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110)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110화(110/374)
111화 우드위키
늦은 시간까지 회의를 마친 이후.
준이 다시금 눈을 뜬 것은 이튿날 아침이었다.
폭풍처럼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온 준은 혼자 중얼거렸다.
“솔직히,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군.”
어제…… 아니, 백작과 만났을 때만 해도 상황의 심각성 때문에 잠도 이루지 못할 지경(몰려오는 피곤함에 잘 잤다)이었지만.
그래도 한숨 자고 일어나니 생각이 좀 정리되었다.
“명성…… 이 부분은 어차피 언젠간 해결해야 할 일이었어.”
차라리 지금처럼 확 눈에 띄고, 백작과 거래를 트는 게 나을지도 몰랐다.
“그럼 이제 백작의 부름을 기다리는 일만 남은 건가…….”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있을 때였다.
“마법사님. 안에 계십니까?”
“무슨 일이오?”
“클로이 님께서 부르십니다.”
“곧 가겠소.”
또 무슨 일로 부른 걸까.
자리에서 일어난 준은 곧바로 클로이의 집무실로 향했다.
“몸은 좀 어때?”
“아직 정상 컨디션은 아니지만, 못 움직일 정도는 아니야.”
“정상으로 돌아오기까진 얼마나 걸릴 것 같은데?”
“대충 일주일?”
“그럼 여유롭네.”
“음, 일주일 후에는 무슨 일이 있다는 의미로 들리는데.”
“맞아.”
짓궂은 웃음을 지으며 클로이가 준에게 편지를 건넸다.
황금빛 장식에, 황실을 대표하는 문양이 새겨진 인장까지.
딱 봐도 예사롭지 않은 느낌이었다.
“초대장……? 아니, 근데 이거 진짜 금이야?”
“당연하지. 누구 이름으로 보내진 건데.”
“황실…… 잠깐. 설마?”
“그 설마가 맞아.”
그제야 준은 이 부담스러운 편지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바베른의 찬사?”
전쟁의 신의 이름을 딴 축제.
제국 내에서도 가장 성대한 축제의 이름이다.
블랙아웃의 시즌이 끝나고, 그곳에서 살아 돌아온 이들과 명예롭게 목숨을 잃은 이들을 위한 격려와 위로의 축제였다.
보통 축제는 제국 전 지역에서 동시에 시작되는데…… 그렇다면 이 초대장은 왜 있는 것일까.
축제라고 모든 지역에서 똑같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초대장은…… 말하자면 VIP 초대권 같은 느낌이군.’
준의 감상처럼, 황금빛 봉투는 해당 시즌에서 가장 인상 깊은 실력을 발휘한 영웅들을 부르기 위해, 황제가 직접 발부한 초대장이었다.
어지간한 귀족들은 구경도 하기 힘들고, 중앙 정치권에서 힘 좀 쓰는 이들이나 참여가 가능한 축제의 초대장.
당연히 그 가치는 말로 헤아리기 힘들 수준이다.
‘이걸 직접 두 눈으로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게임 속에서도 이와 관련된 언급이 있긴 했다.
다만, 이 초대장을 받을 만한 실력이라면 최소한 게임의 중반부에는 들어서야 했고…….
그 타이밍엔 더 이상 이 축제는 존재하지 않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제국의 수도가 불길에 휩싸이니까.
황제의 죽음, 그리고 황실들의 권력 다툼, 마지막으로 창천교의 등장까지.
그래서 준도 이 초대장을 한눈에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
“엄청난 기회지?”
상인인 클로이에게 이 편지는 정말 보물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그 무엇보다 인맥이 중요한 만큼, 이 편지는 그야말로 인맥을 산처럼 쌓을 수 있는 기회일 터.
하지만 준은 섣불리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먼저 봉투를 뜯어 내용을 확인했다.
-위대한 여정을 마친 영웅들을 위해 이 초대장을 보낸다.
고급스러운 필체와 함께 지도 한 장이 동봉되어 있었다.
“……위치는 인트라스 산맥?”
“이번에는 좀 거리가 있네.”
“기회라기보단…… 시험이군.”
“아, 그렇구나.”
클로이도 금방 준의 말을 이해했다.
인트라스 산맥은 여기서부터 마차를 타고 달려가도 보름 이상 걸리는 위치에 자리해 있다.
문제는 보름이라는 시간이다.
“엄청 많은 사람들이 너한테 접근할 거야.”
“백작은 내가 그 가운데서도 중심을 지킬 능력이 있는지 시험하는 것이 테고.”
“참…… 이래서 귀족들의 마인드가 무섭다니까.”
마찬가지로 클로이 또한 질렸다는 듯 고개를 가로 저었다.
‘거스름돈이 남는다니 뭐니 하더니만.’
이런 시험을 내렸단 말인가.
그렇다고 안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이쯤 돼서 흰고래 용병대의 생환 소식이 알음알음 퍼지고 있을 터.
가는 길에 엄청난 고난이 예상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음…… 방법까진 딱히 제시하지 않았으니, 상관없겠지.”
“어? 무슨 방법을 쓰려고?”
“있어, 그런 방법이. 그 대신 좀 구해 줘야 할 게 있는데.”
“뭔데? 말만 해!”
준이 그곳에서 쌓는 인맥은 곧 클로이의 인맥이 된다.
그런 면에서 클로이는 충분히 투자할 의향을 내비췄다.
“마법서가 필요해.”
“종류는?”
“환각.”
“아……?”
정면으로 가면 피곤할 테니, 몰래 가면 그만이다.
‘겸사겸사 새로운 유틸리티 마법도 배우고.’
이런 거야말로 꿩 먹고 알 먹기 아니겠는가.
* * *
“여, 에이든.”
“아, 선배!”
정오쯤 되자 이제 막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에이든을 볼 수 있었다.
“몸은 좀 어때?”
“아직 근육이 뻐근하지만 크게 불편하진 않습니다.”
“나랑 비슷하네.”
“하하…… 그렇습니까?”
“아무튼, 식사는 한 것 같은데, 잠깐 얘기 좀 하자.”
“얘기, 말입니까.”
준의 표정은 평소와 비슷하게 약간의 나른함이 보였지만, 그 표정 속에서 언뜻 진지함도 보였다.
‘그 일 때문이구나.’
에이든은 금방 준이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알아차렸다.
이윽고 준을 따라 간 에이든은 그가 머물고 있는 방에 도착했다.
문을 닫고, 준은 방 안에서 마력을 한 차례 돌린 후, 클로이에게 빌려 온 아티팩트를 사용했다.
침묵의 장막이라는 아티팩트였다.
“일단 고생 많았다. 이번 시즌은 진짜 고난의 연속이었지.”
“하핫, 힘들지 않은 날이 없었지요.”
마치 주마등처럼, 블랙아웃에서 보냈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몇 번이고 죽을 고비를 넘겼고, 끝내 살아남았다.
남들과는 확실히 다른 성장 속도.
에이든은 준을 따라 온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뭐,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다른 두 사람이 모였을 때 하도록 하고…… 대충 내가 왜 불렀는지는 알고 있지?”
“제 상태 때문입니까?”
“맞아. 헤 드라반에서 네가 보였던 그 능력에 관한 이야기야.”
어느새 준의 표정은 온전히 진지해졌다.
혹시 그 능력에 대해 무언가 아는 게 있는 걸까.
그 힘 덕분에 몇 번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나, 에이든도 자신의 능력이 결코 정상적인 범주에 드는 게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자기 자신을 잃는 듯한 감각과, 그에 상응하는 무시무시한 능력 향상.
당시의 기억이 흐릿해서 잘 기억이 나진 않았으나…….
그 능력은 제어가 불가능하다.
그것 하나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네가 보였던 힘은…… 주술의 일종이야.”
“주술…… 말입니까?”
왜 여기서 뜬금없이 주술이란 단어가 튀어나올까.
“일종의 빙의 능력이지. 육체를 대가로, 일정한 힘을 끌어다 쓰는 것. 당연하지만 위험천만한 행위야.”
그러면서 준은 혹시 그 현상이 발동됐을 때, 어떠한 목소리를 듣지 못했냐고 물었다.
“들은 것 같습니다. 분명…….”
-동료를 살리고 싶다면.
-나를 받아들여라.
그런 목소리가 들려왔었다.
똑같이 그 말을 내뱉자, 준의 표정 또한 덩달아 심각해졌다.
“……확실친 않지만, 아마 5계층으로 떨어지면서 네가 외신의 영혼과 마주하게 되면서 생긴 일 같아.”
“설마, 그 목소리는 외신……?”
“거기까진 모르겠어. 하지만 그에 버금갈 정도로 강력한 영혼임은 맞겠지.”
“위험한 힘이로군요…… 계속 썼다간 육체를 빼앗기는 겁니까?”
“높은 확률로.”
등골이 서늘해질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다만, 에이든은 고민에 잠겼다.
‘하지만 그 힘이 없었더라면…….’
준을 지킬 수 없었다.
그것도 두 번이나.
5계층은 그만큼 위험천만한 곳이었고, 에이든은 만약 같은 상황이 된다면 그 힘을 꺼내지 않을 자신이 없었다.
‘선배가 눈앞에서 죽는 모습을 볼 바엔…….’
차라리 위험을 감수하는 게 낫다.
그렇게 판단한 것이다.
물론 에이든도 자신의 육체를 빼앗기는 것은 두려웠다.
하지만, 동료가 눈앞에서 죽는 것을 보는 게 그보다 더 두려웠다.
어쩌면 이 또한 에이든에게 익숙한 ‘도피’의 형태일지도 몰랐다.
끔찍한 현실을 받아들일 바엔, 차라리 외면하겠다는.
“혹시라도.”
“……예?”
“날 위해, 혹은 다른 동료들을 위해 그 능력을 쓰겠다는 생각은 집어치워.”
“……!”
“네가 짊어진 짐을 우리에게 떠넘기지 마.”
“…….”
“적어도 우리 중에 자기 대신 누군가가 죽었다고 기뻐할 사람은 없어. 평생 그 기억을 안고 살아갈 거야.”
“하, 하지만.”
“만약 우리 중 누군가가 너를 위해 대신 죽는다면, 넌 그걸 받아들일 수 있어?”
“…….”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었다.
에이든은 준이 하는 말을 온전히 이해했다.
“그러니까…… 그 능력은 최대한 쓰지 마.”
“그럼, 그 능력을 제어할 방법은 없는 겁니까?”
“아직은.”
“……!”
그렇다면 시간이 지나면 방법이 있다는 걸까.
“너의 그릇을 키워야 해. 쉽게 빼앗기지 않도록.”
“그릇이라 함은.”
“영혼의 성장. 즉 격이 성장해야 한다는 건데, 쉽진 않을 거야. 시간도 오래 걸릴 테고.”
“…….”
“관련된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하도록 하자. 어쨌든, 그 힘은 쓰지 않겠다고 약속해. 네 이름을 걸고.”
“……알겠습니다.”
끝내 에이든에게 약속까지 받아 낸 준은 그제야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에이든이 자리를 비우고, 홀로 남은 준은 침대에 몸을 맡겼다.
“하아…… 어떻게든 속여 넘겼나.”
그렇게 중얼거린 준은 피식 웃었다.
“주술? 그딴 단순한 거였으면 차라리 좋았을 텐데.”
에이든에게 일어난 현상은 고작 주술 같은 걸로 설명이 가능한 게 아니었다.
“빙의…… 라는 점은 비슷하지만.”
결과 자체는 빙의와 비슷할진 몰라도, 그 과정은 전혀 다르다.
그리고 그로 인해 일어날 문제도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초대 황제, 이 새끼가 벌써 등장했네.”
에이든의 몸에 자리를 잡은 존재는, 다름 아닌 초대 황제, ‘에이드리안 반 루드 베네시오’였으니.
“씨발, 외신 그 새끼는 안 막고 뭐 한 거냐고.”
짜증 어린 말을 중얼거리며 준은 재차 미래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명백히 게임에 비해 스토리의 진행이 비정상적으로 빠르다.
아마 자신의 등장으로 인해 생긴 변화일 터.
그 변화의 태풍 안에서 살아남으려면 치밀한 계획이 필요했다.
필사적으로 [뛰어난 기억력]을 발휘해 메인 스토리의 흐름을 떠올리던 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무가 태풍에 버티려면, 결과적으로 뿌리가 건강해야겠지.”
뿌리란 곧 제국을 뜻했고.
제국의 뿌리는 지금 이 순간부터 슬슬 썩어 가고 있을 터.
지금이라도 그것을 바로잡아야만 했다.
“젠장, 우드위키 한 번만 읽어 볼걸.”
새삼 정보의 부재가 사무치도록 다가왔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11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