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95)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95화
95화 지하 경매장 (2)
살리에르 백작의 거래 장부에 대한 소식이 조금씩 식어 가고 있을 무렵, 마치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개장수는 자신이 거래 장부를 손에 넣었다는 소식을 알렸다.
그와 동시에 그는 포 패밀리 전원을 모아 회의를 진행했다.
“하, 아닌 듯 보이면서 정작 이틀을 남겨 두고 회의를 진행하는군.”
그에 참여한 포 패밀리 중 금광은 통짜 금으로 만들어진 턱을 쓸어내리며 그리 말했다.
“아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미리 좀 양해를 구하지. 이쪽도 좀 쫄려서 말이야.”
“천하의 개장수가?”
“이거 물건을 건네받은 루트가 좀 비이상적이어야지. 상대가 상대다 보니 나도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이걸 노리는 놈들도 그만큼 위험할 테고.”
“어머나. 우리 오라버니가 언제부터 그리 조심스러웠는지 모르겠네?”
한편 개장수의 쌍둥이인 미스 슈도 거들자 개장수가 피식 웃었다.
“뭐야. 너희 둘. 언제부터 연애를 시작한 거야? 둘이 아주 짝짜꿍이 맞군그래.”
“그야 돈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가능하지? 어때, 자기. 우리 오늘부터 1일?”
“지랄 말지? 내 고귀한 피는 너 따위가 받아 낼 게 아니다.”
“어머, 별꼴이야. 여자한테 못하는 말이 없어, 정말.”
말하는 것과 다르게 미스 슈는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곧장 본론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물건은 확실히 받았다는 것 같고. 우리를 부른 것도 방어를 위해서지?”
“맞아. 내가 최근에 알아보니 이게 또…… 제국과 연관이 있단 말이지.”
“제국?”
“설명은 아까부터 입 다물고 있는 시궁쥐에게 들어 보지.”
그러자 아까부터 신문을 얼굴에 덮은 채 자고 있던 사내가 퍼뜩 일어났다.
“어, 엉? 누가 나 불렀냐?”
“그래, 너. 기껏 불러 놨더니 잠이나 처자는 네놈을 부른 거다.”
“어어, 뭔 일인데 이리 날카로우실까. 무슨 일인데?”
“이번 일에 제국이 관여되어 있다는 것 정도는 파악하지 않았나?”
“어…… 그렇지?”
“그걸 자세히 말해 보라는 거다.”
시궁쥐는 여타 다른 패밀리의 리더들과 다르게 굉장히 꾀죄죄한 몰골을 한 채, 더벅머리 끝자락을 입으로 씹으며 입을 열었다.
“어이쿠. 아무리 그래도 우리 쥐새끼들이 피땀 흘려 가며 얻은 정보인데, 너무 막 풀라고 하는 거 아닌가?”
“나는 이미 충분한 정보를 풀었다고 보는데. 이 자리에서 쫓겨나고 싶나?”
“커흐흠. 그건 아니지. 그래도 오늘은 식당에서 밥 좀 먹고 싶은데…….”
“쯧.”
시궁쥐의 말에 보다 못한 금광이 대신 금화를 던졌다.
“어이쿠. 이거 감사합니다~!”
그제야 목을 가다듬으며 시궁쥐가 입을 열었다.
“어디 보자…… 제국…… 황실이라…… 황실. 그래, 맞아. 황실에서 들개를 풀 거라고 하던데?”
“들개?”
“우리 개장수 아저씨 장사가 잘될 날인가 보구먼.”
“들개라는 게 정확히 뭐지?”
“정확히 말하자면 황실은 아니고, 황태자가 직접 키운 사냥개라던데…… 정확한 규모까지는 나도 모르겠구먼.”
“그렇다면 그 외에는?”
“별의별 잡다한 것들이 다 모이겠지 뭐…… 아니, 근데, 그전에 이 멤버부터 걱정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시궁쥐의 말에 다른 세 명이 인상을 썼다.
“우리를 좀도둑 취급하는군.”
“맞아~ 우리 중 하나가 박살 나면 어떤 꼴이 일어나는지, 이미 38년 전에 봤잖아?”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말로 혼란스럽게 만들지 말지, 시궁쥐.”
“어이쿠야. 이거 반응들이 뜨겁구먼. 언제부터 우리끼리 이렇게 형제애가 넘쳤다고. 큼큼. 뭐, 아님 말고. 그보다 나도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그 물건을 받게 된 루트가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거지?”
시궁쥐의 의문에 다른 둘도 개장수를 바라봤다.
확실히, 자기 몸 챙기는 거 하나만큼은 이 패밀리 중 가장 신중한 인물이 아니던가.
그런 이가 어떤 방법으로, 이들 셋 중 어느 누구도 모르게 물건을 전달받게 된 것인지 궁금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고객의 정보를 풀어서야 쓰나. 관심 갖지 말지?”
“오케이. 그렇다면야 뭐.”
애초에 그저 한번 찔러 본 것에 불과했던 시궁쥐도 알았다는 듯 관심을 끊었고, 다른 이들도 시선을 돌렸다.
“그럼, 이제 어떻게 경매를 순조롭게 풀어낼지 고민해 보도록 하지.”
긴 사담 끝에서야, 그들은 본래의 목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회의가 진행되는 도중에도 그들의 머릿속에는 이번 경매가 결코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으리라 예상하고 있었다.
* * *
지하도시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어두운 장소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다른 층이라면 몰라도 VIP 중 VIP만 들어올 수 있는 4층의 경우에는 천장을 전부 태양석이라 불리는 발광석으로 대낮처럼 밝은 거리를 유지한다.
거기에 지하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거대함을 자랑하기에, 처음 이곳에 찾아온 이들은 개장수가 지어 둔 웅장한 성체에 넋을 놓기도 했다.
때문에 이곳이 개방되는 경매 날에는 무수히 많은 이들이 찾아오나, 오늘은 특히 더했다.
덕분에 성을 지키는 경비병들은 하나같이 신분을 확인하느라 바빴고, 수많은 인파는 줄을 서 가며 경매장으로 들어가길 고대했다.
“진저리 치게 많구먼.”
“그러게. 특히 이번에는 경매품이 하나밖에 없다고 들었는데.”
“쯧. 살리에르 백작인지 뭔지가 도대체 뭐길래 저러나.”
“이 멍청한 놈. 그 인간하고 연류된 귀족이 어디 한둘이겠어? 듣기로 이번 경매가 시작되자마자 벌써부터 자수하는 양반들이 나오고 있다던데.”
“뭐? 아니, 누구 좆되라고 그 내용물을 사방팔방에 풀겠어? 아무리 그래도 자수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왜겠어. 최근에 지상에 귀족 살해자라는 놈 때문에 그렇겠지.”
“아아…… 그건 나도 소문으로 들었지.”
몇몇 경비병들의 그러한 수다는 이내 경비대장의 등장으로 끝맺음을 지었고, 그들은 삼엄한 경계 속에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성 내부로 들어서면 화려한 장식과 함께, 마치 정말 귀족들의 연회라도 되는 것처럼 수많은 음식들이 기다란 테이블 위로 올라가며 찾아온 손님들의 입을 즐겁게 만들었다.
그렇게 얼마나 손님들이 들어왔을까.
몇몇 연이 있는 손님들은 서로 뭉쳐서 앉기 시작했을 무렵, 화려한 연회장의 발광석이 꺼지기 시작하며 은은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안녕하십니까, 신사 숙녀 여러분. 오늘도 이곳 프티크에 찾아오신 것에 무한한 감사의 인사를 올리겠습니다.”
경매사가 단상 위에 모습을 드러내자, 각자 대화를 나누고 있던 손님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몰렸다.
잠시의 침묵 끝에 경매사가 과장스러운 몸짓과 함께 입을 열었다.
“오늘은 처음 뵌 분들도 참 많이 보이는군요. 그만큼 이번 경매에 올라올 물품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계신 것이겠죠.”
그의 말처럼 오늘 처음 경매장에 찾아온 이들도 한쪽에 무리를 짓고 그런 경매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편 경매사 또한 수많은 손님들을 바라보며 가면 속에 숨겨진 그들의 표정을 읽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곳 4층의 지하 경매장에서 경매사를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눈치가 필요한 법이었다.
‘저쪽은 시궁쥐의 사람들인가? 그리고 방금 했던 말로 움찍거린 인간들은 장부에 적혀 있는 놈들이겠군.’
이번 경매에 가장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을 인물들이 바로 장부 속 등장인물들 아니겠는가.
이 또한 정보가 되기에, 경매사는 끊임없이 그러한 기록들을 머리에 욱여넣으며 숙련된 자세로 진행했다.
“그렇다면 거두절미하고, 이번 경매의 진행 방식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초대장에 적혀 다들 알고 계시다시피 이번 경매는 단 한 물품만을 가지고 진행됩니다.”
“또한, 시작 단가는 1,000골드부터입니다. 입찰을 시도하기 위해서는 50골드 이상부터 진행이 가능합니다.”
“경매품은 인챈트가 적용되어 내용물이 확인되지 않습니다. 하여 입찰에 성공하신 이후 판매자가 직접 인챈트를 해제할 예정이오니, 이 점 참고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저희 프티크에서 경매품을 보호해 주는 구간은 정확히 물품을 건네드린 순간부터이니, 판매 이후에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점 또한 상기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손님들 간의 신경전이 이어지는 과정 중, 단상 위로 조명이 집중됐다.
“그럼 소개합니다. 화제의 물건, 살리에르 백작의 유품인 거래 장부입니다!”
집중된 조명 위로 유리 케이스 안에 들어가 있는 거래 장부의 모습이 드러남과 동시에 이곳저곳에서 파란빛이 부드럽게 흘러나왔다.
그러자 거래 장부가 담긴 유리 케이스 위로 푸른빛이 흘러나오며 1,000으로 표시되던 숫자가 급격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완벽한 블라인드 경매를 위해 마련된 마법 장치였다.
은은한 조명과 함께 숫자는 끊임없이 올라갔고, 조용한 클래식만이 흘러나오는 내부와 다르게 손님들 사이에서는 치열한 눈치 싸움이 연신 이어지고 있었다.
* * *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가지고 있는 돈을 모두 끌어모아야 해!’
‘제발, 그게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것만큼은!’
그중에서 가장 절박한 이들은 앞서 살리에르 백작과 거래를 했던 전적이 있는 인물들이었다.
그들은 한때의 욕망으로 인해 일을 저지른 과거의 자신을 백 번 천 번 저주하며 끊임없이 올라가는 숫자를 바라봤다.
이미 단가는 시작 금액의 1천 골드를 넘어 4천 골드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
살리에르 백작과 거래를 했던 귀족들은 새뮤얼 황태자의 도움으로 이렇듯 다 같이 돈을 모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새뮤얼 황태자의 자금까지 더해진 지금, 돈이 부족하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아무래도 물건이 물건이다 보니 확신할 순 없었다.
동시에 과거의 자신들만큼이나 그렇게 허무하게 죽어 버린 살리에르 백작에 대한 원망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그 멍청한 자식은 왜 장부 같은 걸 남겨서!’
‘그렇게 조심하더니 혼자 편히 뒤져 버렸구나!’
그 생각을 하는 짧은 사이에도 어느덧 금액은 6천 골드를 넘어가기 시작했다.
어지간히 작은 도시의 1년치 세금을 훨씬 넘긴 금액이었다.
그럼에도 숫자는 여전히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다.
한편, 그런 귀족들과 다르게 제법 여유로운 표정으로 경매에 가담하고 있는 인물은 다름 아닌 금광의 엘도라트의 수하, 엘리엇이었다.
‘멍청한 녀석들.’
그는 한쪽에서 치열하게 숫자판을 노려보고 있는 귀족무리를 보며 비소를 지었다.
필시 저 물건은 놈들이 생각하는 금액 그 이상으로 올라갈 것이다.
얼마의 출혈이 있든 간에, 시간을 들여 저들을 상대로 뽑아낼 수 있는 돈은 훨씬 많을 테니까.
뿐만 아니라 저 물건은 양지로 올라가 자리를 잡게 해 줄 열쇠나 마찬가지다.
본래라면 이곳 지하도시에 저런 식으로 거래 장부가 등장하는 일도 극히 드물다.
애초에 장부는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소유자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여는 순간 파괴되도록 만드는 게 기본이니까.
어느 정도 지하도시에서 거래를 해 온 이들이라면 모두가 했을 법한 행동이었으나, 살리에르 백작은 그 작업을 하는 것조차 혹여 황태자에게 걸릴까 싶어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런 사달이 일어난 것이지만, 엘리엇이 알 바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따르는 주인을 위해 저 물건을 앞에 내놓을 수만 있으면 됐으니.
적어도 부귀영화에 빠져 돈을 탕진해 온 저따위 귀족들보다, 수십 년 동안 쌓아 올린 지하도시의 금화가 훨씬 더 높게 쌓아져 있으리라.
엘리엇이 그렇게 저들에게 시선을 떼고 있는 사이에도 경매 금액은 계속해서 올라가 1만 골드를 찍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쯤 되자 가장 먼저 초조해진 것은 귀족 무리였다.
아직 여유 금액은 여전히 많았으나, 금액이 올라가는 속도가 전혀 줄어들 기세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얼마나 올라갔을까.
경매사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시작 금액이 너무 적었던 모양입니다. 이제부터는 호가를 500골드로 올리겠습니다!”
“이런 젠장! 10배나 올리는 게 말이나 돼?!”
그러자 곳곳에서 비명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