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77)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77화
77화 난공불락 (2)
셰인의 기사를 본 클라인은 금방 아버지인 로웰에게 연락을 취했다.
[음, 안 그래도 너에게 셰인이 남긴 메시지가 있었다. 진행 중인 탐사가 끝나면 찾아와 달라더구나. 그 이종족 소녀와 함께.]거의 두 달이라는 시간 동안 던전 탐사에 매달렸던 클라인은 셰인의 부름에 곧바로 응했다.
오크들과의 전쟁이라니!
드워프 전초기지 던전에 찾아가기 전까지 이런 소식은 듣지 못했기에, 클라인은 가장 먼저 디라일라에게 의사를 물었다.
“엥. 아룬비다라고? 오크들? 오크들이 마력을 써?”
그 한 달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건지.
디라일라는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긴 했으나, 셰인의 부름을 거절하지 않았다.
최근 셰인 덕분에 클라인과 함께 붙어 다니며 여러 던전을 탐사한 덕에 디라일라도 모험가들 사이에서 상당한 유명세를 굳게 얻지 않았던가.
그에 대한 고마움도 있고, 현재 1황녀와 2황녀가 공동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정치적 견해도 포함된 선택이었다.
이후로 클라인은 예의상 남은 세 사람에게도 의중을 물었는데, 그중 알렉스가 가장 먼저 나섰다.
“저도 가고 싶습니다! 꼭 껴 주십시오!”
최근 클라인에게 매일 같이 검술을 배우고 있던 알렉스는 이상할 정도로 셰인에게 우호적이었다.
거기에 클라인의 친우인 알 로스는 순전히 전쟁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이유로 참여했고, 아르티아는 최근 마법사로서 이름을 알리는 셰인에게 제법 흥미를 보이고 있었다.
“정기를 활용한 마법이라면 우리 할아버지도 관심이 많았는데…….”
그렇게 클라인의 팀원 모두 아룬비다행 포탈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정작 와 보니 비두론 성의 상황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반쯤 무너져 있는 성벽과,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몬스터와의 혈전.
사방에서 들려오는 고함 소리에 일행들의 기가 살짝 죽어 있는 상황에, 셰인이 앞장서 그들을 안내했다.
“늦지 않게 와 줘서 다행이구나, 클라인. 오래간만이다. 몸은 잘 챙기고 있지?”
“아, 네, 형님. 저야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좀 피곤하신 것 같습니다.”
“며칠 동안 잠을 못 자서 그렇다. 마법도 많이 썼고. 아무튼, 먼 길 오느라 고생했을 테니 좀 쉬면서 설명을 듣겠느냐?”
“……예. 형님.”
포탈을 탄 덕에 거리로 인한 피로감은 없었으나, 정작 셰인 본인이 피곤해 보였기에 클라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너희의 파견은 모험가 협회 소속으로 처리될 거다. 그와 관련된 협상안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공표가 될 테지.”
“그렇습니까…….”
“당장 어느 정도까지 정해졌는지는 말해 주기 힘들지만, 보상안이 상당하니 그 부분은 걱정할 거 없다.”
클라인의 관심사는 딱히 돈 같은 게 아니었으나, 팀원들을 이끄는 팀장으로서 팀원들의 이윤에는 민감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때문에 셰인 또한 이러한 이야기를 우선적으로 해 줬던 것이다.
그때, 아르티아가 손을 들며 물었다.
“모험가 협회에 들어가는 수수료를 제외하고 다른 보상안은 받지 않을 테니, 당신이 제게 직접 보상을 해 줄 수 있을까요?”
“아르칸 총관님의 손녀인가. 어떤 보상을 말하는 것이오?”
“정기를 마력 패턴으로 공식화시켰다고 들었어요. 그 메커니즘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그 정도라면 어렵지 않소.”
그녀의 제안을 세인은 받아들였다.
아르티아는 전격계 마법을 쓰는 마법사였기에, 대규모 전쟁에서 특히 힘을 발휘하는 마법사이기도 했다.
거기에 마법 연합 총관의 손녀이기까지 했으니 그 실력은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실제로도 그녀는 셰인의 전생에서 클라인과 함께 활약했던 영웅 중 한 명이기도 했고.
“저, 저는 셰인 님에게 마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알렉스?”
그 말을 들은 알렉스가 용기를 내어 손을 들며 말하자 셰인이 그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시골의 순박한 청년이었던 알렉스는 그간 단련을 꾸준히 해 왔는지, 어느덧 제법 전사다운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본래라면 알렉스가 저런 의견을 낼 만한 영향력이 없을 테지만 셰인은 알렉스의 말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너는 다재다능한 게 주무기이니 몇몇 마법을 배우는 것도 좋겠지.”
전생에서의 알렉스는 다양한 무구를 활용한 변화무쌍한 전투를 추구하는 스타일이었다.
거기에 마법까지 추가된다면 필히 전생보다 더 좋은 활약을 할 수 있을 터.
마력을 깨우치기에 늦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클라인이 곁에서 가르침을 주고 있는 것을 보면 마력을 다루는데도 능숙한 듯하니 가르치지 못할 것도 없었다.
반면 디라일라와 알 로스는 딱히 셰인에게 바라는 게 없었기에 조용히 황실에서 마련하는 보상안을 받기로 했다.
“그럼, 본격적으로 지금 상황을 설명하마. 일단 당장은 그리 불리한 편이 아니다.”
“그렇습니까?”
성벽이 반파된 모습에 불리하지 않을까 싶었으나, 이어지는 셰인의 말에 디라일라가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여, 여기서도 내가 활약해야 한다고?”
“그래. 현재 성벽의 보수가 필요한 상황이니, 너의 힘이 중요하지. 물론 활약하는 만큼 그만한 보상이 돌아갈 거다.”
“으…… 그렇다면야.”
예전에는 많은 관심을 받으며 스스로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었던 디라일라였으나, 메자이아 대수림 이후 끊이지 않던 관심에 자신이 생각했던 그림과 다르다고 생각한 그녀였다.
클라인과 아르티아 덕분에 그러한 접촉이 많이 사라지긴 했으나…….
“아나스타샤 황녀님께서도 너의 이름을 기억하겠지.”
“으음? 그, 그렇단 말이지?”
황실의 관심은 좀 다르지 않나.
일전에 들어 본 바에 따르면 황태자는 나쁜 놈이고, 거기에 대항하고 있는 게 1황녀와 2황녀라고 했으니.
기왕 이렇게 된 거, 연을 이어 두는 게 좋으리라.
언젠가 자신의 가족들, 헤르메스 모험단을 찾기 위해서라면 인간들의 고위층과 커넥션을 만들어 둬야 하니까.
“어렵지 않은 일이지! 거기다 내가 최근에 좋은 걸 먹었걸랑.”
“좋은 거?”
“흐흐, 들어는 봤나 몰라. 형상 기억 광물! 고대 드워프들이 만든 광물을 이 몸이 직접 섭취했다 이 말이지. 맡겨만 줘!”
“호오…….”
저건 셰인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형상 기억 광물의 효과는 셰인도 전생에 익히 겪어 봤기에 잘 알고 있었다.
“그럼 네가 다른 곳에 투자할 시간이 훨씬 늘어나겠군.”
“으응?”
그러자 어느새 셰인의 눈빛이 노예를 바라보는 그것처럼 변하자, 디라일라는 등 뒤로 식은땀을 흘렸다.
원래 단체에서는 너무 잘하는 티를 내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삶의 지혜를, 디라일라는 너무 늦게 알아채고 말았다.
* * *
“하나의 속성을 깨우친 마법사는 백 명의 사람들보다 뛰어나고, 익숙해진 마법사는 천 명의 사람의 능률을 따라가며, 대가(大家)를 이룬 마법사는 만 명의 사람들이 우러러보도록 만들지요.”
미미르의 말에 아나스타샤는 성의 테라스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야.”
고작 하루.
7만이라는 숫자의 몬스터의 공세를 막느라 넝마가 된 성벽이 디라일라의 활약으로 인해 복구되기까지 필요한 시간이었다.
지난날.
셰인은 보급품의 품목을 바꿔 포탄과 마석, 그리고 클레이튼 가문으로부터 엘프의 정기가 담긴 플라스크를 구입하는 데 집중했다.
포탄과 마석은 전진해 오는 몬스터의 수를 최대한 줄이는 데 쓰였고, 엘프의 정기가 담긴 플라스크는 전투 중 부상을 입은 이들을 치료하는 데 주로 쓰였다.
거기에 전투의 양상 또한 바꾸었는데, 성벽을 지키기보다는 최대한 성벽을 활용하여 부상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덕분에 성벽이 하루하루 무너져 내렸지만, 셰인이 디라일라를 데리고 오는 것으로 단번에 걱정이 날아갔다.
과연 지하인이라 해야 할까.
대지를 다루는 데 있어서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디라일라는 비명을 지르며 성벽의 재건을 도맡아 했다.
“으아악─!”
물론 디라일라의 마력량에도 한계란 존재하기에, 그녀는 소가 여물을 먹듯 마석을 섭취해 가며 성벽을 보수해야만 했다.
평소에 그렇게 못 먹어서 안달이 났던 마석을 바로 오늘이 되어서야 한없이 먹게 되었으나, 먹는 족족 빠져나가는 마력에 그것을 감당하는 그녀의 심장은 그 어느 때보다 맹렬하게 펌프질을 하고 있었다.
“훌륭한 인재로군.”
인재욕이 그다지 많지 않던 아나스타샤마저 탐욕 어린 시선으로 디라일라를 바라볼 정도였으니, 말 다한 셈 아니겠는가.
“너는 저런 인재를 잘도 알고 지내는구나.”
아나스타샤의 말에 셰인이 별거 아니라는 듯 답했다.
“연합국의 아카데미 아닙니까. 찾아보려면 저런 인재는 충분히 발견할 법합니다.”
“내 누이가 괜히 인재에 대한 욕심을 보이는 게 아니었어.”
아룬비다의 특성상 주는 대로 받을 수밖에 없는 아나스타샤였기에 그녀는 쓴웃음을 머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셰인의 포탈로 인해 아룬비다가 배척받을 시기는 지났기 때문이다.
“덕분에 방어하는 데 있어 어려움은 많이 줄어들겠어.”
앞으로 1황녀, 올리시아의 선발대가 오기까지 총 5일 정도 남은 상황.
성벽이 보수된 지금,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무난한 방어를 이룰 수 있을 듯싶었다.
“흠…….글쎄요. 어떨런지.”
셰인의 그 한마디에 미미르도 표정이 굳어졌다.
“아마, 놈들도 보고 있을 겁니다. 하루 만에 성벽이 재건되는 저 기적을.”
“음?”
그에 아나스타샤가 무슨 당연한 말을 하냐는 듯 바라보며 다음의 말을 기다렸다.
“아마, 곧 총공세가 시작될 겁니다.”
과거, 50년 전의 오크들은 인간들과의 전쟁을 통해서 인간에 대해 파악했을 것이다.
때문에 인간의 군대가 그 몸을 일으키기 위해서 얼마 만큼의 시간이 필요한지는 얼추 알고 있을 터.
그러니 놈들의 입장에서는 그전에 비두론 성의 성벽을 허물어야 했으나, 예상과 다르게 하루 만에 복구되는 현실을 마주했으니 놈들 또한 시간이 없다는 것을 파악했을 것이다.
“과연.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로군. 그 어느 때보다 격한 공격이겠어.”
“예. 그래도 그만큼 시간이 걸릴 테니…… 준비는 해 둬야겠습니다.”
“둘에게 맡기도록 하지.”
“예. 그리고 황녀님.”
아나스타샤의 집무실에서 나가기 전, 셰인은 그녀에게 한마디 덧붙였다.
“따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괜찮겠습니까?”
“음. 그래.”
* * *
셰인과 미미르의 걱정처럼, 그 뒤로 3일간은 평소와 다르게 평온한 시간이 흘러갔다.
첫날의 웨이브 이후로 오크들은 대포의 위력을 다시금 깨닫고 몬스터들을 한 번에 많이 보내기보다는 짧게 오래 보내는 방향으로 나갔다.
철저하게 소모전으로 가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그러나 성벽이 보수된 지금, 더 이상 그 수를 쓸 수 없게 됐으니 이번에는 작정하고 모든 몬스터를 보낼 예정인 것이다.
그렇게 올리시아로부터 이틀 후 선발대가 도착한다는 서신을 받은 날.
이른 새벽부터 몬스터 군단의 최종 공격이 시작됐다.
“으, 으와…….”
어둠 속에서 빗나는 무수한 숫자의 붉은 눈동자에 디라일라가 질렸다는 듯 몸을 움츠렸다.
무려 8만에 다다르는 숫자의 몬스터 군단.
기존에 예상했던 걸 넘어서는 어마어마한 숫자였다.
대형 몬스터의 수는 그리 많이 보이지 않았으나, 대신 중형과 소형 몬스터가 주를 이루었다.
과연 이번 최후의 몬스터 웨이브를 얼마만큼의 출혈로 막느냐에 따라 향후가 달라질 것이다.
뿌우─!
마지막 몬스터 웨이브를 알리는 뿔피리의 소리가 널리 퍼져 나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