검은 부드럽게 고든의 목을 베고 지나갔고, 순식간에 피분수가 일었다.
단 1초도 되지 않는 순간.
승부는 그 짧은 순간만으로 충분했다.
“후우…… 아직 실력이 녹슬진 않았군요.”
쓰고 있던 안경을 바로잡으며 뒤를 돌아본 제임스는 반쯤 잘려 덜렁거리는 목을 부여잡은 고든을 바라봤다.
철저한 암살자답게, 그는 다시 한번 고든의 머리를 발로 걷어찼다.
덜렁거리는 목이 공처럼 날아가 벽에 부딪치며 뭉개지고, 그제야 제임스는 안심하고 셰인을 바라봤다.
“……셰인?”
그저 아카데미 생도에 불과한 그가 이런 결과를 만들어 냈음이 놀라웠던 제임스가 자초지종을 묻기 위해 셰인을 불렀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바닥에 쓰러진 채 미동조차 하지 않는 그를 보며 제임스가 황급이 다가가려던 그 순간.
“주인님께 손대지 말아라, 인간.”
쓰러진 셰인의 배후에서 등장한 어둠이 둘 사이를 가로막았다.
“……어둠의 정령? 주인이라고?”
통상적으로 계약이 불가능하다 알려진 어둠의 정령이 계약한 것도 모자라 인간을 ‘주인’이라 부르는 상황에 제임스가 잠시 당황하며 물러섰다.
단순 계약이 아닌 주종 관계가 확립됐다는 의미이지 않은가.
“krrrr…… 그때와 같은가.”
제임스의 반응에 관심이 없던 어둠의 정령은 쓰러져 있는 셰인을 바라보며, 누군가를 애도했다.
아마, 차라리 죽음을 바라고 싶어질 것이다.
기본적으로 어둠의 정령으로서 인간과 같은 감정이 없음에도, 정령은 그런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야, 지금쯤 상대는 과거 자신보다 더한 끔찍한 결말을 맞이하고 있을 터이니.
그 당시의 기억은 없으나 그러한 일이 있었다는 것 정도만 파악하고 있던 정령은, 지금의 자신이 아닌 썩은 나무 정령이 느꼈던 공포가 지금도 본능에 새겨져 있었기에 이런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 * *
“크윽?!”
달려드는 키메라의 공격을 흘려보내고 반격을 가한 애덤은 간신히 신음을 삼켰다.
비록 다른 곳보다 통로가 넓으나, 여전히 비좁게 느껴지는 이 나무 밑 통로에 몰려오는 키메라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하지만 그보다 애덤과 그의 기사단원들을 괴롭히는 것은, 바로 뒤에서 느껴지는 너무도 뜨거운 열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이오!’
뒤에서 느껴지는 열기의 원인이 누구인지는 말할 것도 없었다.
바로 라비아타였다.
라비아타는 드래곤 하트에서부터 촉수가 등장하기 무섭게 저렇듯 열기를 일으켰는데, 당장 저쪽으로 시선을 돌려 봐야 보이는 것은 실명할 듯 타오르는 불길뿐이었다.
한편 안에 있는 디라일라가 걱정됐으나, 그런 애덤의 걱정과 다르게 디라일라는 라비아타의 보호를 받는 덕에 그을린 흔적은커녕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있었다.
다만 디라일라를 자신의 영향권에서 지키는 것이 한계인 라비아타는 그다지 여유롭지 않았다.
‘젠장, 쉽지가 않네.’
차라리 수만이라는 숫자의 군대를 상대로 평원에서 싸우는 게 쉬웠지, 이런 제한된 공간에서 자신의 열기로부터 다른 이들을 지키기에는 당장 라비아타가 가진 마력이 너무도 파괴적이다.
그걸 가까스로 컨트롤하며, 눈앞에 있는 촉수를 상대하는 일은 라비아타에게도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나, 당장 스스로의 ‘역린’(逆鱗)을 건드린 지금.
마력의 컨트롤은 더더욱 힘들 수밖에 없었다.
저 촉수는 타인의 마력에 대한 주도권을 강탈하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어지간한 속성 지배력이 있지 않는 이상 저 촉수에 대항할 수단은 그리 많지 않았고, 당장 라비아타는 어떠한 이유로 자신이 가진 속성 지배력을 외부로 돌린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저 촉수에 대항하려면 이러한 폭주의 상태에 돌입할 수밖에 없던 것이고.
‘그 멍청한 녀석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야!’
메자이아 대수림에 들어온 직후부터 자신이 가진 속성 지배력을 일부 부여받은 단원을 떠올리며 라비아타가 이를 악물고 있던 그때.
“어?”
방금까지 라비아타의 마력을 잡아먹기 위해 발악하던 촉수의 기세가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 뜻밖의 변화에 호응이라도 한 것일까.
“으아아아아악!!”
갑자기 허공에서 들려오는 괴성에 시선이 돌아갔다.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 작은 불꽃이 튀더니, 이내 그 기세를 급격히 불려 가며 사람의 형태를 띄워나갔다.
“이 몸, 등자아아앙!!”
마치 차원을 불태우는 듯한 불길. 그 속에서 한 남자가 튀어나오며 라비아타를 보고는 씩 웃었다.
“미안, 단장. 좀 지각했다. 하하핫!”
“저 썩을 놈이…….”
이곳 메자이아 대수림에 먼저 들어와 있던 라비아타의 단원.
이그니스의 등장이었다.
“어디서 뭘 하고 있던 거야!”
“헷. 지금은 상황이 급하잖아. 나중에 설명할게. 근데 나도 지금 이게 어떻게 된 건지 잘 모르겠거든.”
그러면서 이그니스는 기세가 줄어든 촉수를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
“근데 하나는 확실하지. 저 망할 촉수 놈부터 어떻게 해야겠다는 거.”
그러면서 이그니스는 자신의 가슴으로부터 하나의 불꽃을 피워 내 그것을 라비아타에게 건넸다.
“다시 가져가라고, 단장.”
“빌어먹을 놈.”
불꽃이 라비아타에게 돌아가자, 이그니스는 다시금 자신의 자취를 감췄다.
불의 정령, 이그니스.
여태까지 메자이아 대수림을 파악하기 위해 먼저 들어왔던 라비아타의 정령이 돌아오면서, 그동안 건네줬던 속성 지배력 또한 제자리를 찾았다.
라비아타는 폭주하던 자신의 마력이 다시금 자신의 주도하에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후우, 좋아. 일단 이 망할 것부터 끝내 버리자고!”
여태까지는 그저 폭주하듯 휘두르던 마력이 질서정연하게 움직이기 시작하자, 화력이 집중적으로 촉수를 향해들었다.
이윽고 기세가 줄어들기 시작한 촉수는 그에 대항하지 못한 채 끝내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고.
한참 집중에 들어섰던 디라일라에게도 희소식이 들려왔다.
“어? 갑자기 애들이 온순해졌어요!”
“그렇단 말이지……! 거기 기사단! 다들 엎드려!”
“……!”
라비아타의 말에 애덤과 그의 기사단원들이 일제히 몸을 피했다.
그러자 라비아타는 여태까지 드래곤 하트에 집중되고 있던 자신의 마력을 몰려오는 키메라 군단을 향해 날려 보냈다.
어마어마한 화력이 애덤과 그의 기사단원들 머리 위로 스쳐 지나가며 통로에 있던 모든 키메라를 집어삼켰다.
놀랍게도 여태까지 라비아타의 화력 때문에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고 있던 애덤과 그의 기사단원들은 어느새 열기가 자신들을 보호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오히려 부드럽게 휘감겨 오는 온기가 지친 그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제 좀 끝내자, 이 지겨운 것들아!”
그 열기 속에서도 동료를 방패 삼아 살아남은 키메라들이 불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금 달려들었으나.
그 기세는 이전과 다르게 확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대수림의 탐사가 그 끝을 보이고 있었다.
* * *
한 순간의 방심으로 일어난 사태에, 고든은 놀라면서도 화가 나긴 했지만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했다.
‘지금은 이렇게 물러설 수밖에 없겠군. 쯧, 아쉽게 됐어.’
본래라면 조직에서 더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만도 했으나, 고든은 굳이 그러지 않았다.
그래 봐야 인간에 불과하다고 얕잡은 것도 문제였으나, 자신의 역작인 다크엘프의 완성이 얼마 멀지 않았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 다크엘프들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았고, 꽁꽁 숨겨 둔 드래곤 하트에 탐사대가 도달했으며, 정작 자신은 이렇게 그 어린 애송이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비록 실수하긴 했으나, 완전한 패배는 아니다.’
그래도 이번 일로 인해 얻은 데이터의 양이 결코 적지 않았다.
아쉬운 게 있다면 드래곤 하트를 완전히 소유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그거야 다음을 노리면 된다.
비록 자신의 육체는 죽었으나, 그는 본래 영혼을 다루는데 능숙한 흑마법사이자 혈마법사다.
죽은 몸뚱이는 버리고 본래 자신의 육신으로 영혼은 알아서 돌아갈 터.
‘대관절 그 애송이가 가진 지식이 얼마인지 모르겠군.’
다만 셰인의 존재가 고든을 걸리게 만들었다.
이곳에 온 이후부터, 셰인의 주도하에 고든이 준비해 둔 모든 수가 사라지기 시작했으니.
조직에서 철저히 숨겨 왔던 드래곤 하트의 존재가 외부에 알려지는 것도.
천연 요새 역할을 하던 메자이아 대수림의 기상 현상을 파악한 것도.
엘프들이 아닌 이상 알 수가 없는 지하 터널의 존재 여부도.
엘프들만이 쓸 수 있는 텔레포트를 활용한 것도.
전부, 전부 그 애송이의 발상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이쯤 되니 심증적으로 다크엘프가 사라진 것도 셰인이 한 짓이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
‘뭐가 됐든, 나중에 놈들에게 알아보라 시키면 될 일이지.’
어쨌든 지금은 다시 본래의 육체로 돌아가 이번에 얻은 데이터를 정리하는 게 급선무였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
쓰고 있던 육체가 죽은 직후부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깜깜한 시야만 이어지고 있을 뿐.
과거 연합군과의 전투에서도 살아남은 자신의 비기다.
지금이라면 공간을 통과한 채 본래의 육신으로 돌아가도 충분한 시간이 흘렀음인데, 여전히 시야가 어두웠다.
‘이게 무슨 일이냐.’
무언가 이상했다.
그 낌세를 느낀 직후, 고든의 시야가 밝아졌다.
그곳은, 핏빛으로 불길한 색에 물든 하늘과 그 아래로 지평선 너머까지 시체들이 늘어져 있는 곳이었다.
그 가운데.
왕좌에 앉은 채, 성스러운 검에 찔려 있는 한 사내가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