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115)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115화(115/374)
116화 거물들
도착한 연회장은 생각보다 훨씬 더 호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고성을 보수해 썼군.”
준의 중얼거림처럼 산맥의 정상에 우뚝 솟은 고성은 그 자체만으로 세월의 흔적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저건…… 기사단이고.”
“끌끌, 맞다. 폐하의 직속 기사단인 천룡 기사단이지.”
황제의 직속 기사단인 천룡 기사단.
단원 하나하나가 7레벨에서 8레벨 유저인 이들이다.
그중 기사단장은 9레벨에 이른다고 했던가.
“단장은 없을 걸세. 여러모로 바쁜 친구이니.”
“알고 지내는 사이십니까?”
“한때는 내가 스승이었고, 이젠 친우가 되었지.”
자신의 제자가 자신보다 뛰어난 실력을 가지게 됐음에도 아덴은 별다른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충. 제국의 검을 뵙습니다.”
그때쯤 고성의 입구까지 도착한 일행들을 기사가 맞이했다.
“언제 적 별명인가. 난 은퇴했으이. 이젠 벤 그 친구가 제국의 검이지.”
“단장님께선 그리 생각하지 않으실 겁니다.”
“녀석이 고집불통이긴 하지.”
짧은 담소를 나누고, 각자의 신분이 확인되자 기사는 금방 일행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그래, 이번에는 얼마나 참석했나?”
“전원 참석 의사를 밝혔습니다.”
“호오. 보기 드문 일이로구먼.”
듣자하니 예년(例年)의 연회에선 이곳에 초대되는 이들 중 초대에 응하지 않는 이들도 제법 있다고 했다.
당연히 황제의 초대를 거절했으니 그만한 정치적 무게를 감당해야겠지만…….
‘황제가 그런 걸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군.’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반응은 없을 터.
“그래서, 지금 온 이들은 누구인가?”
“알타스 모험단과 블랙실드 기사단입니다.”
“호오. 쟁쟁한 친구들이 왔구먼. 이보게, 준. 이 늙은이를 데리고 오느라 고생이 많았네. 대신이라고 하긴 뭣하지만, 그 친구들을 자네에게 소개시켜 줘도 되겠나?”
“거절치 않고 감사히 받겠습니다.”
이곳까지 온 이상 피할 이유가 없다.
준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일단은 각자 여독을 풀기 위해 안내된 방으로 향했다.
* * *
준과 일행들이 짐을 풀러 떠나자, 홀로 남게 된 아덴은 그런 그들의 뒤를 바라보다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걸음이 향하는 곳은 고성의 상층부였다.
“충!”
“고생들 많구먼. 안에 황자님은 계신가?”
“나탈리 님과 함께 계십니다.”
“그럼 좀 뵙도록 하겠네.”
무려 천룡 기사단원이 지키고 있는 입구 앞.
가볍게 노크를 하고 방 안으로 들어가자, 형형색색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천장부터 벽까지 다양한 그림들이 그려진 풍경.
하나하나 명화가 아닌 게 없었다.
“아, 검혼 님.”
“오랜만이다, 덱스터.”
1황자, 덱스터가 조용히 책을 읽던 중 일어나 아덴을 반겼다.
“안 그래도 들었습니다. 이번 연회에 초대되셨다고.”
“폐하의 부름이 있는데 내 어찌 안 오겠느냐.”
“그런데 여기까진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몇 가지 긴히 나눠야 할 이야기가 있어서 왔단다.”
그리 말하는 아덴의 눈빛은 어딘지 모르게 진지함이 엿보였다.
“긴히 나눠야 할 말씀이라면?”
“하비에르가 탄 마차가 절벽에서 추락했다.”
“예?!”
덱스터의 눈이 더없이 커졌다.
당연한 일이다. 비록 배는 다를지언정, 둘은 형제였으니까.
“다행히 조기에 발견되었고, 아티팩트의 도움이 있어서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
“그건…… 정말 다행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아직까진 사고라고 판단하고 있다만,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몇몇 있지.”
아덴이 알기로, 이번에 죽은 하비에르의 친우들은 상당한 실력자들이었다.
젊은 나이에 4레벨까지 성장한 이들이었으니까.
그런데 그런 이들이 고작 마차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아덴은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으리라 판단했다.
그럼에도 둘이나 허무하게 세상을 떠났다는 것은 분명, 무언가가 있다는 의미였다.
“확실히…… 단순한 사고라고 보기엔 무언가 부적절하군요.”
“해서, 나는 이 부분에 대해 조사를 해 볼 생각이다. 덱스터. 도와주겠느냐?”
“물론입니다. 다름도 아니고 제 동생의 일이지 않습니까.”
당연하다는 듯한 덱스터의 반응에 아덴이 미소를 지었다.
이번 대 황자들은 서로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
비록 하비에르는 조금 어려워하긴 했지만.
“혹, 저희를 찾아오신 이유가 있으십니까? 이런 말은 입에 담기 싫습니다만, 하비에르가 암살 시도를 당했다면 당연히 저희가 먼저 의심을 받았을 겁니다.”
“너와 나탈리가 그런 짓을 할 이유도 없을뿐더러, 만약 했다고 해도 그리 허술하게 하진 않았겠지.”
하비에르 또한 황자다. 당연히 몸을 지킬 아티팩트가 있을 텐데, 상대는 그런 유무도 확인하지 않았다.
“냉정하게 생각해 봐도 너희가 할 만한 짓은 아니었다.”
“그것도…… 그렇겠군요. 그럼 어떤 방향으로 의심하고 계신 겁니까?”
“베네스.”
그 말에 덱스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 하비에르의 어머니 아닙니까.”
“그녀는 나나 너희처럼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못할 거다.”
“……!”
그제야 덱스터는 아덴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완벽하게 이해했다.
“저희의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속셈인 겁니까? 도대체 왜?”
“예로부터 제국에 혼돈이 찾아오길 바라는 이들에겐 딱히 대단한 이유가 없었단다.”
“후우…….”
일이 복잡해졌다.
그렇게 직감한 덱스터는 한쪽 소파에서 잠을 청하고 있던 금발의 여인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자신의 누이이자 이 방을 그림으로 채운 사람이기도 했다.
“새벽까지 그림을 그린다고 늦게 자서……. 관련된 이야기는 나탈리가 깨면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거라. 나는 폐하를 뵈어야겠다.”
“예.”
“아, 그리고.”
방 밖으로 나가려던 아덴은 문득 떠올렸다는 듯 말했다.
“나보다 추락한 마차의 흔적을 먼저 발견한 사람이 있었다. 나와 함께 이곳까지 온 청년이지.”
“검혼 님과 함께 말입니까?”
“그래. 흰고래 용병대라고 하더구나.”
“아…….”
최근 굉장한 유명세를 날리고 있는 이들이지 않은가.
“그들과 함께 협력해 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알겠습니다.”
용병대의 실력이 소문의 절반만 하더라도 결코 무시하진 못할 것이며, 무엇보다 그들은 길레느 상회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알려졌다.
길레느 상회라면 여러모로 정보를 얻는 데 도움이 될 터.
덱스터는 조용히 아덴에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아덴 님.”
솔직히 아덴이 이 정도로 나설 일까지는 아닐지도 모른다.
정말 사고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으니.
하지만 아덴은 주술사가 환영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만약 그 주술사의 환영처럼 제국이 불에 타오른다면…… 그 이유는 필시 황자들 사이가 틀어졌기 때문일 터.
단단한 제국을 그 정도로 흔들 수 있는 방법은 안에서부터 흔드는 것밖에 없었다.
* * *
고성을 고쳐 썼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호화로운 방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준은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온 아덴과 함께 바깥으로 나왔다.
“마야. 방에서 계속 쉬고 있어도 괜찮았는데.”
그러자 의외로 마야가 먼저 따라 나왔다.
“감이 좋슴다. 따라가겠슴다.”
평소 사람을 만나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 마야가 따라나섰다.
어떤 감이 좋다는 것일까.
뭐가 됐든 마야가 저렇게 적극적으로 움직여서 나쁠 것은 없었기에, 준과 일행은 아덴을 따라 1층 복도를 걸었다.
“세상에, 알타스 모험단이라니.”
어느새 옆에서 눈을 빛내고 있는 에이든의 모습에 준이 물었다.
“아는 모험단이야?”
“예! 저번에 서점에서 읽었던 모험서가 있었습니다. 거기서 알타스 모험단이 나왔었는데…….”
확실히, 알타스 모험단은 제법 명망 높은 모험단이다.
이렇게 황제에게 초대됐을 정도로.
“흘흘. 그 친구들이 꽤 명석하긴 하지. 이번에도 새로운 지역을 발견했다는 모양이고.”
“혹시 데이다스의 대신전입니까?!”
“호오. 그걸 알고 있나?”
“물론입니다! 제가 읽었던 서적에서는 그에 대한 흔적을 발견한 것에서 그쳤는데…… 설마 직접 찾아보셨다니!”
“듣자하니 꽤 괜찮은 성과를 냈다더구먼. 그래서 이곳에 초대됐고.”
역시 세상 밖으로 나오길 잘했다며 에이든이 새삼 자기 자신을 칭찬하려던 그때.
“아차차. 내 정신 좀 보게. 이걸 그 사람에게 전달해 준다는 걸 잊어버렸구먼.”
“무슨 일이십니까?”
“작은 심부름을 받았는데, 이 편지를 누군가에게 보내야 한다네.”
감히 누가 검혼에게 심부름을 시킨단 말인가?
그런 의문이 잠깐 들었지만, 길게 이어지진 못했다.
“미안한 말이지만, 자네가 혹시 보내 줄 수 있겠나?”
“아…… 알겠습니다!”
방금까지 알타스 모험단과 만날 기대가 가득했던 에이든이었지만, 차마 검혼의 부탁을 거절할 순 없었다.
‘나중에 연회 때 보면 되겠지!’
그런 기대를 품고, 아덴에게 물었다.
“그런데, 어디로 보내면 되겠습니까?”
“저기 반대편 복도로 나가면 성의 중앙 정원이 있다네. 보자…… 지금쯤이면 짐승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겠군. 취미로 몬스터를 키우는 양반이라.”
무슨 취미길래 몬스터를 키우나 싶었지만, 에이든은 별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녀오겠습니다.”
“천천히 다녀오게나.”
그렇게 에이든이 떠나고, 이내 준과 마야, 그리고 엘레노어 세 사람은 아덴의 뒤를 따라 걸었다.
머지않아 도착한 방문 앞.
검혼이 문을 두드리기도 전에 누군가가 문을 열고 나왔다.
“어머, 검혼 님?”
“레이디 카일러. 오랜만이로군.”
“호호호. 검혼 님께 레이디라고 다 불려 보네요?”
“자리가 자리이지 않나. 그보다, 잘 지냈나?”
“여기 온 만큼 잘 지내고 있었죠. 그런데 뒤에 분들은?”
“이번에 나를 이곳까지 데려다준 이들일세. 흰고래 용병대.”
“아!”
모험단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론 카일러는 금방 준과 일행들을 알아봤다.
“요즘 그렇게 유명한 이들을 여기서 보게 되네요. 안 그래도 이곳으로 오기 전에 당신들의 생환 소식을 들었는데.”
“반갑습니다. 흰고래 용병대를 이끌고 있는 준입니다.”
“마찬가지로 반가워요. 알타스 모험단을 이끌고 있는 론 카일러예요.”
이름에 성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귀족인 듯 보였다.
‘에이든이 있었으면 옆에서 조잘조잘 설명해 줬을 텐데.’
물론 딱히 중요한 사항은 아니었다.
“그나저나 검혼 님께서 직접 소개를 시켜 주러 오시다니. 특이한 일이 다 있네요.”
“여러모로 도움을 받아서 말이지. 그나저나 이번에 활약도 잘 들었네. 그 코흘리개 아가씨가 벌써 이렇게 활약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제 오라버니가 욕심이 좀 많아야죠.”
“하긴 그렇겠군.”
“어떤 모험을 한 건지 물어봐도 되겠슴까?”
그때, 드물게 마야가 먼저 입을 열었다.
모르는 사람들과 있다면 어지간해서 먼저 입을 여는 일이 없는 그녀로서는 특이한 경우였다.
“후후, 호기심이 많은 아가씨로군요. 못해 줄 것도 없죠.”
모험가가 자신의 모험에 대해 수다를 떠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또 있겠는가.
그녀는 어렵지 않게 설명해 주었다.
“우리 알타스 모험단이 발견한 데이다스 대신전은 5계층이었답니다. 그곳에서 우린 죽은 자들의 왕, 데이다스의 흔적을 발견했죠.”
“……죽은 자들의 왕.”
“그렇답니다. 다만 예상치 못하게 침식자들과 마주치게 됐어요.”
침식자.
과거 준이 마녀의 숲을 찾는 과정에서 아이언 라바 내에 기생했던 녀석들이다.
“침식자라. 꽤 위험했겠군.”
“그랬죠. 거기에 군영 타입이 등장해서…… 어머?”
그때, 준은 옆에서 느껴지는 미약한 살기에 고개를 돌려 보았다.
그곳에선 오랜만에 살기를 통제하지 못하는 마야가 있었다.
그랬다.
침식자, 그중에서도 군영 타입은 마야의 부족을 멸망시킨 이들이었던 것이다.
“죄송합니다. 이 친구가 과거 군영에게 동료를 잃은 기억이 있어서.”
“……아니에요. 안타까운 일을 겪었군요.”
다행히 카일러는 마야의 반응을 충분히 이해했다.
블랙아웃에서 살아가다 보면, 이름만 들어도 살기를 흩뿌리게 만드는 놈들이 존재했으니.
“……죄송함다.”
“그래도 대단하네요. 보통 그런 일을 겪으면 분노보단 두려움을 먼저 보일 텐데.”
“…….”
“그러니까 당신들이 특별한 용병대겠죠. 아무튼, 갑자기 조우하게 된 군영을 상대하며 나름의 단서를 잡게 됐어요. 6계층의 어느 한 히든 던전이었죠.”
많은 부분을 생략했지만, 새로운 지역을 개척하고 거기에 다음 모험 예정지까지 얻게 됐다.
확실히 알타스 모험단에겐 적지 않은 수확이었다.
“죽은 자들의 왕이라……. 제법 흥미롭구먼.”
“물론 그를 직접 보긴 힘들 것 같네요. 6계층이니까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블랙아웃이지 않나?”
“후후, 조금의 예측도 할 수 없는 곳이긴 하죠.”
그쯤 돼서, 카일러가 먼저 아쉽다는 듯 입을 열었다.
“죄송하지만, 방금 단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어서요. 이 이상 긴 시간을 내긴 힘들 것 같네요.”
“아닙니다. 덕분에 무척이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남은 이야기는 연회에서 하도록 하죠.”
그렇게 그녀가 다시금 방으로 돌아가고.
준은 힐끔 마야를 바라봤다.
“찾았다.”
알아들을 수 없는 조경족의 부족어였지만.
준은 그녀가 뭐라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 눈빛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사냥감의 단서를 찾은 사냥꾼의 그것이었으니.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11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