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96)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96화
96화 지하 경매장 (3)
가격을 올려 부를 때마다 500골드씩 상승하기 시작하자 절반이 넘는 인원이 입찰을 포기했다.
이어서 2만 골드까지 치솟았을 때는, 거기서 절반이 더 줄어들었고, 계속해서 5만 골드에 다다랐을 쯤엔 몇몇 인원들만이 참여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미, 미친…….’
‘회수 가능한 금액이 맞기나 한 거야?’
‘아무리 저걸로 털어먹는다 해도 5만 골드까진 안 나올 것 같은데…….’
‘광기의 현장이로군.’
작은 도시라면 몇 년은 쓸 예산이 단 하나의 거래 장부에 의해 왔다 갔다 하고 있다.
한편, 장부에 이름이 실린 귀족들은 얼굴이 몇십 분 사이에 핼쑥해졌다.
‘어, 어쩔 거요?’
‘여기서 더 지른다고? 감당이 가능한 일이 맞소?’
‘세상에, 이제 6만 골드란 말이오!’
일찍이 귀족들은 자신들끼리 모은 돈은 모두 끌어다 쓴 상태고, 이제는 황태자의 지원금마저 손을 대고 있는 상황.
하지만 여전히 숫자가 올라가는 기세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귀족 무리와 다르게 여전히 입찰을 시도하고 있는 이들의 표정은 여유로웠고, 금세 가격은 8만 골드까지 올라 버렸다.
이제부터는 정말 치킨 게임이다.
귀족 무리도 황태자에게 큰 약점이 잡히게 된 마당에 황태자의 돈을 아낌없이 끌어다 쓸 것이고, 여타 다른 참가자들 또한 물러설 생각이 없었으니.
이윽고 10만 골드, 12만 골드, 그리고 15만 골드에 다다랐을 때부터는 귀족들 중 한 명이 번뜩 정신을 차렸다.
‘여기서 이 이상 돈을 쓰는 게 의미가 있을까?’
이미 귀족들끼리 모은 돈보다 황태자가 내야 할 금액이 더 늘어난 상황이다.
세상에.
15만 골드가 어디 동네 개 이름도 아니고, 대영지를 다루는 귀족이거나 대형 상단을 꾸리는 이들이 볼 법한 숫자이지 않나.
하는 거라고는 영지민들에게 세금을 걷는 것 이외에 이렇다 할 돈벌이가 없는 귀족들은 더 이상 글렀다고 판단했다.
‘여기까지 합시다.’
‘아, 아직이오! 이렇게 포기했다가 무슨 꼴을 당할 줄 알고!’
‘이럴 때를 대비해 황태자께서 준비해 둔 게 있다고 하지 않았소!’
‘하, 하지만…….’
‘이제 16만 골드요! 우리가 나서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액이 계속 올라가고 있지 않소! 정말 여기에 희망이 있다고 보시오?’
‘크윽…….’
황태자가 준비해 둔 수는 정말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미뤄 두고 싶었다.
자칫 잘못해서 일이 어그러지기라도 했다간 일이 어찌 되겠는가.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들이 줄줄이 엮여 들어올 게 뻔했다.
‘알겠소…….’
하지만 더 이상 그들이 내몰릴 구석 같은 것은 없었다. 이미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그저 황태자의 플랜대로 일이 잘 돌아가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귀족 무리가 입찰을 포기했든 아니든 경매는 계속해서 진행됐다.
이제는 거의 20만 골드 단위로 넘어갔는데, 지켜보고 있는 이들조차 정말 저 거래 장부에 저만한 이점이 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의 금액이었다.
그렇게 23만 골드에 다다랐을 때가 되어서야 입찰 경쟁은 끝맺음을 맺었고, 경매사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총 금액 23만 2천 골드로 49번님께서 입찰에 성공하셨습니다!”
이곳 지하도시에서도 좀처럼 보기 드문 금액의 거래가가 나오자 몇몇은 탄성을 질렀고, 또 몇몇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부분의 이들은 그저 한 번 찔러나 보자 싶어서 온 이들이었기에 ‘아니면 말고’라는 표정이었고, 한탄을 한 자들은 대부분이 귀족 무리에 포함되어 있었다.
한편, 49번 팻말을 들고 있던 엘리엇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지막까지 자신과 경쟁을 한 인물은 다름 아닌 시궁쥐의 쌍둥이 여동생, 미스 슈의 수하였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경매는 포 패밀리 중 금광이 승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저걸 어떻게 들고 가느냐인데.’
아마 당장 문제가 터지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경매장은 포 패밀리에 의해 삼엄한 경비가 진행 중이지 않은가.
공격하는 입장에서도 굳이 지금 벌집을 건드릴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실상 포 패밀리의 수하쯤 된다면 여기서 가면을 쓴다 한들 소용이 없는 일이니.
엘리엇을 잘 기억해 뒀다가 대상이 물건을 받는 직후에 공격을 가해 올 터.
하지만, 세상이란 게 원래 사람의 예상과는 다르게 돌아가지 않던가.
“그럼 이번 입찰에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리며, 이후 진행되는 만찬회에도 많은 참석 부탁드립…… 어?”
그때, 경매장 전체에 푸른빛의 마력 파티클이 흩뿌려졌다.
순간 무슨 상황인지 뒤늦게 파악한 경매사가 재빠르게 경비대를 부르는 호출기를 눌렀다.
동시에 경매사는 손님들을 안심시키려 했으나.
마력 파티클이 뿌려지는 여러 공간으로부터 텔레포트 마법의 포탈이 펼쳐졌다.
“어, 어떻게?!”
이곳 지하도시도 텔레포트 차단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푸른빛 입자가 뭉쳐 끝내 포탈이 완성되었다.
“꺄, 꺄아아악!”
“저게, 저게 도대체 뭐란 말인가!”
포탈에서 등장한 것은 새하얀 털과 긴 귀를 지닌 짐승. 토끼였다.
그러나 일반적인 토끼와는 다르게 그 크기가 하나같이 성인 남성과 비교될 정도로 거대했고, 또 동시에 기괴했다.
헝겊으로 만들어진 정장의 옷차림.
그러나 두 눈은 터질듯 부풀어 오른 상태였고, 이빨은 토끼가 아니라 사나운 짐승의 그것처럼 날카롭게 나 있다.
그런 토끼 수십 마리가 포탈에서부터 꾸역꾸역 들어왔고.
이윽고 50여 마리가 연회장을 가득 메울 무렵, 닫혀 가는 포탈에서 누군가가 물 흐르듯 튀어나왔다.
“안녕하십니까, 신사 숙녀 여러분.”
포탈에서 나온 존재는 그렇게 입을 열었다.
“이 정도로 화려한 파티장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서 찾아온 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포탈에서 나온 존재는 품위 있는 말투로 그리 말해 봤으나, 그 말을 듣고 안심하는 손님은 어느 누구도 없었다.
그야, 저 존재 또한 토끼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니.
정확히 말하면 몸은 사람처럼 보였으나, 머리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토끼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토끼의 얼굴이 사람 말을 하는 기묘한 현상.
다른 토끼들보다는 인간의 형태에 가까운 그는 길쭉한 다리에 어울리는 세련된 정장, 그리고 허리춤에 달린 회중시계를 손에 들며 시간을 확인하듯 바라봤다.
“안타깝게도 초대장을 받지 못했기에, 이렇게 난입하게 되었군요. 부디 우리들에게도 이번 경매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면 감사하겠습니다.”
토끼 신사가 말은 정중하게 했으나 그의 수하로 보이는 토끼들은 이미 이곳저곳에 퍼진 연회장의 음식에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에 손님들이 비명을 지르며 한쪽 구석으로 몰렸다.
그 작태를 지켜본 경매사가 사납게 소리쳤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오는 것이냐!”
“이런. 정말 안 되겠습니까?”
토끼 신사는 다시 한번 정중하게 물어봤으나, 대답으로 돌아오는 것은 경매사의 거부가 아니라 연회장의 입구로부터 들려왔다.
“정체불명의 침입자가 발생했다. 전원 도핑을 마치고 놈들을 상대해!”
경매사의 호출기에 반응해 곧바로 난입해 온 경비대가 각자의 품에서 알약을 꺼내 들어 망설임 없이 먹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경비대의 근육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그 상태로 각자의 무기를 든 경비대가 한참 테이블 위의 음식을 폭식 중인 토끼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런…… 우리 아이들은 좀 사나워서 그렇게 대하면 안 되는데 말이죠…….”
그러나 토끼 신사의 걱정과 다르게, 경비대는 각자의 무기에 마력을 두른 채로 한참 포식 중에 있던 토끼들을 무참히 베어 나갔다.
검에 목이 베이고, 메이스에 머리가 깨져나가는 토끼들.
하지만 토끼들도 잠자코 당해 주기만 하지는 않았다.
먼저 공격이 들어온 이상, 토끼들도 토끼의 것이라 믿기지 않는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을 들이대며 경비대에게 달려들었다.
경비대는 이런 마수와 전투를 치른 경험이 제법 있던 모양인지 쉽사리 당해 주지 않았으나, 전투의 양상은 그리 일방적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끄아아악!!”
첫 번째 피해자가 나왔다.
상체와 하체가 분리된 토끼가 내장을 질질 끌며 경비병의 다리를 물어 버린 것이다.
턱힘이 얼마나 강한지, 보호구조차 씹어 삼키며 경비병의 다리가 뜯겨져 나갔다.
“조심해라! 놈들의 생명력이 비정상적이야!”
피해자가 연속해서 속출하자 경비대장이 그리 외쳤다.
바닥에 쓰러진 토끼들이 마치 좀비마냥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한 채 끝까지 들이대고 있다.
아니, 머리가 부서지고도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지 않나.
저건 생명력이 끈질긴 게 아니라 죽지 않는다고 봐야 했다.
“머리와 사지를 주로 공격해라! 놈들이 쓰러지고도 공격하지 못하게 막아!”
연이어 경비대장의 명령이 내려오자 경비병들도 속수무책으로 당하지는 않았다.
그로테스크한 광기의 현장.
이를 지켜보던 손님들이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몇몇 토끼들이 그런 손님들에게 향했기 때문이다.
“가서 막아!!”
경매는 이미 망쳤으나, 손님이 다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랬다간 이번 경매를 진행한 개장수의 이름이 추락할 테니까.
그 사실을 익히 알고 있는 몇몇 경비병이 달려들었다.
“경매에 참여만 시켜 주셨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아쉬울 따름이로군요.”
그 광경을 지켜보던 토끼 신사는 손에 들린 회중시계의 끝에 달린 버튼을 눌렀다.
“이, 이게 무슨!”
“이거 뭐 하는 놈들이야!!”
그 작은 행동은 전장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방금까지 피와 내장을 줄줄 흘리던 토끼 괴물들이, 마치 시간이 되돌아가기라도 하듯 원상복구가 되는 게 아닌가.
“저 새끼부터 잡아!”
그에 눈치 빠른 경비대장은 이 사건의 발단인 토끼 신사부터 노리라는 명령과 함께 자신도 토끼 신사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토끼 신사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그의 품에서 아이 손바닥만 한 지팡이가 들려 나오더니, 어느새 성인이 집고 다닐만한 지팡이로 변모한 것이다.
토끼는 마치 펜싱을 하듯 자세를 잡고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경비원을 나무랬다.
“명을 달리할 선택을 하셨군요.”
동시에 토끼 신사가 자세를 낮추는가 싶더니, 찰나의 순간 모습이 사라졌다.
“뭣.”
하지만 단순히 사라지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어느새 달려들던 경비병 몇몇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헛!”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토끼 신사가 지팡이를 내보였다. 지팡이에는 방금 쓰러진 자들의 심장이 꼬챙이처럼 꿰여 있었다.
“무, 무슨.”
그 광경을 확인한 경비대장이 뭐라 말을 잇기도 전에, 또다시 토끼 신사가 전장을 지배하듯 돌아다녔다.
“젠장…… 보통 놈이 아니다. 중복 도핑을 해!”
결국 부작용을 각오하고 중복 도핑을 시도하라는 경비대장의 말에 지금도 꾸역꾸역 연회장으로 들어서고 있는 경비병들이 중복 도핑을 시도했다.
그러자 안 그래도 비대하게 커진 그들의 근육이 보다 몸집을 키우며 전투의 양상을 바꿔 갔다.
검으로 그저 베는 것이 아니라 마력의 파동을 일으켜 공격당한 토끼의 신체를 분해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아직 중복 도핑을 하지 않은 경비병들은 구석에서 아직까지 비명을 지르고 있는 손님들을 비상 탈출구로 안내했다.
그때.
콰아아아아앙─!!
외부로부터 폭발음이 들림과 동시에.
“끄아아아아악─!”
경비병들이 들어오던 통로로부터 비명이 들려왔다.
새로운 침입자들의 등장.
복도의 경비병을 뚫고 연회장에 찾아온 이들의 첫인상은 과연 인간이 맞기나 할까 싶은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새하얗다 못해 투명하게 느껴지는 피부.
하나같이 털 한 가닥 남지 않은 머리와, 입마개를 쓴 채 등장한 그들은, 투명한 피부와 대조되게 경비병들의 피로 온몸을 흠뻑 적신 상태였다.
“이런…… 토끼들의 놀이터에 들개가 난입했군요.”
“백염……?!”
침입자들은 하나같이 양손에 하얗게 타오르는 오러를 검처럼 감싸 만든 상태로 서 있었다.
황태자의 들개가 귀족 무리의 호출에 의해 등장한 것이다.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가 되어 가는 풍경 속.
난장판인 아래층과 다르게 2층에서 이 상황을 직관하고 있던 민무늬 가면의 사내는 조용히 읊조렸다.
“개판이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