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49)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49화
49화 수확의 시기 (4)
탐사대가 밖으로 나온지 이주일이 지나갈 무렵.
라비아타의 대외적인 일정도 대략적으로 끝맺음을 하고 셰인과 그 일행들도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혹시 몰라 한 번 더 말해 두겠지만, 황실과 관련된 일은 침묵해야 한다.”
“어, 오케이.”
“알겠습니다, 형님.”
“응.”
아카데미에 도착하기 직전. 셰인은 일행들에게 그렇게 상기시키고는 마차에서 내렸다.
그러자 당연하게도, 다수의 기자들과 함께 수많은 생도들이 그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번 메자이아 대수림의 개방 소식에 가장 뜨겁게 달궈진 곳이 바로 연합국의 아카데미였기 때문이다.
디라일라는 앞서 몇 번이고 이런 인파를 봤지만 여전히 익숙하지가 않아서 어색하게 웃었고, 클라인은 평소처럼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으며, 아네이스와 셰인은 표정에 별 변화 없이 그러한 인파들을 맞이했다.
사방에서 기자들이 인터뷰를 한 번이라도 따기 위해 달려들었으나 이내 그들은 아카데미 측에서 나온 가드들과 교수들로 인해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아카데미의 총장인 하우젠 G 크로노스까지 등장했다.
“할 말이 많지만, 이 말부터 해 주고 싶구나. 정말 고생 많았고, 너희들이 자랑스럽다.”
크로노스는 진심으로 그리 생각하며 셰인 일행을 맞이했다.
마음 같아서는 이들이 좀 더 쉴 수 있게 편의를 봐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이미 너무 많은 관심을 받고 있어서, 총장의 입장에서 일단 대수림의 탐사가 어떠했는지 들어야 할 의무가 있었기에.
아니, 하다못해 그러했다는 세간의 인식이 필요했다.
“힘들겠지만 너희들의 시간을 좀 빼앗아야 할 것 같다.”
“괜찮습니다.”
가장 앞에 있던 셰인이 대표해서 그리 말하자, 크로노스도 인자한 웃음을 머금고는 그들을 총장의 개인 사무실로 데리고 왔다.
“사실 모험가 협회와 국회 측에 이미 탐사 진행 관련 서류는 받았단다. 다만 이번 일로 몇 가지 충고를 해 주고 싶어 이리 불렀지.”
“어떤 말씀이든 받겠습니다.”
“허허, 별건 아니야. 그저 노파심에 하는 소리지. 자네들이 이루어 낸 업적은 나조차도 함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업적이야. 하지만, 그로 인해 너무 젊은 나이에 얻게 된 명성이 오히려 자네들에게 독이 될까 걱정이 됐네.”
크로노스의 말에 셰인도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는 그저 듣기만 하기보다, 무엇이 문제가 될지 셰인이 먼저 입에 올리는 것이 옳았다.
“예. 저희의 이름값을 노리고 다가오는 이들도 많으리라 예상됩니다.”
“오, 말하지 않아도 잘 아는군. 맞아. 분명 많은 곳에서 자네들을 만나기 위해 찾아올 테지.”
그 정도야 셰인도 이미 예상하고 있던 바였다.
물론 아직 지금 상황이 어리둥절하기만 한 디라일라와 다른 일행들은 아니겠지만.
당장 사람들이 보내 오는 환호에도 어버버 하고 있는 마당에 그런 걸 걱정할 틈이나 있었겠나.
“내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을 봐 왔지. 그중에는 남들이 평생을 일궈도 얻지 못할 명성을 단번에 얻는 이들도 적지 않았어. 원래 이런 바닥이 아니던가. 그치?”
“예, 맞습니다.”
그 말처럼 던전에서 의도치 않게 숨겨진 비밀을 찾았다던가, 아직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현상을 풀어냈다는 등.
다양한 이유로 급격히 명성이 늘어나는 이들은 그리 어렵지 않게 등장했다.
“나는 그런 이들이 어떻게 등장하고 또 어떻게 몰락하는지 봐 왔어. 자네들도 그런 일을 겪지 않길 바래서 이리 따로 불렀네. 하물며 요람의 개방을 이루어 낸 영웅들이 아닌가. 이는 100년 만에 일어난 일이라 자부심을 가져도 좋아. 하지만 그게 자만으로 이어지지 않길 바랄 뿐이네.”
크로노스 총장은 진심을 담아 그리 말했다.
셰인 또한 크로노스는 인류에게 반드시 필요한 인물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비단 그가 이런 참교육자의 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셰인의 전생에서 크로노스는 조직이 세상에 태동할 무렵에 세상을 떠났다.
연합국에서 일어난 조직의 테러 사태.
당시에 크로노스는 아카데미 생도들을 지키기 위해 가장 최전선에서 전투를 치렀고, 그 일로 치명적인 부상을 입어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때문에 크로노스는 셰인이 존중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였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면 문제가 생길시 상담을 위해 찾아와도 괜찮겠습니까.”
“음. 물론이지. 사양하지 말게. 나 또한 100년 만에 등장한 영웅의 스승이 된 것에 대한 자부심이 생겼으니 말이야. 허허허.”
크로노스는 그리 말하며 그들을 배웅해 주었고, 남은 일행들도 생각에 잠긴 듯 보였다.
아네이스는 멍한 표정을 지었지만, 속으로는 상당히 복잡한 상태였다.
방금 크로노스가 말했듯, 자신은 이용할 가치가 생겼고 이는 곧 황실의 체스 말이 될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디라일라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한 번 쉽사리 사람을 믿었다가 어떤 꼴을 당했던가.
예전에는 마냥 이름값이 높아지면 남들이 함부로 건들 수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정작 지금 그 상황이 들이닥치자 현실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생각해 보니까 난 아무런 백도 힘도 없는 명성만 높은 이종족이잖아……?’
아무리 생각해 봐도 마냥 좋아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그러자 디라일라는 셰인과 클라인에게 더더욱 붙어살아야겠다고 판단했다.
‘클레이튼 가문의 이름값이 어땠더라…….’
한편, 둘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셰인은 클라인과 따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클라인. 한동안은 따로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구나.”
“음…… 아쉽지만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클라인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본래 머리가 나쁘지 않은 클라인이니만큼, 방금 전 총장과의 대화에서 깨달은 게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너는 모험가 협회 측 위주로 자리를 다지고 있어라. 이게 거기에 도움이 될 거다.”
“이게 무엇입니까?”
두꺼운 서류 뭉치.
그 내용은 아직 모험가 협회 측에서 토벌하지 못한 미토벌 던전 리스트였다.
물론 단지 리스트만 건넨 것은 아니다.
그것들은 전생에 셰인이 조직에 가담했을 무렵 클리어한 던전들이었기에, 던전을 진행함에 있어 필요한 정보들도 함께 담겨 있었다.
적혀 있는 주의사항만 유의한다면 클라인의 실력으로도 무리 없이 클리어가 가능할 터.
“음, 알겠습니다. 그러면 형님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나는 대외적으로 이름을 알릴 예정이다. 어차피 가주님도 이미 몸이 달아오르셨을 거다.”
“아…… 아무래도 그렇겠군요.”
“어차피 이번 학기 성적은 더 이상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
실기에서 얻어야 할 점수는 이번 메자이아 대수림의 탐사로 말할 필요도 없을 수준이고, 남은 것은 필기 정도인데 그거야 시험 날짜에 맞춰 오기만 하면 된다.
5년차 생도는 굳이 아카데미에 출석을 하지 않더라도 슬슬 외부 활동을 할 시기이기 때문에 아카데미에서 터치를 하지 않았다.
단 하나. 곧 있을 계급심사를 제외한다면, 더 이상 아카데미에서 시간을 끌지 않아도 됐다.
‘이제부터는 명성 관리를 해 나가야겠군.’
아직 엘프의 여왕 프리실라에게 드래곤의 역린을 받아 오지 못했고, 적어도 메자이아 대수림의 엘프들이 안정된 시기를 찾으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조금 걸렸다.
그때까지는 굳이 던전이나 다른 요람에 찾아갈 필요가 없기에, 셰인은 이제 외부적인 명성 관리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디라일라. 너는 당분간 클라인을 따라다니면서 성장에 힘쓰도록 해라.”
“어? 응. 알겠어.”
마침 클레이튼 가문과 떨어질 이유가 없던 디라일라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이후 각자의 기숙사로 헤어지기 전에 셰인은 따로 아네이스를 불러 단둘만의 시간을 가졌다.
그 와중에 클라인이 또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갔으나…… 이제는 슬슬 익숙해지려는 마당이다.
“무슨 일이야?”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불렀다.”
“걱정.”
“그래. 너도 알겠지만 당장 황태자는 움직이지 못해. 도미닉의 황실 호위 기사단은 황태자가 대외적으로 쓸 수 있는 제법 큰 손이었으니까. 그중 하나가 잘려 나간 탓에 그걸 처리하느라 바쁠 거다.”
“아…….”
“그뿐만 아니라 황태자가 아닌 황실의 입장에서 이번 기사단의 몰살이 가볍게 볼일은 아니지. 국제 정치적인 시선으로 봤을 때, 하이엘 왕국의 기사단도 어느 정도는 살아남았고, 램퍼트 모험단은 유실이 그리 크지 않았다. 오로지 황실의 기사단만 몰살된 사태다 보니, 황실의 이름에 먹칠을 한 것이라 여길 거다.”
“응.”
“그러니 황태자보다는 아직 황권을 잡고 있는 황제 쪽에서 움직일 거다. 그러면 황태자도 쉽사리 움직이지 못할 테니, 네가 걱정하는 일은 당분간 벌어지지 않겠지.”
“그렇…… 구나. 다행이다.”
표정 변화가 드문 아네이스가 진심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황태자와 얽힌 저지먼트 기사단의 내부 사정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아네이스의 입장에서, 그들의 입맛대로 부려지는 것은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었을 테니.
셰인 또한 괜한 압박으로 아네이스가 폭주하기 전에 미리 이렇게 안심을 시켜 둔 것이다.
이번에 도미닉의 기억을 이어받으면서, 셰인은 그간 아네이스와 황실에 얽혀 있는 대부분의 이야기를 파악할 수 있었다.
물론 세부적인 단계까지 가려면 조금 더 정보가 필요할 테지만, 컨트롤할 수 있는 한도 내의 정보는 다 얻은 셈이다.
이윽고 아네이스가 돌아간 후, 홀로 남은 셰인은 평소처럼 스스로의 내부를 관조하기 시작했다.
이래저래 셰인이 메자이아 대수림에서 보였던 활약은 결코 적지 않았으나, 여전히 무력적인 면에서는 부족함이 많았다.
비록 황실의 호위 기사단을 전원 죽이는 데 성공했고, 최악의 연금술사, 고든 또한 소멸시키기는 했으나, 이게 무력만으로 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호위 기사단이야 오리진의 힘을 모르고 있었기에 당한 것이고, 그에 더해 전원이 방심하고 있던 탓도 있었다.
거기에 고든은 애초부터 완성된 존재가 아니었고, 고든이 본래 육신으로 돌아가 흑마법까지 써 가며 네크로노미 마스크를 썼다면 결코 셰인이 이길 수 없는 상대였을 테니.
철저하게 상황이 허락한 상태에서의 전투만을 유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니 일단 지금은 부족한 마력량을 커버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지금처럼 룬 마법으로만 부족한 부분을 메꾸다가는 지난번 고든과의 전투에서처럼 약점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으니, 오리진에 대해서도 더 깊게 생각해야 했다.
‘이건 드래곤의 역린을 얻으면 해결될 문제로군.’
그래도 드래곤의 역린만 떠올리면 마냥 차갑기만 하던 셰인의 가슴이 든든해졌다.
전생에 조직에서 드래곤의 역린으로 어떤 일을 일으켰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고든이 조직의 대장장이었다면, 드래곤의 역린은 조직의 군대나 마찬가지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로써 조직은 큰 무기 두 개를 단 한 번에 잃은 셈.
이후 조직에서 어떤 행동 변화를 가지고 올지 모른다.
아마 이제부터는 이번 메자이아 대수림 때처럼 미래의 정보를 가지고 조직에게 큰 비수를 날리는 짓은 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셰인은 아쉬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한계가 드러날 정보였지.’
애초에 귀중한 미래의 지식을 가지고, 미래가 바뀌어 쓰지 못할 거란 생각에 전전긍긍하다가 얻을 것도 못 얻는 멍청이가 될 생각은 없었다.
스스로의 심상 세계의 확인을 마친 셰인은 생각의 정리 또한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려먼 이제부터 바쁘게 움직여야겠군.’
클라인 또한 그 사실을 알기에 곧장 던전 탐사에 나설 것이다.
그 이유는 지금 현재 그들이 얻은 명성은 어디까지나 부풀려진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의 이름값이 사라지기 전에, 이 명성을 진짜 자신의 명성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그러기 위한 첫 걸음으로, 셰인은 오랜만에 자신의 아버지, 클레이튼 가문의 가주 로웰과 대화를 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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