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82)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82화
82화 강철의 여인
아래서 위로 손을 움켜쥐는 단순한 손짓.
그러나 이어지는 결과는 결코 단순하다는 말로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
비두론 성을 주변으로 설치되어 있던 마법진이 발동되며 순식간에 주변을 에워쌌다.
검은 기운을 담은 마력은 온갖 것들이 혼합되어 공간을 지배하기 시작하니, 탐욕의 오리진이 전장을 가득 채운 오크 샤먼의 주술을 향해 마수를 뻗어 나갔다.
본래라면 그 술자인 엘더 샤먼이 꽉 붙잡고 있어야 했을 터이나, 벤자민과 저지먼트 기사단의 등장으로 인해 엘더 샤먼은 더 이상 주술의 주도권을 잡을 겨를이 없었다.
“아, 안 돼!”
빼앗기기 시작한 주도권을 엘더 샤먼이 뒤늦게 되찾아오려 했으나, 셰인의 탐욕은 한 번 물고 늘어진 먹잇감을 결코 놓치지 않았다.
엘더 샤먼은 그나마 남은 주도권으로, 이 일의 원흉으로 보이는 저 민무늬 가면의 남자를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에 일제히 성을 향하던 오크들이 움직임을 멈추고 민무늬 가면의 남자가 있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순탄치 않았다.
이미 40퍼센트 이상 빼앗긴 주도권으로 인해 주술로 야성을 다스리던 오크들이 동족을 향해 이성을 잃고 무기를 휘두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krrrrr……!]거기에, 그 혼란 속에서 가면의 남자의 앞을 막아서는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어둠을 형상화시킨 듯한 존재는 무수히 흘러 들어오는 셰인의 오리진을 탐하며 짐승처럼 오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나 수만의 오크들이 달려드는 것을 홀로 막기에는 역부족.
땅 아래로 내려온 셰인은 하위 마법, 윈드 커터를 소환해 냈다.
그러나 일반적인 윈드 커터와는 다르게 그 크기가 어지간한 롱 소드에 비견될 만큼 컸고, 그 수가 무려 백 자루에 달했다.
셰인은 이제 70퍼센트까지 빼내 온 주술의 주도권 쟁탈 작업도 멈추고 온 신경을 백 자루의 검에게 돌렸다.
압도적인 집중력이 백 자루의 검에 새겨지자, 하나하나가 일류 검사의 일격에 맞먹는 위력을 갖췄다.
전생에 수없이 탐해 온 인재들의 검.
압도적인 언데드 군단 앞에서도 찬란한 영혼의 빛을 머금고 인류의 미래를 위해 검을 휘두르던 결사단의 검술이 지금 이 순간, 오크들을 향해 펼쳐졌다.
훗날 어느 천재가 창조한 합격진(合擊陣).
백화야행(百花夜行).
백 개의 꽃잎이 흩날리듯 펼쳐지는 검진이었으나, 셰인이 독자적으로 개량한 제2형, 백귀야행(百鬼夜行)이 펼쳐졌다.
어둠과 어둠을 타고 흐르는 백 자루의 검이 셰인이 허락한 공간을 넘는 순간 한 줌의 핏물로 만들어 버린다.
그럼에도 오크들은 엘더 샤먼의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목숨을 내걸고 달려들었다.
사방에서 달려드는 수백, 수천의 오크들.
그럼에도 셰인이 펼친 마법의 검무는 약해지기는커녕 오히려 그 속도에 박차를 가했다.
셰인의 신체로부터 쉴 새 없이 마력이 빠져나갔다가 흡수된다.
이전이라면 이 마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터져 버렸을 심장이, 이제는 굳건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성능은 확실하군.’
드래곤의 역린(逆鱗).
이 세계가 창조되면서 탄생한 그들은 모든 종족의 정점에 서 있는 존재였으며, 또 동시에 마력의 주인이었으니.
그 권능에 따라 드래곤의 역린은 이만한 마력이 들어왔다 빠지는 것의 대부분을 감당하고 있었다.
“흐읍─!”
하나, 그 또한 무적은 아니었으니.
셰인이 심장에 머금을 수 있는 마력에는 한계가 있었고, 아직 2서클에 불과한 심장이 내뱉는 마력은 아무리 빠르게 흡수와 분출을 반복한다 한들 그 절대적인 양 자체는 적을 수밖에 없었다.
그에 한 덩치의 오크가 거대한 글레이브를 휘두르자 합격진이 바스라졌다.
마치 들어오라는 듯 훤히 열려 있는 그 구멍 속으로, 한 마리의 오크가 발을 내디뎠다.
“너는 누구냐.”
오크 대족장. 파가부탄이 이쪽을 향해 글레이브를 겨누자, 셰인도 입을 열었다.
[운명을 거스른 자. 그리고, 너희들의 신이 기다리고 있는 자다.]“알 수 없는 말이로군. 우리들의 신께서는 우리의 미래를 더 이상 관여치 않으신다.”
조직, 무명이 접촉해 온 순간부터 산왕은 더 이상 오크들에게 관여하지 않았다.
그에 오크들은 자신들의 뜻대로 행하라는 의미로 이해했고, 그 순간부터 더 이상 신탁 따위는 내려오지 않은 것이다.
산왕이란 오크들에게 애증의 존재였다.
그가 있기에 이 혹독한 아룬비다에서도 살아남는 것을 허락받을 수 있었고, 더더욱 나아가 어린 흡혈귀의 피로 마력을 깨우칠 수 있었으나, 그들은 신와 펼쳤던 내기에서 패배하고 말았다.
그로부터 오크라는 종족은 신의 장난감으로 전락했다.
[글쎄. 과연 그럴까?]그에 셰인은 펼쳐 뒀던 합격진을 거두고 파가부탄을 바라봤다.
셰인이 보기에 이미 오크들은 그들의 신인 산왕이 만들어 둔 거대한 체스판의 체스말이 된 상태다.
그저 무명의 간섭으로 스스로가 선택한 길이라 믿고 있을 뿐.
“쓸데없는 말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
[피차 마찬가지로군.]태어난 순간부터 신의 은총을 한 몸에 받은 파가부탄의 힘은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유일하게 샤먼의 주술로부터 자유로운 그는 으스러져라 움켜쥔 글레이브를 움직였다.
그에 맞춰 대족장을 따라 오크들이 달려들려는 그 순간.
셰인의 몸에서부터 절대자의 마력이 터져 나왔다.
산왕의 은총을 받은 파가부탄마저 주춤할 수밖에 없는 절대자의 존재감.
모든 종족의 정상에 존재했던 드래곤의 피어는 달려들던 모든 오크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스스로의 의지가 아닌 몬스터의 야성에 잡아먹힌 오크들은 그 힘에 대항할 수단이 없었다.
“크르…….”
오크 군단의 발걸음이 멈췄다.
이에 비로소 혼자가 됐음을 느낀 파가부탄이 이를 갈며 다시금 달려들었다.
하지만 한 걸음을 떼기도 전에 날아드는 검에 막히고 말았다.
휘두르는 이 없이 자유로이 움직이는 바람의 검.
그런 검이, 백 자루가 되어 파가부탄을 향해 달려든다.
그러나 상관없었다.
“개수작을!”
파가부탄은 날아드는 검을 단 한 번의 휘두름으로 터뜨려 냈다.
산왕의 힘이 담긴 글레이브의 힘이었다.
하지만 셰인은 태연자약한 모습이었다.
쉴 새 없이 회전하는 셰인의 서클.
수십 자루의 검이 사라짐과 동시에 다시금 같은 숫자의 검을 생성하여 파가부탄의 발걸음을 막은 것이다.
“이따위 바람으로 나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하나 그러는 사이에도 파가부탄은 분명 한 걸음,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
셰인 또한 백 자루의 검을 조종함과 동시에 새롭게 소환하는 작업에 발걸음을 쉬이 옮기지 못했다.
그러나 검의 공세는 점차 거칠어져 간다.
합격진이 펼쳐질 때처럼, 생성되는 즉시 검과 검이 맞부딪치며 가속했다.
그러자 파가부탄의 걸음속도가 점차 느려진다.
[다가오는 게 마치 굼벵이 같구나.]오만한 셰인의 말이 파가부탄의 행동에 불을 지핀다.
살을 주고 뼈를 취한다.
파가부탄이 크게 글레이브를 휘둘렀다.
그러자 글레이브에 담긴 마력이 터져 나오며 일순, 백 자루의 검이 일제히 한 줌의 바람이 되어 사라져 버렸다.
퍼억-!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파가부탄이 땅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하나 파가부탄이 땅을 박찬 순간 이미 재생성된 검이 그런 파가부탄의 허벅지와 어깻죽지를 크게 베고 지나갔다.
“닿았다, 빌어먹을 놈아.”
그럼에도 파가부탄은 큰 입을 씰룩이며 바로 앞까지 당도한 셰인을 향해 글레이브를 휘둘렀다.
아래에서 위로.
글레이브는 그대로 셰인의 허리부터 머리까지 훑고 지나갔다.
그러나.
파가부탄이 기다리던 파육음은 끝내 들려오지 않았다.
“……?!”
글레이브가 쓸고 지나간 셰인은 마치 잔영처럼 사라지고, 이내.
“krrrr…….”
어둠의 정령이 그 자리를 대신해 그런 파가부탄을 비웃으며 사라졌다.
파가부탄의 힘을 감당하지 못한 어둠의 정령은 역소환되어 셰인의 그림자로 돌아왔으나.
이미 싸움은 끝났다.
“커허헉─!”
백 자루의 검이 파가부탄을 향해 일제히 날아와 꽂혔다.
탐욕은 파가부탄을 보호하는 산왕의 힘조차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마치 고슴도치처럼 전신에 검이 꽂힌 파가부탄이 두 손을 늘어뜨리고.
아슬아슬했던 이 전투의 종지부를 짓기 위해 셰인은 그대로 백 자루의 검을 녹여 파가부탄을 에워쌌다.
그러자 동시에 수많은 이빨이 그런 파가부탄을 먹어치웠다.
[초대장을 보냈으니, 그에 응해야겠지.]분해되어 가는 파가부탄의 영혼.
그리고, 그의 영혼 깊숙이 파고 들어간 산왕의 편린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울리기 시작하며, 셰인의 정신세계로 침범해 나갔다.
* * *
피로 물든 머리끈이 묶인 옅은 실버블루 톤의 머리카락의 여인.
그런 여인의 앞으로 지평선을 가득 매운 오크 군단이 다가왔다.
피 칠갑이 된 채, 반쯤 부서진 대검의 옆으로 피에 물든 워 해머가 쥐어져 있다.
셰인은 마치 세계를 관조하는 신이 된 듯한 눈빛으로 여인을 바라봤다.
푸른 불꽃이 그런 그녀를 집어삼키듯 타오른다.
제페르 디 나타샤 아나스타샤.
제국의 2황녀.
그녀의 뒤로는 오크들만큼은 아니나, 무장된 인간의 군대가 그런 그녀를 노려보고 있다.
제국을 배반한 배신자를 바라보는 눈빛이다.
반역자.
이곳 아룬비다의 주민들로부터 봉기를 일으켜 대부분의 북부 영주들을 학살한 여인.
그로 인해 제국은 황급히 군대를 일으켜 세우고 북부까지 찾아와 반역자를 향해 검을 세웠다.
그리고, 그런 반역자의 주변으로부터 수백의 시체들이 줄을 지었다.
끝까지 자신들의 황제, 아나스타샤를 지키기 위해 죽음을 맞이한 이들이다.
셰인은 그들 중 태반이 눈에 익었다.
이곳 아룬비다에 오면서 보게 된 삼총사와 펠리스 또한 그 시체들 사이에 파묻혀 있었다.
“이로써 제국은 지켰다.”
이윽고, 황녀는 마지막 그 순간.
자신의 검을 제국이 아닌 오크들에게 향했고.
부동의 마음으로 검을 휘둘렀다.
그 모습은 가히, 강철의 여인이었다.
가늠할 수 없는 숫자의 오크들을 향해 달려드는 그녀의 발걸음은 거칠 것이 없었으나, 잔뜩 금이 간 그 영혼이 부서지고, 가루가 되어, 산화되는 그 순간까지 하나라도 더 많은 적을 베고 뭉갰다.
그리고 그 끝에.
오크들은 경의를 담아.
인간들은 두려움을 담아.
강철의 여인의 마지막 모습을 바라봤다.
[참으로 영웅에 걸맞은 최후이지 않느냐.]그 장면을 마지막으로, 산왕은 신으로서 그런 아나스타샤에게 모든 경의를 담아 그리 말했다.
이는, 달라진 시간선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