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62)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62화
62화 강철의 숲, 강철의 여인 (5)
서서히 해가 저물기 시작하는 시간.
셰인은 낮에 수색대 업무를 끝내고 샤샤와 따로 나와 조사를 이어 갔다.
그간 수색대가 작성한 보고서를 미미르에게 받은 셰인은 지난번 아울베어의 서식지에서 있던 것처럼 기존에 볼 수 없던 현상이 일어난 지점을 토대로 돌아다녔다.
-뭘 확인하려는 거지?
그런 작업이 일주일가량 이어졌을 무렵.
샤샤가 셰인에게 쪽지로 그런 질문을 해 왔다.
“오크들의 이변을 확인하고 있다.”
이미 시간이 흐른 탓에 흔적이 없어진 곳도 많았다.
그럼에도 셰인은 관련된 지역이라면 빠짐없이 다니며 주변을 훑고는 그저 돌아가기를 반복했다.
이번에도 주변 지리를 확인하고, 잠시 주변에서 마력과 교감하던 셰인이 그만 자리를 뜨려고 하자 다시 한번 샤샤가 쪽지를 내밀어 왔다.
-이럴 거면 차라리 더 깊숙한 곳까지 가 보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그래 봐야 상대의 경계심만 부추길 뿐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
“이렇게 알아서 찾아오도록 만들어야지. 호기심이 생기도록.”
“……!”
그때, 샤샤는 그동안 셰인이 몇 번이나 보여 왔던 마력탄이 떠오른 것을 보자마자 등 뒤에 매인 검에 손을 올렸다.
“퀴이익─!”
하지만 역시 한 발 앞서 셰인의 마력탄이 나무 뒤에 숨어 있던 무언가를 향해 날아갔다.
“……오크?”
나무 뒤에서 나타난 것은 다름 아닌 푸른 오크 한 마리였다.
그게 얼마나 놀라웠는지 벙어리였던 샤샤가 입을 열 정도였다!
“……!”
그제야 자신이 입을 열었다는 사실에 샤샤가 슬그머니 셰인의 눈치를 봤으나, 셰인은 여전히 바닥에 쓰러진 오크를 바라볼 뿐이었다.
“기절했나. 흐음.”
무려 중첩된 마력탄이었기에 오크는 얼굴이 함몰되듯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
하지만 셰인은 마력탄을 풀지 않고 오히려 그 수를 더 늘렸다.
그 모습에 샤샤가 의아함을 표하기 전에 먼저 검을 뽑아 들었다.
눈앞의 소년을 그리 오랜 시간 봐 오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수색대에서 보내온 시간은 나름 농후했다.
이 아룬비다는 그만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곳이니.
그런 셰인의 감이라면 일단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게 올바른 일이리라.
“크르륵!”
그러자 쓰러진 오크가 발작을 일으키더니, 방금까지 기절해 있던 게 맞나 싶을 정도로 펄떡 일어나 피로 물든 눈으로 둘을 바라봤다.
“크와비타! 워나후!”
인간은 알아들을 수 없는 자신들만의 언어를 내뱉으며, 광기에 젖은 듯 놈의 몸으로부터 불그스름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과연 방금까지 기척 없이 뒤좇아 오던 존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살벌한 기운이었다.
그러자 다시 한번 샤샤가 입을 열었다.
“마력……? 오크가 어떻게?”
어지간히 당황한 모습이었다.
“그런 감상은 일단 뒤로 물려 두시죠.”
“……!”
셰인의 존댓말에 샤샤가 다시 한번 놀랄 겨를도 없이, 마력탄이 오크를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오크는 이전과 다르게 기민한 움직임으로 셰인의 마력탄을 피하고 오히려 앞으로 쏘아져 나왔다.
혹한의 날씨에 단단하게 얼어 있는 땅에 발자국이 새겨질 정도로 우악스러운 돌진력이었다.
“워나후!!”
동시에 허리춤에 차인 두 자루의 손도끼를 쥐어 든 오크가 달려들었으나 중간에 경계하던 샤샤가 이를 놓칠 리 없었다.
지체 없이 앞으로 나아간 긴 대검이 오크의 쌍도끼를 막아 내고, 오히려 힘으로 압도해 검을 위로 쳐올렸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오크의 양팔이 하늘 높이 떠오르고, 그사이에 샤샤는 저 대검이 낼 수 있는 속도가 맞는지 의심이 될 정도로 날렵하게 오크의 양팔을 잘라 냈다.
“쿠오오오오─!”
자신의 양팔에서 느껴지는 섬찟하면서도 화끈한 감각에 오크가 괴성을 내질렀으나, 뒤이어 날아온 셰인의 마력탄이 그런 오크의 머리를 후려쳤다.
“크웍, 크와비타! 워, 워나후!!”
그럼에도 오크의 투지는 사라지지 않았고 그대로 자신의 피로 물들어 번들거리는 입을 샤샤에게 들이밀었다.
이에 샤샤가 뒤로 물러섰고, 또다시 마력탄이 날아와 오크의 머리를 강타했다.
중첩 마력탄을 몇 번이나 허락했던 터라, 오크는 끝내 얼굴이 함몰된 채로 바닥에 쓰러졌다.
“……끝났군요.”
오크의 몸에서 흘러나오던 불그스름한 기운이 사라지고서야, 셰인은 마력탄의 소환을 멈췄다.
“……마력을 쓰는 오크라.”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러자 샤샤가 셰인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걸 예상했던 건가?”
“요 며칠 소수의 오크로는 감당하기 힘든 몬스터들이 계속해서 사라졌습니다. 그들이 마력을 쓰는지는 둘째 치고, 무언가 특별한 수단을 얻었으리라는 생각은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재미있네.”
그러면서, 그녀는 자신의 투구를 벗으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재미있어, 너.”
“영광입니다, 2황녀님.”
샤샤…… 아니, 제페르 디 나타샤 아나스타샤.
제국의 두 송이 꽃 중 하나를 담당하고 있는 그녀는 강철이 떠오르는 굳건한 기세로 그런 셰인을 바라봤다.
차디 찬 아룬비다의 바람이 그런 그녀의 실버블루 빛깔 머리카락을 훑고 지나갔다.
* * *
“미쳤습니까, 황녀님?”
“미안.”
“미치셨습니까?”
“미안.”
“미쳐 버린 겁니까?”
“미안하다니까!”
다음 날 아침.
미미르는 서류 작업을 하던 와중에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같은 말을 몇 번이고 반복하며 아나스타샤를 질타했다.
당연히 자신이 잘못한 일을 인지하고 있던 아나스타샤는 몇 번이고 사과를 해 봤으나, 날아오는 말이 고울 리가 없었다.
세상에.
어떤 황녀가 이 험난한 아룬비다에서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돌아다닌단 말인가!
물론 이와 같은 일이 몇 번 일어난 적이 있긴 했다.
그때는 이곳 주민들 사이에서의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그건 어디까지나 비두론 성벽의 보호를 받고 있는 내부에서였지, 일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외부를 돌아다니는 일이 아니었다.
“다른 때도 아니고 당장 언제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날지 모르는 시기 아닙니까. 진정 이 미미르가 피 말라 죽는 꼴을 보고 싶으신 겁니까?”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지. 알았으면 나가진 않았을 거야.”
“역시 미치신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이걸 어찌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군요.”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자신이 모시는 사람이 미쳐 버린 마당에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디 있습니까.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만.”
“후우.”
결국 아나스타샤는 자신의 얼굴을 한 번 쓸고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
“내가 미친 게 아니라 세상이 미친 거지. 오크가 마력을 썼다. 이게 미친 게 아니고 뭐가 미친 거겠어.”
“그럼 둘 다 미친 것으로 하지요.”
“…….”
질타는 거기까지 하고, 미미르의 표정은 확실히 좋지 않았다.
당장 이렇게 구박이라도 해야 황당함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 것 같았으니.
“혹시 그 개체만 특별한 것 아닙니까?”
“정말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정신 차려.”
적어도 최근에 서식지를 습격당한 몬스터들과 관련된 보고서를 보건대, 한두 마리가 일으킨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자 미미르는 기가 차다는 듯 아나스타샤를 바라봤다.
“미친 황녀님에게 그런 소리를 듣다니. 제가 미쳐버리겠군요.”
“진짜 미칠 것 같으니까 그놈의 미친 소리 좀 그만하지.”
“예.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최근 다른 몬스터들의 서식지에서 일어난 이변 현상은 마력을 쓰는 오크들의 소행이로군요. 흐음…….”
그제야 현실을 직면한 미미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영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놈들이 무언가 준비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봐야겠죠.”
“그래야겠지.”
미미르의 말처럼 오크들이 무언가 일을 꾸미고 있는 게 분명했다.
물론 이 점은 이전까지 받아 온 보고와는 별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미미르가 보다 심각해진 표정을 짓는 이유는, 이전의 보고에서는 오크들이 마력을 쓰지 못한다 생각했던 것이고, 지금은 아니지 않나.
오크가 마력을 쓰기 시작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몇 가지 위험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당장 최악을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은…….”
“몬스터 웨이브지.”
“한 차례로 안 끝나는 게 문제겠군요.”
이전까지 몬스터 웨이브는 그저 자연 현상처럼 일어났다.
사시사철 혹독한 추위를 자랑하는 아룬비다이지만, 그래도 나름의 계절이라는 게 존재한다.
얼마나 덜 춥고 더 추운지에 대한 차이일 뿐이지만, 의외로 이로 인해 다양한 몬스터들의 영역 다툼이 일어난다.
그래서 영역 다툼에서 밀려난 몬스터 웨이브는 예측하기가 비교적 쉬웠다.
그마저도 1년에 1, 2번을 넘지 않기에 막을 만했으나…….
“오크들이 머리를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미르의 말에 아나스타샤도 고개를 끄덕였다.
“몬스터 웨이브의 시기를 녀석들이 컨트롤하게 될지도 모르겠어.”
당장 오크들의 수준이 어떠했는지 당장 아나스타샤가 직접 겪어 보지 않았던가.
거기에 지금 오크들은 적은 수로 이쪽이 모르게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을 만큼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다는 말이다.
“흐음…….”
그러나 진짜 문제는, 이쪽이 적들의 속셈을 알았다고 해서 이렇다 할 대처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아룬비다가 그 강력한 몬스터 웨이브를 감당할 수 있는 이유는 굳건한 성벽이 있기 때문이다.
당장 수색대 또한 성벽이 없는 외부에서 갑작스러운 기습이 일어나면 사상자가 속출하지 않던가.
물론 전쟁을 하자면 못할 것도 없으나, 그렇게 되면 피해가 말도 안 되게 커진다.
그러니 일이 그렇게 커지기 전에 황실의 도움을 받아야 할 테지만, 애초에 이곳 아룬비다는 제국에서 버림 받은 이들이 모이는 곳.
뭐가 예쁘다고 바로 지원이 오겠는가.
증거도 없이 대뜸 찾아가서 오크들이 마력을 깨우치기 시작했고 그들이 몬스터 웨이브를 일으킬 생각인 것 같다고 말해 봐야 진짜 미친 사람 취급 받을 게 뻔했다.
“증거를 모아야겠지, 아무래도.”
“예. 그게 가장 확실합니다.”
“흐음…….”
둘의 고민은 그날 해가 질 때까지 이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