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59)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59화
59화 강철의 숲, 강철의 여인 (2)
지난 이틀 동안 셰인은 비두론 성에 머물며 미미르에게 아룬비다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인근에 출몰하는 몬스터나 푸른 오크들의 주 출몰 지역과 그들의 특성 등.
그중에는 아룬비다 주민들의 성향에 관한 정보도 들을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이곳의 주민들은 좋지 않은 이유로 끌려온 이들이 아니던가.
그 때문인지 아룬비다는 듣도 보도 못한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들이 득실거리는 마경으로 불리고 있었다.
때문에 미미르는 조금은 걱정스럽다는 말투로 셰인에게 이와 관련된 조언을 해 주었다.
아카데미에서 파견을 온 셰인은 지휘학과인 탓에 현재 남아 있는 수색대 중 팀장 자리가 하나 비어 있는 곳에 셰인이 배치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뭐야. 지휘관으로 온 귀족 나으리라고? 아주 지랄 났구나, 지랄 났어.”
“이런 어린 새끼 말을 들으라고? 아무리 우리 범죄자라지만 뒤지라는 거랑 뭐가 다르냐!”
“씨발, 이 애새끼야. 만약 우리 앞에서 조금이라도 얼타는 순간 그 곱디고운 얼굴이 불어터진 오크 새끼들마냥 될 줄 알아라! 알겠냐?”
그리고 그런 미미르의 걱정처럼, 수색대원들은 결코 쉽게 셰인을 인정할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하나같이 험악하게 생긴 수색대원들은 온갖 인상을 찌푸리며 막말을 내뱉었다.
애초에 저들은 스스로가 더 이상의 밑바닥은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다.
아룬비다에 올 정도라면 중한 범죄를 일으켰기에 평생 이곳에 살아야 하는 형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때가 떠오르는군.”
“뭐, 새꺄?”
“이 새끼가 어르신이 말하고 있는데 처웃고 있네. 아주 상황 파악이 안 된 모양이야.”
“어디 건드릴 수 있으면 건드려 봐! 이곳 생활을 아주 지옥으로 만들어 주마.”
거기에 끼리끼리 모인다 하지 않았던가.
이런 이들끼리의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있기에, 이들에게 한 번 찍힌다면 아룬비다에 소문이 쫙 퍼져 어딜 가든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셰인은 그런 그들의 온갖 모욕적인 언사에도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음을 지었다.
“스스로가 밑바닥이라 생각하는 이들은 그 아래에 또 다른 바닥이 있는 걸 모르더군.”
“얘 지금 뭐라는 거니?”
“허, 참나. 이거 말로 해서는 안 되겠네.”
“어디 새로 온 애새끼가 얼마나 버티는지 좀 보자고.”
그러나 미미르가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으니.
셰인은 이미 전생에 밑바닥 중 밑바닥, 끝없이 추락하는 나락의 구렁텅이에 거하던 존재였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그는 저런 자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우선, 인간 언저리까지는 끌어올려야겠군.”
* * *
평소처럼 오전 업무를 위해 서류를 확인하고 있던 미미르는 영지업무와 관련된 서류를 가지고 오는 비서를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예, 미미르 님. 여기, 지난 주 수색대의 활동 내역과 현재 남은 보급품 관련 서류입니다.”
“그래요. 그나저나, 그는 잘 적응하고 있나요?”
“아…… 그 사람이요.”
미미르의 질문에 비서는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미미르가 언급한 사람은 다름 아닌 셰인이었다.
어느새 셰인이 아룬비다에 도착한 지도 며칠이 지난 시점.
며칠 동안 아룬비다에 대해 들었던 셰인은 현재 팀장 자리가 공석으로 남아 있는 수색대 팀 중 하나에 들어갔다.
‘별일 없으면 좋겠지만…….’
아마 그러기는 힘들 것이다.
물론 미미르가 이곳 사람들에게 앞서 경고를 해 주는 방법도 있겠지만, 어차피 그들의 성격상 진심으로 셰인을 받아 줄 리가 없다.
미미르가 알고도 막지 못하는 방식으로 셰인을 배척시킬 테니.
하도 이전 파견인원들에 대한 평판이 주민들 사이에서 좋지 않다 보니 이런 일은 막을 방법이 없었다.
주민들 입장에서 파견 인원은 자신들과 비슷한 처지라는 동질감도 없는데다가, 파견 오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이곳 주민들을 바닥에 흩뿌려진 취객의 오물처럼 바라보지 않던가.
거기에 몇 번이고 이 험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이곳의 주민들을 상대로 말도 안 되는 갑질을 부리는 행동까지 겪고 나니 아나스타샤의 이름값이고 나발이고 간에 파견 나온 이들에게는 이런 식으로 대하는 전통이 만들어진 상황.
어차피 다른 목적으로 온 것들이니, 적당히 기를 눌러 주고서 시간만 때우다 보내려는 것.
일반적인 파견 인력은 그러한 생활을 견디다 못해 파견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떠나거나, 어디 한 자리에 처박혀 말 그대로 시간만 채우고 떠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그때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군요.’
덕분에 황실 측 정치 귀족의 아들 중 한 명이 정신병까지 얻어 돌아갔을 때, 얼마나 많은 질타를 받았던가.
그 외에도 다양한 소문들이 퍼지면서 가뜩이나 인력도 부족한 마당에 파견 지원조차 오지 않으려 한다.
당연히 미미르도 이와 관련해서 여러 번 고민을 해 봤지만 이런 류의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한편, 미미르의 비서는 무언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일단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예…….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는데, 수색대 인원들이 그분께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흐음……?”
의아한 일이었다.
그들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지 않은가.
그 말은 어지간한 외압에는 굴복하지 않는다는 말과도 같았다.
“특이하군요.”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남쪽 경계 지역으로 향했다고 들었습니다. 그 뒤부터는 수색대 인원들도 비교적 온순해졌다고…….”
“그렇습니까? 남쪽이라면…… 아, 대충 어떻게 된 건지 알겠네요. 확실히 그는 영리한 구석이 있어요. 그럼 한 시름 놔도 되겠군요.”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비서의 말에 미미르는 옅은 웃음을 보이며 한 가지 걱정거리가 덜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한데, 황녀님께서는 요 며칠 안 보이시는군요.”
“예. 어디서 또 뭘 하고 있는 건지…….”
가끔씩 모습을 드러내고는 있는데, 그때마다 무언가 바쁘다는 투로 대화를 피하는 모습이 보였다.
“뭐, 그런 모습이 한두 번이 아니니 어쩔 수 없지요. 음.”
그런데 그럴 때마다 두통이 이는 일이 생기지 않았었나?
싶었으나.
이미 쌓인 업무가 많았기에, 미미르는 결국 관심을 거두고 자기 할 일에 매몰되기 시작했다.
* * *
사람이 모이기 시작하면 본능적으로 하는 일이 무엇일까?
바로 서열 정리다.
무의식중에 리더를 가리기 시작하고 또 그를 추대하는 식으로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하려 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이런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일수록, 리더를 의지하는 성향이 강하다.
물론 반란을 일으키는 경우도 적지 않을 테지만.
“그래서, 날 찾아오셨다?”
“그래.”
리더가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유지하고 있다면, 그럴 가능성 또한 무척이나 적었다.
“참나, 어이가 없군. 고작해야 이제 막 성인식을 치렀을 애송이한테 당하다니 말이야.”
이곳, 아룬비다의 우두머리 역할을 하고 있는 거구의 남자, 펠리스는 여기저기 멍이 든 상태로 서 있는 수색대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뭐, 어찌 됐든 상관없는 일이지. 나야 거래만 확실하면 되는 일이니. 그러니 일단 거래 내용은 들어 봐야겠는데.”
거래.
셰인은 펠리스에게 거래를 제안했다.
힘으로 제압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굳이 그런 방법을 쓸 이유는 없었다.
겪어 본 결과, 그랬다간 더 귀찮은 반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돈은 필요 없는 것 같군.”
“오, 척하면 척이군. 그래, 맞다. 여기서 돈은 길바닥에 쓰러진 몬스터의 부산물보다도 쓸모가 없지.”
펠리스의 말처럼 세상과 고립된 아룬비다에 금품은 필요가 없었다.
사용할 방법도 없었고, 성에서 나오는 보급 이외에는 그들에게 주어진 권한이라고는 없었으니.
“우대권을 주지.”
“하, 우대권? 그건 또 뭔 헛소리냐.”
“올해가 지나기 전에 내 가문에서 이곳에 교역을 틀 예정이다. 그럼 방금 네가 필요 없다 말했던 금화의 가치가 수직 상승하겠지.”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하는 소리인가? 우리가 이런 곳에 있으니까 대가리에 든 게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아?”
“믿고 안 믿고는 상관없지. 정작 그때가 돼서 땅을 치고 후회해 봐야 소용없는 일이지만.”
펠리스는 셰인의 말을 듣고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당연히 눈앞에 있는 애송이의 말에 신용이 생겼기 때문이 아니다.
하지만 뭘까. 저 목소리에 들어 있는 확신은.
그래서 일단 조금 더 들어 보기로 했다.
“방법은?”
“두 달.”
“뭐?”
“두 달 안에 이 영지에 많은 변화가 찾아올 거다. 그때까지 기다리도록.”
“참…… 아주 당돌한 애새낀데.”
다짜고짜 자기 밑에 있는 대원들을 줘 패고 와서는 하는 말이 거래라 해 놓고, 정작 그 내용은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었다.
“뭐, 좋다. 기다려 보도록 하지.”
그러나 생각 외로 펠리스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는 이전에도 한 번, 이와 비슷한 제안을 받고 지금의 자리에 앉았던 전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여자도 이런 식으로 말했지…….’
덕분에 지금의 위치를 확고하게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던가.
펠리스는 몇 년 전, 자신에게 찾아와 당돌하게 자신을 지지하라는 제안을 해 왔던 황녀, 아나스타샤를 떠올리고는 말을 이었다.
“물론 그냥 해 주지는 못해. 이쪽이 받은 것도 없는데 베풀기만 해 주면 밑에 것들이 지들 멋대로 생각하기 바쁘거든. 안 그래?”
“그렇지.”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딱 하나. 다른 놈들한테 널 건드리지 말라고 말해 주는 것뿐이다. 저놈들에게 인정을 받는 건 네가 할 일이지.”
“좋아, 그렇게 하지.”
저 정도만 해도 충분했다.
앞으로 자신이 하는 일에 사사건건 방해만 들어오지 않아도, 이후 일이 복잡해질 일은 없을 테니.
“그럼 가봐. 다음에 볼 때는 그럴듯한 게 있어야 할 거야.”
그렇게 펠리스의 추객령을 받은 셰인은 고민할 것도 없이 빠져나왔고, 뒤이어 엉거주춤 자신을 따라오는 수색대원들을 바라봤다.
“저쪽과 거래는 끝났군. 이제 우리끼리의 대화만 남았어.”
“그, 그게 무슨 소리냐!”
“대장이 우릴 네놈한테 팔아먹었다고?!”
당연히 반발은 뒤따라왔으나, 셰인은 그런 그들의 불평에 눈살 하나 찌푸리지 않고 답했다.
“꼬우면 범죄를 일으키지 말으셨어야지.”
“이런 씨발…….”
“저 벙어리 새끼는 왜 아무런 말도 없어!”
“야, 이 신참 새끼야. 넌 지금 분하지도 않냐?!”
그때, 수색대 삼인방은 한쪽 구석에 자리 잡고 서 있는 누군가를 향해 그리 외쳤다.
온몸을 갑주로 뒤덮은 그는 얼마 전에 새로 배정받은 인원이라 했는데, 모종의 이유로 입을 열지 못한다는 모양이었다.
다만 종이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 스스로를 샤샤라 소개할 뿐이었다.
“…….”
또 유일하게 셰인이 도착했을 때도 아무런 말없이 가만히 있던 인물이기도 했다.
“썅. 벙어리 새끼.”
결국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않는 샤샤의 모습에 삼총사는 입을 꾹 다물고는 셰인을 바라봤다.
절대 인정하지 않을 거라는 맹세를 담아 쏘아보고 있는 모습이, 셰인에게는 우습게만 보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