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119)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119화(119/374)
120화 독대
본론부터 말하자면, 준은 이번 사태의 범인을 창천교라 확신했다.
훗날 무너지기 시작하는 제국을 혼돈으로 몰아붙인 세력이 바로 창천교였으니까.
그렇다면 창천교는 어떤 식으로 제국을 무너뜨렸을까?
‘몇몇 부족했던 퍼즐들이 맞춰졌다.’
그 첫 단추는 바로 하비에르의 추락 사고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친우들을 잃고 크나큰 상실감에 빠져 버린 하비에르.
다만, 여기까진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다.
친우들이 죽음을 맞이했지만, 완전히 정신을 놓을 정도는 아니었으니.
하지만, 준이 알고 있는 게임 속 미래라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반역자 베네스의 처형.’
그랬다.
게임 속 역사에서, 훗날 하비에르의 어머니인 베네스는 창천교와 얽히게 되면서 반역자로 내몰린다.
물론 후궁인 만큼 곧바로 사형을 당하진 않겠으나…… 문제는 그녀가 유배지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하비에르는 제 어머니의 시신 앞에 놓여진 ‘절망바라기’로 또 다른 환영을 보게 되고. 그렇게 복수를 꿈꾸게 되었다.
‘다만 게임 속에서는 절망바라기의 효과가 제대로 나오지는 않았어.’
게임 속 컷신에서는 어떤 상징적인 이미지로만 이해했었는데.
마야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준은 그 꽃이 하비에르라는 게임 속 악역을 탄생시키는 계기 중 하나였음을 깨달았다.
‘베네스. 그 여인도 결국 창천교에게 좋을 대로 이용당하고 죽음을 맞이한 거였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지식과 아덴에게 얻은 정보.
마지막으로 추락 현장에서 발견한 마부로 위장한 자와 절망바라기까지.
그 모든 퍼즐들이 맞춰지자, 비로소 준은 안개에 가려진 듯한 시야가 확 트이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현재.
준은 덱스터에게 해 줄 말들을 골랐다.
“현재로서 잡을 수 있는 단서는 총 두 가지입니다.”
“두 가지라. 어떤 것들이지?”
“하나는 이 꽃의 출처입니다. 이 꽃은 블랙아웃에서 5계층에서만 얻을 수 있는 꽃이지요.”
“그렇군.”
“다만, 이 부분은 제가 테어딘 단장과 함께 수사하기로 했습니다.”
“……잠깐. 테어딘 단장? 블랙가드 기사단이 이번 사태에 대해 알고 있나?”
“그건 아닙니다. 다만, 테어딘 단장은 현재 블랙아웃에서 지상으로 올라온 밀반입자를 쫓고 있습니다. 그들이 여러 마약과 고위험군 약초를 다루는 만큼, 그쪽부터 신중히 접근할 예정입니다.”
준의 설명에 덱스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자신들은 아직 사태 파악도 못한 상황 속에서, 눈앞의 마법사는 대부분의 진상을 파악하고 다음 행동 준비까지 하고 있음이 믿기지가 않았다.
아까 가까스로 가라앉혔던 욕심이 다시금 올라오려 했으나.
그전에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다.
“이런 말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네만…… 자네들이 굳이 이번 사태를 이렇게까지 깊게 파고들 이유가 있었나?”
“예, 있습니다.”
“무엇이지?”
“에이든…… 아니, 아르시오 때문입니다.”
“……!”
에이드리안 폰 와이본 아르시오.
현재는 에이든이라는 가명을 쓴 채 살아가는 버려진 황자.
준은 게임 내 모든 스토리를 상세히 파악한 건 아니지만.
여러 루트의 엔딩은 알았다.
그중 가장 끔찍한 배드 엔딩은, 에이든이 황제로서 꿈을 꾸기 시작하는 부분부터다.
‘제국이 무너져 내리고, 무수히 많은 백성들이 핍박받기 시작할 때.’
에이든은 황제라는 자리를 꿈꾸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끝은 항상 처참했고, 무척이나 고달픈 길이었다.
설사 그 끝에 황제가 된다 하더라도.
에이든이 보게 되는 것은 황폐화된 제국뿐.
‘유저들 사이에서도 이야기가 분분했지. 결과적으로 에이든이 황제가 되었을 때, 과연 그게 해피 엔딩이냐 아니냐는 이야기로.’
준은 후자에 무게를 뒀다.
에이든에게 그런 무거운 직책은 어울리지 않았다.
“제 바람은 단 하나뿐입니다.”
부디 제국이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기를.
황실이 무너지지 않기를.
그리하여 앞으로 자신이 살아갈 이 세계가, 자신과 자신의 주변인들이, 고통받지 않기를.
그것만을 바랄 뿐이었다.
* * *
“그러했더냐.”
흰고래 용병대의 대장인 마법사 준.
그와 만나고 온 덱스터의 보고에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욕심이 나는 듯 보이는구나.”
“아바마마 앞에서 거짓을 고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예,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욕심이 납니다.”
그 마법사가 자신의 곁을 지켜준다면.
그토록 현명하고, 또 용기 있는 자가 자신의 곁에 서 있다면 얼마나 든든할까.
덱스터는 자신의 욕망을 숨기지 않았다.
다만…….
“그 생각은 잠시 접어 둘까 합니다.”
“왜 그러지?”
제 아비의 물음에 덱스터는 쓴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해 본 적 없던 형 노릇을, 딱 한 번쯤은 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버려진 동생, 아르시오.
어렸을 적, 아주 잠깐 얼굴을 본 게 전부였던 아이.
사실, 덱스터는 아르시오에게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없었다.
덱스터의 성격이 모난 것이 아니라, 그저 황실로부터 그러도록 교육을 받았을 뿐이다.
일말의 관심도 가져선 안 되고, 또 저런 아이를 자신의 대에 나타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입식 교육.
그러나.
최근 흰고래 용병대의 이름이 알려지고 자연스럽게 그들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된 덱스터는…… 생애 처음으로 버려진 자신의 동생을 인지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초대 황제의 규칙이 왜 필요한지 의문을 품었다.
……황제를 꿈꾸는 황족으로서는 절대 가져선 안 될 생각이었지만.
“너도 그리 생각하느냐.”
“……!”
그 말에 덱스터는 저도 모르게 베일에 가려진 아버지의 모습을 바라봤다.
얄팍한 천쪼가리에 의해 가려진 얼굴이었지만, 덱스터는 베일 너머로 아버지의 표정이 선명히 그려지는 듯했다.
지금 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보면, 그게 곧 아버지의 표정일 것만 같았으니.
“하나,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덱스터.”
“……귀족들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나는 제국민들을 위해 많은 부분을 베풀었지만, 그게 반대로 귀족들의 불만이 되었다.”
본래 온화한 성격의 사람들은 초식동물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하이에나는 자신의 앞에 거슬리는 초식 동물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비록 그게 코끼리일지라도, 만만해 보이면 덤비는 게 바로 야생의 생태계인 것이다.
“아무튼. 그 마법사 덕에 자칫 위험할 뻔한 일을 조기에 파악할 수 있게 되었구나.”
“……어찌하시겠습니까?”
“좀 더 정보를 모아 봐야겠지만, 당장은 두고 볼 생각이다. 창천교 놈들은 그리 쉽게 몸뚱이를 드러내는 이들이 아니니까.”
섣불리 건드렸다간 팍 움츠러드는 수가 있다.
그렇기에 황제는 준이라는 마법사에게 더욱 호기심을 느꼈다.
‘과연 거기까지 예측하고 블랙가드 기사단과 움직이기로 한 것인가?’
블랙가드 기사단의 이름을 빌려 움직인다면, 창천교의 입장에서도 황실의 개입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을 터.
그렇다고 지금까지 해 왔던 개입들을 모조리 철수하기엔 너무 아까운 기회일 게 분명하다.
“우리 황실은 단 한 번도 사냥감인 적이 없었다, 덱스터.”
“……명심하겠습니다, 폐하.”
* * *
연회가 끝나고, 가장 먼저 떠난 이들은 태양 교단이었다.
가뜩이나 메르데인 무역 도시를 정화하기 위해 일분일초가 아쉬운 이들이었고, 황제도 직접 그들을 배웅했다.
그 다음으로는 알타스 모험단이었다.
단장인 론 카일러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다시 만나자며 인사를 남기고 떠났다.
“그럼, 준비가 되는대로 연락 바라겠네.”
“물론입니다.”
이윽고 범죄자를 쫓고 있는 블랙가드 기사단도 연회장을 떠나면서, 이제 남은 이들은 준과 일행들, 그리고 검혼 아덴이었다.
“아덴 님.”
“무슨 일인가?”
“가능하다면 떠나기 전, 폐하께 독대를 신청해도 괜찮겠습니까?”
“오?”
아덴 또한 새벽 동안 덱스터와 황제에게 이 마법사가 저지른 깜찍한 짓에 대해 다 들었다.
그런데 그렇게 중요한 일에 관해 이야기를 주고받아 놓고, 또 독대를 하겠다니?
‘다른 건 몰라도 심장 하나만큼은 강철로 만들어졌구먼.’
당연히 아덴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 바로 폐하께 아뢰 보겠네.”
“감사합니다.”
하비에르 황자의 존재로 인해 순위가 밀렸지만…… 그래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마력 유동체와 관련된 사업권이었다.
* * *
아덴의 말에 황제도 제법 흥미를 가지고 마법사를 바라봤다.
지금껏 떠올려 보면, 황실의 사람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짧은 주기로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 짐에게 무슨 용무가 있느냐.”
“폐하. 사실 저와 제 용병대가 실종된 그때, 저희는 알려지지 않은 5계층으로 떨어졌습니다.”
“으음.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있노라. 멸망한 연금술사들의 도시였다고 했지.”
“그렇사옵니다. 혹, 제가 그곳에서 구한 것을 폐하께 보여 드려도 괜찮겠사옵니까?”
“그리하라.”
황제의 앞에서는 아공간을 쓰는 것도 조심해야했기에, 허락을 받은 준은 차원 팔찌를 열어 마력 유동체를 꺼내 들었다.
“깊은 마력의 향이 느껴지는군.”
“그렇습니다.”
“상급 마력석 수준의…… 그런데 액체라?”
“저와 동료들, 그리고 부여왕 샤일록의 제자인 머샤르가 발견한 ‘마력 유동체’라는 물건입니다.”
“호오. 이 정도 수준의 마력이 액화되어 있다라. 흥미롭군. 한데, 이게 어쨌다는 것인가?”
아무리 공사가 다망한 황제라도 단번에 이 마력 유동체가 가진 가능성을 알아보기엔 힘들었다.
그의 물음에 준은 입술을 한 번 핥고는 이에 관해 상세히 설명했다.
마력 유동체의 제조 난이도.
마력석과 마석하고 비교해도 훨씬 편한 관리법.
마지막으로 이 물건이 가지고 있는 위험성까지.
“과연.”
그제야 황제는 이 똑똑한 마법사가 왜 저것을 자신에게 직접 가져왔는지 알아차렸다.
“그대는 그것을 상품화하고 싶은 것이로군.”
“그렇사옵니다.”
“후우…….”
어려운 문제다.
만약 황실의 보물창고를 열어 달라고 했다면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려 했으나…….
‘지나치게 위험하군.’
황제는 저 마법사가 들고 있는 마력 유동체라는 물건의 값어치를 잘 이해했다.
무엇보다 민생을 신경 쓰는 그였던 만큼, 그는 저것이 세상에 풀리게 되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저 유용함을 느낄지 상상조차 힘들었다.
‘당장 지금만 하더라도 마력이 공급되지 않아 기술적 발전이 어려운 지역들이 있지.’
만약 저 마력 유동체만 보급된다면, 그만큼 빈부격차가 심한 지역도 어느 정도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욕심이 난다.’
하지만 지나치게 위험하다.
더군다나 저것을 안전하게 다룰 방법도 찾아내야만 했다.
“듣자 하니 부여왕 샤일록과 그의 제자가 길레느 상회에 적을 두고 있다 들었는데. 혹, 그들의 힘을 빌리려는 것이냐.”
“그렇사옵니다.”
“샤일록, 그 친구는 참…….”
황제는 샤일록에게 직접 ‘왕’의 칭호를 부여했던 만큼, 그와 꽤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실제로 그가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가슴을 짓누르던 납덩이가 떨어진 기분까지 느꼈을 정도다.
마음 같아서는 직접 황실 마법사로 초빙하고 싶었지만…….
정작 샤일록이 그것을 바라지 않았다.
여생을 그저 조용히 살다 가겠다고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럼에도 손이 근질거리겠지.’
저 마력 유동체를 가지고 얼마나 대단한 아티팩트를 만들 것이며, 또 그것이 민생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
솔직히 말해서, 저게 세상에 나타나는 순간 황제는 자신의 이름이 역사에 길이 남을 것임을 깨달았다.
“실로 위험하지만 또 그만큼 유용하도다. 다만 아직 확답은 불가하다. 대신, 짐이 직접 길레느 상회와 대담을 나눠 봐야겠다.”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저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황제의 목소리에서 그가 가진 탐욕을 정확히 캐치했으니.
이제 남은 건 길레느 상회와 샤일록, 그리고 그의 제자인 머샤르가 눈앞에 산재해 있는 문제를 얼마만큼이나 돌파할 수 있는지에 따라 달려 있다.
그리고 준은 그들을 믿고 있었다.
하나 같이 각 분야에서 정점에 달한 이들이었으니.
‘계획대로 마력 유동체가 상용화된다면…….’
앞으로, 돈으로 걱정할 일이 없을 것이다.
“또한.”
“……?”
“그대들이 보여 준 블랙아웃의 활약을 제외하더라도, 아직 남은 일이 있지.”
“무슨 말씀이옵니까?”
“하비에르. 그리고 우리 황실에 드리운 그림자를 가장 먼저 발견한 노고가 있지 않느냐.”
“…….”
거기까진 예상치 못했다.
아니,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다고 해야 맞았다.
3황자의 목숨이 걸린 마당에 보상을 달라 말할 정도로 준은 눈치 없는 인간이 아니었다.
최소한 그 문제가 해결되고 조심스럽게 아덴에게 운을 띄워 볼 생각이었는데…….
“다만, 이 문제는 어디까지나 준. 그대 홀로 해결한 일이나 마찬가지. 그러니, 말해 보라. 무엇을 원하는가?”
“저는…….”
갑작스러운 기회.
그러나 준의 머릿속에는 이미 황실로부터 얻을 수 있는 다양한 보상들을 떠오르고 있었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12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