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103)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103화(103/374)
103화 분노
서쪽에서 시작된 뮤턴트들의 괴성은 하루가 지난 시점에서야 멎기 시작했다.
“좀 어때?”
“도시가 조용함다. 개미 한 마리 안 보임다.”
정찰을 다녀온 마야의 보고였다.
“으음. 정황상 다른 놈들이 주워 갔다고 생각해야 하나?”
“다른 놈들?”
“어. 우리가 죽인 녀석 말고 남은 여섯 마리의 네임드 몬스터. 녀석들이 데려갔을 거 같은데.”
“허어. 그럼 그 다음으로 갈 곳은 뮤턴트들이 더 많을 수도 있겠네?”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아예 잡아먹었을 지도 모르지. 놈들한테 마력은 중요 자원이니까.”
어쨌거나 이로써 도시의 중심으로 가는 길이 뚫렸다.
물론 그 과정에서 다른 네임드 몬스터를 만날 가능성도 있었다.
‘다른 네임드 몬스터들도 우리가 놈을 죽였다는 걸 확인했겠지.’
그렇다면 남은 녀석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준은 분명 네임드 몬스터가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고대어로 말했다. 놈들에겐 분명 자아가 존재해. 다만 감정이라는 게 느껴지지 않았어.’
마치 기계처럼, AI가 학습을 하듯 자신이 당한 이유를 중얼거렸다.
‘그런데 놈이 과연 이유도 없이 그런 말을 중얼거렸을까?’
준의 답은 ‘No’였다.
‘짧지만, 어떤 기운이 놈의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준은 서둘러 놈을 죽이라고 외쳤다.
마야가 곧바로 놈의 떨어진 머리를 고깃덩어리로 만들었지만.
‘아마 우리에 대한 정보가 놈들에게 들어갔을 거야.’
그렇다면 적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뭐가 됐든, 지금처럼 같은 수를 쓰기엔 무리가 있겠어.’
같은 수를 쓰는 것은 거의 도박에 가까웠다.
실제로.
“뭐?”
“이게 바닥에 몇 개 널부러져 있었슴다.”
하루 휴식을 마치고 다시금 정찰을 다녀온 마야가 부서진 마력 실린더를 들고 왔다.
안의 내용물은 모두 텅 빈 상태.
그러나 뮤턴트의 것으로 보이는 핏자국으로 가득했다.
“서로 죽인 건가…….”
“진짜 너 말대로 서로 죽였네?”
준의 예측이 들어맞자 오히려 엘레노어가 더 놀란 듯 보였다.
하나, 준의 표정은 여전히 심각했다.
“쯧. 아예 걸러 버렸어.”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의 의미야. 우리를 걸렀어. 그러니까, 우리가 모방한 마력 패턴을 ‘적’으로 인지하기 시작한 거야.”
말인즉슨, 이전처럼 놈들의 감각을 속이고 내부로 잠입하는 게 불가능해졌다는 의미다.
“이것도 쓸모가 없어졌네.”
이틀 전에 죽인 네임드 몬스터에게서 뽑아 온 3개의 마력 실린더.
일반적인 뮤턴트들의 것보다 몇 배는 거대한 마력 실런더였다.
준은 본래 이것을 활용해 남아 있는 뮤턴트들에게 명령을 내리려 했다.
물론 어려운 명령은 불가능했고, 다른 지역의 뮤턴트들에게 무차별적인 공격을 가라하는 용도로 쓸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젠 그게 불가능해졌다.
“선수를 뺏겼어.”
“보통 똑똑한 놈들이 아니라는 건데…….”
엘레노어도 질렸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고, 에이든과 마야는 무슨 대화인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리기만 했다.
“그렇다고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야. 일단 도시의 중심으로 가 봐야겠어.”
입장을 했다면 퇴장도 가능한 법.
준은 그 비밀이 저 도시의 중심에 있는 거대한 탑 형태의 건물에 있지 않을까 싶었다.
마치 하늘에 닿을 듯, 오만하게 서 있는 저 건물이라면 이 필드를 탈출할 수 있는 실마리가 있을 터.
‘억지 추측이긴 하지만…… 실상 이것 말곤 다른 정보가 없는걸.’
만약 시간이 충분히 있었더라면 필드를 돌아다니며 보다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볼 수 있었으나.
이제 그들에게 남은 시간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시즌 종료까지 28일 남은 시점.
탈출을 위한 최적의 동선을 짜야만 했다.
“좀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움직여야겠다.”
“도시 중앙으로?”
“어. 그전에, 네임드 몬스터를 죽인 곳부터 수색을 해 보고.”
혹여 다른 추가적인 정보가 있을지도 몰랐으니.
준과 일행들은 마력 유동체를 흡수하고 다시금 발걸음을 옮겼다.
* * *
결과적으로 네임드 몬스터를 죽였던 6층짜리 건물에서 발견한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대부분의 종이들은 오랜 시간의 흐름을 견디지 못하고 전부 삭아 버렸고, 이렇다 할 아이템도 없었다.
“그나마 건진 게 이 정도인가…….”
고급스러운 상자 안에 보관되어 있던 또 다른 일지.
추측컨대, 자신들이 죽인 네임드 몬스터가 생전에 쓴 일지로 보였다.
마찬가지로 내용은 제법 길었으나, 오두막의 뮤턴트가 남겼던 일지와 달리 많이 삭아 읽을 수 있는 부분은 한정적이었다.
준은 조심스럽게 일지를 차원 팔찌에 넣고, 일행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일단……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어.”
세 사람의 시선을 받으며 준이 이어서 입을 열었다.
“좋은 소식은 저 중앙에 있는 거대한 탑. 그곳에 이 필드를 탈출할 실마리가 있다는 거야.”
“진짜?”
엘레노어를 포함해 다른 두 사람도 큰 관심을 보였다.
“나쁜 소식은, 탈출하려면 남은 네임드들을 죽여야 할지도 모른다는 점이지.”
“……뭐?”
“탈출하는 조건이 저 탑에 존재하는 어느 기계를 가동시키는 거거든. 그런데 그 장치를 가동하려면 두 개의 열쇠가 필요해.”
문제는 그 두 개의 열쇠가 다른 네임드들이 소지 중이며, 여섯 놈들 중에 누가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는 점이다.
“그 부분은 일지가 삭아서 안 보이더라고.”
“진짜 환장할 노릇이네.”
현재로써 확실한 방법은, 다른 네임드들이 거주 중인 건물에서 지금처럼 단서를 찾고, 두 개의 열쇠를 찾아 탈출하는 것.
뮤턴트로 가득한 이 도시에서 가능할까 싶었지만.
‘어쩌겠어. 해야지.’
현실은 그들을 기다려 주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째깍째깍 시간은 흐르고 있었으니.
“……슬슬, 준비하자.”
어느새 목에서 돋아나고 있는 비늘을 느끼며, 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준비라고 해 봐야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뿐이었기에, 일행들은 이른 새벽부터 출발에 나섰다.
목표는 도시의 중앙.
그곳에서 탑의 출입구를 찾고, 다른 네임드 몬스터들의 동태를 살피는 것이었다.
을씨년스러운 도시를 걷는다.
이곳저곳 낡고 무너진 건물 사이를 걷던 중, 멀리서 보이기만 했던 탑의 밑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얼마나 걸었지?”
“이틀 정도 됐슴다.”
“더럽게 머네.”
도시 자체도 넓었지만, [스캔]을 사용할 수 없다 보니 항시 주변을 경계하느라 이동 속도가 많이 느려졌다.
이윽고 탑의 근처까지 도착했을 무렵.
키르르르르르르――!!
“이런 젠장.”
고막을 찢을 기세로 들려오는 소리.
저 멀리서 이곳을 바라보고 있는 한 마리의 뮤턴트가 괴성을 내고 있었다.
문제는, 녀석이 날고 있다는 점이다.
“비행형……!”
놈의 등장과 동시에 주변에서 순식간에 수십 마리의 뮤턴트들이 솟구쳐 올랐다.
마치 하늘을 나는 인간형 몬스터, 하피를 떠올리게 만드는 외형이다.
거기에.
후우우우웁――!
키에에에에에에――!!
그 베이스도 하피였던 모양인지, 놈들이 괴성을 내지르자 무형의 힘이 일행들을 덮쳐 왔다.
“온다!”
일종의 피어로 이루어진 초음파 공격.
놈들은 쉽사리 이쪽에 거리를 주지 않고, 수십 마리가 동시에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엘레노어가 서둘러 신성 마법을 펼쳤다.
[블록 오브 라이트]퍼버버버버벙―!!!!
귀가 찢어질 정도로 이어지는 폭격.
수십 마리가 일제히 쏘아 내는 것인 만큼, 보호막이 파괴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곧이어 준이 [아이언 렘파트]를 펼쳤다.
“달려!”
도망칠 곳이 없다. 그와중에 놈들은 영악하게도 준과 일행들이 달리는 방향보다 한 발짝 앞서서 보도를 공격했다.
사방으로 돌 파편이 튕겨져 나가고, 그들이 왔던 길은 이제 그 흔적조차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무너져 내렸다.
“길이……!”
순식간에 도주로가 막힌 상황.
서둘러 준이 놈들이 있을 곳으로 마법을 펼쳤다.
“개자식들이.”
감히 하늘에서 설친 대가를 치르게 해 주마.
[고속영창] [다중영창] [라이트닝 콜:변형식-뇌운] [연쇄 마법:라이트닝 윕]서클이 삐걱거렸다.
화속성이 아닌 다른 속성으로 마법을 일으키자 멋대로 마력이 뒤흔들린 것이다.
‘이 썩을 놈이!’
애초에 뇌속성은 컨트롤이 극도로 어려운 마법.
거기에 떨어지는 번개 줄기 사이로 [라이트닝 윕]을 연계시키자 서클이 곧바로 거부 반응을 일으켰다.
‘말 좀 들어라……!!’
그러나 이번만큼은 녀석도 쉽게 고집을 꺾지 않았다.
아무래도 오크 로드를 상대할 때 화속성을 끌어다 쓴 이후, 화속성의 영향력이 더욱 강해진 듯 보였다.
점차 떨어지는 번개에 붉은 기운이 스며들며, 준이 겪는 심장의 고통이 더욱 커져 갔다.
“컥!”
“서, 선배?!”
서클의 거부 반응으로 마력회로가 손상을 입었다.
순간 입에서 피가 울컥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준은 그조차 무시했다.
당장 저 뮤턴트들의 기세를 꺾지 않으면 계속해서 폭격을 당할 테니까.
“어어, 야, 이 미친 새끼야! 그만 써! 너 그러다 뒤져!”
준의 상태를 한눈에 알아본 엘레노어가 그리 외쳤고, 마야는 서둘러 준을 등에 업었다.
“에이든!”
“서, 선배……!”
“에이든!!”
당장 길을 열어야 하는 에이든이 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지금도 준은 내부의 마력회로가 꼬이면서 입 밖으로 각혈을 꾸역꾸역 토해 내는 중.
짜악!
패닉에 빠진 에이든의 뺨을 마야가 후려쳤다.
“이대로 다 죽고 싶어?!”
“읏……!!”
“당장 길 뚫어!”
한시가 급한 상황.
저렇게 몰려든 몬스터들을 뚫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에이든뿐이다.
준의 마법이 멎어들고, 어느새 저 멀리 있던 하피를 닮은 뮤턴트들도 자취를 감췄다.
번개를 피해 도망친 것인지, 아니면 전부 검게 탄 숯이 돼서 추락한 건지 알 수 없었다.
구르르르르!
어찌 됐든 준의 희생으로 후방의 폭격은 멈췄고.
정신을 차린 에이든은 입술을 질끈 씹었다.
“……잘 따라와. 선배 떨어뜨리지 말고.”
평소와 똑같지만, 어쩐지 무거운 말투.
“읏?!”
순간 흠칫한 마야가 떨리는 눈으로 에이든을 바라봤다.
갑자기 일변한 에이든의 모습에 놀란 게 아니라, 그녀의 내면에 깃든 선조들이 격노를 터뜨리기 시작한 것이다.
에이든의 전신에서 붉은 기운이 넘실거렸다.
언제나와 같이, 황실의 핏줄이 지닌 핏빛의 마력.
하나,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그것은 훨씬 더 진했고. 무엇보다…… 패도적이었다.
[돌진]순간 에이든의 신형이 사라지더니, 무너진 길 저 너머에서 퇴로를 막고 있는 뮤턴트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배쉬]오크처럼 단단한 근육을 지닌 뮤턴트들이 반사적으로 팔을 들어 올렸지만.
초승달이 휘어지듯 베어진 검로는 무엇 하나 가리지 않고 뮤턴트들을 베어 넘겼다.
그런 에이든에게 피가 튀기고.
적의 피를 맛본 파괴자의 가죽이 순식간에 에이든의 야성을 일깨웠다.
“후우――.”
찬란했던 에이든의 금빛 머리카락이, 서서히 붉어지고 있었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10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