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67)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67화
67화 오크의 혈마법 (3)
셰인의 말을 들은 펠리스가 악귀처럼 표정을 구겼다.
흑마법사라는 족속들은 애초에 상종을 해서는 안 되는 이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저 미친놈들의 의식 같은 게 아니었나?”
“그랬으면 좋겠지만 아니더군. 다른 오크들은 일시적으로 강화된 것에 불과했지만, 마지막에 동족의 피를 마신 놈은 달랐다.”
이전의 오크들이 다룬 혈마력은 다른 존재의 마력이 외부로 분출되려는 성질을 이용한 방식이었다.
때문에 그 마력이 모두 분출되면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겠지만.
동족의 피를 마셨던 오크는 분출되려던 마력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성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마, 동족의 피를 마신 그 녀석은 사이클롭스만큼은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되겠지.”
“미, 미친. 그런 게 어떻게 가능한데? 아니 씨발, 누구는 수십 년 동안 단련해서 마력을 늘리는데, 고작 사냥 한 번 성공했다고 그렇게 강해진다고?”
셰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한정 강해지는 건 아니다. 일단 다른 존재로부터 얻은 마력이기 때문에 스스로 마력의 총량을 늘리지는 못해. 거기에 같은 몬스터를 상대로 똑같은 행위를 반복한다 해도 마찬가지다. 동일한 개체라 하더라도 인간들마다 마력의 성질이 다르듯, 몬스터들 또한 그러할 테니. 오크 한 개체 당 단 한 번만 쓸 수 있는 방법이라는 거다.”
“어, 그, 그래?”
그건 생각보다 큰 페널티였다. 한 번 성장하고 나면 더 이상의 진화는 없다는 말이니.
“그리고 아까 봤던 것처럼, 처음 사이클롭스의 피를 마셨던 녀석의 희생도 감안해야지. 사이클롭스의 마력을 정화하기 위해 스스로의 생명력을 제물로 바치면서까지 동족에게 흡수되도록 만들었으니까.”
“그럼 다른 놈들도 같은 방식으로 강해질 때마다…… 끄응, 엄청 비효율적이구먼.”
“문제는 오크라는 놈들이 수를 불리는 데 이골이 난 놈들이라는 거고.”
“아, 맞다. 그것도 그렇지.”
극히 드물게 쌍둥이를 낳는 인간과 다르게, 오크는 한 번 출산할 때마다 5~6마리씩 새끼를 낳는다. 많을 때는 10마리를 동시에 출산하는 걸 생각하면 미친 번식력을 지닌 것이다.
그렇기에 저런 비인간적이고도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강해질 수 있는 것일 터.
“머리가 아파 오는군…… 저런 놈들이 때로 몰려온다라.”
그간 인류가 압도적인 숫자의 오크를 상대로 밀리지 않을 수 있던 이유는 마력을 사용할 수 있냐 없냐의 유무 때문이었다.
그러나 모든 오크가 저런 식으로 마력을 사용한다면, 제아무리 제국이라 하더라도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니, 펠리스만 하더라도 오크들의 공세에 의해 비두론 성벽이 무너지는 광경을 떠올렸는지 몸서리를 치고 있었다.
다른 삼총사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해 가고 있었다.
“너희가 생각하는 미래를 만들지 않으려고 지금 우리가 여기에 있는 게 아닌가.”
“음…….”
“그, 그렇슴다.”
“마, 맞는 말이지.”
그러다 펠리스가 눈가를 찌푸리며 물었다.
“그런데 우리가 오크들의 본거지를 안다고 해서 해결할 방안이 있나? 물론 놈들을 공격하는 데 수월해지긴 하겠지만, 이곳은 전쟁을 일으키기에 그리 좋은 지역이 아냐.”
괜히 황실이 이곳을 버려 놨겠는가.
몇 차례의 군대를 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기에 지금의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제 와서 오크들의 근거지를 밝힌다고 해서 이전에 실패했던 이유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제국에서는 완벽하게 아룬비다를 포기하고, 산맥 바로 아래까지 전선을 물릴지도 모르는 일이지.”
그러면서 펠리스는 보다 안 좋은 가설을 떠올렸다.
‘그마저도 시간을 지체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하면 밀려오는 오크들에 의해 비두론 성은 완전히 무너져 내릴 것이고, 그사이에 어마어마한 사상자가 생겨날 것이다.
그러면 제국에서는 끝까지 막아 보려 했다는 명분과 함께 처치 곤란한 아룬비다의 난민들에 대한 문제 또한 해결하게 되지 않겠나.
현 제국의 실태를 보아하니 이마저도 실현 가능성이 없지는 않았다.
“그에 대한 대비는 이미 생각해 둔 게 있다. 그걸 위한 수색 작전인 거고.”
“단순히 오크의 본거지를 찾는 게 아니었어?”
케빈의 물음에 셰인은 일전에 미미르와 나눴던 이번 특수 수색대의 목표를 간결하게 설명했다.
“일차적인 목표는 오크의 본거지를 찾아내는 거고, 두 번째는 마력을 쓰는 오크를 생포, 마지막 세 번째는 오크가 몬스터 웨이브를 일으키는 방식을 알아내는 거다.”
“쯧. 미미르 그 양반. 이렇게 무거운 부탁을 했으니 그 값은 나중에 철저히 받아야겠어. 어째 하나도 쉬운 일이 없군 그래.”
펠리스는 중얼거리듯 그리 말했으나, 그런 그의 말과 다르게 입가에는 흉흉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그럼 어찌 됐든 저런 것들을 상대로 전투를 펼쳐야 한다는 거군. 마음에 들어.”
오랜만에 투쟁심이 들끓는 느낌이었다.
삼총사는 그런 펠리스를 미친놈 보듯 바라봤으나, 셰인은 그의 투지를 보며 미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곧 질리도록 싸워야 할 거다.”
* * *
셰인의 말은 머지않아 사실로 다가왔다.
오크들과 사이클롭스의 혈투가 끝난 지 며칠이 더 지난 시점.
일행들은 오크의 뒤를 쫓은 결과, 그들이 인간들처럼 전초 기지를 만들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크들의 기지는 아직 미완성인 상태였다.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막을 초소는 만들어졌으나, 내부는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그럼 정리를 해 보지.”
“내부에 오크들의 숫자는 약 80여 마리. 그중 40마리는 노예처럼 보이며, 다른 오크들에 비해 확연히 체구가 작아.”
“거기에 자잘한 노동은 놈들이 모두 도맡고 있다.”
“그리고 중앙에는 놈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오크, 가칭 백부장이라 부르는 놈이 거주 중인 건물이 보이지.”
“우리의 목표는 그 백부장 오크다.”
막힘없이 이어지는 셰인의 설명에 펠리스가 물었다.
“계획은? 무작정 쳐들어가자는 말은 아닐 테고.”
특수 수색대를 책임지고 있는 펠리스답게 타당한 물음을 해 왔다.
“우리의 숫자가 적으면, 환경을 이용하면 될 일이지.”
“……?”
전생에 조직의 말단이었을 무렵.
조직의 명령에 의해 수많은 던전을 공략하고 다녔던 셰인이다.
지금보다 더 악독한 조건 속에서 얼마나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자신을 입증해 왔던가.
적은 숫자로 많은 수의 몬스터를 상대하는 데는 이골이 나 있었다.
셰인은 삼총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달리기는 잘 하나?”
“……?”
처음 특수 수색대로 뽑혔을 때 느껴졌던 불안감이 다시금 엄습해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삼총사는 결코 추위 때문만은 아닐 오한을 느끼며 셰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 * *
장작이 타오르며 훈훈한 공기가 맴도는 넓은 방.
율랙타르는 자신의 내면에서 날뛰려는 야성을 억누르는 데 온 신경을 쏟아붓는 중이었다.
그러는 사이, 그런 그의 뒤로 늙은 오크 주술사가 다가와 율랙타르의 어깨를 두드렸다.
“흐으…….”
“클클클. 워소드의 아들 율랙타르. 버티기 힘겨워 보이는구나.”
“의식은, 다 되어 가나?”
“그래. 준비는 끝났다. 이젠 네 녀석이 이겨 내는 일만이 남았지.”
율랙타르가 붉은빛이 감도는 눈빛으로 뒤를 돌아보자, 늙은 오크 주술사가 내미는 정체불명의 고깃덩어리가 눈에 들어왔다.
“먹어라. 그리고 이겨 내라. 그리하면 너는 진정한 우리 오크의 용사가 될 것이다.”
“…….”
한 눈에 봐도 구역질이 나게 생긴 고깃덩어리다.
듣기로는 무엇의 심장을 재료로 만들었다던데.
하나 그딴 건 율랙타르가 알 바 아니었다.
으적─
율랙타르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주술사가 내미는 고기를 씹어 삼켰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절하듯 바닥에 쓰러졌다.
“크흐흐. 머지않았구나. 우리 종족이 자유를 되찾을 그 날이…….”
주술사는 쓰러진 율랙타르의 모습을 내려다보며, 그런 율랙타르가 아닌 다른 무언가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그들의 말이 맞았다…… 우리의 신은 끝내 우리를 버릴 것이고, 미래는 스스로 쟁취해야만 하는 것이지.”
그러면서 주술사는 자신의 목에 걸린 토탬을 손에 쥐었다.
“우르부라크를 위하여.”
신이 여태껏 자신들을 조종해 왔듯이.
우리 또한 마지막까지 신을 이용하리라.
그렇게, 주술사는 식음도 전폐한 채 율랙타르가 눈을 뜨기까지 기다렸다.
이윽고.
이틀이라는 시간이 흐르고서야 율랙타르가 두 눈을 떴다.
“이겨 낸 모양이구나. 워소드의 아들이여.”
“……별거 없었군.”
“클클클. 그런 것치고는 땀을 제법 많이 흘린 것 같다만…… 아무래도 좋다. 준비를 갖춰라. 밖으로 나가 마지막 의식을 치러야겠다. 우리 100명의 형제들 또한 기다리고 있다.”
“다 왔나?”
“그래.”
십인대장을 넘어 백부장이 되는 일은 오크들에게 있어 영광스러운 날이다.
때문에 백인대에 소속된 모든 오크들이 모이고, 백부장이 되는 의식을 치르는 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한바탕 시끄럽겠군.”
“그렇겠…… 으음?”
그때, 주술사는 허옇게 뜬 눈으로 고개를 돌려 바깥 방향을 바라봤다.
“이게 무슨 소리지?”
“왜 그러지?”
“바깥이 시끄럽군. 아무래도 형제들이 불청객까지 끌고 온 모양이야.”
“좋군. 안 그래도 누워 있느라 몸이 근질거리던 참이었는데.”
뿌우우우우우──!
아니나 다를까 율랙타르가 자리에서 일어서기 무섭게 적이 출현을 알리는 뿔피리 소리가 들려왔고, 둘은 동시에 밖으로 나갔다.
“몬스터들이 몰려온다!”
“사이클롭스도 보인다!”
“강인한 전사, 율랙타르는 어디에 있는가!”
“우리를 이끌어 줄 전사! 율랙타르의 의식이 끝나지 않았다! 우리가 저들을 막아 내리라!”
그에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오크들 너머로, 저 멀리서 대량의 몬스터들이 달려오는 광경이 펼쳐졌다.
“몸풀기에 딱 좋은 시험대로군.”
의식도 의식이지만, 역시 율랙타르는 이런 식으로 자신을 입증하는 것이 성미에 맞았다.
평소 자신이 쓰던 투박한 검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선 율랙타르는 이제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는 야성을 터뜨리며 포효했다.
“쿠오오오오오─!”
“율랙타르!”
“워소드의 아들이 일어났다!”
“그에게서 강인한 영혼이 느껴진다.”
“의식을 이겨 낸 새로운 용사가 탄생했다!”
“율랙타르! 율랙타르!”
그에 혼비백산으로 움직이던 오크들이 율랙타르를 중심으로 뭉치기 시작했고, 율랙타르는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내가 써 내려갈 역사에 이름을 남길 자는 누구인가! 나, 워소드의 아들 율랙타르의 곁에 설 형제여! 앞서 나아가 스스로를 증명해라!”
“우오오오오─!”
그에 오크들이 각자의 무기를 힘껏 쥐고 함성을 내지르며 몰려오는 몬스터를 향해 달려갔다.
율랙타르는 이 전투가 이제부터 자신이 써 내려갈 역사의 첫걸음이 되리라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그런 그들과 먼 저리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두 쌍의 눈동자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주접들이 대단하군.”
한 오크에게는 역사가 될 전투가, 누군가에게는 저런 박한 평가를 받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