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97)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97화
97화 지하 경매장 (4)
셰인은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1층의 연회장을 바라보며 비소를 지울 수가 없었다.
고작 장부 하나로 인해, 고작 한 사람의 죽음으로 인해 얼마나 더 많은 피해가 일어나고 있단 말인가.
새롭게 난입한 들개들은 과연 새뮤얼이 직접 키운 만큼의 실력을 보이고 있었다.
백염은 현 인류 사회에서 가장 이기적인 능력이다.
맞닿는 상대의 마력은 즉시 흩트리면서, 정작 자신은 인류의 가장 무기 중 하나인 오러를 사용하니까.
불합리함의 극치일 수밖에 없었고, 마법사에게는 저승사자인 이유가 있었다.
셰인은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나름대로의 평가를 내렸다.
전생에도 들개의 존재는 있었으나, 애초에 황태자가 무너진 이유는 철혈의 정의, 아네이스 때문이었지 조직 때문이 아니었다.
해서, 들개의 정확한 전력을 모르고 있던 셰인에게 이번 전투는 그들의 전력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전체적인 전투력은 저지먼트 기사단보다는 못하군.’
들개의 전투는 마치 짐승 같았다.
실제로 놈들에게 자아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하나하나가 눈빛에 진득한 살기만이 가득했으니.
시간이 지나면 모를까, 현 시점에선 저지먼트 기사단과 비교하면 확실히 밀리는 추세다.
그럼에도 백염이라는 사기적인 성능의 오러와, 저렇듯 비교적 양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새뮤얼은 이미 상당한 고점을 매겨 뒀을 터.
실제로 셰인이 보기에도 활용할 가치가 충분했다.
하지만 애초에 저지먼트 기사단의 순수 전투력도 셰인의 눈에 차지 않는 마당이니, 딱 그 수준에 불과했지만.
아무튼 그렇게 전장의 상황을 지켜보던 셰인으로서는 비웃음이 절로 나오는 풍경이었다.
과연 놈들은 알까.
지금 저 현장 자체가 더 이상 벗어나오지 못하는 거미줄과 같다는 것을.
몸부림치면 칠수록, 거미줄은 놈들의 목을 더더욱 죄어 나갈 터.
그러니 어찌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있을까.
셰인의 비소는 더욱 짙어지기만 했다.
한편, 이 상황을 전혀 웃지 못하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금광 패밀리의 엘리엇이었다.
* * *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 거냐.’
입찰에 성공한 엘리엇은 저 거래 장부를 자신의 주인에게 가지고 돌아갈 의무가 있었으나, 도저히 그럴 틈이 보이지가 않았다.
목표인 거래 장부는 전장의 한가운데 있는 상황이었고, 더불어 개장수가 특별히 마련한 보안 케이스에 들어가 있어 몰래 빼내는 것조차 쉽지가 않은 상황이다.
‘저게 황실의 들개들이라고?’
거기에, 새롭게 개입하기 시작한 들개의 출현은 엘리엇의 심경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반마력 파장.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마력의 흐름을 흩트리는 저 힘은 분명 저지먼트 기사단만의 특권일 텐데, 어째서 저들이 쓰고 있는 걸까.
상식 밖의 일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콰아아앙─!
그런데 그때, 또다시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아까도 복도 방향에서 들려오던 소리였는데, 성이 통째로 흔들리기 시작하자 몇몇 귀족들이 비명을 질렀다.
천장을 비추던 샹들리에가 흔들거리는가 싶더니 바닥으로 추락해 그 파편이 사방에 튕겨져 나가고, 또다시 폭발음이 들려왔다.
“밖에 있는 경비대는 뭘 하고 있는 거야!”
아무리 내부에 침입자들이 발생했다지만 외부를 지키는 인력도 있을 터인데 계속해서 이런 폭발음이 들린다.
포 패밀리가 동시에 지키는 만큼 병력이 적은 것은 결코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말이 되질 않는다.
뿐만 아니라 이만큼 대대적인 공격이 들어오고 있지 않나.
저만한 폭발을 일으킬 정도의 폭발물이나 마법이 정보망에 걸리지 않을 이유가 없음에도, 이런 상태라면…….
‘설마.’
그리 좋지 않은 상상이 떠오르기 직전, 다시 한번 거대한 폭발음이 들리며 천장이 무너지는 것을 시작으로 엘리엇의 시야가 차단됐다.
* * *
“쿨럭!”
먼지 구덩이 틈에서 살아남은 엘리엇은 서둘러 정신을 차렸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폭발은 연회장을 무너뜨리는 것에만 집중했는지, 살상력은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었다.
“으윽…….”
“젠장,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또한 지하도시의 4층까지 올 수 있는 VIP들이 모래처럼 많은 곳이지 않나.
물론 모래라고 하기엔 과장이 좀 심했으나, 적어도 여기 있는 이들 모두 자기 몸 하나 지킬 정도의 재력은 충분했다.
하나같이 자신을 보호해 줄 방어 마법 인챈트 스크롤이나, 혹은 스스로 그럴만한 실력자들은 무사히 폭발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개장수가 고생 좀 하겠군.’
물론 그렇다고 해서 손님들 입장에 이만큼 화가 나는 경우도 없을 것이다.
기껏 VIP라고 대접해 놓고 이러한 상황이 일어났으니.
모르긴 몰라도 당분간 개장수가 고생할 게 훤하리라.
‘이럴 게 아니지.’
금세 정신을 차린 엘리엇은 자신의 원래 목표를 떠올렸다.
살리에르 백작의 거래 장부.
본능적으로 장부가 위치했던 자리로 시선을 돌리자, 여전히 그 주변으로는 전투가 펼쳐지고 있었다.
“괴물 같은 놈들…….”
경비대는 도핑 효과와 더불어 포 패밀리의 지원으로 받은 장비 탓에 큰 피해는 없어 보였다.
이전에 부상을 입은 이들이야 죽음을 면치 못하겠으나, 아직 건재한 이들은 이 상황에서도 전투를 이어 가고 있었다.
토끼 신사 또한 멀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니, 멀쩡할 뿐 아니라 깔끔한 정장에 먼지 한 톨 없을 정도로 깨끗하다.
반대로 들개는 제법 부상이 많은 듯 보였다.
백염이 마력을 쓰는 상대에 한해서는 무적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나, 그 외의 물리력에는 평범하기 때문이다.
무너지는 천장의 돌무더기를 완전히 피하기에는 무리가 있던 모양인지, 여기저기 깔려 죽은 들개들이 여럿 보였다.
‘그나마 다행인가…….’
뿐만 아니라 토끼들도 깔린 상태에서 신체를 복구하는데는 시간이 걸리는 모양인지, 아직 돌무더기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홀로 남은 토끼 신사 또한, 발을 디딜 곳이 불안정한 지금, 이전만큼 날뛰지는 않고 있었고.
반대로 경비대는 아직 전력을 보전하고 있는 상태였기에, 물건을 건네받기에는 썩 괜찮은 상태처럼 보였다.
‘일단 물건부터…….’
그렇게 엘리엇은 소싯적 암살자로 활동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기척을 죽인 채로 거래 장부가 있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조금만 더……. 바로 지금!’
쏜살같이 장부를 향해 달려들던 그 순간.
그 경로 밑, 돌무더기에서 손이 튀어나오며 그런 엘리엇의 움직임을 막아섰다.
“뭣!”
“순서를 어기면 곤란하지요.”
“너!”
돌무더기에서 튀어나온 이는 엘리엇에게 익숙한 존재였다.
“1호, 감히 지금 내 앞을 막아선 거냐?”
“감히라 할 게 뭐 있겠습니까. 피차 노리는 목표물도 같은 마당에. 흐.”
1호. 미스 슈의 수하.
토끼 신사가 난입하기 전, 경매장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엘리엇과 경쟁했던 미스 슈의 수하였다.
“네놈, 개장수를 배신할 생각인가?”
“이 바닥에 배신이랄 게 뭐 있겠습니까? 자식새끼도 시장에 팔아먹는 세상인데.”
“개자식들이…….”
“그건 저기 있는 들개 놈들에게나 할 말이고. 아무튼 이건 내가 챙겨 가겠수다.”
그러면서 1호는 여유로운 태도로 거래 장부를 향해 걸어갔다.
“누구 마음대로!”
그에 격분한 엘리엇이 휴대용 라이터를 양 주먹에 쥐고 달려들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라이터처럼 보이나, 실상은 마도구인 그 장비에 마력을 부여하자 금세 엘리엇의 주먹을 감싼 건틀릿으로 변형되었다.
하지만 엘리엇은 그런 1호에게 미처 다가가지 못했다.
“경비대장! 설마 네놈도?”
“뭐, 그렇게 됐습니다.”
경비대 중 일부가 엘리엇에게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경비대장은 엘리엇 또한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기에, 그는 몇 걸음 물러섰다.
“네놈들…… 이런 짓을 하고도 살아남을 것 같으냐?”
“어쩌겠습니까. 이쪽도 둘이 붙은 상황인데.”
“……둘?”
그제야 엘리엇은 돌아가는 상황을 눈치챘다.
“쥐새끼랑 창녀가 붙었군.”
“역시 눈치 하나는 백단이시라니까.”
뒤에서 거래 장부를 팔랑거리는 1호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뭐, 그래도 끗발은 이쪽이 더 있지 않겠어? 그쪽처럼 패배자들끼리 뭉쳐 있는 곳보다야, 용의 꼬리만도 못하는 것보다 뱀의 머리가 낫지 않겠냐고.”
패배자. 용의 꼬리만도 못한 존재.
이는 금광, 엘도라트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런데 뱀의 꼬리라는 건…… 그렇다면 이 폭발 사건도 저 새끼들이 만들어 낸 거라는 거고.’
그 많은 수의 경비대의 수색을 피하고 연회장을, 더 나아가 개장수의 성을 일부 무너뜨릴 정도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아무튼 일이 그렇게 됐으니 이건 가져가겠수다. 슬슬 다른 날파리도 꼬일 것 같으니.”
“그렇게 둘 것 같으냐!”
비록 엘리엇 혼자 저 둘을 동시에 상대하는 것은 힘들겠으나, 그렇다고 시간을 끌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심지어 저쪽은 지켜야 할 게 있지 않나.
당장 파괴하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놈들도 저게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참 거치적거린다니까.”
그에 1호도 롱 나이프를, 경비대장 또한 무기를 쥐고 오러를 피워 올리던 그 순간이었다.
하늘에서 흐릿한 검은 무언가가 떨어져 내렸다.
“장미……?”
그것은, 검은 장미의 꽃잎이었다.
그런 꽃잎이 하늘에서 수백 장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이게 뭔…….”
그에 경비대장의 밑에 있던 수하 중 하나가 무심코 꽃잎을 만졌다.
그 순간.
“엇.”
단순한 꽃잎이 아니었던 걸까.
꽃잎의 끝자락에 손가락을 베인 경비병이 따끔한 감각에 손을 뺀 직후.
“어어?”
마치 탈진이라도 한 듯 다리에 힘이 풀린 경비병은 그대로 쓰러져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어억, 그어어억!”
그와 함께 비명을 지르더니, 이내 그런 경비병의 손끝으로 검은 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일…….”
이라고 중얼거리기도 전에 엘리엇의 머릿속으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죽기 싫으면 알아서 몸을 보호해라.]“……?!”
놀란 엘리엇은 본능처럼 마력을 일으켜 몸을 보호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꽃잎의 위험을 눈치채는 게 늦어 반응이 늦었고, 그 대가는 참담했다.
“아악, 아아아아악!!”
“이게 도대체 무슨…… 끄아아악!”
“……?! ……!!”
“끼이이익!”
사방에서 비명이 터져 나온다.
경비병도, 들개도, 기괴한 토끼마저도.
꽃잎에 닿는 즉시 생채기를 입음과 동시에 전신에서 검은 꽃이 피어올랐다.
1호와 경비대장은 엘리엇이 몸을 보호하는 것에 반응해 재빨리 대비를 한 덕에 그 참사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나, 대부분은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누구냐!!”
1호가 무너진 건물 사이로 걸어 나오는 존재들을 향해 소리쳤다.
터벅- 터벅-
마치 산책이라도 나온 듯 여유로운 발걸음 소리와 함께.
사사삭-
기척 없는 발걸음이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며 그들을 포위했다.
검은 의상으로 몸을 가리고, 마찬가지로 검은 민무늬 마스크로 얼굴마저 가린 존재들.
그러나 마스크 너머로 검은빛 피부의 뾰족한 귀는, 그들의 종족을 예상할 수 있게 만들었다.
“다크엘프……?”
다크엘프의 등장과 함께.
“보는 눈은 있는 편이군.”
건물 너머에서 새하얀 민무늬 가면을 쓴 존재, 셰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