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50)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50화
50화 수확의 시기 (5)
최근 로웰은 굉장히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저지먼트 기사단의 단장인 올리버 G 대니얼이 조심스럽게 제안해 온 지하도시에 관련된 내용을 검토하는 것부터가 일단 상당한 시간을 잡아먹고 있었지만, 여기까지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어디까지나 검토하는 수준이라 위험도를 체크하는 경우였기에, 외부 정보망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를 기다렸다 판단을 하면 됐기 때문이다.
물론 그 작업만 3개월이 넘게 걸릴 정도로 로웰은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다름도 아니고 연합국의 그림자를 차지하고 있는 지하도시와 관련된 일이 아니던가.
자칫 섣불리 접근했다가는 클레이튼 상단의 명성이 바닥까지 떨어지는 수가 있었다.
무엇보다 신용이 중요한 상단에 그러한 결함은 치명적이었으니.
그러나 이제는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 이유는 바로, 메자이아 대수림의 개방 때문이었다.
이 일로 인해 로웰은 지난 3개월 동안 고생했던 지하도시 안건조차도 뒤로 확 미뤄 버렸다.
다음 황권을 차지할 황태자를 지지하고 있는 저지먼트 기사단의 부탁이었긴 했으나, 메자이아 대수림 건은 정말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개방만 됐다면 이 정도로 바쁘진 않았을 것이다.
현재 메자이아 대수림의 주인은 엘프이며, 라비아타가 이끈 탐사로 인해 그들의 인정을 받았고, 현 인류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해 놨다는 소식은 이야기가 다르다.
그렇다면 그저 먼저 가서 침부터 발라 둔다는 논리가 통하지 않을 터.
로웰은 다방면으로 엘프들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는 것과 동시에, 이후 연합국에서 주도할 메자이아 대수림의 외교 사절단에 포함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그러나 로웰은 이렇게 바쁜 시간들이 너무나도 편안하게 다가왔다.
일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나, 일을 하면 할수록 머리가 개운해지기 때문이다.
‘……덕분인가. 요즘 잠도 잘 오는군.’
늦은 밤.
마력등에 의해 밝혀진 서재에서 한참 쌓여 있는 서류를 일일이 확인하고 있던 로웰은 잠시 눈을 쉬게 할 겸 눈두덩이를 주무르고 있었다.
그때, 책상 위에 올려 둔 수정구에서 옅은 빛과 함께 진동이 울렸다.
“음.”
이 늦은 시간에 자신에게 연락하는 이가 누구일까.
수정구에 비춰지는 색을 보아하니 정보팀에서 보내 오는 수신은 아니었다.
그렇게 수정구에 마력을 흘려보내자, 안에서 셰인의 얼굴이 비춰졌다.
“음…… 셰인. 오랜만이구나.”
[예, 가주님. 이번 메자이아 대수림과 관련해서 연락드렸습니다.]“그래. 안 그래도 연락을 한 번 하려고 했다.”
이는 거짓이 아니었다.
다만 최근에는 바빠도 너무 바쁘기도 했거니와, 당장 셰인 또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을 것이라 판단해서 아직 연락을 취하고 있지 않은 상태였으니.
“그보다, 급한 일이더냐.”
[아닙니다.]“그럼 직접 보며 대화를 나누는 게 좋을 것 같구나. 기사단을 보내 주마.”
[……예. 알겠습니다.]부자간의 짧은 대화가 끝이 나고, 다시 색을 잃은 수정구를 바라보며 로웰은 두 눈을 감았다.
누구를 닮은 셰인을 봤기 때문일까.
로웰은 최근 바쁜 통에 잊고 지냈던 과거를 떠올렸다.
‘엘리나.’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버린 전 부인이 떠오른 것이다.
전 부인 엘리나의 죽음은 로웰로 하여금 많은 것을 바꾸게 했다.
본래도 그의 차가웠던 그의 성향은 더욱 극단적으로 바뀌었으며.
전 부인을 떠올리는 게 너무 힘들어 이토록 일에 매달리지 않았던가.
셰인을 보는 것조차도 엘리나를 떠올리게 만들었던 터라, 로웰은 자식들에게도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차가운 심장을 가졌던 터라 사람들은 로웰이 감정이 메말랐다고 평하지만, 반대로 차가운 심장을 가졌기에 첫 배우자를 향한 사랑은 그 누구보다 뜨겁게 불타올랐었다.
그리고 그 뒤로 찾아오는 냉기는 그 누구도 쉽사리 달래지 못한 것이었고.
로웰은 또다시 찾아오려는 두통을 피하고자 다시금 서류로 향해 시선을 돌렸다.
마음 한편, 이후 찾아올 셰인이 가지고 올 일거리를 기대하며.
* * *
며칠 되지 않아, 셰인은 기사단과 함께 가문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고작 몇 달에 불과한 시간이었으나, 그사이 가문에서 셰인의 위상은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최근 로웰이 그렇게 붙잡고 있는 메자이아 대수림의 탐사대에 직접 껴 있던 인물이고, 그뿐만 아니라 라비아타가 직접 계약하도록 만든 논문을 만든 장본인이었으니.
오는 내내 가문의 기사단원들도 행색 하나하나에 조심성이 묻어났다.
“어, 어서 오세요, 도련님!”
그런 셰인의 담당 메이드인 마리아는 누가 보더라도 긴장한 표정으로 그런 셰인을 반겼다.
셰인은 마리아를 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본론부터 물었다.
“가주님은?”
“아, 지금 서재에 계세요. 준비가 되면 바로 올라오라고 하셨어요.”
“그럼 바로 가지.”
“아…… 알겠습니다!”
마리아가 앞장서서 걷는 사이, 가문의 사람들은 셰인에게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이게 사람의 위치라고 해야 할까.
몇 달 전, 가문에서 떠나기 전에서 셰인의 분위기가 바뀌어 있다는 것을 눈치챈 고용인들도 적지 않았으나, 외부에서 어마어마한 명성을 가지고 돌아오니 사람의 품격부터가 올라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거기에 로웰은 클라인도 아닌 셰인을 가장 먼저 불렀고, 단 둘이 대담까지 나눌 예정이니.
단번에 가문 내에서 셰인과 클라인의 서열이 뒤바뀐 순간이었다.
물론 클라인은 그런 걸 신경 쓸 위인이 아니었으나.
“……왔구나, 셰인. 고생이 많았다.”
가문에서 단 한 사람. 거기에 크게 신경을 쓸 사람이 있었다.
다니엘 L 레이첼.
셰인의 배다른 어머니이자 클라인의 친모인 현 가모가 바로 그러했다.
클라인의 명성이 올라간 것은 레이첼로서도 환영할 일이었으나, 하필이면 거기에 셰인까지 끼어 있는 게 문제였다.
아니, 오히려 이번에 단기간 성장한 사람만 보자면 세인이 더 우월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라비아타의 탐사가 시작된 이유가 바로 셰인의 논문 때문이었으니.
이미 다양한 마탑 측에서 클레이튼 가문에 셰인과의 만남을 주도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모험가로서의 명성으로만 이루어진 게 아니라, 실질적인 명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였기에.
레이첼이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셰인은 레이첼에 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물론 아예 무관심으로 둘 일도 아니다.
어쨌든 마음 여린 클라인의 생모가 아니던가.
그렇기에 셰인은 레이첼의 인사에 마찬가지로 예의를 차렸다.
“예, 레이첼 님. 클라인은 함께 오지 못했습니다만, 이 편지를 전해 달라 했습니다.”
셰인은 클라인에게 받아 준 편지를 레이첼에게 건네며, 마지막까지 고개를 한 차례 숙이고 다시금 발걸음을 옮겼다.
레이첼은 잠시 셰인이 건넨 편지지를 보고는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이 어찌 될런지.”
레이첼의 입장에서 셰인은 대하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처음 레이첼이 클레이튼 가문에 왔을 때의 분위기는 결코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로웰은 막 부인을 잃은 시점이라 레이첼의 앞에서도 곧잘 슬픈 표정을 지었을 당시였기에.
같은 여자로서 안타까움을 느끼는 한편, 그 모든 부담은 레이첼 홀로 감당해야만 했다.
당시에는 전 부인인 엘리나를 따르던 기사들도 많았더랬다.
때문에 그 사이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져야 할 레이첼은 자연스럽게 딱딱해질 수밖에 없었고, 로웰은 여전히 레이첼을 챙기기보단 가문을 돌보는 데 힘을 썼으니.
이 집안에서 의지할 사람이라고는 클라인밖에 없던 것이다.
그런 와중에 자신을 없는 사람 취급해 오던 셰인이 이렇게 유명해져 버렸으니…….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다고 하니.’
아직 셰인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직접 보지는 못했으나.
적어도 아카데미로 떠나던 날, 호위에 나섰던 기사들의 말에 의하면 이전처럼 클라인과 날을 세우는 일은 없다고 했으니 일단은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그렇게 레이첼은 방으로 돌아가 클라인이 보낸 편지를 보며, 조금씩 표정에 변화가 생겼다.
‘그 아이가…….’
클라인이 보내 온 편지에는, 온통 형에 관한 이야기뿐이었다.
그것도 이전과 다르게 부정적이지 않고 전부 긍정적이기만 한 내용에, 레이첼은 더욱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 * *
“흐음…… 놀랍구나.”
로웰의 서재에 도착한 이후, 셰인은 가벼운 인사와 함께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메자이아 대수림에서 있었던 일의 대부분을 설명하는 데만 어느덧 30분이라는 시간이 흘렀을 무렵.
“그렇다면, 황태자와의 거래는 위험하다는 것이군.”
“아마 버리는 말로 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로웰은 어느덧 의자의 손잡이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간 것을 느끼고는 무심히 손을 뗐다.
셰인에게서 듣게 된 전모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도미닉…… 그 늙은이가 셰인을 노렸다라.’
그간 가족들에게 정을 떼고 살아왔던 로웰이다.
그럼에도 셰인이 암살을 당할 뻔했다는 소식이 로웰의 무의식중에 분노를 일깨우게 만들었다.
일에 있어서도 철저히 사무적으로 살아왔던 로웰이기에 이러한 감정의 변화는 낯선 것이었다.
그 때문일까. 로웰은 이 어색한 감정을 지우고자 보다 사무적인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래도 황태자와의 끈은 계속 잡아 두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흐음.”
“시간에 쫓기는 건 저들이지, 우리가 아닙니다. 저들에게는 정보가 없고, 우리에겐 있으니 그걸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겠지.”
셰인의 말 또한 틀린 게 없었다.
어찌 됐든 괜한 피바람을 막기 위해 라비아타와도 상의해서 도미닉과의 일은 일단 수면 밑에 묻어 두기로 결정하지 않았던가.
거기에 증거가 없는 것은 이쪽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증인이 많기는 하나, 단순히 증인만으로 황실을 압박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물론 라비아타의 이름값을 생각한다면 충분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겠지만.
‘그 여자는 이쪽에 관심이 없겠지.’
도와달라면 라비아타가 그걸 무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셰인은 굳이 라비아타와 생긴 인연을 그런 식으로 소모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차피 황태자를 당장 어찌할 단계는 아니었다.
지금 상황에서 무리하게 황태자를 친다고 해도 이쪽에서 볼 만한 이득은 없었으니.
괜한 진흙탕 싸움만 될 뿐이었다.
“시간은 이쪽에 있습니다. 황태자의 측근이 사라져 혼란에 빠진 지금, 그들이 감히 건드릴 수 없을 정도로 이쪽의 덩치를 키워야 합니다.”
“나도 거기에는 동의하는 바다. 그렇기에 메자이아 대수림의 개방 문제에 있어 신중을 기하고 있지.”
“그 부분에 대해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음. 무엇이냐.”
“현재 가주님의 권한 하에 얼마만큼 드실 수 있으십니까.”
“흠?”
셰인의 그 단호한 물음에 로웰이 잠시 의문을 품었다.
마치, 말하는 만큼 떠먹여 주겠다는 듯한 말로 들렸으니까.
“우리 가문의 모든 것을 총동원한다면, 얼마만큼 먹을 수 있습니까. 대수림에 넘쳐흐르는 금맥 말입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