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116)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116화(116/374)
117화 새장 밖을 나온 새
마야가 흰고래 용병대에 들어 온 이유는 복수를 위해서였다.
군영에 의해 멸망해 버린 조경족.
선조의 영혼들은 준을 따라간다면 그 군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예언했다.
그리고 지금.
실제로 마야는 그 군영에 대한 단서를 잡았다.
‘그때 그 녀석들과 동일한 놈들인진 모르겠어.’
아마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선조의 영혼들이 극도로 분노하며 신호를 보내오는 것으로 보아, 완전히 무관하지도 않을 터.
드디어 복수에 대한 단서를 잡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마야는 서늘한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아직 시간은 걸리겠지만, 괜찮아.’
아직은 놈들을 죽일 만큼 자신이 강해지지 못했다.
그때까진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할 터.
그녀는 흰고래 용병대에 들어와서 침착함을 배웠다.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그녀는 여전히 착실하게 자신의 복수를 준비하고 있었다.
* * *
고성의 정원은 후에 연회장으로 이용되는 만큼 각별한 관리를 받았다.
이름 모를 아름다운 꽃과 여러 조형물들. 그리고 아직 음식이 차려지지 않은 식탁 등.
에이든은 여기저기 주변을 둘러보며 주변 풍경에 감탄을 숨기지 못했다.
‘그런데 아덴 님이 말씀하신 분은 어디 계신 거지?’
한참 주변을 돌아다니던 끝에, 에이든은 정원 한쪽에서 쇠창살로 만들어진 우리에 건초를 던지고 있는 남자를 볼 수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으음?”
에이든의 인사에 한참 건초를 던지던 남자가 뒤를 돌아봤다.
챙이 넓은 밀짚모자를 쓰고 있는 탓에 얼굴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힐끗 보아하니, 화려한 황금색 머리카락이 짧게 보였다.
“아덴 님의 심부름을 받고 왔습니다.”
“아아…… 그것이로군. 고맙네, 젊은이.”
잠시 편지를 바라보던 남자는 그걸 품에 넣고, 뒤를 돌아 허리를 폈다.
“무언가 키우고 계신 겁니까?”
“그렇다네. 눈토끼라는 녀석이지. 가까이 와서 보겠나?”
원체 호기심이 많은 에이든은 딱히 거절하는 기색 없이 우리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정말 우리 안에서 귀엽게 뛰노는 눈토끼들이 보였다.
자기들끼리 장난이라도 치는 것인지 건초를 입에 물고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정말 귀엽군요.”
“그렇지? 나도 이곳에 와서 처음 봤다네.”
“그렇습니까?”
황실의 사육사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동물들은 보기만 해도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재주를 가지고 있지. 또, 한 번 마음을 주면 상대가 변하지 않는 이상 본인도 변치 않고 말이야.”
“확실히…… 그런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뭘 좀 아는군. 어떤가, 저기서 잠깐 차라도 한잔하겠나?”
마음 같아서는 어서 돌아가 알타스 모험단을 보고 싶었지만, 에이든은 거절하지 않았다.
나이가 들면 외로움을 느낀다던가. 눈앞에 있는 남자도 그런 듯 보였다.
에이든이 자리에 앉자, 남자는 멀지 않은 테이블에서 차와 쿠키가 담긴 접시를 들고 왔다.
“자네도 초대를 받아 온 건가?”
“그렇습니다. 흰고래 용병대 소속입니다.”
자부심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하는 에이든의 모습에 남자가 모자 밑으로 웃음을 지었다.
“꽤나 만족스러운 생활인가 보군.”
“예. 제가 생각했던 모험과…… 동료들이 있습니다.”
“동료들이라. 나도 소싯적에 책 속의 영웅들을 동경했었지. 말하지 않더라도 서로를 이해하고, 강적에 맞서는 이야기. 참으로 멋지지 않나?”
사내의 말에 에이든은 큰 동질감을 느꼈다.
“그런 여행을 꿈꾸셨습니까?”
“그랬다네. 물론 어릴 적 꿈에 불과했지. 현실은 아무래도 다르지 않던가.”
“물론 그렇습니다만…….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그렇군. 자넨 동료들을 믿는 모양이야.”
“예.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에이든은 자연스럽게 준을 떠올렸다.
그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매번 현명한 선택을 하는 마법사.
에이든이 처음으로 동료라 생각한 사람.
꽉 닫혀 있던 자신의 세계를 넓혀 준 은인이기도 했다.
“흥미롭구먼. 내게 자네의 여행을 들려줄 수 있겠는가?”
남자의 물음에 에이든은 기쁜 마음으로 수락했다.
언제나 책으로 남의 이야기만을 봐 왔던 에이든은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누군가에게 말해 주고 싶었다.
“일단 시작은 제가 용병대에 막 들어갔을 때입니다. 당시에 용병대에 이미 들어가 계셨던 선배가 먼저 말을 걸어 주셨는데…….”
한 번 물꼬가 트자 에이든은 물 흐르듯 자신의 이야기를 풀었다.
남자는 그런 에이든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이따금씩 추임새와 감탄사를 넣어 주었다.
제법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검은 숲에서 살아남은 것과 고블린 로드, 이어지는 타락한 숲의 여왕까지.
그 외에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내가 너무 오래 붙잡은 게 아닌가 모르겠군.”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저도 무척 즐거웠습니다.”
실제로 에이든은 정말 만족한 표정이었다.
“자넨 정말 모험을 하고 있었군그래.”
“예. 언젠가 선배와 함께 9계층에 다다르고 싶습니다.”
“자네와 동료들이 가진 가능성이라면 충분히 해낼 걸세. 내 응원함세.”
“감사합니다.”
그렇게 서서히 해가 저물어 갈 무렵.
석양을 바라보던 에이든이 화들짝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죄송합니다. 선배가 기다리고 있으실 시간이라.”
“아닐세. 나야말로 미안하지. 나 같은 사람과 어울려 주어서 고마웠네. 잘 가게나.”
“예!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에이든이 자리를 떠나고.
홀로 남은 남자는 다 식은 찻잔을 바라봤다.
조용히 과자를 베어 물고 찻잔에 입을 가져다 댈 쯤.
“웬일로 과자를 다 드십니까 그려?”
어느새 검혼이 정원에 와 있었다.
“나도 형님처럼 나이를 먹는다는 증거겠지.”
“예전엔 나약한 이들이나 먹는 거라 하지 않으셨소?”
“그럼 내가 나약해진 모양이지.”
“그렇군. 그래서 어떠셨소? 장성한 아들을 만나 본 소감은?”
“참으로 아쉽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군. 저토록 훌륭히 클 줄 알았더라면, 귀족들의 반대를 끝까지 무릅썼을 텐데.”
검혼은 진실로 아쉬워하는 기색을 보이는 황제를 바라봤다.
그러나 검혼은 잘 알고 있었다.
그때로 돌아간다 한들, 황제는 저 청년을 황실로 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멍청한 귀족파들의 반대가 그만큼 심했으니.’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황제의 권한은 막강하다.
다만, 황제가 명분에서 귀족들에게 지는 경우가 딱 하나 있다면.
그것은 초대 황제가 남긴 규칙이었다.
때문에 비교적 온화한 성품을 지녔다고 알려진 현 황제조차도 에이든을 황실 내부로 거둘 방법이 없었다.
황실을 지키고 있는 무수히 많은 귀족들이 그것을 찬성하지 않을 터이니.
‘아이러니하군. 초대 황제 폐하의 은덕에 황실의 이권이 막강하지만, 반대로 그분의 규칙에 얽매여 있다니.’
한편, 황제는 에이든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내가 저 아이에게 자유를 준 것이 과연 잘한 일인가?”
“새장 안에 둔 새가 바깥으로 나오는 것은 어디까지나 새의 자유지 않겠소.”
“그러다 문제가 일어나면 세상 사람들은 그것을 방치라고 말하지.”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무시하는 것은 방치가 맞으나, 그렇지 않은 이들에겐 자유라 하는 것이 내 논리요.”
“그렇군…….”
그렇다면 저 아이에게 자신의 도움은 과연 필요한가.
황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신보다는 동료의 도움이 필요할 아이였다.
그렇게 자란 아이였고.
* * *
다음 날 아침.
‘오늘이 연회 날인가.’
마지막 참석자인 태양 교단은 재미있게도 교단의 이름처럼 동이 틀 무렵 고성에 도착했다.
“하늘의 빛이 그대들을 인도하길. 안녕하십니까.”
아침의 연회가 시작될 무렵 도착한 그들은 총 열 명으로 이루어진 사제단이었다.
독특하게도 그들은 블랙아웃이 아닌 지상에서의 활동으로 인해 초대를 받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메르데인의 정화에 가담했기 때문이다.
메르데인은 과거 50여년 전, 적성에서의 디멘션 리버스로 인해 멸망한 무역 도시였다.
지리상 이점이 워낙 대단한 곳인 탓에, 비교적 최근에 들어 제국은 메르데인의 정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 가장 큰 활약을 한 것이 바로 태양 교단이었다.
“오, 엔트리아스 주교. 오랜만이오.”
“검혼께선 여전히 정정하시군요. 참으로 다행입니다.”
나이를 지긋이 먹은 여인이 아덴과 인사를 나눴다.
그는 자연스럽게 곁에 있던 준과 일행들을 소개시켰다.
“안 그래도 그대들의 명성을 들었습니다. 정말 대단히 큰일을 해 주었습니다.”
“저야말로 영광입니다. 흰고래 용병대를 맡고 있는 준입니다.”
“부족하나마 태양 교단의 주교 자리에 앉아 있는 엔트리아스라고 합니다.”
엔트리아스는 자연스럽게 준의 손을 잡아 재차 인사를 건넸다.
“그대들의 영웅적인 활약으로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으음……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쪽의 사람과는 아무래도 거북했던 준이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저들 입장에선 저렇게 말하지만, 준은 그저 그때그때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해 생긴 부수적인 결과에 불과했으니.
결코 저들의 생각처럼 숭고한 사명감으로 한 행위는 아니었다.
“오, 엘레노어. 여기 있었구나. 안 그래도 너의 소식을 들었단다. 이곳에서 볼 수 있다니, 참으로 다행이다. 신들께서 보살피신 거야.”
그리고 비슷한 경우로 엘레노어도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오, 오랜만이에요. 엔트리아스 님.”
사제지만 나름 입이 걸걸한 편인 엘레노어에게 항상 고운 말만 사용하는 신실한 사제인 엔트리아스는 여러모로 불편한 상대였다.
“다들 이렇게 모이게 된 것에, 신께 감사의 인사를.”
그녀를 따라온 9명의 사제들까지 갑자기 기도를 하자, 분위기가 급격히 성스러워졌다.
“그댄 여전하구려.”
“무슨 말씀이신지요?”
“크흠, 아무것도 아니오.”
아덴조차 조금은 질린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봤고, 이내 야외 연회장에 참석자들이 모두 모였다.
“그대들이 흰고래 용병대인가? 이렇게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군.”
준에게 말을 건 사람은 또 다른 참석자인 블랙가드 기사단장, 테어딘이었다.
어제는 무언가 회의를 진행하느라 바빠 보여 미처 만나지 못했었다.
하지만 밤새 회의를 마쳤는지, 어제보단 한결 안색이 편안해 보였다.
“반갑습니다. 준입니다.”
“그 녀석에게 듣던 대로 대단한 활약을 펼쳤다지?”
“그 녀석이라 하심은?”
누굴 말하는 것일까.
“베르나드일세.”
“아!”
베르나드. 과거 마녀의 숲에서 웨르나인에게 기습을 당하고 쓰러졌던 블랙가드 출신의 현상금 사냥꾼.
듣자하니 기사단을 나오면서 명예를 잃어버렸다고 손찌검을 당했다 들었는데.
의외로 기사단장과는 줄곧 연락을 하며 지냈던 모양이다.
“기억하는군. 그 친구의 목숨을 한 번 구해 줬다고 들었지.”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을 뿐입니다.”
“세상은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국 결과가 가장 중요한 일 아니겠나. 뒤늦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겠네.”
솔직히 블랙가드의 기사단장이 저렇게 고개까지 숙이며 감사 인사를 보낼 줄은 몰랐다.
기본적으로 기사들은 콧대가 높기로 아주 유명했으니까.
그런 준의 시선을 눈치챘는지, 테어딘이 껄껄 웃었다.
“모든 기사들이 그렇게 무게만 잡고 사는 것은 아닐세. 우리도 사람인데 좀 유하면 어떤가?”
“죄송합니다.”
“아닐세. 흔히들 갖는 편견이니.”
각각 대단한 파벌을 이룬 이들이었기에 나름의 기 싸움을 각오하고 있던 준이었는데, 연회 자체는 나름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흘러갔다.
‘하긴, 지금 보니 다들 활약하는 분야가 다르군.’
용병대와 기사단, 모험단과 교단. 그리고 오지 여행이 취미인 검혼까지.
무엇 하나 다루는 영역이 다른 이들이다 보니, 큰 마찰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무엇보다 의외로 검혼은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인맥왕이었다.
‘그런데 황자들은 보이지 않는군. 하비에르 황자의 사고 때문인가?’
아무래도 그쪽과 관련해서 논의할 게 많은 듯했다.
그때.
“모두들 예를 표하십시오.”
연회의 진행자인 천룡 기사단원의 말에 모두들 일제히 한쪽 무릎을 꿇었다.
이번 연회의 가장 중요한 인물이자 주최자인 황제가 베일로 얼굴을 가린 채 모습을 드러냈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11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