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78)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78화
78화 난공불락 (3)
비두론 성벽에서는 최후의 공격이라는 듯 포탄이 쉴 새 없이 쏘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만의 몬스터 대군은 그 포화 속에서도 지체 없이 비두론 성으로 전진해 나갔다.
철저히 자신들의 적이 누구인지 알기에 할 수 있는 몬스터 대군의 야행(夜行).
고작 수십 문의 대포로는 해일처럼 몰려오는 몬스터의 수가 줄어드는지 확인조차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붉게 달아오른 대포의 입구가 식을 줄을 모르고 불꽃을 쏘아 댔다.
적이 모래사장의 모래처럼 많다면 어딜 쏴도 맞는다는 얘기였으니.
이윽고 포화 속의 행군을 마친 몬스터들이 성벽의 코앞까지 다가와 성문을 두드리려던 찰나.
“틴더(Tinder).”
셰인이 바닥을 향해 1서클 마법, 틴더를 발현하자 땅 내부로부터 셰인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던 룬 마법이 발동했다.
[5중첩], [5증폭], [압축], [팽창].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어마어마한 대폭발이 일어나 하늘을 밝혔다.
일전에 라비아타의 원소 마법을 보고 응용한 방법이었다.
사방에 몬스터의 피륙이 터져 나가고, 대지가 우르르 울렸다.
그야말로 대재앙.
폭발의 여파에서 한참을 벗어난 몬스터들조차 흔들리는 땅에 의해 넘어질 정도였다.
한편, 난리가 난 몬스터 대군과는 다르게 비두론 성은 비교적 평화로웠다.
여전히 대포에서 불꽃이 뿜어져 나오고, 궁병들도 화살이 허락되는 순간까지 끊임없이 시위를 당겼다.
셰인이 팽창의 방향을 전방으로 향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 며칠 동안 셰인이 신중에 신중을 기해 만든 5중첩 룬 마법의 향연.
중첩이라는 게 단순히 마법을 여러 번 새긴다고 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
룬 마법을 새기는 공간은 한정되어 있고, 그 공간을 벗어나면 개별로 취급되기에 중첩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에 허락된 공간에 최대한 다른 글자와 겹치지 않도록 써 내려가며, 또 동시에 그로 인해 내려가는 안정성까지 챙기려 안간힘을 써야만 했다.
거기에 중첩이 될수록 필요한 마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덕분에 마석은 또 얼마나 소비했던지.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몬스터 대군의 숫자는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가 않았다.
폭발로 인해 생긴 구덩이로 몬스터들이 몸을 내던진다.
계속해서 꾸역꾸역, 끊임없이 밀려오는 몬스터들은 서로가 서로를 짓밟으며 성벽을 올라타기 시작했다.
“끊는 기름을 뿌려라!”
성벽에서 대기 중이던 인원들이 펄펄 끓는 기름을 성벽 아래로 때려 부었고, 열에 약한 아룬비다의 몬스터들은 속수무책으로 성벽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럼에도 몇몇 몬스터들의 날카로운 손톱은 사정없이 단단한 성벽을 파고들어 위로 향한다.
넓은 성벽을 지키기 위한 기름도 이미 동이 난 상태.
마치 도화지에 개미가 올라가듯 성벽 위로 몬스터들이 올라가려는 그 순간.
“으아악! 이 개씨발놈들아악─!!”
그때, 성벽 위. 어느 마법진 위에 서 있는 금발에 구릿빛 피부의 소녀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과격한 욕설을 내뱉었다.
지난 며칠 동안 심장통에 두통까지 시달려 가며 성벽을 보수하던 디라일라였다.
그녀의 눈에는 마치 수명을 갈아 넣은 일생의 명작이 벌레들에게 갉아먹혀지는 기분이었으리라.
그런 디라일라가 마력을 휘두르자, 그간 디라일라의 마력을 한가득 머금고 있던 성벽이 일제히 흔들거렸다.
이윽고.
성벽이 제 몸을 지키기 위해 몸을 웅크리는 고슴도치처럼 가시가 세워졌다.
그 한 번에, 성벽에 들러붙어 있던 몬스터들은 온몸이 꿰뚫린 채 또다시 땅으로 추락했다.
“끄에엑!”
그러자 마석까지 섭취해 가며 준비한 마법이 발동되어 그 반동으로 두 눈을 까뒤집은 디라일라가 그대로 혼절해 버렸다.
주민 중 한 명이 그런 디라일라를 후송하고, 이를 지켜보고 있던 아나스타샤가 외쳤다.
“개문(開門)하라!!”
디라일라를 마지막으로 마법에 무지한 몬스터 대군의 숫자는 그야말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모든 게 가능했던 것은 셰인과 디라일라라는 세기의 어린 천재 마법사들 덕분이기도 했지만, 이만한 대규모 마법진을 설치할 수 있도록 보급된 마석도 한몫했다.
이마저도 1황녀, 올리시아가 끊임없이 황태자 새뮤얼 측에 도발하고 요구하며 가져온 결과였다.
아마 여태껏 쓴 마석만 하더라도 한 도시를 5년간은 운용할 마석량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거의 몬스터 군단의 숫자 또한 눈에 띄게 확 줄어든 상황.
거기에 가장 위협적인 대형 몬스터들은 대부분 대포의 포화를 견디다 못해 넝마가 된 상황이었으니, 아군의 병력이 성문 밖으로 나가 싸워도 될 상황이 만들어졌다.
또다시 뿔피리의 소리가 밤하늘에 울려 퍼지고, 육중한 성문이 열렸다.
“우와아아아아!!”
“죽여 버려!!”
“이 지긋지긋한 개새끼들아!”
디라일라의 마법으로 인해 몬스터 대군이 주춤한 사이, 아룬비다의 주민들이 총력전이라는 의지를 다지며 달려들었다.
인간과 몬스터의 충돌.
요 보름이 되어 가는 사이 수십, 수백 차례나 목숨을 걸고 전투에 임했던 전사들이 각자의 무구를 들고 몬스터의 급소를 노리고 들어갔다.
혼자서 백을 상대하는 게 가능한 이들은 그야말로 일당백을 찍으며 몬스터를 쓸어 버렸고, 홀로 상대하기 힘든 중형 몬스터에게는 서너 명이 붙었다.
포화로 인해 넝마가 되었어도 강인한 대형 몬스터에게는 수십이 달려든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혈향이 퍼지고, 무엇이 몬스터며 무엇이 아군의 시체인지 구분이 힘들 정도의 아비규환이 펼쳐졌다.
아무리 단련된 전사들이라 하더라도 몰려오는 몬스터 대군의 앞에서는 급소를 내어 줄 수밖에 없었으나, 그들은 스스로의 몸에 꿰뚫리는 도중에도 결코 무구를 놓치지 않고 끝까지 몬스터의 심장에 검을 찔러 넣었다.
뛰어난 육체로 전장의 상황을 단 번에 파악하고 있는 아나스타샤는, 한 명 한 명의 전사자가 나올 때마다 그들과 보내왔던 추억을 떠올렸다.
매년 아룬비다에는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난다.
그리고 그때마다 전사자는 반드시 나오며, 그들의 충성어린 죽음은 아나스타샤의 가슴에 지금까지도 차곡차곡 쌓여만 갔다.
그리고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사상자에 그녀는 눈을 감아 피하지 않고 끝까지 응시했다.
악 깨문 입술에서는 그녀의 심정을 대변하듯, 눈물 대신 핏물이 흘러나와 턱 아래로 흘러내려 바닥을 적셨다.
끝내 그녀는 자신의 등에 매인 대검을 뽑아 들었다.
“잊지 않을 것이다.”
“…….”
“반드시 잊지 않을 것이야. 내 영혼에 맹세코.”
“…….”
“너희 무명이라는 조직이 내게 한 짓을, 결코 잊지 않겠다. 그러니 너희도 목숨을 걸어라. 아니.”
“…….”
“그 오만한 영혼을 걸어라.”
“그하하하하하─!!”
혹한의 날씨보다도 차가운 그녀의 분노를 맞이한 짐승의 남자, 카르후는 자신의 전신에 베여지듯 들어오는 그 살기에 대소를 터뜨렸다.
자신보다 머리가 두 개는 작은 여인이 내뿜는 기세가 실로 만만찮지 않은가.
역시 찾아오기를 잘했다.
“아암! 이 정도는 되야 이 카르후의 상대가 되지! 그하하핫!!”
* * *
셰인은 조직의 성향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앞서 자신과 라비아타에 의해 메자이아 대수림에서 너무도 큰 피해를 입은 무명이, 과연 이번에도 두 손 놓고 보고만 있을까?
앞서 자신들의 실수로 인해 북부까지 찾아와 놓고?
절대 아니었다.
본래부터 무명이라는 조직은 자신들의 계획대로 하되, 한 차례 방해가 들어오면 그 다음부터는 결코 방심을 하지 않는 자들이다.
그러니 이번 몬스터 웨이브라는 혼란을 틈타, 가장 효과적인 시기에 그들의 개입이 있으리라 확신했다.
그렇다면 그들이 생각하는 가장 효과적인 시기란 언제일까.
그 어느 때보다 삼엄한 경계가 느슨해지고, 지휘자가 스스로의 주변보다 전방을 주시하는 시기.
또한, 그 지휘자를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이고 무명이라는 이름답게 자신들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 최적의 방법.
바로 총공세의 때였다.
그 사실을 셰인에게 앞서 들은 아나스타샤는 자신의 앞에서 자신의 살기만큼이나 투지를 터뜨리는 카르후를 노려봤다.
그간 아룬비다를 지키며 제국에서 보내 오는 극악무도한 실력의 살인마나, 샐 수 없이 상대한 사이클롭스하고는 비교도 되지 않는 투지가 그런 아나스타샤를 거침없이 후려쳤다.
그럼에도 아나스타샤는 일말의 흔들림 없이 양손으로 쥔 대검을 놈에게로 향했다.
“하─ 아주 잘됐군, 잘됐어. 이 카르후가 고작 암살 따위의 일이나 한다기에 그리 실망이 클 수가 없었는데. 이리도 강인한 전사가 내 앞에 서다니. 아주 좋군.”
수인족 중 웅족의 핏줄을 타고난 카르후는 자신의 야성을 숨기지 않고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서로 간에 잡담은 필요 없겠지. 전심전력으로 날 상대해야 할 거다. 기껏 훌륭한 적을─.”
콰아앙─!
카르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런 그의 뒤에서 펠리스의 묵직한 망치가 그의 얼굴을 후려쳤다.
상대의 방어력을 무시하는 성질을 지닌 펠리스의 시그니처가 벌써부터 발현됐다.
“거, 덩치도 큰 놈이 말도 많군.”
손을 타고 올라오는 묵직한 타격감이 방금 전 공격이 성공적이었다는 사실을 알렸으나, 펠리스는 카르후가 날아간 방향에서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
몇 채의 건물을 뚫고 날아간 그곳에서부터 흙먼지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크하하하하하─!”
먼지구덩이 사이에서 카르후가 모습을 드러냈다.
펠리스가 전력을 다해 휘두른 공격에도 불구하고 카르후는 머리에서 피를 조금 흘릴 뿐, 치명적인 데미지는 없는 듯했다.
“퉤.”
한 바탕 크게 웃은 카르후가 피와 이빨 섞인 침을 내뱉고는 자세를 잡았다.
“간다아!!”
카르후는 곰 같이 우직한 자세를 취하며 그대로 달려들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곰과 같이 보임에도 불구하고 그 속도가 상상 이상이었다.
앞서 이어질 공격에 대비하고 있던 펠리스가 놈의 이동경로를 예측하고 워 해머를 휘둘렀으나, 카르후는 마치 갈대와 같은 유연한 움직임으로 펠리스의 공격을 피하고 왼 주먹을 위로 쳐올렸다.
그에 다가올 충격을 대비한 펠리스의 머릿속에 경종이 울렸다.
저 주먹은 위험하다.
자신이 전력을 다해 휘두른 워 해머보다도 치명적이다!
‘젠장.’
이미 휘두른 자세에서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 급히 발을 놀리며 놈에게 발차기를 날려 봤으나 무게 중심도 제대로 잡히지 않은 발차기였다.
카르후는 그 단단한 맷집을 믿고 그대로 주먹을 휘두르려던 찰나, 머리 위에서 느껴지는 섬뜩함에 곧장 주먹을 회수하고 뒤로 물러섰다.
도저히 인간의 신체로는 불가능할 정도의 유연함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런 카르후의 감은 틀리지 않았다.
방금까지 카르후가 있던 자리로 거대한 대검이 내리꽂혔다.
“후우. 신세를 졌습니다, 황녀님.”
“가뜩이나 너무 많은 죽음이 이어졌다. 명령이니, 결코 죽지 말도록.”
“황은이 망극하군요. 흐흐.”
“아바마마는 살아 계시니 그런 말은 쓰지 말도록 하지.”
방금까지도 목에 서늘한 감각이 느껴지는 카르후는, 둘의 대화에도 씩 웃으며 투지를 불태웠다.
그는 이러한 감각에 오히려 투지를 불태우는 투사의 기질을 타고났다.
하나 그런 놈의 투지에도, 아나스타샤와 펠리스의 살기도 결코 밀리지 않았다.
“재미있어 보이네~? 나도 껴도 될까~?”
그때, 별안간 허공에서 한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반은 흰머리를, 반은 검은 머리를 허리 아래까지 길게 늘어뜨려 묶은 소녀의 물음에, 카르후가 씩 웃으며 말했다.
“뒤에서 보조만 해라. 난 이 즐거움을 되도록 오래 느끼고 싶으니.”
“저런…… 아쉽네~ 알겠어!”
전쟁 중의 이 혼란을 즐기듯, 소녀는 입꼬리를 잔뜩 올리며 허공에 두 손으로 머리를 받치며 누웠다.
“싸워라~ 싸워라~ 아무나 싸워서 이겨라~”
“그거 참 힘이 나는 응원이구만! 그하하하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