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105)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105화(105/374)
105화 드래곤 하트
머샤르는 차분히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고, 그걸 듣는 일행들의 표정은 가면 갈수록 황당함으로 바뀌었다.
“저 사람. 머리가 어떻게 된 것 같슴다.”
마법에 대해 조금도 모르는 마야조차 그렇게 중얼거릴 정도였다.
그러나.
“……가능성은 있네.”
그 설명을 쭉 듣고 있던 준은 오히려 머샤르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곁에 있던 에이든이 화들짝 놀라며 되물었다.
“선배?! 저렇게 황당무계한 걸 진짜 하실 생각이십니까? 너무 위험합니다!”
“당장으로썬 그게 가장 생존에 가까워.”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에이든. 알잖아. 지금 우리에겐 시간이 없어.”
아무리 위험한 방법이든――
그게 생존과 연결된다면, 준은 무엇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설혹, 그 누구도 시도한 적 없는 위험한 도박이라 할지라도.
“좋아! 그럼 해 보자고. 뮤턴트화.”
이곳에서 유일하게 웃는 사람은, 머샤르뿐이었다.
* * *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드래곤 하트에 대한 정보를 찾기 위함이었어.”
“드래곤?”
무려 9계층에 서식하는 몬스터의 이름이 아닌가.
그러나 현 시점에선 아직 발견되지 않은 미지의 몬스터로, 옛 전설이나 고대 기록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녀석이었다.
“응. 지금이야 뭐…… 스승님이 살아 계신다는 걸 알았지만. 난 스승님이 죽었다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스승님의 비원이었던 ‘완벽한 아티팩트’를 만들고 싶었어.”
그와 관련된 스토리라면 준도 알고 있었다.
한때 ‘이정준’인 시절 키웠던 사냥꾼 캐릭터의 전매특허 스킬인 [드래곤 헌터]를 얻으려면 머샤르의 스토리 퀘스트를 클리어해야 했으니.
‘그런데 그게 지금이랑 무슨 상관이지?’
준의 표정에 담긴 의문을 읽었는지, 머샤르가 설명을 이어 했다.
“여기 연금술사도 나랑 비슷한 목표를 가지고 있더라고. 아티팩트는 아니고, 본인들 스스로가 드래곤이 되는 게 목표였어. 이곳 사람들한테 드래곤은 궁극의 생명체였나 봐.”
이어서 머샤르가 설명을 이어 갔다.
“다만, 드래곤이 되기 위해서는 심장에 마력을 끝없이 모아 둘 필요가 있었어.”
“그게 놈들의 심장에 박혀 있던 실린더라는 건가?”
“맞아. 보라색 안개로 필드의 마력을 정제하고, 그걸 본인들의 심장에 쌓아 두는 거지.”
“무식하게 마력을 쌓는다고 드래곤이 되는 건 아닐 텐데.”
“그렇지. 그래서 그에 걸맞게 신체도 변화시켜야 해.”
“설마…….”
“응. 그게 뮤턴트의 실체야. 뮤턴트는 쌓여 가는 마력에 따라 신체에 변화가 일어나. 보라색 안개는 인간을 뮤턴트화시키면서, 자연스럽게 내부에 박힌 실린더에 마력을 쌓도록 만드는 역할이고.”
“…….”
거기까진 일지에 적히지 않은 내용이었기에, 준은 무심코 입을 열었다.
“내 몸에 비늘이 나던데.”
“그게 신기해. 내가 바깥에서 발견했던 일지에 의하면, 비늘이 나는 건 뮤턴트의 최종 진화 형태인 [드래고니안]의 단계라고 했거든.”
그게 어째서 준에게 일어나는 것일까.
준은 그 이유를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마신지체].’
자세한 과정은 알 수 없었으나, 준은 확신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네 심장은…… 뮤턴트화를 진행시키면 알아서 고쳐지지 않을까 싶어. 드래곤의 심장이 고작 속성에 지배되진 않을 테니까.”
“드래곤, 허.”
너무 뜬금없는 소리였으나. 머쓱하게 머리를 긁던 머샤르가 뒤늦게 말했다.
“뭐, 못 믿어도 어쩔 수 없지만.”
“예상되는 부작용은?”
“나도 알 수 없어. 음…… 이성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것 정도? 혹시 모르니까, 이거 가지고 있어.”
자신의 서류 가방에서 한참을 뒤적거리던 머샤르가 준에게 정교한 기계 장치를 건냈다.
“이건? 혹시 정신 방어 아티팩트인가?”
“아니? 충격기인데? 혹시 정신을 잃을 것 같으면 쓰라고. 의외로 대부분의 정신적 대미지는 물리적 충격으로 해소할 수 있거든……. 근데 좀, 많이 짜릿할 거야.”
“…….”
뭐가 됐든. 방법은 마련됐고, 준은 거기에 맡겨 보기로 했다.
* * *
그러나 준과 다르게 일행들은 머샤르를 쉽게 믿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이정준’ 시절의 기억, 그리고 샤일록과 인연이 있는 준과 달리, 일행들에게 머샤르는 필드에서 갑자기 만난 돌팔이나 다름없었다.
그 정체도 모호하고, 첫 만남부터 뮤턴트인 상태로 마주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정작 가장 현명한 판단을 내려 왔던 준이 그를 받아들이니, 저런 혼란도 당연한 일이었다.
“저는…… 솔직히 불안합니다, 선배.”
“음.”
그중에서도 에이든이 가장 많은 걱정을 보였다.
물론 준도 동료들의 걱정을 다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지금의 준은 어딘지 모르게 다급했으니까.
‘처음 겪는 필드. 그리고 부족한 시간. 그것 때문에 너무 급히 움직였다.’
대표적으로 도시의 중심에서 뮤턴트들에게 습격을 받았을 때가 그랬다.
‘애초에 뮤턴트들이 한 번에 움직일 것도 예상해 둬야 했어.’
평소처럼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움직였다면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못했다.
하마터면 자신의 잘못된 선택에 의해 동료들의 목숨이 위험할 뻔하지 않았던가.
스스로의 죽음도 두렵지만, 이제 준에겐 ‘생존’이라는 게 오롯이 자신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준은 머샤르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지금이라도 자세히 설명해야겠지.’
그러면서 준은 천천히 일행들을 모아 자신이 겪었던 일에 대해 설명했다.
‘부여왕’ 샤일록과 볼카토르닉 마탑.
이어서 백작하고 했던 거래까지 이야기를 마쳤을 때.
“…….”
일행의 표정에 안도가 깃들었지만, 여전히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결과적으로 뮤턴트화라는, 듣도 보도 못한 위험을 감수해야만 했으니.
‘실제로 게임 내에서 머샤르는 연금술로 드래곤의 힘을 가공하는 데 성공해.’
그게 바로 그가 키웠던 사냥꾼 클래스의 스킬, [드래곤 헌터]였다.
그러나 그 사실까지 일행들에게 말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준은 현실적인 이야기로 일행들을 설득했다.
“당장 서클이 고장나서 나도 당분간 마법을 쓰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길게 잡으면 보름 이상 정양해야 할 부상이지. 치료가 끝나도 곧바로 마법을 쓰는 건 마찬가지로 어렵고.”
문제는 시간이 없다는 점이다.
앞으로 시즌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해야 20일 정도.
한가하게 준의 서클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었다.
거기에 언제까지고 뮤턴트들이 가만히 있으리란 보장도 없었고.
무엇보다.
“아? 그런 일지가 있었어? 내가 입수한 정보랑 비슷한데? ‘하늘로 통하는 문의 열쇠는 저무는 달과 뜨는 태양이 지니리.’라는 문구가 있었거든.”
머샤르가 도시 중앙 거대한 탑을 가동시킬 열쇠의 위치를 알고 있었다.
“여기서 ‘저무는 달’이랑 ‘뜨는 태양’은 ‘베 르브랑’ 가문하고 ‘데 두샨테’ 가문이야. 각각 남서쪽과 북동쪽에 위치한 뮤턴트들이지.”
하나둘씩 정보가 모이기 시작하고, 다음 움직임에 대한 토대가 점차 마련되어갔다.
이제 남은 것은, 준의 결단뿐이었다.
“시작하자.”
* * *
“고서에 의하면 드래곤의 하트는 마력 그 자체로 이루어져 있어. 고대에는 신으로 숭배했다는 기록도 있고.”
뮤턴트화가 진행되기까진 아직 제법 시간이 남았다.
준은 어느새 목의 절반 이상을 뒤덮은 비늘을 만지며 머샤르의 설명에 집중했다.
“여기서 중점을 둬야 할 것은, 단순히 마력만 쌓는 것이 끝이 아니라는 거야. 그랬으면 마력이 조금만 뭉쳐도 개나소나 드래곤 하트라고 불렀겠지.”
“음.”
“중요한 건 대자연의 마력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것. 다만, 이 과정에서 충돌은 당연한 일이야. 실제로 네가 겪고 있는 것처럼.”
머샤르의 설명에 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충돌을 그저 반발로만 인식해선 안 돼. 옛날에 드루이드라는 녀석들을 만난 적이 있었어. 그 녀석들은 자연을 ‘모든 것을 품는 어머니’라고 표현했었지.”
말 그대로, 자연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속성들의 충돌은 그 자체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충돌이 일어나면 그 충격을 어떻게 감당하지?”
“그게 핵심이야. 드래곤은 몸이 어마무시하게 튼튼했거든? 당연히 심장도 마찬가지고.”
“…….”
인간의 몸으로 시도하면 당연히 심장의 혈류와 마력이 꼬여, 칠공에서 피를 뿜으며 끔찍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근데, 너도 마찬가지야. 왠지는 모르겠지만 너한테 뮤턴트의 최종 형태인 ‘비늘’이 돋아났으니까. 뮤턴트화가 되면 속성 충돌을 견딜 수 있다는 거지.”
“연금술사들의 기술을 믿어야 한다는 건가.”
“그렇지. 비록 이런 꼴이 된 녀석들이지만…… 그 능력만큼은 솔직히 믿을 만하다고 생각해.”
“남일이라 너무 쉽게 말하는군.”
“하하. 그럴지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네 몸에는 그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 걱정하지 마. 난 전신이 뮤턴트화되고도 이렇게 멀쩡했으니까. 다만, 일정 선을 잘 유지해야 할 거야.”
머샤르는 자신이 뮤턴트화되었을 때를 떠올리며 말했다.
“말로 자세히 표현하긴 힘들지만…… 서서히 무언가에 다가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 나는 그 직전까지 갔었고.”
만약 그 선을 넘게 되는 순간.
“진짜 뮤턴트가 될 거야. 그런 직감이 들더라고.”
“이제 와서 겁이라도 주는 거냐?”
“……뭐어. 솔직히 좀 놀라서 그래. 내 말을 이렇게까지 믿어 줄 줄은 몰랐거든.”
그 말에 준도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나도 이 녀석에 대해 몰랐으면 믿을 리 없겠지.’
당연한 말이다.
어디 가서 드래곤 하트를 만들 방법을 찾았다고 외쳐 봐야, 미친 허풍쟁이로밖에 보이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게임 속에서 ‘너를 알고 있으니 믿겠다’는 더 미친 소리를 할 순 없었기에, 준은 태평한 얼굴로 말했다.
“미안한 말이지만, 네가 아닌 네 스승을 믿는 거다.”
“아하!”
그러자 머샤르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준의 말을 이해했다.
“큼큼. 노인네 실력이 좋기는 했지. 언젠간 내가 따라잡을 거지만.”
자신의 스승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렸는지, 머샤르는 유독 기쁜 표정이었다.
‘게임 속에서는 속을 알기 힘든 놈이었는데.’
샤일록의 생존 때문일까, 아니면 그가 세월의 풍파를 덜 맞은 것일까.
머샤르는 기존 준이 알던 이미지보다 훨씬 명랑했다.
―그렇게, 나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준은 단 한 번도 마력 유동체를 흡수하지 않았고, 꾸준히 뮤턴트화를 진행시켰다.
목에서부터 시작된 변이는 등으로 범위를 넓혀 가며, 어느새 가슴까지 확장되고 있었다.
“곧 변이가 심장까지 진행될 거야.”
“그때부터 변이의 속도가 급속도로 진행된다고 했던가?”
“맞아.”
변이가 심장에 다다르면 그때부터 전신에 뮤턴트화가 진행된다.
준은 조용히 그 시간을 기다렸다.
이윽고.
까득.
비늘이 준의 가슴을 완전히 뒤덮는 순간, 그의 두 눈이 부릅뜨였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10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