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90)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90화
90화 2년 후 (2)
셰인이 2년이라는 시간 동안 해 온 일은 결코 적지 않았다.
대외적으로는 틈틈이 논문을 발표하며 마법사로서의 명성을 넓히는가 하면, 가문의 사업 중 일부를 맡으며 아룬비다에 급격한 상업적 성장을 안겨 줬다.
거기에 산왕으로부터 받게 된 아카샤의 아카식 레코드의 활용법을 연구하면서, 그동안 정체되어 왔던 마법사로서의 실력도 늘려 어느새 4서클의 마법사가 되었다.
또한 산왕의 대변인으로서 오크들이 흡혈귀의 마력이 아니더라도 마력을 깨우칠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했다.
앞으로 오크들이 해 줘야 할 일이 결코 적지 않은 터라 이것은 미룰 수 없는 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아직 산왕의 봉인에서 벗어나지 못한 흡혈귀에게 금제를 가할 방법을 찾아내는 대도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비록 오크들에 의해 강제로 채혈을 당하며 정상적인 성장을 이루지 못한 흡혈귀였으나, 그녀는 엄연히 ‘진혈’이라 불리는 순혈 중 순혈의 피를 이은 흡혈귀지 않나.
혹여라도 그녀가 폭주를 하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만 했다.
그러는 한편으로 아나스타샤의 영혼을 복구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앞으로 1황녀인 올리시아와 함께 아나스타샤가 해 줘야 할 일이 많았기에 이 역시 신경 써야 할 필요가 있었다.
산왕으로부터 얻은 마력의 근원을 통한 영혼의 복구법. 그걸 실현시켜야만 했다.
하나같이 쉬운 일이 없었으나, 셰인은 잠도 최소한으로 줄인 채 매일같이 연구에 매진했다.
그러던 어느 날.
“너무 비효율적이지 않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셰인에게 아나스타샤가 그리 말해 왔다.
“뭐가 말입니까?”
“그대가 해야 할 일 중 대부분은 외부하고 소통을 해야 하지 않나.”
“음.”
그것도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기는 했다.
마법적 논문의 경우에는 클레이튼 가문의 후원을 받고 있는 카비르 마탑 소속의 마법사들과 협업 중이라 대부분 낮에 시간을 소모한다.
뿐만 아니라, 셰인은 의외로 마법사로서 갖춰야 할 서클에 대한 심층적인 개념이 부족했다.
이는 전생에도 그렇고 이번 생에도 마찬가지로 마법은 쓰되, 추구하는 방향성이 달랐기 때문이다.
하여 그 부분은 마탑의 장로인 케이튼의 자문을 제법 받아야만 했다.
그뿐이던가?
군사 회의를 할 때면 미미르와 함께 아나스타샤를 보조하러 가곤 하지 않던가.
그야말로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시간이었다.
이런 식으로 낮에 다른 이들과 소통에서 소모되는 시간이 있던 만큼 아나스타샤의 증상을 봐야 했던 셰인은 낮에 시간이 주로 부족했던 것이다.
“어차피 나도 군사 회의에 시간이 잡아먹히는 일이 많으니, 차라리 저녁에 그대의 방으로 찾아가도록 하지.”
“황녀님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 알겠습니다.”
남들이 들으면 기겁할 만한 일.
다 큰 남녀가 한 밤에 같은 방에 있다니.
그것도 제국의 꽃이라 불리는 아나스타샤와?
물론 소문을 퍼뜨릴 인력 자체가 없었기에 이상한 추문이 퍼지는 결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아무튼.
그 결과 아나스타샤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물리적 접촉도 잦아질 수밖에 없었다.
때로는 맨살을 드러낸 아나스타샤의 등에 손을 올리는 등.
남들이 보면 필시 오해할 만한 행위가 잦았으나, 둘 다 딴 마음을 품는 일은 하지 않았다.
만약, 그 사고가 터지지만 않았더라면 말이다.
아카식 레코드의 도움으로 마력의 근원을 어느 정도 해석하는 데 성공한 시점.
슬슬 근원석으로부터 아주 일부분의 힘을 뽑아 아나스타샤의 영혼에 접목시키는 과정에 자그마한 결함이 생기고 말았다.
셰인의 영혼은 이미 한 번 마력의 근원에 우연찮게 영향을 받은 상태였고, 아나스타샤 또한 방금 막 마력의 근원에게 영향을 받은 상태였다.
그 거리를 충분히 벌려 두지 않고 섣불리 접근하던 중, 둘의 영혼이 극히 짧은 시간 동안 결합하는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그 결과 셰인은 아나스타샤의 기억을, 아나스타샤는 셰인의 기억을 일부분 서로 엿보게 되고 말았다.
‘그나마 중요한 기억은 아니라서 괜찮나.’
다행히 아나스타샤가 셰인의 영혼과 결합하는 와중에 본 기억은, 산왕과 대화하는 장면 중 일부였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아나스타샤는 자신이 다른 시간선에서 어떤 죽음을 맞이했는지 끝내 보고 말았다.
그게 문제였던 걸까.
아나스타샤는 그 과정에서 끝내 깊은 슬픔에 매몰되고 말았다.
다른 시간선에서의 일이었으나, 결국 같은 영혼이 겪은 사건이다.
셰인이 가지고 있던 그 기억과 마주한 순간 아나스타샤는 당시의 자신과 깊게 몰입되어 극심한 공허함과 무력감에 휩싸이고 말았다.
그때는 정말 위험했다.
아나스타샤의 영혼은 이미 상당히 금이 간 상태였는데, 전생에 소멸되어 버린 자신의 영혼과 일순간 공명된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그대로 그녀가 무너지는 것을 볼 수 없던 셰인은 옆에서 지극정성으로 간호를 할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어느 정도 기운을 차린 아나스타샤가 그런 셰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면, 나는 전생에 노처녀로 죽었군.”
“……예?”
그런데 하필 저 얘기를 꺼내는 순간이 아나스타샤의 영혼을 돌보기 위해 서로 맨살이 닿고 있을 때였다.
거기에 비록 셰인은 다른 영혼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기억을 읽는 일이 잦았으나, 그래도 영혼이 결합된 적은 처음이었기에 그녀의 기억을 읽게 되면서 적잖은 여파가 있는 상태였다.
만약 그때 조금만 더 냉정했더라면 그날 밤 사고를 치는 일까지는 가지 않았을 텐데…….
하필 서로의 몸이 맞닿은 상태였고.
하필 셰인이 읽게 된 아나스타샤의 기억은 처음 아룬비다로 온 상태로 그녀가 가장 외로울 당시였으며.
하필 그날따라 밤하늘을 비추는 두 달이 너무도 아름다웠을 뿐이었다.
“뭘 그리 생각하고 있어? 전날 밤이 그리도 좋았나?”
“…….”
문득 상념에서 깨어난 셰인은 아나스타샤의 저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했다.
긍정을 하려 하니 셰인에게 익숙하지 못한 이 감정은 너무도…… 뭣한 것이었고.
부정을 하자니 아나스타샤에게 실례가 될 것 같았다.
“훗. 됐다. 그럼 점도 귀엽군.”
살다 살다 귀엽다는 소리는 처음 들어 본 셰인이 자연스럽게 눈살을 찌푸리던 그때, 아나스타샤가 이어서 말했다.
“아무튼, 오크들의 마지막 근거지까지 뿌리를 뽑았군. 이제는 종전이야.”
“……그렇군요.”
2년이라는 시간 동안 걸린 전쟁이 드디어 끝맺음을 맞이한다.
이는 분명 좋은 소식이었다.
“올리시아의 군대는 아직 남아서 광산의 개발 쪽으로 인원을 돌리겠다더군.”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아마 당분간 군대를 일으킬 일은 없을 테니.”
“흠. 말만 들어 보면 언젠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아나스타샤의 말에 셰인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하도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지난 시간 동안 지하도시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전 하이엘 왕국의 기사단장, 애덤으로부터 보고가 들어왔다.
* * *
-최근 이종족 노예를 대량으로 사들이는 움직임이 포착됐습니다.
수정구로부터 애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가. 주로 사들이는 쪽은?”
-완벽하게 파악은 못했습니다만, 주로 4층의 경매장에서 거래가 이루어졌습니다. 그 중에는 저희가 주목 중이던 인물도 포함됐습니다.
“그때 그 정보상이로군.”
-……예. 맞습니다.
지하도시의 경매장이라면 익명이 철저하게 보장되어 있는 장소였으나, 애덤이 줄곧 시선을 떼고 있지 않던 존재가 있었으니.
왕국에서 애덤을 암살하려 했던 정보상의 리더였다.
“아직 섣불리 판단하기는 힘들겠지만, 당장으로서는 놈들이 움직이고 있다고 가정을 해야겠군.”
-……조직입니까?
“아마도.”
-좀 더 자세히 파 보겠습니다.
“아니, 내가 직접 찾아가지.”
-괜찮으시겠습니까?
애덤의 걱정은 괜한 것이 아니다.
최근 클레이튼 가문의 위명이 얼마나 높던가.
근 2년 동안 가장 핫한 메자이아 대수림과 아룬비다의 상권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 바로 클레이튼 가문이다.
또 동시에 클라인은 모험가들 사이에서, 셰인은 마법사들 사이에서 상당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중이다.
그런 와중에 셰인이 직접 지하도시와 관련됐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다면 그 이름값에 상당한 영향이 생길 터.
“걱정 마라. 신분은 철저히 숨길 테니.”
하지만 셰인에게 이름값은 목표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지, 지켜야 할 대상이 아니다.
쓰일 때 쓰고 아닐 때는 말아야 하는 것에 굳이 매달릴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그리 말하신다면……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애초에 걸릴 생각도 없었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 셰인은 아나스타샤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지하도시로 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음. 그런가. 당분간은 이별이겠군.”
“예. 하지만 저는 여기에 있어야 할 것 같군요.”
“알겠다. 그런 걸로 해 주지.”
슬슬 황태자 측에서도 셰인의 존재를 의식하고 있을 터.
그들의 눈이 이곳 아룬비다에도 숨어 있을 테니, 적당한 알리바이는 필요했다.
아나스타샤는 그런 알리바이를 만들어 주는 데 가장 적절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셰인은 자신의 방에 설치한 포탈을 통해 은밀히 아룬비다에서 빠져나왔다.
* * *
지하도시는 총 5층으로 구분이 지어진다.
그중 지하 1층은 적당히 불법적인 루트를 통해 들어오는 물건들이 판매되는 지하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2층은 보다 법적 제재가 강한 물건들이 즐비하고, 3층부터는 투기장이나 도박장, 적당한 크기의 정보상들이 있다.
주로 3층까지는 적당히 돈 좀 있다는 사람들이 들어온다면, 4층부터는 본격적으로 지하도시의 어둠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지하 경매장이 존재한다.
지하 경매장에서는 철저하게 신분을 감추고 진행되는 경매인 만큼, 극히 희귀한 물건들이 들어온다.
그중에는 이종족 노예는 물론이고 같은 인간마저 노예로 팔리고 있으며, 마약과 불법 도핑제 등도 적지 않다.
그 외에는 살인 청부업이나 고급 정보상 등 수많은 불법이 난무하는 장소이며, 5층부터는 지하도시의 최상위 간부들만 출입이 허가되는 구역이다.
“갈 길이 멀군…….”
그런 지하도시에서 현재 3층에 자리를 잡은 애덤은 그리 중얼거렸다.
어느새 이 지하도시에 들어온 지도 2년이 넘은 시점.
애덤은 최대한 자신의 영역을 넓히는 데 집중했고, 그 결과 나름 3층에서 제법 존재감 있는 정보상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애덤이 원하던 구역은 4층이었다.
주로 고급 정보가 오가는 장소이며, 어느 곳에 가더라도 남부럽지 않은 대접을 받는 거물들이 등장하는 장소.
하이엘 왕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사(祕事)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현재 거주 중인 3층으로는 부족했다.
그러나 4층부터는 지하 세계에서 로열이라 불리는 이들만이 자리를 허가받을 수 있었고, 실상 4층부터 5층에 자리를 잡은 이들과 인맥이 없는 이상 3층이 한계였다.
“끈을 만들지 않으면 힘들 것 같은데…….”
그렇게 답답함을 느끼고 있으려던 찰나.
“없으면 만들어야지. 그뿐이지 않나.”
“……오셨습니까.”
그런 애덤의 등 뒤로 민무늬 가면을 쓴 존재, 셰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