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91)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91화
91화 거래 장부 (1)
“끈을 만든다는 말씀입니까?”
지하도시에 급격히 늘어나는 이종족 노예를 위주로 한 거래의 진상을 파악하려면 보다 깊은 지하로 들어가야 한다.
그러니 아래층과의 끈이 필요한 애덤의 질문에 셰인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굳이 끈을 만들 필요가 있나. 자리가 나면 그때 차지해도 될 일이지.”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실제로 선례가 있지 않나?”
“음…….”
셰인의 말을 이해한 애덤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몇 가지 선례가 있다면, 본래 이곳 지하도시를 주름잡던 패밀리 중 하나인 흑마법사 집단의 경우, 5층을 지배하던 파이브 패밀리 중 하나였다.
그들은 주로 암시장을 다스렸는데, 38년 전에 일어난 제국의 흑마법사 토벌 작전에 의해 붕괴되고 말았다.
때문에 암시장을 다스리던 패밀리의 자리가 공석이 되자, 그 자리는 긴 싸움 끝에 남은 패밀리 중 하나가 차지하게 됐다.
“하지만 파이브 패밀리에서 포 패밀리가 되지 않았습니까. 그들은 굉장히 배타적입니다.”
애덤의 말처럼 단순히 하나의 패밀리가 사라진다고 해서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물론 하나의 패밀리를 정리하는 것조차 쉬운 일은 아닐 테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지. 살리에르 백작의 죽음 이후, 노예상을 주로 다스리던 쪽에서 신흥 강자가 나오지 않았나.”
“그렇긴 합니다만…….”
과거 이종족 노예를 주로 다스리던 살리에르 백작.
디라일라를 납치했다가 셰인에게 죽음을 맞이한 그는 비록 5층의 패밀리에는 속해 있지 못했으나 나름 4층에서는 거물로 통하고 있던 인물이었다.
“그렇다면 패밀리를 정리하는 방법은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놈들은 외부에서의 공격에 굉장한 단합력을 보입니다.”
“굳이 외부를 움직일 필요는 없지. 자기들끼리 싸우도록 만들어도 될 일이니까.”
“……내분을 노리고 계시는 겁니까?”
그건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였다.
어쨌거나 지하도시는 개인의 이익이 뭉치고 뭉쳐서 만들어진 공간이었으니.
하지만 그들 또한 한 번의 내분이 지하도시의 권력 구도를 어떻게 바꿀지 잘 아는 탓에 그 부분에서도 철저한 선을 지키고 있는 마당이다.
애덤이 그 부분을 짚고 들어왔다.
“애덤. 세상에는 돈으로 안 되는 일 따위는 없다.”
“예?”
“돈으로 안 되는 일이 있다면, 그건 돈으로 해낼 수 없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돈이 부족했을 뿐인 거지.”
“……?”
도대체 얼마만큼의 돈을 투자할 생각인 걸까.
아무리 돈으로 안 되는 일이 없다고 하지만 이 지하도시의 권력 구도를 단순히 돈 하나만으로 해결한다고?
애덤은 셰인의 말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외부에서 보는 지하도시의 선입견과 다르게, 지하도시는 폭력 하나만으로 돌아가는 공간이 아니다.
오히려 상당 부분의 폭력은 절제되며, 나름대로의 선을 철저하게 지키는 편이다.
때문에 지하도시의 사람들은 폭력을 휘둘렀을 때 순간적으로 들어오는 이득과, 참았을 때 훗날 돌아올 이득을 계산할 줄 아는 머리가 있다는 말이다.
그런 이들을 단순히 많은 돈으로 휘두르는 게 가능할까?
“말하지 않았나. 돈이 적기 때문이 아니라고. 그저 가지기만 하더라도 수많은 이들의 머리 위에 군림할 수 있는 물건이라면, 얼마나 탐이 나겠어.”
“그런 물건이 있습니까……?”
“물론. 특히 4개의 패밀리가 환장할 만한 물건이지.”
도대체 그 물건이 뭐길래 저러는 걸까.
애덤은 셰인이 품에서 꺼내는 하나의 낡은 책을 바라봤다.
“은밀하게 소문을 퍼뜨려라. 망자가 남기고 간 혼돈이 나타났다고.”
* * *
디라일라를 납치했다가 셰인에게 살해당한 살리에르 백작은 포 패밀리에 들어갈 수준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영향력이 적었느냐 하면 결코 아니었다.
그는 4층에서도 최상위권에 위치한 사람이었으며, 스스로 가지고 있던 정보 조직도 결코 약하지 않았다.
5층의 포 패밀리의 바로 밑 단계였다고 봐도 좋았다.
제국의 고위층 귀족임에도 불구하고 그만한 위치에 올라간 것은 그만큼 살리에르 백작의 수완이 좋았다는 뜻이기도 했다.
“놈이 죽은 지도 벌써 2년째로군…….”
5층의 포 패밀리 중 하나.
통칭 ‘금광’.
투기장과 도박장을 운영하고 있는 패밀리의 이름으로, 금광의 주인인 엘도라트는 한때 포 패밀리를 긴장하게 만들었던 한 귀족의 이름을 떠올렸다.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데 급급했던 탓에 호위조차 제대로 두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지만, 실제로 그만한 조심성 때문에 놈이 죽던 그 순간까지도 포 패밀리는 살리에르 백작의 정체를 모르고 있었다.
아무튼, 놈의 죽음으로 인해 한때 지하도시는 남겨진 이권을 두고 거친 경쟁이 이뤄지기도 했다.
“그냥 조용히 죽고 사라질 놈인 줄 알았더니.”
이 지하도시를 30년 넘도록 거닐고 있는 엘도라트는 이 도시에서 한껏 명성을 날리다 사라지는 존재들을 수도 없이 봐 왔다.
그럼에도 살리에르 백작만큼 급부상하는 존재들은 몇 없었다.
“놈의 거래 장부가 드러났다…… 라.”
한때 이종족 노예를 다루는 데 있어 전권을 쥐고 있다해도 무방했던 살리에르 백작의 거래 장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정확히는, 그러한 소문이 지하도시에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엘리엇. 네가 생각하기에는 어떻지?”
“인위적으로 퍼지고 있는 소문으로 보입니다.”
지난 30년 동안 자신을 따르고 있는 수하에게 그리 묻자, 수하는 준비된 말을 이어서 내뱉었다.
“그 소문의 근원지를 파악하려 찾아본 결과, 정보상들 위주로 퍼지고 있는 듯합니다.”
“정보상이라. 쥐새끼인가?”
엘도라트의 금광과 마찬가지로 포 패밀리를 차지하고 있는 ‘시궁쥐’.
주로 정보상과 청부업을 담당하고 있는 패밀리다.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시궁쥐 또한 소문의 출처를 알아보고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누가 이런 재미있는 장난을 치고 있을지 궁금하군.”
이종족 노예는 제국을 시작으로 대부분의 국가가 불법으로 지정된 사항이다.
그럼에도 이종족 노예의 관심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본능 때문이다.
마력을 가지지 못했던 인간에게 이종족이란 두려움의 대상이었고, 그런 이종족을 향하는 폭력은 때로 마약과 같은 유흥을 선사했으니.
모든 사람이 그러는 것은 아니나, 가학심이 강한 이들에게서 그런 성향이 곧잘 보이고는 했다.
현 황제는 그런 인간의 가학심이 곧 기원전 인류의 두려움을 강조하는 것이라 판단하고 이를 제국법으로 엄격히 금지시켰다.
그런 살리에르 백작의 거래 장부라니.
“걸릴 수밖에 없는 소문을 만들어 냈군. 거기다 실력도 좋아. 안 그런가?”
소문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만큼 은밀하게 소문을 퍼뜨리는 것도 보통의 실력이 아니었다.
적어도 지하도시에서는 황제도 부럽지 않을 권력을 누리는 게 바로 포 패밀리지 않나.
비록 시궁쥐만큼은 아니더라도 지하도시 내의 정보망은 충분한 금광에서도 아직 소문의 출처를 확인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분위기를 보아하니 시궁쥐 또한 비슷한 처지 같지 않나.
“모두 제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널 탓하는 게 아니다. 엘리엇. 그만큼 상대가 쉽지 않다는 거지.”
그러면서 엘도라트는 낮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출처는 알지 못해도 좋다. 하지만 놈들의 목적만큼은 얼추 예상이 되야 하는데.”
“높은 확률로 내분이 그 목적이 아닐까 싶습니다.”
“역시 그렇겠지. 하지만 다른 목적일 확률은?”
“돈이 목적일 가능성도 제할 수는 없습니다. 행동 패턴으로 미루어 봤을 때, 오히려 그쪽의 가능성이 더 높겠지요. 하지만…….”
“돈이 목적이라면 그걸 팔려고 하지는 않겠지. 거기다 이렇게까지 소문을 내는 걸 보면 상대도 이 지하도시의 분위기를 잘 알고 있다는 말이야.”
“……맞습니다.”
당장 포 패밀리 중 하나인 금광과 시궁쥐가 이토록 관심을 갖을 만한 물건이 바로 살리에르 백작의 거래 장부다.
모르긴 몰라도 다른 두 패밀리도 마찬가지일 터.
거기에 적힌 이름값만 해도 얼마일 것이며, 그것을 활용한 돈벌이 수단이 얼마나 넘쳐 나겠는가.
당장 팔아치우는 것으로도 큰돈을 만질 수는 있겠으나, 그걸 활용해 더 큰돈을 벌거나 높은 지위를 얻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놈들에게 그걸 활용할 만큼의 배포나 능력이 없어서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걸까?
엘도라트도 그렇고 그의 수하인 엘리엇도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봤다.
“그저 좀도둑은 아니었을 거야. 무려 그 저지먼트 중 하나를 죽인 놈이니.”
살리에르 백작 본인은 무력이 별 볼일 없었으나 그를 지키고 있던 기사는 무려 시그니처를 깨우친 자였고.
그 기사와 함께 살해당한 저지먼트 기사단의 실력을 생각해 보면 상대는 살리에르 백작의 정체를 알고 찾아갔다는 말이 된다.
“재미있어. 아주 일이 재미있어지겠어. 안 그런가, 엘리엇?”
“주인님의 기대만큼이나 지하도시에 상당한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맞아. 분명 대단히도 큰 게 찾아올 거야.”
이렇듯, 지하도시에 퍼진 소문으로 인해 포 패밀리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 소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외부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 * *
“그게 정말입니까?”
“……아직은 소문에 불과하나, 들리는 바에 따르면 지하도시의 포 패밀리들 또한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거의 확실하다고 봐야겠군요.”
새뮤얼은 낮게 침음성을 내뱉었다.
그간 살리에르 백작의 죽음으로 인해 얼마만큼의 손해를 봤던가.
새뮤얼이 아주 세심하게 준비해 둔 사람이니만큼 그 피해도 상당했다.
“살리에르 백작…… 죽을 거면 조용히 죽었어야죠. 쯧.”
새뮤얼은 살리에르 백작의 자식마저 죽었다는 사실이 새삼 아쉽게 다가왔다.
만약 살아 있었더라면 애비가 감당하지 못한 죄를 물었을 터인데.
그러면 뭐 하겠나. 이미 죽어 없는 이들인 것을.
“소문이 만약 진실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쪽에서 확보해야만 합니다.”
비록 살리에르 백작과 새뮤얼의 관계를 증명할 만한 것들은 모두 소실되었다고는 하나, 거래 장부에 남아 있는 이들의 대부분이 새뮤얼의 밑에 있는 수하들이었다.
그런 수하들에게 큰 약점이 잡히는 것은 새뮤얼 또한 손발이 묶이는 일과 마찬가지.
게다가 지금은 아룬비다에서의 실책으로 인해 쌍둥이 황녀에게도 상당한 관심이 쏠리고 있는 마당이 아닌가.
비록 빠르게 대응한 덕에 두 황녀에게 밀리고 있진 않았지만, 더 이상의 실책은 두고 볼 수 없었다.
“메자이아 대수림 건에 대해서는 얼마만큼 정리됐죠?”
“이제는 안정권에 들어갔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좋습니다. 그럼 그쪽 인력도 전부 지하도시로 투입하세요. 명심해야 합니다. 살리에르 백작의 장부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우리가 차지해야 해요.”
“……뼈에 새기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리고, 만약 일이 번거로워질 것 같으면…….”
“…….”
“들개를 푸세요.”
“……알겠습니다.”
새뮤얼의 말에 그의 수하가 잠시 몸을 흠칫거렸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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