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47)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47화
47화 수확의 시기 (2)
요람의 개방은 전 대륙을 떠들썩하게 만들 만큼 역사적인 일이다.
아마 모든 국가는 어떻게 해서든 요람에서 나오는 천연 자원들에 대한 지분을 확보하고 싶을 터.
그러나 역사적으로 개방되어 왔던 요람들과 다르게, 이번에는 주인이 확실히 존재하는 요람이다.
그 주인은 당연히 엘프들.
주인이 존재하는 이상 제아무리 제국이라 할지라도 함부로 발을 들일 수는 없다.
물론 엘프들이 인간들의 접근을 완전히 막으려 한다면 인간 측에서 엘프들에게 전쟁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명분이 없지 않느냐 할 수 있겠지만, 인간으로서는 거대한 이해득실 앞에서 명분은 그리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셰인은 인간들이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그들의 탐욕이 이기심으로 발전하지 못하도록.
그로 인해 인간들간의 분열을 야기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이득 앞에서 인간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의 등에 칼을 꽂을 준비가 되어 있는 존재들이었지만, 반대로 이득 앞에서는 철천지원수끼리도 손을 잡을 수 있는 이성을 가진 동물이었으니까.
그 중간에서 컨트롤을 잘 해내야만 했다.
그와 관련해서 셰인은 며칠 동안 프리실라와 향후 계획과 관련된 논의를 해야만 했다.
“후, 좋아요. 대부분의 문제는 다 정리했네요?”
“그렇군.”
“참, 저답지 않게 너무 많은 일을 했어요. 어서 아이들이 깨어나야 저도 편안해질 텐데요.”
그런 프리실라의 엄살에도 셰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금 말을 이었다.
“때가 되면 그 물건을 받으러 오지.”
“준비해 두고 있을게요. 그래도 앞으로 진행될 일에 차질이 없다는 가정하에 드리는 것이니, 그 부분은 알아주셔야 해요?”
메자이아 대수림의 개방은 비단 셰인에게만 이득으로 이어지는 일이 아니었다.
엘프들 또한 요람을 개방하면서 일어났어야 할 수많은 진통들을 미리 대비할 수 있게 됐으며.
인간들의 시선이 이곳에 쏠리기 시작하면 조직에서도 섣불리 이전처럼 작업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었다.
그로 인해 프리실라는 이곳, 메자이아 대수림 깊은 곳에 잠들어 있는 보물 하나를 셰인에게 약속했다.
이후 세상에 드러날 일이 없는, 이제는 단 하나뿐인 보물.
드래곤의 역린.
과거 모든 종족의 정점에 있던 존재가 가진 정기가 모여 있는 물건이자, 훗날 셰인에게 있어서 조직에 대적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물건이었다.
“드래곤 하트가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아직 마음 놓고 있을 때는 아니지. 할 일이 있지 않나.”
셰인이 한 말에 프리실라가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메자이아 대수림의 개방에 있어서 가장 우선시되는 일 두 가지.
바로 마력 불안정 현상과 수면기에 들어간 엘프들을 깨우는 일이었다.
“음~ 그렇죠. 애초에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셰인, 당신이 말했던 계획에 큰 차질이 생기니까요. 하지만 이건 저라고 어떻게 해결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랍니다. 세계수에 아무래도 문제가 생긴 모양이에요.”
“바로 가도록 하지.”
“음…… 원래 다른 종족을 세계수의 아래까지 데리고 가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인데…….”
그러면서 프리실라가 셰인을 바라봤다.
“그곳에서 네가 가진 힘이 얼마만큼 늘어나는지 알고 있다. 따로 맹세까지 할 필요는 없겠지.”
“이런. 그것까지 알고 계신가요? 정말 모르는 게 없네요.”
“알고 있는 것만 알 뿐이다.”
이윽고 둘은 세계수의 중심부로 향했다.
다만 평범하게 걸어서 가는 것은 아니었고, 여왕의 방에 설치된 마법진으로 이동해야만 했다.
그렇게 도착한 세계수 앞.
사람들의 상상만큼이나 거대한 나무가 하늘 높이 뻗어 올라가 있는 모습은 과연 장엄하면서도 엄숙한 기분이 들도록 만들었다.
외부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던 이 거대한 나무는 외부가 어떤 환경이든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올곧게 서 있었다.
거기에 세계수의 내부는 말 그대로 요람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수많은 엘프들이 세계수의 내부에 맺힌 열매 안에 들어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거기까지만 해도 인간들이 쉬이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었으나, 그보다 더한 것이 존재했다.
세계수의 아래, 무언가가 눈을 감고 있었던 것이다.
“원 포 올(One for all.). 그린 드래곤이로군.”
“……네, 맞답니다.”
거대한 세계수의 뿌리가 내린, 두 눈을 감은 채 긴 잠에 빠진 듯 보이는 그린 드래곤.
그린 드래곤의 이름은 고대 언어로 ‘전체를 위한 하나’라는 의미로, 이름처럼 그들은 스스로가 세계수라는 거대한 초목이 되어 숲을 형성한다.
그리고 인간들은 물론이고 엘프에게도 아득한 시간 동안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단 한 번. 그들이 잠에서 깨어나는 시기가 있다.
수천 년 동안 숲을 일군 그린 드래곤은 때에 맞춰 수면기를 끝내고 산란을 한 뒤, 다음 세대를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마력을 방출하여 자식에게 전승하고 숨을 거둔다.
그때가 바로 엘프들이 수면기에 들어설 때다.
다음 세대의 드래곤과 마력을 공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죽은 드래곤은 다시 자신이 일평생 일군 자연으로 돌아가고, 새로운 세대의 그린 드래곤이 깨어나면 엘프들의 수면기도 동시에 끝맺음을 맺는 것이다.
그러나 긴 시간 동안 아카샤의 대봉인으로 인해 ‘성장’을 허락받지 못한 해츨링이 마력을 받아들이지 못하자 마력이 다시금 자연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었다.
“이걸 어찌하면 좋을까요.”
그린 드래곤은 엘프들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이며, 엘프들의 근원이나 마찬가지인 존재다.
때문에 가장 큰 문제는 해츨링과 깊은 교감을 진행 중인 엘프들이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교감 중에는 시간이라는 개념이 없기에 해츨링이 깨어나지 않는 이상 엘프들 또한 이변을 깨닫지 못하고 언제까지고 잠에 빠져 있을 테니.
프리실라의 걱정은 당연한 일이었다.
여왕인 프리실라는 수면기에 들 수 없기에 그들의 정신체에 간섭할 권한 또한 없었으니.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군.”
“정말요?”
“다만 네가 가진 정기가 필요하다.”
“어머!”
그러자 프리실라의 얼굴이 잘 익은 복숭아처럼 붉어지며 몸을 배배 꼬았다.
“너무 직설적인 거 아니신가요?”
“……이상한 말로 알아듣지 말지.”
“헤, 장난이었답니다.”
그러고는 언제 얼굴을 붉혔냐는 듯, 프리실라는 자연스럽게 웃으며 물어 왔다.
“정기가 필요한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이제부터 저들의 마인드 로드에 간섭할 예정이다.”
“음, 상당히 위험한 행위네요.”
마인드 로드란 현재 그린 드래곤의 해츨링과 엘프들의 정신체가 모여 있는 가상의 공간을 뜻한다.
셰인은 그곳에 자신의 정신을 불어넣어 엘프들을 깨울 예정이었으나,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비록 해츨링이라고는 하나, 위대한 존재인 드래곤과 평균 수명이 수백 년에 다다르는 엘프들이 가진 수천의 정신체로 이루어진 사상의 흐름 속에서 제정신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으니.
오랜 시간 준비하지 않는다면 프리실라조차도 위험할 정도였다.
그러나 셰인은 달랐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으나, 타락에 의해 스스로의 내면에 갇혔을 때.
그 시간이라는 개념이 없는 공간은 1분이 10년 같았고 때로는 100년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흐른 듯한 세상이었으니.
그런 장소에서 자기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셰인은 스스로의 기억을 수천, 수만, 수억 번을 되감으며 자기 자신을 또렷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니 저 공간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자기 자신을 잃을 걱정은 없었다.
다만 스스로를 지키는 것까지는 가능할지라도, 수많은 사상이 한데 얽힌 그곳에 멋대로 침입했다간 곧바로 적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그들에게 가장 친숙한 엘프 여왕, 프리실라의 정기가 필요했다.
“음, 그렇다면 좋아요. 제 정기를 나눠 드리도록 할게요.”
설명을 다 들은 프리실라가 양손을 셰인의 어깨 위에 올리고는 천천히 얼굴을 가까이 했다.
풀 내음이라 해야 할까.
애초에 세계수의 중심부에 있으니만큼 그 어느 때보다 청량한 풀 내음이 가득했으나, 프리실라에게서 나는 향기는 또 달랐다.
서로의 코가 닿고, 끝내 입술이 닿기 직전.
프리실라의 입술로부터 조금씩 옅은 풀빛의 정기가 셰인의 입을 통해 들어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프리실라가 천천히 얼굴을 도로 빼내자, 셰인은 자신의 내면에 충만하게 차오르는 자연의 기운을 느꼈다.
‘상성이 별로 좋지는 않군.’
신체 자체는 이 기운을 받아들이며 엄청난 생명력에 환호하고 있었으나, 반대로 셰인의 오리진은 이러한 기운을 극도로 꺼리는 경향을 보였다.
‘혐오하고 있어.’
어둠 또한 자연의 일부였으나 엄연히 기운이 다른 법.
셰인이 가진 어둠은 생명력과 상성이 좋을 수가 없었다.
아무튼, 이것으로 준비는 끝났다.
“차암. 표정에 변화 한 번 없으시네요. 무뚝뚝한 사람.”
“그게 놈들을 상대할 때 가장 올바른 태도일 테지.”
“그것도 그렇겠네요.”
아무튼 이로써 준비가 끝났다. 셰인은 엘프들의 정신체가 모여 있을 그린 드래곤의 품속 알을 향해 다가갔다.
* * *
“우와…….”
“……다시 보기 힘든 광경이겠네.”
“응.”
며칠 뒤.
프리실라의 허락을 받은 탐사대는 세계수의 꼭대기에 도착했다.
신기하게도 세계수 주변으로는 이 변덕스러운 기후의 원인인 마력 불안정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다.
멸망하는 세상 속에서 오로지 자신들만 남은 것 같은 몽환적인 기분이 탐사대의 가슴에 가득 채워졌다.
그리고 변화는 금방 시작됐다.
항상 먹구름이 껴 있던 메자이아 대수림에 조금씩 햇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풀 내음이 가득한 마력이 대수림에 퍼진 모든 나무로부터 흘러나와, 혼란으로 가득했던 주변의 마력들을 어르고 달래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혼란으로 가득한 마력이 진정하며 조금씩 나무로 흡수되는 모습은 마치 숲속에서 거대한 실크 커튼이 휘날리는 풍경을 자아냈다.
“아…….”
“아름답다.”
커튼을 따라 먹구름으로 가득한 하늘이 개어 갔고, 따스한 햇살이 숲 전체에 생명력을 되찾아주고 있었다.
[아─♫ 아아─♪]아래서부터 수많은 목소리들이 하모니를 이루며 탐사대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긴 잠에서 깨어난 수천 명의 엘프들이 혼란에 빠진 대수림의 마력을 달래기 위한 자장가를 부르고 있었다.
하나 엘프들의 하모니는 마력만을 달래지 않았다.
“흑…….”
“……그, 멍청한 녀석.”
“왜 먼저 간 거냐……. 워렌.”
“너희와 이 풍경을 보고 싶다.”
이곳까지 오며 잃은 동료들을 위한 레퀴엠.
이제는 이곳에 없는 자신의 친우를 떠올리며, 탐사대원들은 굵은 눈물을 떨어뜨렸다.
그에 마치 바람이 다가와 그런 눈물을 대신 훔쳐 주듯 스쳐 지나갔다.
분명 이 슬픔은 오래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내일이 되면 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것이고, 죽은 동료들보다는 빛나는 미래를 생각할 것이다.
냉정하다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무기를 들고 전선에 나서는 인간들에게 죽음은 너무도 가까웠고, 슬픔은 사람과 죽음을 연결하는 족쇄와 같았으니.
슬픔을 떨치는 것 또한 생존의 방법이 되었기 때문이다.
동료들이 죽은 순간이나 그들의 빈자리를 기억하기보다, 죽은 이들과 함께 보내온 추억을 더욱 회상하는 것으로 나쁜 기억들을 떨쳐 낸다.
그러니 참으로 다행이지 않은가.
이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회상하는 동료들의 기억은, 자연스럽게 아름다웠노라 영원히 기억될 테니.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