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73)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73화
73화 장난스러운 표정
1황녀, 제페르 디 아르샤 올리시아의 등장에 몇몇 눈치 빠른 귀족들은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바로 간파해 냈다.
‘결국 황실의 정치 싸움이었나?’
현재 아룬비다는 2황녀인 아나스타샤가 맡고 있고, 그런 황녀의 요청이 거부됐다.
여기까지는 추론에 불과했지만, 1황녀까지 몸소 나선 것을 보면, 분명 황태자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리라.
올리시아는 자신에게 집중된 시선을 바라보며 평소처럼 미소를 지었다.
“아쉽게도 황실에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이번 건을 미뤄 두기로 했어요. 이미 메자이아 대수림으로 인해 중요성에서 밀린다 판단한 것 같더라고요.”
“…….”
마치 너희가 생각하는 그게 아니라는 것처럼 말하는 올리시아였지만, 한 번 의심하기 시작한 몇몇 사람들은 그 말을 쉽게 믿지 않았다.
“하면, 황녀님께서는 우리 연합국이 아룬비다로 파견을 가길 바라시는 겁니까?”
황실의 현실을 눈치챈 인물 중 연합국의 의장인 헤일로 마일드의 질문에 올리시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런 도움을 주신다면 우리 황실도 잊지 않겠지요.”
“글쎄요……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떨지.”
그런 의장의 부정적인 태도에 동감한다는 듯 다른 의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제국의 화폐 가치가 높다고는 하지만 지금부터 밑 작업을 들어간다면 어느 정도 출혈을 각오하더라도 막을 방법은 있었으니.
굳이 위험한 도박에 참여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제아무리 연합국이 제국의 권력에 비교적 자유롭다고는 하나, 추후 황제가 될지도 모르는 이의 코털을 건드릴 필요가 있겠는가.
“물론 저 또한 가만히 도움만 받을 생각은 아니랍니다. 여러분들의 의견이 조금만 모인다면, 저도 제 이름을 걸고 황실에 제대로 된 군대를 요청하겠습니다.”
“음…….”
이렇게 된다면 명분에서도 그림이 산다.
만일 방어전에 있어서 큰 출혈이 생긴다 하더라도 그건 제국의 이름값에 먹칠을 하는 것이지 연합국 입장에서 손해가 생기는 것은 아니니까.
오히려 그대로 황실에 빚을 지운다면 남는 장사로 봐도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의회의 인물들은 표정이 펴질 줄을 몰랐다.
기왕 제국의 원정에 참여한다면 이기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50년 전과 다른 그림이 그려질지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올리시아의 의견에 동참한다 하더라도 과연 그 혹독한 아룬비다에서 오크들과 제대로 된 전쟁을 준비할 수 있을까?
50년 전 제국이 어떻게 아룬비다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는지를 떠올리면 그리 희망적이지 않았다.
물론 그 사이 기술적 진보가 있었으니 완전히 같은 그림이 그려지진 않겠으나…….
반대로 말하면 오크들 또한 마력의 사용이라는 발전을 이루어 냈다.
의회의 귀족들과 마법사들이 이걸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이유는, 이 또한 제국의 치욕으로서 역사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눈치 빠른 올리시아는 저들의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알아차렸다.
“괜찮아요. 다들 걱정하시는 게 뭔지 잘 알고 있답니다. 하지만 여러분. 우리 인류는 과거의 실패로부터 진보하는 존재랍니다.”
그러면서, 올리시아가 셰인을 향해 시선을 보냈다.
[그럼, 이어서 두 번째 발표에 들어가겠습니다. 이번 발표는 앞서 시연에 도움을 주신 카비르 마탑의 아르키아 J 케이튼 장로님께 감사의 말씀 올리겠습니다.]그러자 마법사들의 눈이 다시금 반짝였다.
앞서 학회를 열 때, 셰인이 한 가지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던가.
몇몇 마법사들은 설마하는 눈치로 셰인을 바라봤다.
셰인은 그런 이들의 시선을 느끼며 마법이 인챈트된 스크롤을 펼쳐 들었다.
마력에 반응한 스크롤이 푸른빛을 내뿜으며 회장을 매우자, 이내 둥근 포털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테, 텔레포트?!”
마법사들의 도시, 매지셔널 위습은 텔레포트 차단 마법진이 설치된 도시다.
다만 몇몇 이들은 앞서 셰인이 언급한 케이튼의 손에 들린 스크롤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정적으로 매지셔널 위습에 걸린 텔레포트 차단 마법진을 무효화하는 스크롤이었기 때문이다.
[정기를 활용한 신개념 이동 수단, ‘라이프 텔레포트’입니다.]그런 포털의 내부에서, 철그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무거운 갑옷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옅은 실버블루 톤의 머리카락이 해어진 머리끈으로 묶인 채 목 아래까지 늘어졌고, 눈밭을 연상케 만드는 메마른 은빛 눈동자가 회장을 쭉 훑었다.
“오랜만이야, 올리시아.”
“어머. 이런 식으로 마주할 줄은 몰랐네요. 정말 많이 컸어요. 이 언니보다도 더.”
제페르 디 나타샤 아나스타샤.
제국의 두 번째 꽃, 2황녀가 포털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 * *
가혹한 기후만큼이나 인간의 앞길을 막는 것은 험악한 지형이다.
특히 그 두 가지가 엮여 있다면, 이는 인간이 살기에 힘든 지역이라 부른다.
작금에 들어서 인간이란 교류를 통해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룬비다는 제국에서도 골칫거리일 수밖에 없었다.
매년 위협적인 몬스터 웨이브를 막느라 보급품을 보내 줘야 하지만, 지나칠 정도로 차가운 기운을 담고 있는 아룬비다의 마력 때문에 텔레포트도 못하는 상황.
한마디로 계륵과 같은 땅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이동 수단만 어떻게 해결이 된다면 아룬비다도 충분히 값어치 있는 땅이 될 수 있었다.
메자이아 대수림처럼 마석이 잠들어 있지는 않으나, 그 외에 다양한 광산이 깃든 땅이었으니.
그뿐이던가.
매년 일어나는 몬스터 웨이브로부터 얻게 되는 부산물은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몬스터의 사체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일반적인 던전과 다르게, 이곳 아룬비다는 던전에 포함되지 않은 몬스터들이 서식하고 있는 장소이지 않던가.
방법만 생긴다면 충분히 금싸라기로서의 가치가 있는 땅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문제가 바로 눈앞에서 해결된 모습에 많은 이들이 두 눈을 크게 떴다.
특히 귀족들은 1황녀와 2황녀가 손을 잡았다는 사실과, 이후 명분이 그 둘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하게 흘러가기 시작했음을 눈치챘다.
반면 마법사들은 정말 셰인이 정기를 활용한 텔레포트 마법에 성공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으아아악!”
“젠장, 늦었다!”
“내, 내 연구비가, 시간이……!”
개중에는 셰인과 동일한 연구를 진행 중이던 마법사들이 비명을 질렀다.
무려 황녀가 직접 그 성능을 확인한 저 마법 이상으로 뛰어난 결과를 낼 리가 없지 않나.
“자, 잠깐. 그게 가능한 거요? 정기를 해석해서 마력 코드로 만들었다고?”
지금 셰인이 하는 말은 마치 다른 종족의 언어를 그대로 인간의 언어로 바꿨다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물론 시간을 충분히 들인다면 그것도 가능한 일일 테지만, 고작 혼자의 힘으로, 그것도 몇 개월 만에 그런 일을 벌였다는 게 마법사들은 믿겨지지가 않았다.
거기에 마력이라는 것은 언어처럼 인간이 창조해 낸 것조차 아니지 않은가.
아직 베일에 싸인 게 많은 것이 마력이다.
그에 입을 다물지 못하는 마법사들을 향한 셰인의 다음 말은 그들이 뒷목을 잡기에 충분했다.
[많은 어려움과 시행 착오가 있었으나 그 덕에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이건 무슨 아카데미 수석 입학을 교과서만 보고 해냈다는 것도 아니고.
‘이게 재능이라는 건가…….’
‘늙으면 죽어야지. 암, 저런 어린 것들에게 추월당하다니! 죽어 마땅하지!’
‘저 코드를 알아내는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돈이 떨어질 텐데……!’
실상 아룬비다처럼 혹독한 환경으로 인해 버려진 지형이 얼마나 많던가.
저 텔레포트 마법진이 상용화만 된다면, 그로 인한 인센티브를 받는 것만으로도 돈방석에 앉을 수 있으리라.
많은 마법사들이 질투 혹은 선망 어린 시선으로 셰인을 바라봤다.
도저히 저런 나이에 이룰 수 있는 업적이 아닌지라 의심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으나, 앞서 라비아타도 인정한 마법사이지 않은가.
재능이라는 것이 잔인하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마법사들이기에, 결국 현실의 씁쓸함을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셰인에 의해 열린 학회는 마무리가 지어졌고, 무려 7년 만에 상봉한 두 황녀는 따로 방을 잡아 서로를 마주했다.
“할 이야기가 많겠지요?”
“응. 그런데 바빠서 그럴 시간이 없을 것 같네.”
백부장이 습격을 받았던 것 때문일까, 최근 오크들의 동향이 심상찮다는 보고를 받았기에, 가능한 한 이곳에서의 일정을 빠르게 마치고 돌아가야 하는 아나스타샤다.
“아쉽네요. 그래도 7년 만의 만남인데.”
“어쩌겠어.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걸. 이번 위기만 잘 넘기면 그때 해후를 풀어도 되겠지.”
“그래요…… 아무튼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올리시아는 진심으로 그리 생각하며 자신의 여동생을 바라봤다.
이 배다른 쌍둥이 동생은 어릴 적부터 탁월한 신체 능력으로 전선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황실의 품위보다는 병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으며, 드래스보다는 갑옷을, 아름다운 코사지보다는 뜨거운 심장으로 이 제국을 지키고자 했다.
그런 아나스타샤가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아룬비다라는 척박한 땅에 버려진 것이다.
어찌 보면 경쟁자를 하나 제거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올리시아는 그 사실이 전혀 기쁘지 않았다.
결국, 아나스타샤는 하나의 본보기였을 뿐이었으니까. 자신의 오라버니인 새뮤얼이 자신에게 대항하는 존재를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한.
그래서일까.
아나스타샤는 새삼스러운 눈빛으로 올리시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나선 게 의외인가요?”
“응. 언제나 오라버니의 눈치만 살폈으니까. 내가 떠나던 그 순간까지도.”
아나스타샤는 딱히 올리시아를 탓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있는 사실 그대로를 말하고 있었을 뿐.
그렇기에 올리시아는 전혀 기분 상한 내색 없이 미소를 지으며 홍차가 담긴 잔을 들며 말했다.
“달리기 위해 자세를 낮추듯, 저도 비슷한 상황이었거든요.”
7년 전 그날 이후. 올리시아는 가급적 몸을 사리며, 기회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본래라면 벌써부터 움직일 생각은 없었으나, 그토록 기다리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자신의 앞길을 방해하는 게 없다고 판단한 새뮤얼이 방심을 했고, 로즈베리 눈동자의 소년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이렇게 밥상이 차려진 상태이니만큼 어떻게 움직이지 않을 수 있을까.
“……그래, 좋아.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건데?”
“그 사람에게 따로 들은 건 없었나요?”
“나머지는 언니가 알아서 해결할 거라고 하던데? 난 와서 듣고 결정만 하라고 했어.”
“참…… 기껏 사람을 불러 놓고 해결은 전부 이쪽에게 맡겨 두는 건가요?”
말은 그렇게 했으나, 올리시아의 표정은 오히려 웃고 있었다.
재밌었던 것이다.
지금 이 상황이.
하나부터 열까지 셰인이 모두 손을 쓰려고 했다면 올리시아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반감이 들었을 터.
그러나 셰인은 판만 깔아 두고 나머지는 올리시아에게 맡겨 놨다.
마치 탐스러운 요리 재료들을 눈앞에 내놓고 마음껏 요리해 보라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는 그런 재료들을 망칠 만큼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일을 키워 보도록 하죠.”
그러면서 올리시아는 빙긋 웃어 보였다.
아나스타샤는 그런 그녀의 표정을 보며 과거를 떠올렸다.
언제였을까.
아주 어릴 적, 자신을 괴롭히던 새뮤얼에게 복수를 하기 직전의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이었다.
물론, 그때와 지금의 위치는 너무 많이 달라져 버렸지만 말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