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57)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57화
57화 애덤의 우울
“자네들 이전에 나온 단원들은 없었네.”
애덤은 그 대화에서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무언가 섬짓한 기분은 들었다.
하지만 자신이 평생을 섬겨 온 왕실이 자신에게 무언가 수작을 부릴 리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대수림 탐사 도중, 조직의 등장으로 인해 당시의 상황을 외부에 알리라는 이유로 기사단원들을 전령으로 보내지 않았던가.
그래서 애덤은 프리실라에게 모두가 대수림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을 듣곤 그들이 무사히 복귀했는지 확인하려 했었다.
그리고 돌아온 대답이 이것이었다.
자신의 명령 없이 함부로 사라질 부하들이 아니기에, 애덤은 결국 홀로 그들이 사라진 경위를 찾아다녔다.
그러나, 그런 애덤의 행동은 그가 감히 예상도 못한 결과로 돌아왔다.
“커, 헉…….”
몇 날 며칠이고 단원들의 정보를 찾고 다녔음에도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이에 애덤이 지하에서 정보를 다루는 정보 길드에 찾아가 관련된 정보를 의뢰했던 날 밤.
애덤은 자신의 심장에 정확히 파고든 단검을 바라봤다.
무언가 잘못됐다고 판단하기도 전에 단검은 애덤의 심장을 두어 번 더 찌르고 난 뒤에 완전히 뽑혀 나갔고, 힘없이 쓰러진 애덤은 자신의 침실에 침입한 존재를 겨우 볼 수 있었다.
창가에서 들어오는 달빛에 비춰진 자는 애덤이 정보를 의뢰했던 정보 길드의 길드장이었다.
“쯧. 이러니 내가 기사 따위를 하지 않는 거야. 힘만 쓸 줄 알고 제가 모시는 주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 못하니까.”
그게 무슨 소리인가.
애덤이 원통함에 무어라 입을 열기 직전.
화아악──!
“뭣?!”
애덤의 가슴에서부터 연녹의 빛이 터져 나오며, 동시에 애덤의 신형이 사라지고 그의 침실에는 당황스러운 표정의 암살자만이 남아 있을 따름이었다.
* * *
“……그렇게, 된 것이오.”
애덤의 설명을 모두 듣게 된 셰인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조직은 이미 왕국에도 손길을 뻗었던 거군.”
“……조직? 그때 그 키메라를 조종한 자들을 말하는 것이오?”
“맞다. 그들은 이미 많은 국가에 마수를 뻗치고 있지. 그래도 아직 깊숙이 파고들지는 못한 모양이야. 해 봐야 국왕 정도인가.”
“그게 무슨 소리요! 폐하께서 그런 사특한 이들과 손을 잡았다니!”
“믿고 싶지 않다는 심정은 알아줄 수 있으나, 그렇다고 현실을 부정하지는 말아라. 너도 이미 알고 있지 않나.”
“…….”
차마 애덤은 그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물론 당장은 심증에 불과하나.
정보 조직이 의뢰자를 암살한다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분명 왕성에서도 내성에 위치한 기사단장의 침소까지 침입했다는 것은 내통자가 있다는 말이었으니.
“그대는, 이 사실을 그때 이미 예상하고 있던 것이오?”
애덤은 메자이아 대수림에서 떠나던 날, 셰인과 했던 대화를 떠올리고는 그렇게 물었다.
“제국도 그럴진대, 너희 왕국이라 해서 다를 건 없겠지.”
“도대체 어떻게…….”
“인간이 가진 탐욕을 그 누구보다 잘 아는 놈들이기 때문이다. 본래 인간이란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영혼도 팔 수 있는 자들이 아닌가.”
“……그래도 말조심하시오. 아직 폐하께서 그들과 손을 잡았다는 증거는 없으니.”
셰인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곤 이쯤에서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어차피 자신이 처한 상황을 직접 이해할 날이 머지않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휴식을 취해 둬라. 아무리 프리실라의 정기로 부상의 악화를 막아 뒀다고는 하지만, 심장이 몇 번이나 쑤셔진 걸 바로 고칠 정도는 아니니.”
“알겠소. 그래도 그 마법 스크롤은…… 고맙소. 이 일은 잊지 않도록 하지.”
이전에 셰인이 애덤에게 줬던 편지는, 이런 일을 예상하고 넘겨 뒀던 엘프들만의 이동 수단이었다.
부상을 입은 엘프를 세계수의 수액으로 만들어진 연못에 곧바로 이동시켜 주는 비상 마법.
애덤에게는 천만다행인 일이었다.
“그럼, 먼저 일어나지.”
“…….”
분명 머릿속이 굉장히 복잡할 것이다.
대관절 셰인의 정체는 무엇이고.
어떻게 저렇듯 엘프 여왕과 단둘이 움직일 만큼 친분을 쌓았는지 등 물어보고 싶은 게 산더미 같았지만, 당장은 심신을 안정시키는 데 주력하기로 한 애덤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돌아온 현실은 냉담하기만 했다.
* * *
“왕실에서, 그렇게 공표를 했단 말이오……?”
“그래.”
애덤이 메자이아 대수림으로 돌아온 지 이틀 후.
하이엘 왕국에서는 애덤의 사망 소식을 공론화했다.
메자이아 대수림에서 입은 부상이 악화되어 안타깝게도 사망했다는 것.
그 말을 들은 애덤은 참담한 심정을 숨길 수 없었다.
애덤은 스스로가 대단하다고 생각하진 않았으나, 그럼에도 메자이아 대수림을 개방하는 데 함께 있던 영웅으로 알려지지 않았던가.
그런 애덤이 침소에서 대량의 핏자국을 남기고 사라졌음에도 왕국에서는 그런 애덤을 찾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고 사망했다 알렸다.
이게 무엇을 뜻하겠나.
이틀이나 지나고서야 애덤은 겨우 현실을 인정할 수 있었다.
“제안 하나를 하지.”
“제안……?”
“나는 조직과 적대하고 있다. 황실조차 일부가 조직에 가담하고 있는 지금, 조력자가 필요해.”
“……전부터 궁금했던 것이 있소. 당신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이오?”
“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천천히 알려 주도록 하지.”
저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싶었으나, 애덤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당장 이곳에서 얼마나 지낼 수 있는지도 모르겠고, 설사 엘프들이 받아 준다고 해서 평생 이곳에 숨어 살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말해 보시오. 당신이 말하는 제안을.”
“현명하군. 본론부터 말하자면, 정보 조직이 필요하다. 연합국에 자리 잡은 지하도시에 대해 파악할 필요가 있어.”
“지하도시?”
“그래. 그곳에 얽매인 인간들은 결국 조직에 의해 약점이 잡힐 수밖에 없거든. 은밀한 사생활이 없는 귀족은 있을지 몰라도, 한 번만 손을 댄 귀족은 없지 않나.”
“……부정할 수 없군.”
“해서 지하도시에 한 축을 담당할 이들이 필요하다. 나는 내 조력자들을 지하도시에 내려보내고, 밑에서부터 주도권을 잡아 갈 생각이다.”
“……내가 그곳에 간다고 도움이 되겠소?”
이번 일을 겪어서인지 애덤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듯 보였으나, 셰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스스로를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군.”
확실히, 애덤의 전투 실력은 특별히 뛰어나다고는 하기 힘들다.
물론 한 왕국을 대표하는 기사단장이었으니 그 실력이 뒤떨어지는 것은 아니나, 기사들이 꿈에도 그리는 자신만의 시그니처가 없다는 게 애덤의 현실이었다.
살리에르 백작가에서 봤던 워나드는 애덤보다 품계는 떨어졌으나, 자신만의 시그니처를 가지고 있던 위협적인 기사였다.
하지만 애덤이 시그니처가 없음에도 왕국의 기사단장이 될 수 있던 것은, 애덤 특유의 ‘감’ 덕분이었다.
고작 감 하나만으로 왕실의 기사단장이 되다니.
그럼 그 왕국이 이상한 게 아니냐 할 수 있겠으나.
물론 그것 하나만 가지고는 이룰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을 전적으로 믿고, 행동에 나설 줄 알아야 하니까.
“네가 타고난 그 감이 그저 우연의 일치라 생각하나?”
“……?”
“인간에게 있어서 감이라는 것은 초자연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생각하지만, 이는 근거 없는 편견이다.”
“그게 무슨 소리요?”
“고대에는 너보다 뛰어난 감을 가지고 생존하던 종족도 있었지.”
“그게 지금 나와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이오.”
“어쩌면 너에게 그들의 피가 일부 섞여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하고 있는 거다.”
그러자 애덤이 기겁을 하며 물었다.
“……! 내, 내가 하프라 말하는 것이오?”
“하프까지는 아니겠지. 애초에 내가 알고 있는 그 종족들은 자신들의 감을 전적으로 활용할 줄 아는 자들이었으니. 해 봐야 아주 오래전에 이뤄진 일이었을 터. 지금에 들어서야 어쩌다 네가 그 능력을 깨닫게 된 것일 뿐.”
“…….”
그에 애덤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생각해 보면 애덤은 스스로의 감이 태어났을 때부터 이러지는 않았음을 알고 있었다.
기억하고 있는 어린 시절에도 지금과 같은 능력은 없었으니.
셰인은 그와 관련된 계기가 있으리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8살 즈음의 일이었소.”
그러다 생각을 이어 가던 끝에 애덤은 한 가지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과거 아버지와 함께 사냥을 간 적이 있었소. 그런데 하필 산에서 막 내려온 늑대 무리와 마주치고 말았지. 그때 한 녀석에게 팔을 크게 물린 적이 있었소.”
덕분에 며칠 동안 고열에 시달려 죽을 뻔했으나, 그 뒤부터 묘하게 몸에 기운이 났으며 잔병치레도 없어지고 무엇보다 특유의 감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애덤은 말했다.
“늑대라…….”
그렇다면 견족 수인일 확률이 높았다.
전생에 셰인이 봐 왔던 수인족들 중에서도 특유의 감이 뛰어났던 녀석들이니.
“네가 가진 감을 성장시킬 방법은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 준비가 안 됐어.”
“……정말이오?”
“그래. 높은 확률로 견인 수인족과 연관이 깊은 듯싶으니. 수단을 찾게 되면 알려 주지.”
“그건 고맙소. 하지만 그게 지금의 상황을 역전시키는데 도움이 되진 않을 듯한데.”
“그것도 생각해 둔 게 있다. 그러려면 네가 내게 협력을 해야겠지.”
“방법을 물어도 되겠소?”
그 정도는 미리 설명해 줄 수 있었다.
앞으로 애덤이 자신의 일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그래야만 했고.
“네가 알고 있던 왕실의 분위기는 어떠했지?”
“왕실의 분위기?”
“그래. 최근 혹은 그보다 이전에 분위기가 한 번 반전된 적이 있었을 텐데.”
“그러고 보니…… 폐하께서, 아니. 율리무스 국왕은 자신의 후계자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소. 국왕도 나이가 나이인지라 그럴 준비를 하고 있었지. 하지만 1년 전쯤에 어느 순간부터 국왕의 건강이 좋아지기 시작했소. 덕분에 계승 작업 또한 뒤로 미뤄졌고.”
“그렇겠지. 그럼 이쯤에서 뭔가 짚이는 게 없나?”
“국왕의 건강이 조직과 연관이 있다는 말이오?”
“많은 인간들이 불멸의 삶을 바라지 않나. 조직은 불멸은 불가능할지라도, 그 정도 착각은 할 수 있게 만들 능력은 있지.”
“그랬군. 그래서…….”
하이엘 왕국의 국왕이 조직과 손을 잡았다면, 당시 메자이아 대수림에 있던 일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조직은 막고자 했을 것이고.
당연히 율리무스 국왕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럼 역시 내 단원들은…….”
“황실 기사단원들과 마찬가지로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겠지.”
“젠장!”
참담한 기분이었다.
평생토록 하이엘 왕국의 기사단장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온 애덤이었기에.
국왕의 타락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한데, 국왕의 권력이 강해지면 그에 불만을 가질만 한 세력들이 여럿 있지. 그중 가장 큰 불만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누구일까?”
“……설마.”
애덤은 정치가 난무하는 왕국에서도 기사단장을 했던 사람이다.
셰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금세 파악한 그가 얼굴을 구겼다.
“슬슬 나이를 먹기 시작하는 자식들은 불안하겠지. 그것도 자신들의 손아귀에 거의 다 들어왔던 권력이 도로 빠져나갔으니 오죽할까.”
“반란을, 부추기자는 거요?”
“성공하면 혁명이지. 그에 따른 명분도 충분하지 않나. 너는 앞으로 지하도시에서 자리를 잡을 거다. 시작 과정은 우리 가문 쪽에서 도와주도록 하지.”
“……당신의 가문도 무언가 복잡한 일에 얽힌 모양이군. 알겠소. 내게 선택지는 없을 테니.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해야만 할 일이지.”
“알겠다. 이와 관련된 일이 끝나면 다시 양지로 나간다 해도 관여치 않겠다.”
“그것 참 고마운 배려로군.”
이로써 다크엘프들을 이끌 인재가 마련되었다.
이제는 정말 북부로 향할 시간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