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72)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72화
72화 왜 그들은 움직이지 않았나 (2)
처음의 시작은 소문이었다.
제국의 저 먼 북쪽.
고대 흡혈귀의 흔적이 발견됐다더라.
하는 그런 도시 전설과 같은 소문이 말이다.
고대 종족에 관해 언급되는 소문은 워낙 이 바닥에 자주 퍼지는 탓에 처음에는 그리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그 소문의 출처가 메자이아 대수림의 탐사에 포문을 열었던 셰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급격한 관심이 기울기 시작했다.
모험가들의 성지인 연합국.
특히 마탑 소속 마법사들의 관심이 지대했다.
이미 셰인의 이름은 마법사들 사이에서 유명했고, 벌써부터 엘프들이 주로 쓰던 정기를 활용한 마법이 상당 수준까지 연구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 소문의 출처가 정확한지에 대한 이야기가 퍼지고 있을 무렵.
또 다른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 것은 그쯤이었다.
북부 아룬비다의 영주인 2황녀, 아나스타샤가 직접 확인한 일이며, 이로 인해 제국에 지원군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는 소식이었다.
물론 연합국 입장에서 제국이 그 요청을 거절하든 말든 일절 상관없는 일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장의 상황과 역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무, 뭐? 오크들의 남하?”
“몬스터 웨이브?”
“그런데 조사조차 안 들어갔다고? 완전 미친놈들 아니야?!”
50년 전.
당시 북부의 대부분을 오크들에게 함락당한 사건으로 인해 전 대륙의 경제가 박살이 나지 않았던가.
그때 당시에도 연합국은 대륙의 중심이었으며, 그 연합국에서 가장 큰 역할을 맡고 있는 제국이었는데, 그런 제국이 오크들로 인해 북부가 함락당했으니 제국의 금화 가치가 수직 하락하는 것은 당연했고.
시장 경제의 중심이 되었던 제국 금화의 가치 하락은 연합국의 경제에 치명적이었다.
때문에 그 소문에 의해 각 나라에서 파견된 타국의 귀족들이 제국 소속 귀족들에게 달려간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연합국의 제국 소속 귀족들은 그와 관련된 정보를 쥐뿔도 모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관련된 정보를 자연스럽게 얻었을 테지만, 제국 자체에서는 미미르가 찾아온 건에 대해서 그리 심각성을 부여하지 않았다.
단순히 2황녀가 황실의 관심을 끌어 보려는 수작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말을 해 줘야 대비를 할 것 아니오!”
“우리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오!”
그러니 저렇게 타국의 귀족들이 큰 소리를 쳐도 할 말이 없던 것이다.
제국 소속의 의원 입장에서는 환장할 노릇이었다.
뭘 아는 게 있어야 말해 줄 텐데, 관련된 정보라고는 도시에 퍼진 소문 정도가 전부였으니.
이대로 상황이 흘러갔다간 다른 귀족들에게 무능하다는 인식만 남을 판이었다.
그러던 와중, 제국 측 의원들에게 셰인이 소속된 가문인 클레이튼으로부터 서신이 도착했다.
의회 소속 귀족들에게는 가뭄의 단비나 마찬가지인 상황.
서신을 확인한 이들은 밝은 얼굴이 되어 곧장 의회로 달려 나갔다.
“명확한 증거를 가지고 온다고 하오!”
“그게 정말이오? 증거라면?”
“혈마력을 쓰는 오크를 생포했고, 추가로 전투 기록이 담긴 영상을 가지고 온다 하더이다.”
“소문이 진짜였다니!”
“그럼 발표는……?”
“카비르 마탑 소속인 케이튼 장로의 이름으로 학회를 따로 연다고 했소. 장소는 당연히 메지셔널 위습이고.”
“으음……!”
그러자 의회의 분위기가 더욱 심각해졌다.
만약 헛소문이었더라면 그저 이런 일도 있었구나 하고 넘어갈 일이었지만, 다름 아닌 클레이튼 가문이 직접 서신을 보내 온 내용이었으니.
소문은 사실이라는 셈이었다.
그렇다면 여기서부터는 정치적인 선택지가 대폭 늘어난다.
그 말인즉슨, 귀족들의 입장에서 굉장히 위험한 줄다리기를 해야 한다는 말과도 같았다.
때문에 아직 의회에서 발언권이 얼마 없거나 가문의 힘이 약한 이들은 기회로, 이미 잃을 게 많은 이들은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머릿속에 공통적으로 드는 생각은 하나였다.
“제국의 중앙 정치 귀족 놈들은 왜 북부의 요청을 거절한 거지……?”
이만한 사태를 그저 증거 불충분으로 넘긴 제국을 향한 불신이 싹튼 순간이었다.
* * *
“자네는 언제나 날 놀라게 만드는군. 허허.”
케이튼은 몇 달 만에 보는 셰인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언제나 뛰어난 인재를 환영하는 그의 입장에서 셰인은 찾아올 때마다 놀라운 발견과 함께 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혈마법이라…… 최근 들어 위험한 마법이 자주 발견되는군.”
마법사로서 흑마법과 혈마법이 얼마나 큰 위험을 안고 있는지 잘 알고 있는 케이튼은 자연스럽게 걱정의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셰인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열었다.
“저는 이제 슬슬 그 마법들을 수면 위로 올려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어째서지?”
남들이 들으면 기겁할 말이었으나, 케이튼은 차분히 셰인에게 되물었다.
눈앞의 소년이 가지고 있는 시야가 유별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위험에 대한 무지(無知)는 대처하지 못하게 만드는 재앙의 근원입니다. 인류가 처음 마력을 깨우치기 시작했을 때, 스스로를 선택받은 자들이라 하여 마력을 남발하던 시기가 있지 않았습니까?”
“으음. 확실히 그렇지. 기원 후 극초기에는 그러한 경우도 상당했다고 들었네.”
“흑마법과 혈마법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위험성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대처할 수 있는 기관을 따로 만들어야겠지요.”
“흐음.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야. 다만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걸세. 36년 전에 있었던 흑마법사들과의 전쟁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많으니.”
“걱정 마십시오.”
셰인이 그리 말했으나, 그래도 케이튼은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만큼 셰인이 방금 했던 발언은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아무튼 머지않아, 학회가 시작됐다.
1년에 한 번 열려도 많은 마당에 올해만 들어 두 번이나 열렸음에도, 많은 마법사들이 참석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일전에 셰인이 발표한 엘프들의 정기를 활용한 마법의 연구가 한참 유행 중이지 않은가.
이미 어느 정도 자신만의 이론을 세운 마법사들은 여러 귀족이나 상인의 눈에 띄어 상당한 금액의 지원을 받고 있었다.
이번에도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었기에, 다양한 마법사들이 모여 단상 위에 선 셰인을 바라봤다.
뿐만 아니라, 드물게 마법 학회에 뜻밖의 인물들도 대거 찾아왔다.
요 며칠 소문에 시달리던 연합국의 정치 귀족들이었다.
[안녕하십니까. 클레이튼 R 셰인입니다. 몇 달 만에 선배님들을 다시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또한, 이 자리를 찾아 주신 의원님들께도 감사의 말씀 올리겠습니다.]셰인은 이전과는 다르게, 먼저 자신이 가지고 온 결과물을 선보였다.
이 자리에 마법사만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부터 클레이튼 R 셰인 마법사님께서 직접 촬영해 온 증거 영상을 시청하겠습니다.]진행자의 말이 이어지고 학회가 점차 어두워지더니, 이내 셰인이 준비한 수정구가 허공에 오크들과 사이클롭스의 전투를 그려 내기 시작했다.
오크들의 전투는 광기, 그 자체였다.
자신들의 목숨을 돌보지 않고 철저히 적을 죽이기 위해 달려드는 것은 과연 용맹함일까, 무모함일까.
이는 결과가 말해 주었다.
여러 오크가 죽었음에도 그들은 조금의 주저 없이 사이클롭스에게 기어코 상처를 내는 데 성공했고, 점차 전투의 양상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윽고 오크 십인대장이 사이클롭스의 거대한 외눈에 검을 꽂아 넣는 것을 결정타로, 놈의 거구가 쓰러지자 학회에 모인 의원과 마법사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정말 오크가 마력을 썼다.
그것도 인간들이 알지 못하는 괴이한 방법으로, 저 거대한 사이클롭스가 쓰러진 것이다.
마력에 있어서 저항력이 있는 사이클롭스는 어지간한 마법사들에겐 상처조차 입힐 수 없는 존재이지 않나.
이에 마법사들이 깊은 침음을 내뱉었다.
그러나 놀라움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후 이어지는 오크들의 의식.
죽은 사이클롭스의 피를 마신 오크가 폭주를 하더니, 여태 곁에서 함께 싸워 온 오크들은 그런 오크를 죽이고, 또다시 그 오크의 피를 마신다.
과연 혈마법다운 괴이한 의식이었다.
이윽고 영상이 끝나자, 질의 시간이 찾아왔다.
역시나 질문의 시작은 가장 마지막에 있던 의식에 관해서였다.
“놈들이 마지막에 행했던 그 의식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이오?”
[차후 저희가 알아본 바, 오크들은 죽인 몬스터의 피를 섭취하는 것으로 피에 담긴 마력을 자신들의 신체에 담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몬스터의 야성 따위와 같은 것이 함께 깃들기에 그 야성을 담을 제물을 정하는 것이지요.]“한 번 걸러 내서 쓴다는 것이군. 동족의 목숨을 걸고…….”
[맞습니다.]그 이후로도 셰인은 아룬비다에서 얻어 낸 정보를 아낌없이 풀어냈다.
오크들이 쓰는 혈마법의 방식과 그 결과, 그리고 치명적인 약점.
마지막으로 오크 샤먼이 펼쳤던 주술에 대해 말할 때는 여러 마법사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주술은 마법과 비슷한 면이 있기에, 오크 샤먼이 펼친 주술의 성능이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 파악했기 때문이다.
“환영에 물리력을 담는다라…… 거기에 대상이 마력을 쓰기만 하더라도 발동된다니. 조건도 너무 쉽지 않나?”
“아무리 마법이 모르면 당할 수밖에 없는 학문이라고는 하지만, 주술은 특히나 치명적이군.”
“이런 마법이 군대에 펼쳐진다고 생각하면…….”
“복잡해지지. 오히려 강하면 강할수록 당하게 되니.”
특히 무려 3품의 마스터 실력에 다다른 펠리스가 무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은 마법사들에게도 공포로 다가왔다.
작금에 들어서 인간들에게 마력은 없어선 안 되는 것이기에.
마법사들이 자기들끼리 수군거리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할 쯤, 셰인은 또다시 준비해 둔 물건을 단상 위에 올렸다.
[이것은 오크들의 전초 기지에서 발견한 것입니다.]오크어로 적혀 있는 가죽이 번역된 채로 공개되자, 글을 읽은 이들의 얼굴이 거무죽죽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가죽에 피로 적인 내용인즉슨.
“몬스터 웨이브를 일으켜 아룬비다를 함락하겠다고 적혀 있는 게 사실이오?”
“진정 오크들과 전쟁이 벌어지는가!”
가장 먼저 우려하던 일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깨달은 의원들이 그리 외쳤고, 마법사들 또한 안에 적인 내용을 마법적인 시점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토템을 활용한 주술로 몬스터를 조종한다니…….”
“정확히 말하자면 유인에 가깝겠어.”
“아무리 방어를 한다 하더라도 토템의 효과 반경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야 할 텐데.”
“토템을 옮기기만 해도 효과가 발휘되니,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지 않소?”
“끄응…… 난해하군.”
새로운 마법에 흥미를 가지고 찾아온 마법사들도 어느새 일의 심각성을 깨닫고는 표정이 심각해졌다.
마법사들 또한 연구를 위해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50년 전에 일어난 사태를 대부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 의원 중 한 명이 손을 들었다.
“그렇다면 현재 아룬비다는 어떤 대책을 마련 중이지?”
[안타깝게도 현재 아룬비다의 인력만으로는 오크들의 계획을 저지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보다시피 오크들은 그 방대한 숫자로 이미 아룬비다보다 더 넓은 포위망을 만들고 있습니다. 여기에 적힌 대로라면 총 184군데가 이와 같은 백인대로 구성되어 전초 기지를 세우고 있으니 말입니다.]이게 오크의 무서운 점이었다.
많은 숫자를 통한 인해전술.
뿐만 아니라 놈들은 토템과 고든의 혈마법을 통해 전생의 셰인이 알고 있던 것보다 더 전술적인 움직임을 취하고 있었다.
“방법이, 없다는 것인가?”
[그와 관련해서 황실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지요. 해서 저는 이 증거들을 가지고 이곳 연합국에 찾아온 것입니다.]“하나 이는 결국 제국에서 일어나는 일일세. 그 문제의 해결을 연합국에 끌어들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지.”
맞는 말이었다.
아무리 제국의 화폐가 연합국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는 하나, 고작 화폐를 인질로 삼아 이 위기를 넘기기에는 명분이 부족하다.
결국 제국에서 먼저 나서줘야 연합국도 거기에 발 맞춰 움직인다는 것인데.
“제국은 이번 일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에요.”
그때.
누군가 학회의 문을 열며 그리 말하자 모든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가을 보리밭을 떠올리게 만드는 금발의 여인이 그곳에 서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