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76)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76화
76화 난공불락 (1)
흔히들 전쟁 전은 폭풍전야와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룬비다의 주민들에게는 일상과도 같아서, 평소처럼 날카로운 살기를 숨기고 성벽 너머를 바라봤다.
그러다 시작된 전쟁은 방금 전의 고요함이 어디로 갔나 싶을 정도로 혼란과 광기로 가득 차게 된다.
성벽 너머.
몬스터 군단이 자신들의 흉성을 해소하기 위해 성벽을 향해 다가온다.
오크 샤먼이 펼친 주술의 효과일까?
몬스터들의 눈이 밤하늘 아래서 붉은빛으로 물들어 흉흉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일반인들이 보면 오금이 저릴 게 분명한 광경.
하나 아룬비다의 주민들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때를 기다렸다.
그때 구름에 가려진 달빛이 아래를 비추자, 몬스터 군단의 최전선에 서 있는 몬스터들이 보였다.
시작부터 아이스 스톤 크랩이 일렬로 다가왔다.
평소 바위를 먹으며 지내는 그들의 외피는 튼튼하기가 강철과도 같았기에, 어지간한 파괴력이 아니고서야 뚫기가 힘들었다.
그런 그들의 뒤로는 성을 포위하기 위해 비교적 작은 소형 몬스터들이 주를 이뤘다.
중간중간에는 아울베어나 아이스 트롤과 같은 중형급 몬스터들이 성문을 부수기 위해 다가왔다.
그리고 가장 끝에는 사이클롭스와 오우거와 같은 대형 몬스터들이 있었다.
놈들의 손엔 큼지막한 바위가 하나씩 들려 있었는데, 놈들의 근력을 생각하면 저 정도 크기의 바위는 성벽을 지키는 대포의 사정거리와 맞먹을 정도로 날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몬스터들이 한 대 모여 오크 샤먼의 주술에 의해 더더욱 강화되니 그저 다가오는 것으로도 느껴지는 압박감이 대단했다.
이윽고 몬스터 군단이 대포의 사정거리까지 다가온 순간.
포문의 조준을 마친 포병들의 귀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쏴라!”
콰콰콰콰콰콰쾅─!!
마치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와 같이 포문으로부터 거대한 대포알이 터져 나왔다.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발포음에 아이스 스톤 크랩이 몸을 잔뜩 웅크려 다가올 충격에 대비했다.
그와 동시에, 대포의 포문 바로 앞.
포탄 앞에 마법진이 전개됐다.
[가속], [중첩], [관통].지난 며칠 동안 미미르가 밤까지 새어 가며 포문에 새겨 둔 마법진 위로 셰인의 룬어가 빠짐없이 적혔다.
날아가는 포탄이 마법진을 통과해 중첩된 가속이 붙고, 동시에 기존의 사거리를 벗어나 멀리까지 날아갔다.
그 결과 대형 몬스터가 있는 곳까지 피해가 확산되고, 바위를 던질 준비를 하던 대형 몬스터들은 대포에 의해 몸이 꿰뚫렸다.
동시에 몬스터의 몸을 뚫고 나온 포탄이 땅에 처박힘과 동시에 터지자, 그로 인한 철파편이 주변에 있던 몬스터의 몸을 또다시 관통했다.
단 한 번의 공격만으로도 몬스터 군단의 후열이 박살이 났다.
그러나 이러한 공격은 단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준비된 마법사는 무섭다고 했던가?
그러나 그런 마법사가 무섭기 위해서는, 그만한 재력도 필요한 법이다.
‘황실의 금화가 좋긴 좋군.’
그 짧은 시간 안에 공수해 온 대량의 마석.
그걸 조금만 활용한다면 지금처럼 초장에 몬스터 군단의 힘을 확 빼고 시작할 수 있었다.
뒤이어 날아오는 포탄에 또다시 피륙이 허공을 날아다니자, 혈향을 맡은 몬스터들이 괴성을 지르며 그대로 달려들었다.
자신들의 야성을 숨기지 못하는 몬스터의 특성상, 놈들은 빼지도 못할 운명인 것이다.
이게 몬스터들의 한계였으나, 반대로 말하면 그렇기에 강한 점도 분명 있었다.
목숨 따위 돌보지 않는 소모전이 이루어진다면 이쪽의 피해가 훨씬 클 테니.
“개문(開門)!”
포탄과 화살의 비를 맞고 넝마가 된 몬스터 군단을 확인한 아나스타샤가 그리 외치자 굳게 닫혀 있던 성문이 열리며 제국에서 수급해 온 장비를 갖춘 영주민들이 모두 달려 나갔다.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 년 동안 아룬비다에서 살아온 이들은 각자의 무기를 쥐고 달려오는 몬스터를 맞이했다.
순식간에 전투로 인한 광기가 전장을 가득 채웠다.
검사의 검에 아이스 트롤의 목이 단번에 떨어져 나가고.
팔 한쪽이 날아간 채 살아남은 오우거의 주먹질에 방패를 든 전사가 방패와 함께 저 멀리 날아간다.
사이클롭스의 발 구르기에 수십이나 되는 인간들이 넘어지며 전선이 무너지는가 하면.
수십 명이 사이클롭스에게 달려들어 기어코 그 목숨을 빼앗는다.
죽고 죽이는 전쟁이 이어지고, 밤이 지나 새벽이 되고 동이 틀 무렵.
몬스터의 피로 이루어진 강이 흐른다 해도 좋을 정도로 몬스터의 시체들이 아룬비다의 차가운 바닥을 덥히고 있었다.
한 차례 끝난 몬스터 웨이브.
수만의 몬스터가 끝내 목숨을 잃었으나, 반대로 인간들의 피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사상자의 수는 총합 200가량.
그 중에 목숨을 잃은 이의 숫자는 채 10명이 되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아나스타샤와 미미르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생각보다 피해가 많은데.”
고작 수천으로 수만의 몬스터 군단을 막았음에도 이러한 평가가 나온 이유는 역시 이번 웨이브가 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수색대가 확인한 몬스터의 총 수는 십만이 넘어가는 상황.
이번 웨이브에 소모된 몬스터의 수는 얼추 1만 7천여 마리로 확인되니, 적어도 이러한 웨이브가 최소 6번 이상 더 진행된다는 말이다.
그뿐이던가?
인간들의 힘이 빠지길 기다리고 있는 오크들의 존재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다만 이처럼 몬스터 웨이브가 몰아서 오게 된다면 성을 지켜야 하는 작금의 상황에 성을 보수할 방법이 마땅찮아진다.
때문에 인명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성문을 열었으나.
“지금의 상황을 본다면 이후 성문을 열 수 있는 횟수는 최대가 3번입니다.”
미미르의 평가에 아나스타샤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웨이브의 예측 시간은?”
“이틀 후, 새벽으로 판단 중입니다.”
“그렇단 말이지…….”
앞으로 올리시아의 선발대가 오기까지 남은 시간은 총 열흘.
과연 그 안에 성벽을 무사히 지킬 수 있을까?
이쪽의 피해가 너무 커진다면 이후 도착할 지원군들에게 명령을 내리기 힘들어진다.
아무리 똥개도 제 집에서 반은 먹고 들어간다 한들, 숫자의 차이를 메우기엔 힘든 일이니.
반대로 성벽이 무너진다면 지원군이 온다 해도 오크들과의 전쟁이 제대로 될 가능성이 없다.
아무리 봐도 상황이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그때, 셰인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보급 품목을 바꿔야겠습니다.”
* * *
겉으로는 나른해 보이는 오후.
해질녘의 석양을 바라보며 올리시아는 얼음이 동동 띄어진 티를 마시며 잠시나마 생긴 여유를 즐겼다.
이처럼 단순히 티타임을 가지는 것처럼 보임에도 고귀함이 느껴졌으나, 이는 물 위 백조와 같을 뿐이다.
실제로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새뮤얼의 가신들과 앞으로 다가올 전쟁을 대비해 힘겨루기를 하고, 물밑 정치싸움으로 치열한 시간을 보냈으니 말이다.
올리시아에게 있어서 이번 일은 첫 반기이자,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만일 이번에도 황실에서 새뮤얼의 입지에 밀리게 된다면, 도리어 올리시아의 힘이 쭉 빠져나가게 될 테니.
그리된다면 재기 불능이다.
그럼에도 이렇듯 한숨 돌릴 수 있는 이유는, 눈앞에 있는 소년 때문이었다.
“화, 황녀님. 말씀하신 다, 담당 보급의 무, 문제는 해결했습니다.”
베른슈타인 가문의 차남, 베른슈타인 오스튼.
일전의 만남 이후 올리시아는 몇 번씩 오스튼과 만남을 가졌고, 그 결과 지금처럼 바로 곁에 두고 쓰는 지경에 이르렀다.
몇몇 가신들은 타국 출신의 귀족인 그가 황실에, 그것도 황녀의 직속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에 불만을 품었다.
그러나 얼마 되지도 않아서 보여 준 오스튼의 유능함에 그들도 결국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한 올리시아에게 저런 인재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오스튼이 건넨 서류를 받은 올리시아는 잠시 읽더니, 입을 열었다.
“수고 많았어요. 덕분에 저도 이렇게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네요.”
“아, 아닙니다.”
“그래도 여전히 속도가 느리네요…… 과연 제 여동생이 그 험난한 시간을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셰인이 만든 포탈 덕분에 아룬비다와의 소통이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른 실정이다.
때문에 현재 아룬비다가 얼마나 태풍 앞에 놓인 촛불과 같은지 잘 알고 있었다.
세상에.
십만 대군의 몬스터 웨이브라니.
거기에 아룬비다의 몬스터가 가진 평균 전투력이 어디 낮다고 할 수 있던가.
그러한 몬스터들이 십만이나 움직이는 와중에 무려 그들을 상대로 보름을 버텨야 하는 일이다.
처음 지어졌을 때부터 난공불락으로 지어진 비두론 성이지만 과연 자신들이 도착했을 때 멀정한 외관을 지킬 수 있을까?
그러한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스튼은 황녀보다 훨씬 여유로운 얼굴로 말했다.
“괘, 괜찮을 거, 겁니다.”
“음. 이유는요?”
“그곳에는 그 남자가 있으니 말입니다.”
“어라, 방금은 말을 더듬지 않으시네요?”
“하, 하하. 여, 연습 중이긴 하, 합니다.”
“흐음…….”
황녀는 이미 오스튼이 말더듬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오스튼이 저런 자세를 유지하는 것을 내버려 두는 이유는 그게 저 자만의 처신법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남자라면 셰인이요? 물론 그 사람도 대단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일개 한 명의 사람이 십만 대군의 몬스터 웨이브를 어찌할 방법이 있을까?
그런 의문이 들었으나.
“아,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그, 그의 재능은 다, 단순히 그 정도가 아, 아닙니다. 그가 사람을 쓰, 쓰는 눈은 정확하기가 저, 저나 황녀님 이상입니다.”
“어머…… 그렇단 말이죠.”
이젠 제법 오스튼을 봐 온 황녀는 그가 누군가를 인정하는 모습에 나름 놀란 눈치였다.
평소 오스튼은 저렇듯 자신감 없는 모습을 일관하면서도, 결코 타인을 인정하는 언행 따위는 일절 없지 않았나.
그런만큼 오스튼의 눈동자에는 확신이 차 있었다.
“그럼 제가 너무 무리하며 움직이지 않아도 되겠네요?”
“마, 만약 제가 그, 그라면…… 화, 황녀님께서 와, 완벽한 준비가 끄, 끝났을 때를 기다릴 것 가, 같습니다.”
“그렇단 말이죠…….”
본래라면 시일을 앞당겨 선발대를 보내려 했으나, 오스튼이 저렇게까지 말하니 보다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게 맞을 듯싶었다.
그렇게, 올리시아는 오스튼과 늦은 밤까지 새뮤얼의 움직임에 다양한 대응을 논하며 시간을 보냈다.
* * *
“으으아! 추, 추워!”
두꺼운 털옷을 곰처럼 껴 입은 디라일라가 생전 처음 겪어 보는 혹독한 날씨에 깜짝 놀라며 주변을 둘러봤다.
그런 디라일라의 뒤로 클라인과 알렉스, 알 로스와 아르티아가 순서대로 포탈에서 나왔다.
그리고 그들의 이어지는 그들의 표정 또한, 디라일라와 큰 차이가 없었다.
“어서 와라. 생각보다 늦었군.”
일행들을 맞이해 준 사람은 다름 아닌 셰인이었다.
평소 언제나 깔끔한 모습을 유지해 온 셰인이 약간은 초췌해진 모습으로 그들을 반겼다.
그런 셰인의 뒤로는, 여전히 전투가 진행 중인지 소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반파된 비두론 성벽이 보여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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