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94)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94화
94화 지하 경매장 (1)
하이엘 왕국은 최근 호황의 나날을 누리고 있는 중이다.
본래부터 연합국과 가장 가까운 나라였던만큼 교역이 활발했고, 최근 메자이아 대수림이 개방하지 않았던가.
메자이아 대수림과 국경이 맞닿은 하이엘 왕국의 변방은 덕분에 최고의 격변을 지나고 있는 와중이었다.
그러나 국가의 무사태평한 나날을 걱정하는 인물들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하이엘 왕국의 세 왕자였다.
“아버님이 날이 갈수록 건강해지는군.”
그들 중 맏형인 올리버 드 헬리손이 그리 말하자 셋째인 아르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귀족들도 최근에는 휘어잡으신 모양이야. 전혀 빈틈이 없어.”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리신 건지…….”
왕권이 강화되고 있는 소리는 그야 왕자들에게 좋은 소식이었다.
어찌 됐든 선대가 귀족들을 휘어잡은 상태에서 왕좌를 물려준다면 그 덕을 보는 이들은 다름 아닌 왕자들이었으니.
그러나 문제는 왕자들의 나이가 30대를 바라보고 있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왕위를 물려받아야 할 시기였고, 실제로도 2년 전에는 왕자들끼리 왕위 쟁탈전을 시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왕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건강해지는 것을 넘어 젋어지기까지 했으니.
그 시점에서 국왕은 왕위를 물려주는 것을 멈추고 다시금 왕권을 잡았다.
그런지도 어느덧 2년이란 시간이 흐른 상태이니.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왕자들은 조바심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메이슨. 넌 어때?”
첫째 왕자가 묻자, 둘째 왕자인 메이슨은 무언가 생각하는 듯싶더니 뒤늦게 반응하며 입을 열었다.
“음, 글쎄. 형들이랑 별다를 건 없지. 나도 간신히 내 사람을 붙잡고 있는 중이니까.”
현 국왕이 왕위 쟁탈전을 철회하기 전까지는 세 사람 모두 다양한 귀족들을 포섭하느라 바빴다.
그러나 국왕의 힘이 강해지자 몇몇 귀족들은 다시금 그의 밑으로 들어갔고, 남아 있는 왕자들의 불만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었다.
“쯧. 답답하군.”
차라리 국왕이 무언가 문제라도 일으킨다면 이를 문제 삼을 수 있겠으나, 현재 하이엘 왕국은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의 시기를 걷고 있었다.
때문에 왕자들은 그저 이렇듯 모여 한탄을 하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때, 둘째 왕자 메이슨이 먼저 일어났다.
“여기서 이러고 있어 봐야 아버지 심기만 거스를 거야. 난 먼저 일어날게.”
“후. 너 말대로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일단은 해산하자.”
“알았어.”
메이슨의 말처럼 당장 아버지의 눈에 찍히고 싶은 사람은 없었기에, 첫째 왕자의 말대로 세 사람은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그러다 방으로 돌아온 메이슨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애덤 기사단장님. 정말 살아 계셨군요.”
“이젠 기사단장이 아닙니다, 왕자님.”
2년 전과 다르게, 눈이 훨씬 깊어진 왕실의 충실한 기사가, 왕자의 방에 앉아 있었다.
* * *
메자이아 대수림 사건 이후로 조직과 관련된 미래의 지식은 꽤 많은 부분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득을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이는 사람에 대한 지식이었다.
인류 멸망 당시에는 많은 인간 군상을 볼 수 있었다.
끝없이 몰려오는 조직의 군단 앞에서 사람들은 제각기 자신들의 본심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으니.
그중에서 셰인이 눈여겨본 사람 중 하나는 하이엘 왕국의 2왕자, 올리버 드 메이슨이었다.
딱히 메이슨 왕자가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해낸 것은 아니다.
다만 잦은 테러와 제국과의 전쟁, 그리하여 황폐화된 왕국을 마지막까지 지킨 단 하나뿐인 왕자였을 뿐.
그는 자신을 따르는 기사들과 함께 조직의 군대에 맞서 용맹히 싸우다 전사했고, 셰인은 그 기억을 토대로 2왕자에게 접근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실제로 지금 시간대에서 알아본 2왕자도 훌륭한 인물이었다.
그에 따라 2왕자에게 접근한 애덤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에 대해 조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상하다고 느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으니까요.”
메이슨은 2년 전, 메자이아 대수림에서 복귀한 애덤의 사망 소식에 적잖이 당황했었다.
애덤이 막 왕실에 기사로 임명됐을 당시, 메이슨의 호위 기사로 활동했던 적이 있었다.
때문에 메자이아 대수림에서 막 복귀했을 당시에도 메이슨과 잦은 대화를 나누고는 했다.
“그렇게 급사하기에는 너무 건강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사람이 하루아침에 병사를 했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하여 메이슨은 독자적으로 애덤 사망에 관해 수사를 해 봤으나.
어느 날.
자신이 정보를 알아 오라 시켰던 수하가 방문 앞 나무 상자에 머리만 남겨져서 돌아오는 일이 있었다.
그 이후 이 일의 위험성을 깨달은 메이슨은 그에 관한 수사를 포기했었다.
하나 며칠 전, 과거 긴급 상황을 가정하고 만들었던 애덤의 수신호가 적인 편지가 메이슨 왕자의 방에 도착해 있었다.
“왕자님의 걱정대로 저는 암살 시도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렇게, 죽을 뻔했지요.”
그러면서 애덤은 자신의 가슴팍을 열며 당시 정보 단체 수장의 단검에 찔렸던 흔적을 보였다.
몇 번이고 찔린 것에 더해 독까지 묻어 있던 터라, 엘프들의 세계수에서 치료를 받았음에도 흉터가 선명히 남아 있었다.
“도대체 어쩌다가…….”
“왕자님께서 수하의 수급을 받으신 것처럼, 저도 알면 안 되는 진실에 다가가려 했기 때문이지요.”
그러면서 애덤은 당시 자신이 겪었던 일에 대해 설명했다.
메자이아 대수림를 탐사하던 당시 내부 상황을 알리기 위해 제국의 기사단과 자신의 기사단원 몇 명을 섞어 밖으로 보내려 시도했다는 것.
엘프 여왕이 확실하게 나갔다는 증언과 다르게 왕실에서는 어느 누구도 메자이아 대수림에서 나오지 못했다는 말.
그리고 그에 관해 수사를 하던 도중 왕실 내부에서 암살 시도를 받았다는 것까지.
“그렇다면 역시 아버지가 그런 겁니까?”
“예. 현재 국왕은 메자이아 대수림에서 전 흑마법사의 수장, 고든이 속해 있는 무명이라는 단체와 결탁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무명이라…….”
하지만 그렇다 한들 메이슨 왕자가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무명이라는 단체와 결탁했다는 것과 별개로 왕국은 무사태평하지 않나.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나 이어지는 애덤의 말에 메이슨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예?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현재 제가 속해 있는 단체에서 따로 지하도시를 수사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직은 의심하는 수준에 불과하지만…… 어쩌면, 전국적으로 테러가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전혀 상상도 못한 소식 때문이었다.
* * *
“테러…… 말입니까?!”
며칠 전.
애덤은 이어지는 셰인의 말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도대체 현재 하이엘 왕국의 국왕이 뭐가 아쉽다고 테러를 일으킨단 말인가?
현재 하이엘 왕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호황의 시기를 달리고 있을 때가 아니던가.
“아마 그게 조직에서 국왕에게 내건 조건이었겠지.”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테러라니요. 자칫 잘못했다간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지 않습니까!”
아무리 하이엘의 국왕이 젊음에 미쳤다고는 해도, 전쟁까지 일으킬 위인은 아니다.
적어도 애덤이 생각하기엔 그랬다.
셰인은 인간의 탐욕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 알았으나, 굳이 애덤의 편견을 깰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하이엘의 국왕은 전쟁을 일으킬 생각이 없을 테니.
“거기까지 가진 않을 거다.”
“어떻게 그리 확신하십니까?”
“아직 조직이 바라는 순간이 찾아오지 않았으니까.”
“바라는 순간…… 말입니까.”
“그래.”
조직은 자신들이 그리고 있는 완벽한 상황이 아니라면 결코 먼저 나서지 않을 것이다.
‘아직 내부조차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놈들이다.’
현재까지 조직은 인간 정보원을 많이 쓰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현 시대가 인류에 의해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지, 결코 인간을 위해 쓰이는 게 아니다.
훗날 전쟁이 일어나면 아카샤의 대봉인에서 뛰쳐나온 이종족과 몬스터가 조직의 가장 큰 무력을 차지하게 될 테니.
‘그때까지 놈들은 일을 그르칠 생각이 없을 거다.’
지금의 시기라면 아직 내부 정리가 끝나지 않았을 시점이니…….
‘그렇다면 지금은 그 밑 작업이라 봐도 좋겠지.’
이종족을 끌어들여 테러를 일삼도록 만들고, 인류 전체에게 이종족에 대한 혐오감을 심어 주기 위한 준비 단계일 뿐.
하이엘의 국왕이 이종족 노예를 끌어들이는 이유 또한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하이엘의 2왕자에게 준비를 해 두라고 일러 둬라. 그나마 그자의 밑에 있는 이들이 충직한 편이니.”
결국 이와 관련된 일을 전부 끝마치기 위해서는 지하 경매가 진행되어야만 한다.
테러가 일어나든, 뭐가 일어나든.
어찌 됐든 간에 지하 경매가 시작되어 4층과 5층의 정보를 얻어야만 했으니.
* * *
지하도시의 정보상은 대부분이 점조직 형태로 이어진다.
거기다 조심성도 굉장히 많기 때문에, 끄나풀을 잡아서 기억을 읽는다 하더라도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다.
“그렇다면 아래서부터 죽여 가며 올라가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어둠의 정령…… 검둥이에서 아나스타샤의 극구 반대로 ‘아르카네’라는 제대로 된 이름을 받은 그녀의 물음에 셰인이 답했다.
“말했잖나. 조심성이 많다고. 아랫것들이 하나둘씩 죽기 시작하면 아예 자취를 감춰 버릴지도 모르지.”
“그렇군요…….”
셰인이 아무리 빠르게 움직인다 한들 이번 일을 벌인 주동자에 다다르기도 전에 놈들이 숨어 버릴 가능성이 농후했다.
한편 아르카네는 딱히 그 사실이 궁금했다기보단 영혼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받게 되는 오리진이 없어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한편, 옆에서는 또 다른 소녀가 셰인에게 말을 걸어왔다.
“주인님.”
“왜 그러지, 에블린.”
밤하늘의 달처럼 은은하면서도 찬란한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가 피처럼 붉은 눈동자를 한 채 셰인을 바라봤다.
“배고파요.”
“먹보. 항상 주인님께 할 말이 배고프다는 말 밖에 없어?”
“그래도 배고픈데.”
흡혈귀.
이름조차 지어지지 않은 이 소녀에게도 이름을 지어 줄 때, 아나스타샤에게 드문 힐난의 시선을 받아야만 했다.
‘그대…… 동물을 제외한 다른 무언가에게 이름을 지어 주지 말도록. 이토록 아름다운 소녀에게 흡혈이가 가당키나 한 이름인가!’
나름 2년 동안 인간의 언어를 배우고, 힘을 조절하는 방법까지 배운 에블린은 이젠 비교적 대화를 나눌 수준은 됐다.
물론, 수백 년 동안 고통 이외에 맛본 것이 없는 만큼 자신의 의지를 말하는 데 거리낌이 없긴 했지만.
“조금만 기다려라. 곧 식사할 시간이 찾아올 테니.”
“주인님 거 마시면 안 돼요?”
“가끔은 외식도 해 봐야지.”
“다른 피는 맛없던데…….”
“주인님이 하시는 말씀에 토 달지 마. 흡혈귀.”
“응. 알았어.”
말은 저렇게 해도 항상 같은 일을 반복하는 에블린이기에, 아르카네는 못 미덥다는 눈치로 그녀를 바라봤다.
한편 에블린 또한 아르카네가 자신 못지않은 먹보라는 것을 잘 알았기에 그녀가 하는 말은 대부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편이었다.
그렇게 둘이 투닥거리고, 셰인은 이를 지켜보며 갈 길을 걸었다.
언뜻 보면 아름다운 두 소녀가 투닥거리며 길을 걷는 평화로운 풍경처럼 보일지 모르나…….
지하도시에서 그런 시선을 받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독특한 외모를 한 두 여자와 가면남의 존재감 때문이었다.
그렇게 이곳저곳에서 시선을 한가득 받은 셋은 이내 4층으로 향했다.
4층엔 셰인만큼이나 시선이 끌리는 존재들이 여럿 있었다.
셰인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신분을 숨기기 위해 가면이나 로브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수많은 경호를 거느린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오늘이 바로, 지하 경매가 시작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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