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6)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6화
6화 단초 (5)
웨이튼과 알렉스는 전력을 다해 마을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본래라면 마력을 다루는 웨이튼이 알렉스보다 훨씬 빠르게 앞서 갔겠지만, 이 주변의 지리는 알렉스의 손바닥 안이었다.
아주 어릴 적부터 친구들과 동네의 산이란 산은 죄다 들쑤시고 다니지 않았던가.
30명의 기사단과 함께 할 때와는 다르게, 인간들은 보통 다니지 않는, 흔히들 말하는 동물들의 길을 통해 마을로 향해 갔다.
“이제 거의 다 왔어요!”
“그래, 나도 알겠다!”
둘은 도대체 클라인이 무엇을 보고 마을이 위험에 처했다는지 알 수가 없었으나.
그 트롤들조차 단 일격에 도륙을 내버린 사람이 하는 말이 결코 허언일 리가 없었다.
그러한 생각에 둘이 마을 근처에 도착했을 무렵, 둘은 두 눈을 크게 떴다.
검은 기운을 일렁이는 거대한 오우거가 있던 것이다.
그것도 머리가 두 개나 달린 트윈 헤드 오우거!
이는 웨이튼조차도 단 한 번 본 게 전부였던 엄청난 몬스터였다.
그런 괴물이, 불길한 어둠에 휩싸여 있는 모습은 혹여나 꿈에 나올까 두려울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다섯 명의 기사들은 트윈 헤드 오우거를 일제히 공격하고 있었으나, 그 묵직하면서도 빠른 공격 한 번 한 번에 기사들은 입에서 피를 토하며 날아갔다.
그러나 그들은 죽음을 각오하기로 한 듯, 두 걸음 물러서면 세 걸음을, 세 걸음 물러서면 네 걸음을 나아가 오우거를 압박했다.
그럴수록 오우거의 몸에서 터져 나오는 어둠의 힘이 기사들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었다.
이따금 그림자가 있는 방향에서 가시가 튀어나오기까지 하니…….
단언컨대 웨이튼은 저 전투에서 단 5초도 살아남을 자신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 기사들의 뒤에 서 있던 한 남자가 외쳤다.
“지금!”
그러자 방금까지도 격렬하게 오우거를 몰아치던 다섯 명의 기사들이, 일제히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며 오우거의 발을 붙잡았다.
그제야 웨이튼과 알렉스의 시선이 방금 외쳤던 소년을 향해 갔다.
검은 머리의 소년은 한쪽 손에 불길한 핏빛의 원반을 만들어 내더니, 있는 힘껏 오우거를 향해 날렸다.
오우거 또한 그것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파악했는지 어둠의 방어막을 펼쳤으나.
“감히!”
다시 한번 소년의 외침에 방어막이 크게 흔들렸다.
흔들린 것은 오우거뿐만이 아니었다.
알렉스는 아예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져 버렸고, 웨이튼도 한쪽 무릎을 꿇었다.
항거할 수 없는 절대자의 목소리.
단언컨대 웨이튼은 과거 트윈 헤드 오우거의 몬스터 피어도 이것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게 독이 되었음일까.
셰인의 목소리에 웨이튼의 영혼이 흔들렸고.
동시에 오우거의 머리들이 바닥에 떨어짐과 동시에 웨이튼과 알렉스는 순간이나마 녀석의 그림자가 이쪽을 향해 뻗쳐 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 * *
로드윌을 포함한 다섯 명의 기사단이 경악에 찬 표정으로 셰인을 바라볼 때, 셰인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전생에서 겪었던 것이지만, 물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정령들은 항상 끈질겼기 때문이다.
물론 육체로 삼고 있던 오우거의 머리 두 개를 모두 떨어뜨렸으니 썩은 나무 정령에게도 존재의 격이 흔들릴 정도의 타격은 갔겠지만.
도주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해가 진 밤이었으니, 어둠의 정령인 썩은 나무 정령이라면 어디로든 그림자에 숨어 버릴 수 있을 테니까.
물론 지금 셰인만큼 어둠의 마력에 민감한 사람이 없기에 쉽게 간파할 수 있을 터지만.
괜히 사람들이 돌아왔다가 사람의 몸에 들어가면 그보다 골치 아픈 일은 없다.
처치도 곤란해지고, 그림자에 숨은 것과 다르게 인간의 몸에 숨어 버리면 아예 그 안에서 동면을 해 버리기에 직접 몸을 만지지 않는 이상 간파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때, 셰인의 눈에 마을 동쪽 입구에 주저앉아 있는 청년과 중년 남성의 모습이 보였다.
알렉스와 웨이튼이었다.
“음.”
클라인이 먼저 보낸 전령인가?
셰인이 그렇게 생각할 때쯤.
알렉스가 후들거리는 다리로 일어섰고, 웨이튼도 그런 알렉스와 함께 다가왔다.
“그, 괜찮으십니까?”
“이쪽 일은 마무리되었다. 그쪽은?”
이미 저쪽도 정리가 됐으리라 예상했지만, 그래도 일단 물었다.
그러자 생각대로 저쪽 또한 알렉스와 웨이튼에 떠날 쯤엔 대장격이던 모든 트롤이 죽었고, 나머지는 고블린과 코볼트 등의 잡다한 몬스터가 전부라고 했다.
코볼트는 조금 위험할지 몰라도 고블린 정도면 몇 마리가 도망치더라도 마을의 자경단이 알아서 처리할 수 있을 터.
“그, 기사단의 사람 중 젊으신 분이 제게 마을로 찾아가 대피하라고 했습니다만…….”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군.”
그러면서 셰인은 한쪽에 쓰러진 오우거를 바라봤다.
한편, 알렉스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걸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숲에서 보았던 클라인의 무위도 무위였지만, 심장을 울리던 셰인의 외침은 알렉스로 하여금 경외심을 품게 만들었다.
어떻게든 이 사람과 한 마디라도 더 주고받고 싶다는 생각에 머리를 굴릴 때쯤.
갑자기 셰인이 웨이튼을 향해 손을 뻗었고.
이변은 그때 발생했다.
“컥! 웨, 웨이튼 님……!”
셰인의 손짓과 거의 동시에 여태까지 입을 열지 않았던 웨이튼이 알렉스의 목을 쥐어잡고는 뒤로 물러선 게 아닌가.
“동면을 취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나 보군.”
셰인이 싸늘한 목소리로 그리 말했고, 알렉스는 목으로부터 전해지는 압박감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고통에 몸부림치며 가까스로 시선을 웨이튼에게 돌렸을 때.
웨이튼은 어느새 검은 안개에 휩싸여 있는 상태였다.
‘도대체 어떻게?!’
서서히 옅어지기 시작하는 의식 속에서, 알렉스는 이쪽을 향해 여전히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셰인을 바라봤다.
“인, 간. 나를, 놓아 줘라. 그럼, 이 인간. 산다.”
평소 호탕했던 웨이튼의 목소리라 믿기지 않을 만큼 소름이 끼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놈 따위가 도망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이 인간. 죽는다.”
“너를 놓아주면 더 많은 인간들이 희생되겠지.”
“그러면. 협상은.”
“늦었다.”
“……?”
거절이 아닌, 늦었다 라니.
썩은 나무 정령이 의아함을 드러내기도 전에, 녀석의 발밑으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인간……!”
순식간에 위로 솟구친 흙에 의해 정령이 속박됐다.
땅은 마치 강철이라도 된 듯, 정령이 아무리 힘을 쥐려 해 봐도 움직여지지 않았다.
“어떻게?!”
웨이튼의 머릿속에 있는 지식으로 자신의 상태를 확인한 정령은 깜짝 놀랐다.
어떻게 아직 성인도 채 되지 않은 소년이 무영창으로 마법을 펼친단 말인가?
물론 정령이 살았던 기원 전 시기를 떠올리면 그러한 존재들이 없던 것도 아니었으나.
자신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은밀하게 마법을 발동시켰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마력은 곧 정령을 구성하고 있는 힘이건만!
다른 건 몰라도, 자신조차 모르게 마법을 펼쳤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고작 너 따위가 이해하겠나.”
셰인 또한 그런 그 얼굴에 떠오른 경악의 의미를 알고는 하찮다는 듯 웃었다.
“자, 잠깐, 인간! 이 인간, 을 죽일 생각인가!”
“못할 건 뭐지?”
그러면서, 셰인은 한쪽 손을 올려 마력으로 수식을 그려냈다.
그러자 쭉 편 그의 손 위로, 금속 검신이 생성됐다.
“……!”
셰인은 새롭게 삶을 시작한 뒤로, 인간을 죽일 생각은 그리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물렁하게 넘길 생각 또한 없었다.
어디까지나 무자비한 학살에 가까운 짓을 하지 않겠다는 거지, 적을 살려 두겠다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어차피 네놈이 그 몸뚱이에 남아 있어 봤자, 그 남자도 죽는 것은 마찬가지 아닌가. 아니, 오히려 죽기를 바랄 테지.”
신체의 권한은 빼앗기고, 내면에 잠든 채 육체를 유린당하는 기분이 어떠한지는 이 세상에 셰인보다 더 잘 아는 인물은 없었다.
어느새 셰인의 손 위로 만들어진 금속 검신은 고속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잘 가라.”
“자, 잠깐만요!”
그렇게 셰인이 정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검날로 변한 손으로 놈의 목을 치려는 순간.
알렉스가 달려들어 그런 셰인의 팔을 붙잡았다.
평민이 감히 귀족의 몸에 손을 대다니.
그것만으로도 몰매를 맞는 것이 당연했으나, 셰인은 한쪽 눈썹을 꿈틀거리는 것으로 그런 알렉스를 노려봤다.
“방금 듣지 않았나? 이대로 둬 봐야 이 남자는 죽는다.”
“다,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
알렉스가 간절한 표정으로 그런 셰인의 팔을 붙들고 두 무릎을 꿇었다.
그 순간.
셰인의 머리에 하나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살아 주십시오. 부탁입니다.]피투성이가 된 남자는 등 뒤로 세 자루나 되는 검을 매고서 금발의 미남자에게 그런 부탁을 하고 있었다.
피투성이 남자는 애절한 표정으로 그런 미남자를 바라봤고.
[……미안합니다.]금발의 남자는 곧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이윽고, 홀로 남은 피투성이 남자는 등 뒤를 돌아 셰인을 바라봤다.
아니, 정확히는.
셰인의 눈을 대신하는 언데드 대군을 바라보며 외쳤다.
[개죽음은 되지 않을 것이다.]한 발자국도 움직이기 힘들어 보이는 남자는, 그렇게 자신의 등에 달린 검을 들고 날뛰던 끝에 15기의 데스나이트를 쓰러뜨리는 것을 마지막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너였군.”
“예, 예?”
“…….”
당시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머리는 새하얗게 샜고, 여기저기 흉터투성이인 모습이라 지금처럼 평범한 시골 청년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지만.
분명했다.
전생에 클라인과 함께 황녀가 갇힌 도시에서 그녀를 구하기 위해 찾아왔던 결사단원 중 한 명이었다.
그 과정에서 클라인과 황녀를 제외한 모두가 셰인의 언데드 군단에 목숨을 잃었고, 알렉스는 그중 마지막까지 클라인을 지키다 삶을 마감한 결사단원이었다.
만일 그때 알렉스가 클라인을 절벽 밑으로 피신시키지 않았더라면 목숨도 장담하지 못했을 것이고, 그 아래 있던 기연도 만나지 못했을 터다.
‘그래서 얼굴이 익숙했던 것인가.’
셰인은 잠시 그런 알렉스를 바라보다, 이내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가능하면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러나 미래의 클라인의 곁에 설 정도의 실력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 선택받은 이중 한 명이 바로 눈앞에 있었으니.
셰인은 어쩔 수 없이 위험을 감수하기로 결심하고, 여전히 묶인 채 움직이지 못하는 썩은 나무 정령과 눈을 마주했다.
“다시 한번 기회를 주지.”
“뭐라?”
그런 썩은 나무 정령이 제대로 대답도 하기 전.
셰인은 정령이 들어가 있는 웨이튼의 몸 안으로 마력을 흘려 넣었다.
“들어와라. 네놈이 살 길은 이것 하나뿐이니.”
“……인간. 건방지군.”
동시에, 웨이튼의 몸 안에 스며들었던 검은 안개가 서서히 셰인을 향해 옮겨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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