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8)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8화
8화 학과 시험 (1)
“음냐.”
메이어 디라일라는 아카데미에 들어오기 전에 사 온 머핀을 한입에 처리하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오물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네가 그런 것도 먹냐?”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디라일라는 인상을 팍 썼다.
“머미까. 사라 바 머느데.”
“쯧, 다 먹고 말해라. 품격 없이.”
목소리의 주인은 아르민 N 폴론.
제국 출신의 남작가 자제였다.
디라일라는 어느새 자신의 옆에 선 이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건들거리는 태도도 태도지만, 무엇보다…….
“내 밑으로 들어오면 그런 건 배터지게 먹게 해 준다니까?”
평소에는 사람을 무시하는 태도로 행동하면서, 또 실력은 실력대로 본답시고 자신을 영입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해 왔기 때문이다.
꿀꺽.
“뭡니까. 사람 밥 먹는데. 관심 없다니까요.”
부유한 상인 가문의 자제인 폴론은 돈으로 사람을 사려고 하는 경향을 보이곤 했는데, 이는 디라일라가 혐오해 마지않는 일이었다.
“비싸게 굴긴. 어차피 갈 곳도 없으면서.”
그리고 이렇게 거절하면 꼭 저따위 말을 내뱉는데, 마음 같아서는 뒤집어엎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일단 귀족과 평민 간의 신분 차이도 있지만, 저 갈 곳이 없다는 말에 부정할 수 없는 게 디라일라의 처지였기 때문이다.
하프 이종족.
디라일라의 평생을 쫓아다니는 꼬리표 때문이었다.
당장 머핀을 씹던 이빨부터가 인간들의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짐승의 그것처럼 뾰족하고 딱딱한 이빨.
지하에 사는 고대 이종족, 지하인의 피가 절반 섞여 있는 디라일라의 특징이었다.
이 특징 때문에 디라일라는 어디를 가든 눈총을 피할 수 없었다.
‘그래도 나, 제법 아카데미에서 성적 좀 내고 있지 않나…… ‘
지극히 객관적인 시선이었지만, 사실 그녀의 자기평가는 상당히 과소평가되어 있었다.
적어도 실기와 필기를 합치면 아카데미 내에서도 그녀보다 윗줄에 있는 이들은 열 손가락을 넘지 못했으니까.
“그러지 말고 잘 생각해 봐라. 내가 지휘학과에 들어가서 너를 받아 주면 그나마 부족한 수행 평가 점수도 받을 수 있을 거 아냐.”
니 새끼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세요.
“그러니까 괜히 헛짓거리 하지 말고 나한테 붙어. 솔직히 나처럼 너 같은 걸 편견 없이 봐 주는 사람이 또 어디 있어?”
지랄은 1절만 해도 충분한데 왜 이 새끼는 2절, 3절까지 가려는 걸까.
이마의 실핏줄이 터질 것 같은 감각에 디라일라가 마음속으로 평온을 되새기는 사이, 한쪽에서 작은 소란이 일어났다.
“어, 저 사람인가?”
“누구?”
“저기 저 금발벽안의 미남. 소문의 클라인 아니야?”
“아? 진짜? 어떻게 알아?”
“어릴 때 연회에서 본 적이 있거든.”
“대박.”
디라일라와 폴론의 근처에 있던 신입생도들이 정문을 바라보며 수군거리고 있었다.
클라인.
그 말도 안 되는 재능은 이미 아카데미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외부에서도 그 압도적인 재능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생도였다.
주변에서 그런 클라인을 동경과 선망어린 시선으로 보는 생도들이 디라일라의 눈에 제법 들어왔다.
참…… 자신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어딜 가든 저렇게 선망 어린 시선을 받겠지.
조금은 부럽다….
만약 자신에게도 저런 명성이 있었더라면 폴론 같은 멍청이가 달라붙는 일도 없었을 텐데.
그때, 폴론이 그런 신입생들에게 다가갔다.
“너희들, 클라인은 처음 봐?”
“어, 네.”
“처음이에요.”
“하하, 내가 저 녀석하고 좀 면식이 있어.”
그런 폴론의 말에, 디라일라는 폴론이 말을 건넨 신입생도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다들 한 미모 하는 얼굴들이다.
그나저나 너, 진짜 클라인 알긴 하냐?
면식이라는 게 대련 수업에서 개처발린 기억을 면식이라 하는 건 아니겠지?
“전투학과에서도 검술에 있어서는 이미 교수님들을 뛰어넘었다고.”
“와, 소문대로네요?”
“그치. 대단하지? 나도 몇 번이나 검술을 섞은 적이 있는데, 단 4합도 견디기 힘들었어. 교수님들도 쟤 상대로는 10합을 못 버티시지.”
그치. 3합 정도는 버텼지.
그것도 같은 귀족으로서 존경한다며 3합만 봐주면 안 되겠냐고 빌었잖아, 이 빌어먹을 놈아!
그러나 그런 사실을 알 리가 없는 신입생도들은 더욱 눈을 빛내며 폴론을 바라봤다.
“그럼 이제 아카데미에 나올 이유가 없지 않아요?”
“듣기로는 이미 유명 모험단이나 왕실에서 눈여겨보고 있다고 하더라. 쟤랑 3합 이상 겨룰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제법 이름 있는 모험단에서 연락이 온대. 나한테도 왔거든.”
“와! 선배도 정말 대단한 분이셨네요!”
“후후, 뭘 그런 걸로.”
그러던 중, 신입생도의 시선이 그런 클라인의 곁을 걷고 있는 셰인에게 향했다.
“근데 옆에 있는 분은 누군가요? 분위기가 되게…… 고풍스럽네요.”
“누구? 아. 머저리 셰인이잖아.”
“네? 셰인이요?”
세기의 천재라 알려진 클라인의 곁에 서 있는 셰인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사람이었고, 폴론은 또 한 번 아는 척을 하며 입을 나불거렸다.
“그래. 지 동생의 재능을 질투하는 머저리 셰인. 머리는 제법 똑똑한데, 마력 친화력이 부족해서 5년이 되도록 아직도 2서클에 불과하지. 그러면서 지 동생은 질투해서 이것저것 해 보려는데, 죄다 실패해.”
“아…… 그랬군요.”
“쟤는 무시하고 다녀. 어차피 성격도 더러워서 누구랑 붙어 다닐 인간도 아니니까.”
“조언 감사합니다!”
디라일라는 그런 폴론의 말에 잠시 과거를 회상해 봤다.
저놈. 클라인에게 진 뒤에 바로 셰인한테 대련을 신청했었지, 아마?
디라일라의 기억이 분명하다면 2서클 마법사와 10분 이상 대련을 했던 게 바로 폴론이었다.
‘그때 뭐라 했었지? 자기도 마법을 배운다고 마법만 쓰겠다고 했던가?’
폴론의 검술은 제법 뛰어났지만, 마법도 그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다.
간신히 2서클 마법을 펼치는 정도일까?
당시에 셰인에게 한참 고전하다가, 결국 거리를 좁히고 격투술로 셰인을 제압했던 폴론이었다.
한편, 디라일라는 그런 셰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클라인이 유명인사인만큼, 그의 형인 셰인 또한 항상 화두에 오르내렸다.
당장도 클라인을 주제로 이야기하던 생도들이 옆에 서 있는 셰인에게 멸시의 시선을 보냈다.
디라일라는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남이야 뭘 하고 살든 말든 자기 일이나 잘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쟤도 참 인생 피곤하겠다.’
잠시 그런 생각을 하며 셰인을 보던 중, 디라일라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저 녀석, 원래 저런 분위기였나……?’
남들보다 감각이 뛰어난 디라일라는 마지막으로 셰인을 봤던 기억을 떠올려 봤다.
딱히 말을 주고받은 적은 없지만, 같은 수업을 들으며 옆에서 봐 왔던 기억이 있었다.
그땐 뭐라 해야 하나.
좀 우중충하고 세상의 모든 걸 짜증어린 시선으로 보는 것 같았다고 한다면…….
지금은 표정에서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분명 자신을 향한 시선을 눈치채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뭐, 내가 알 바는 아니지. 지금 누굴 걱정하고 있는 거야.’
그렇게 시선을 돌리려 할 때.
문득 디라일라는 주변이 조용해지는 것을 느끼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선을 돌려보니, 잔뜩 위축된 표정으로 서 있는 폴론이 고개를 바닥으로 향하고 있는 게 아닌가.
“……?”
비단 폴론뿐만이 아니라, 그런 폴론의 TMI를 듣고 있던 여생도들도 시선을 슬며시 돌리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돌려보니, 아까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주변을 쭉 훑어보는 셰인의 모습이 보였다.
“어우, 무슨 사람 눈빛이…….”
아까처럼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은 무표정이었지만.
디라일라는 본능적으로 고개가 숙여지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뭐라 해야 할까.
꼭, 맹수가 지그시 자신을 내려 보고 있는 듯한 감각이었다.
다만 침묵은 아주 잠깐뿐이었기에 교내는 다시금 떠들썩한 소리로 가득해지기 시작했고, 어느새 셰인은 쓴웃음을 머금은 클라인과 함께 자리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쯧쯧…….”
셰인에게 별 관심이 없던 생도들은 각자 제 갈 길을 걷기 시작했다.
반면 셰인의 험담을 입에 담고 있던 이들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무안하다는 듯 헛기침을 내뱉었다.
그중에는 폴론도 껴 있었다.
* * *
클라인은 지금의 상황이 불편했다.
아카데미에 오자마자 클라인과 셰인이 받은 상반되는 시선들.
최근 며칠 동안 셰인은 어쩐 일인지 자신에게도, 가문의 사람들에게도 살갑게 굴진 않을지언정 날을 세우지는 않았다.
그러나 아카데미에서 이러한 시선을 받다 보면 또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 것이다.
그렇게 불안한 눈빛으로 셰인을 바라볼 때.
셰인이 지그시 입을 열었다.
“클라인.”
“……예, 형님.”
“그런 표정 지을 거 없다. 아니, 짓지 마라.”
“예?”
“나는 더 이상 주변 사람들의 시선 따위, 아랑곳 하지 않을 것이다.”
“…….”
“그리고 때로는 네 그런 시선이 사람의 마음을 더욱 무너뜨린다는 것을 알아 두거라. 나는 불쌍하지 않으니까.”
“……! 저, 저는 그럴 마음이…….”
설마하니 그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다.
그제야 클라인은 그동안 형님이 자신에게 보였던 태도를 떠올렸다.
혹시, 내 이런 태도가 오히려 형님을 더 불편하게 만들어왔던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셰인은 그런 클라인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러나 그건 아주 찰나에 지나가서, 집중한 채로 보지 않았더라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작은 미소였다.
“난 이제 괜찮다.”
“……죄송합니다, 형님.”
“됐다. 저들의 시선 또한 결국 시샘에 불과하니. 너를 이길 수 없기에 너와 비교되는 사람을 찾는 거고, 그게 나일 뿐이다. 본능에 가까운 행동이지. 나는 스스로의 비굴함도 눈치채지 못하고 남을 질투하는 머저리들에게 상처 입지 않을 것이다.”
질투 그 자체였던 셰인이다.
고작 저따위 질투에 상처를 받는다면 그건 또 그것대로 웃기지 않겠는가.
“…….”
그러면서, 셰인은 방금까지 클라인에게 지어 줬던 미소하고는 전혀 다른, 조금의 감정도 담기지 않은 표정으로 주변을 훑어봤다.
그런 셰인과 클라인의 대화를 들었음일까.
혹은 무저갱처럼 그 끝을 알 수 없는 셰인의 눈빛 때문일까.
생도들은 일제히 시선을 내리깔았다.
‘뭐, 뭐야. 듣던 거랑 완전히 다른데?’
‘사람 눈이 무슨…….’
‘서, 선배? 정말 머저리가 맞아요?’
‘어우…….’
그렇게 눈빛만으로 생도들의 시선을 돌리게 만든 셰인은 보란 듯이 클라인을 봤고, 클라인도 쓴웃음을 머금었다.
비록 그가 바라는 만큼 셰인에게 사교성을 요구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겠지만.
그래도 지금처럼 상처받지 않는 것만으로도 클라인은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시험장에 도착한 뒤.
시험장에는 그들 외에도 다수의 생도들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그들 대부분이 셰인과 클라인의 또래였다.
모두 셰인과 클라인처럼 아카데미 5년차 생도들이다.
“다 온 것 같군. 환영한다. 나는 올해서부터 지휘학과의 수석교수가 된 리바이 벤자민이라 한다.”
그의 자기소개에 이곳에 모인 생도들은 벤자민의 얼굴을 본 적도 없으면서 그를 알아봤다.
제국의 기사단 중 하나인 칼바람 기사단의 단장!
비록 타국의 남작 출신이었지만, 오로지 실력 하나만으로 제국의 기사단장이 된 전대미문의 인재였기에,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름을 들어 봤을 인물이었다.
그 정도는 돼야 아카데미에 들어오자마자 수석 교수가 될 수 있는 걸까.
생도들은 하나같이 눈을 빛내며 그런 벤자민을 바라봤다.
한편, 셰인은 나름 속으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벤자민은 전생에도 셰인이 봤던 인물이었다.
치열한 전장에서, 스스로의 불꽃을 마지막까지 불태며 떠나간 노장.
비록 10년 뒤의 일이었지만, 당시 그를 상대했던 셰인의 군단은 고작 단 한 사람으로 인해 5일이나 진군을 늦춰야만 했다.
잠시 그때를 회상하던 셰인은, 새삼 다른 감정으로 벤자민을 바라봤다.
그 전까지의 벤자민은 재능이 썩 뛰어난, 남들보다 영혼이 조금 더 강한 사람에 불과했으나.
당시 전장에서 보여 줬던 벤자민의 영혼은 셰인조차도 타락으로 물들일 수 없을 만큼 강건했다.
‘미래의 인재로군.’
이번 삶을 살아가면서 미래에 도움이 될 만한 인재가 눈에 띄는 것은 나름대로 셰인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했다.
한쪽에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클라인의 곁에 서 있는 알렉스도 그중 한 명이었으니까.
전생에는 허무하게 사그라진 그 영웅의 영혼들을, 셰인은 결코 그리 보내지 않을 예정이었다.
셰인이 그런 생각에 빠져 있는 동안에도 벤자민의 이야기는 이어졌다.
“이제부터 너희는 학과 시험을 봐야 한다. 만약, 학과 시험에 통과하게 되면 앞으로 나와 함께 1년 동안 지휘학에 대해 배우게 될 것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