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80)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80화
80화 합류
이치에 맞지 않는 힘을 탐하면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조직에 의해 타락한 적이 있던 셰인은 그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 외에도 수없이 많은 이들이 이치를 따르지 않고 힘을 탐하다 사그라진 이들을 수없이 봐 오지 않았던가.
때문에 일반적으로 세계가 허락한 선 아래서만 힘을 탐하거나, 이치에 맞도록 조정하는 법이다.
그러지 않으면 어떤 이유로든 어울리지 않는 힘에 의해 무너지니.
그리고 지금 바로 눈앞에, 그런 사람이 서 있었다.
“이상한 일이야. 나조차도 이 힘에 대한 원리를 잘 모르는데, 너는 마치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니까.”
아나스타샤의 그 말에 셰인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는 그 힘을 오리진이라 부릅니다.”
“오리진?”
“인간이 가진 감정에 물리력을 담는 능력이지요.”
“……그건.”
셰인은 손 위로 새하얀 오러를 일렁거렸다.
황실에서 허락한 힘.
저지먼트 기사단이 쓰는 백사자의 오러이지 않은가.
“저지먼트 기사단이 쓰는 오러도 거기서 기인한 힘입니다.”
“네가, 그걸 어떻게 쓰고 있는 거지?”
셰인이 오리진이라 명한 능력은 황실에서도 아주 비밀리에 쓰이고 있는 힘이다.
그마저도 연구가 매우 뎌딘 탓에 황실의 검이라 명한 저지먼트 기사단에게만 전수되고 있는 것이 아니던가.
그러나 셰인은 그녀의 물음에 답하기보단, 자신의 할 말을 이어서했다.
“일반적으로는 이렇듯 마력을 섞어 물리력을 담습니다. 황녀님처럼, 오리진 그 자체를 활용하여 물리력을 생성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요.”
“…….”
“불가능한 일을 가능케 만들었다. 언뜻 들어서는 대단한 일처럼 보일 테고, 또 대단한 게 맞지만…… 그에 대한 대가는 반드시 따릅니다.”
그러면서, 셰인은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아나스타샤의 영혼을 바라봤다.
“정제되지 않은 그 힘은, 죽음을 불러옵니다.”
그녀의 영혼에 전체적으로 퍼진 실금은 금방이라도 깨질 듯 위태롭게 보이기만 했다.
* * *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영혼을 복구하는 방법 따위는 없다. 적어도 셰인의 지식에 의하면 그러했다.
인간의 영혼과 피를 매개체로 삼아 혈마법을 쓰던 고든조차도 그와 관련된 지식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 힘은 더 이상 쓰시면 안 됩니다.”
“꼭 미미르처럼 잔소리를 하는군.”
다음 날 아침.
다시 한번 아나스타샤에게 찾아가 그리 말한 셰인에게 그녀는 조금 질린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어제부터 몇 번이고 반복하며 하는 소리이지 않나.
“지금은 전시 중이야. 지휘관이 스스로의 몸을 아끼겠다고 전쟁에서 물러나는 순간 패배는 약속된 것이나 마찬가지지.”
“더 멀리 보십시오.”
아나스타샤가 오리진을 사용하며 단 한 번 막은 카르후의 공격은 그만큼 대단했다.
겉으로는 아무런 부상도 입지 않았으나, 그동안 내부에서 분열이 시작되던 아나스타샤의 영혼에 외부까지 실금이 퍼지도록 만들었으니.
괜히 카르후가 자신의 공격이 먹힌 순간 방심을 한 것이 아닌 셈이다.
“앞으로도 제국에는 황녀님의 힘이 필요할 것입니다. 백성들을 생각하시지요.”
“…….”
저렇게 말하니 아나스타샤로서도 할 말이 빈곤해졌다.
“알았다니까.”
“꼭입니다.”
“그래.”
그동안 아나스타샤와 1황녀인 올리시아를 이용해 제국의 안정을 되찾을 구상을 하고 있던 셰인에게 이번 일은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아무튼, 내일이면 드디어 선발대가 도착하겠군.”
말을 돌리듯 아나스타샤가 하는 말에 셰인도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아룬비다는 제국의 군대가 오기 전에 전력을 보존한 상태로 몬스터 대군을 막아 냈다.
물론 인명 피해가 상당히 컸으나, 그 정도는 수용 범위 내였다.
아무래도 지금까지 쓰러져 자고 있는 디라일라와 아르티아의 활약이 큰 덕분이었다.
“황녀님.”
그때, 전장의 뒷수습을 하고 있던 미미르가 노크도 없이 문을 열며 들어왔다.
그만큼 미미르의 표정에는 급박함이 느껴졌는데, 이후 그의 보고를 들어 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오크들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번 전쟁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보고였다.
* * *
“과연 인간들은 강하군.”
푸른 오크의 대족장.
파가부탄의 그 한마디가 공간을 무겁게 만들었다.
지난 보름의 시간 동안 오크들이 보낸 몬스터 웨이브의 수는 무려 10년이라는 세월을 투자해서 만든 결과였다.
그러나 그만한 수의 몬스터 웨이브로도 인간들의 성, 비두론의 성벽을 무너뜨리기엔 역부족이었고, 곧 있으면 인간들의 수는 오히려 늘어날 터.
“거기에 암살도 실패했지.”
“…….”
그 말에, 이곳에서 유일하게 오크가 아닌 존재들이 고개를 떨궜다.
조직, 무명에서 파견을 온 파견원들은 지금도 믿기지 않는 얼굴이었다.
카르후가 누구던가.
차후 군단장으로 거론될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존재가, 겨우 21살의 여인을 이기지 못하고 반 시체가 된 상태로 돌아온 것이다.
조직의 정보력에 의하면 2황녀, 아나스타샤에게 그만한 무위가 있다는 소리는 들어 본 적도 없었기에 이는 더욱 치명적으로 다가왔다.
그에 엘더 샤먼, 카르가토가 입을 열었다.
“그렇다 해도…… 우리의 계획에는…… 차질이 없다…….”
“틀린 말은 아니지. 하지만 계획이 실현된다 하더라도 저 성벽을 무너뜨리는 것은 가능한 일인가?”
반파됐던 성벽이 고작 하루 만에 모조리 복구됐다.
그뿐이던가.
몬스터 웨이브의 총공세에서는 성벽을 타고 올라가던 수많은 몬스터들이 거대한 가시로 변형된 성벽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죽음을 맞이했던가.
대족장이 그 점을 찝어 말하자 카르가토는 여전히 문제가 없음을 알렸다.
대족장, 파가부탄보다도 더 오랜 세월을 살아온 엘더 샤먼이 직접 하는 말이다.
그에 파가부탄은 카르가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무명의 파견원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거래의 물건은 이번 대업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의는 없겠지.”
“……물론이오.”
고든이 남겨 둔 혈마법을 오크들에 전수해 주긴 했으나, 카르후가 큰 소리를 탕탕 낸 것에 비해 암살에는 실패했으니 무명의 파견원들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됐든, 고든의 혈마법은 진짜였으니.
그가 창시한 마법을 주술로서 발현시키기 위한 준비는 끝마쳤다.
지금쯤 자신들의 승리라며 웃음을 피우고 있을 인간들은 과연 알고 있을까.
그 15만의 몬스터 대군조차도, 그들의 계획 중인 혈마법을 위한 준비 과정에 불과했음을.
이제는 그 과정을 끝마치고 실행에 옮길 단계가 되었다.
* * *
오크의 가장 큰 무기는 뭐니 뭐니 해도 압도적인 숫자다.
다산이 기본인 그들은 많은 숫자로 적을 밀어붙인다. 불과 10년이면 성인식을 치를 정도로 성장 속도 또한 빠르기에, 그들의 인해전술은 고대에서조차도 먹혔던 전술이었고, 이는 지금에 와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50만.
늦은 밤.
성벽 너머로 보이는 오크들의 그 숫자는 미미르의 사역마가 알려온 것이다.
무려 50만이라는 숫자의 오크들이 전부 혈마력을 쓴다.
부상을 입힌 적으로부터 마력을 뽑아내는 놈들은 지치지 않는 전사다.
그런 숫자를 고작 몇천이라는 인원으로 막아야 한다는 사실에, 아나스타샤를 향한 충심으로 무장한 아룬비다의 주민들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인해전술의 큰 장점 중 하나인 ‘압도’가, 인간들의 마음에 공포를 심은 것이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흔들릴지언정 무너지지 않았다.
인간이란 공포 앞에서 무너지기 쉬워지나, 반대로 말하면.
“어디 한번 죽어 보자!”
“이 씹새끼들아! 한 놈당 100마리씩 잡으면 우리가 이긴다!”
“염병, 내가 아룬비다에서 죽인 몬스터 숫자만 하더라도 1천이 가뿐히 넘어가는데, 그것도 못할까!”
공포를 이겨 냈을 때. 혹은 공포 그 자체를 받아들이고, 더 이상 몰릴 곳이 없음을 깨달았을 때.
인간은 강해진다.
콰과과과광─!!
사정거리 안에 들어온 대포의 폭음이 재차 전쟁의 시작을 알렸다.
이전과 다르게 셰인의 마법진이 포함되지 않은 대포알이다.
귀한 화약이 마치 물 쓰듯 빠져나가고, 수많은 오크들이 그 포화 속에서 한 줌의 핏물이 되어 사그라진다.
그럼에도 너무 많은 숫자가 이를 무산시키니,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듯했다.
혈마력을 쓰는 오크들을 상대로는 마법조차 쓰기 쉽지가 않았다.
한 번 마법을 펼칠 때면 많은 수의 오크들을 죽일 수 있겠으나, 그 여파에서 살아남은 오크들은 더욱 강인해져서 찾아올 테니.
일격필살.
놈들을 죽이는데 가장 필요한 능력이다.
대포가 비명을 지르며 그 내구성의 한계에 다다를 때까지 불꽃을 뿜어냈다.
“끝이 없네, 시벌.”
어느 한 주민의 말이 비수처럼 파고든다.
끝내 대포가 더 이상 불을 내뿜지 못하게 될 때가 됐음에도 놈들의 숫자에는 별반 차이가 없는 듯 보였다.
이윽고 주민들이 활의 시위를 당겼다.
죽이지는 못하겠으나, 이렇게라도 놈들에게 부상을 입혀 둬야만 했다.
수천의 화살이 밤하늘을 수놓았다.
또다시 활시위가 당겨지고, 튕긴다.
어찌나 많은 화살이 날아갔는지, 쉴 새 없이 퍼부어지던 10만 발의 화살은 끝내 모두 동이 났음에도 오크들의 숫자는 여전했다.
“흐음……!”
그에 미미르가 신음을 흘리며 준비된 마석과 함께 성벽 아래로 마력을 불어넣었다.
카가가가각─!
그러자 메자이아 대수림에서부터 공수해 온 특제 나무 씨앗들이, 미미르와 마석, 그리고 엘프들의 정기가 담긴 플라스크에 반응해 급속도로 성장하며 가시덤불이 되어 성벽을 감쌌다.
이로써 할 수 있는 준비는 모두 끝났다.
이어서 오크 대군이 단단한 가시덤불에 막힌 성벽을 무구로 내려치기 시작한다.
한 번, 두 번, 세 번.
오크대군은 끊임없이 성문을 두들기며, 준비해 둔 사다리를 성에 내건다.
아니면 밧줄에 묶인 갈고리를 던져 타고 온다.
성벽의 주민들이 서둘러 이를 막아 보려 하지만 한 손으로 열 손을 막을 수는 없는 법.
하물며 지금은 백 손이 필요한 순간이 아니던가.
오크들은 가시덤불이 자신들을 옮아매어 와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성벽을 두드리며, 또 그와 비견되도록 많은 수의 오크들이 끝내 성벽을 넘기 시작했다.
“죽여!”
“으아아!!”
아직 마력을 흡수하지 못한 오크는 그리 강하지 않다.
그에 성벽을 지키는 주민들도 신체를 마력으로 강화한 채 검을 휘두르며 창을 내찌르고 방패로 밀어 성벽 아래로 떨어뜨린다.
그럼에도 여전히 오크의 인해전술은 인간들의 방어를 한낱 발악에 불과하도록 만든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엘더 샤먼은 화룡점정(畫龍點睛)으로, 비소를 지었다.
“시작…… 하라.”
전장의 후방.
엘더 샤먼 카르가토를 중심으로 백여 마리의 오크 샤먼들이 각자의 주술을 읊었다.
“샤 두아 비 코두아…….”
“샤 두아 보 하바나…….”
“샤 두아 투 보고아…….”
어둡던 밤하늘이 붉은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푸른 달빛이 분노한 듯 붉게 변하고, 대지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15만이라는 몬스터 웨이브로 인해 몬스터의 피를 한가득 머금은 대지가, 주술에 이끌려 자신들이 머금던 피를 일제히 내뱉기 시작했다.
더불어 인간들의 반격에 의해 죽어 나간 오크들의 피도 일부 섞이며, 흡사 피 안개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크오아아아아아─!!”
푸른 오크들이 일제히 공명하듯 울기 시작했다.
“이, 이게 뭐야!”
“몰라, 씨발! 그냥 죽여!”
성벽 위에서 그 상황을 지켜보던 인간들은 불안감이 엄습하는 것을 참아 내며 울부짖는 오크들의 목과 심장을 꿰뚫었으나.
“커헉?!”
오크들은 쓰러지지 않았다.
심장이 꿰뚫리고, 목이 베여져도 움직인다.
15만이라는 몬스터들의 피를 흡수한 놈들은 죽음조차 미뤄 둔 채 달려든다.
흡사 죽지 않는 불사의 존재가 된 듯, 놈들의 무기에 인간들이 파죽지세로 밀려 나갔다.
이윽고 성벽이 무력하게 뚫린 그 순간.
“마력을 사용해라! 적의 머리를 부수어라!”
기어코 아나스타샤의 명령이 내려오자 인간들도 그간 참아 왔던 마력을 분출하기 시작했다.
비록 불사처럼 보이나 죽지 않는 것은 아니다.
목이 떨어져 나가면 필사(必死)였으니.
결국 성벽을 포기한 인간들이 뒤로 물러서 해일처럼 몰려오는 오크 군단을 노려보던 그 순간.
“나를 고용한 값은 아주 비쌀 거야.”
한 여인의 목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짐과 동시에.
밤하늘에 태양이 떠올랐다.
아니,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붉게 타오르는 불꽃처럼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여인이 오연하게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쾅.”
아득한 세월 동안 열기라고는 품어 본 적 없던 대지가, 만들어진 태양에 부르르 울기 시작했다.
동시에, 태양이 아래로 떨어져 내린다.
이동요새 라비아타의 등장.
그리고 그와 동시에, 오크 군단의 최후방에 수십, 수백 개의 포탈이 생성됐다.
“전군! 제국의 땅을 밟은 대가가 무엇인지 톡톡히 보여 주도록!”
과거 황실의 기사단장이었던 한 사내, 리바이 벤자민의 명령에, 1만 5천이라는 숫자의 군대가 검을 뽑아 들며 응했다.
선발대가 아룬비다의 땅에 첫 발을 내디뎠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