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121)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121화(121/374)
122화 아칸더스(1)
“아칸더스의 송곳니라는 아티팩트에 들어 본 적 있나?”
“아칸더스? 그…… 10년 전이었나. 그쯤 어디 경매장에서 풀렸다가 사람 여럿 죽인 무기 아닌가?”
“오, 그걸 기억하고 있어?”
“이 사람아. 그때 그것 때문에 거래처에 문제가 생겨서…….”
“아~! 그런 일이 있었지, 참.”
모르바티 블랙마켓의 어느 한 선술집.
두 정보 상인 가볍게 하던 대화가 한 사내의 귓가에 흘러 들어갔다.
“혹시, 합석해도 괜찮겠소?”
사내는 금방 자신의 흥미를 끈 정보 상인 둘에게 접근했다.
당연히 블랙마켓인 만큼 두 상인은 먼저 의심부터 했으나.
“주인장. 여기 칠면조 하나. 가장 큰 녀석으로 부탁하지.”
둘이 무어라 입을 열기도 전에 사내가 먼저 가게 주인에게 은화를 던지며 의자에 앉았다.
“크흠.”
“흠흠. 합석하지 못할 것도 없지.”
그리 대단할 것도 없는 비밀 이야기였던 만큼, 그들은 금방 표정을 풀었다.
“그런데, 방금 아티팩트니 뭐니 하는 소리를 들은 것 같소만. 얘기를 들어도 되겠소?”
“딱히 상관은 없수다. 어제부턴가 이미 이쪽 바닥에 어느 정도 이야기가 흐르고 있더구먼.”
“거기에 저주받은 아티팩트가 뭐 그리 가치 있는 정보겠나?”
정말 쓸모 있는 정보였다면 이런 곳에서 수다를 떨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사내도 가벼운 마음으로 합석을 요구했던 것이고.
“그렇군. 내 마지막으로 듣자 하니 그 물건은 아리클로토스 교단이 회수해 갔다고 들었는데. 설마 그들의 창고에서 나온 것이오?”
“그것도 어디까지나 소문 아니었수? 실제로 교단이 가져가지 않았을 수도 있고.”
“아니면…… 누군가가 꺼내 왔을 수도 있겠지.”
뭐가 됐든 그들은 그 아티팩트가 또다시 사고를 불러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푸념했다.
그렇게 사내는 칠면조 요리가 나오고 적당히 식사를 즐긴 후, 두 정보 상인들과 작별을 고했다.
“오늘 즐거웠소.”
“다음에 또 보자고.”
“잘 먹었수다!”
그렇게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술집에서 나오던 사내는, 금방의 태도는 어디로 가고 조급한 발걸음으로 블랙마켓 중심부로 향했다.
나름 술판이 일어나고 떠들썩했던 블랙마켓의 초입과 달리,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가니 금방 스산한 분위기의 건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행인들은 하나같이 챙이 큰 모자나 마스크 따위로 얼굴을 가리고 다녔고, 사내도 마찬가지로 후드를 깊게 눌러쓴 채 복잡한 골목길을 따라 움직였다.
이윽고 도착한 골목의 지하실.
“그분의 검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안 그래도 방금 우리 또한 확인하고 왔다.”
“그 정보가 확실한 것 맞습니까?”
“그래. 다만, 의도적으로 퍼진 것으로 보인다. 정확히 우리가 있는 구역을 제외하고 퍼졌더군.”
“그래서 파악이 늦었던 거군요.”
“먼저 의도를 파악해야겠지. 일단 출처부터 알아본다.”
지하실에서 수십여 명의 눈빛이 살벌하게 빛났다.
기다리던 기회가 왔음을 깨달은 짐승의 그것과 무척이나 흡사했다.
* * *
“밤늦게 손님이 찾아올 거라 하더니. 이런 거였군.”
이른 아침. 블랙가드 기사단의 단장, 테어딘이 준의 방에 찾아왔다.
이미 일어나 가볍게 커피를 즐기고 있던 준이 그를 반겼다.
“커피, 한잔하시겠습니까?”
“부탁하네.”
이윽고 준이 준비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테어딘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괜찮군. 너무 쓰지도 않고 적당히 코 끝에 향기가 남는 게 가벼워.”
“감사합니다.”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테이블에 올려진 편지지를 가리키며 준이 말했다.
“새벽에 도착한 게 맞습니까?”
“그래. 자네의 말처럼 은밀하게 숙소에 찾아와 이 편지를 놓고 가더군.”
“그대로 내버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어를 낚기 위한 미끼 아니겠나.”
해서, 저 편지가 무엇일까?
테어딘은 의문이 담긴 표정으로 준을 바라봤다.
준도 금방 그 시선을 알아보고 편지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리 용병대의 대원이 쓰고 있는 검은 ‘아칸더스의 송곳니’라는 이름의 아티팩트입니다.”
“아아. 내가 부단장 시절에 들어 본 아티팩트로군. 그런데 그 아티팩트, 악령이 깃들어 있다고 하지 않았나?”
“맞습니다. 다만 제 대원은 그런 부분을 자력으로 해결할 방법이 있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군…….”
그런데 그 검과 이 편지가 무슨 연관이 있다는 걸까?
준이 금방 그에 대해 설명했다.
“이 편지를 보낸 이들의 조직명은 레퀴엠. 먼 과거 ‘아칸더스의 송곳니’의 본래 주인이었던 바사이란 자가 창설한 조직입니다.”
“검 자체에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모양이군. 그래서 그 검을 탐내고 이렇게 편지를 보내 온 건가? 고상하기도 하지.”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분의 유지를 이으신 분을 위한 연주회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복수의 꽃, 아칸더스의 진혼곡을 위하여.]“이렇게, 정중하게 초대장까지 보내 가며 그 검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는 거지요.”
“으음…… 과연. 이런 식으로 은밀하게 블랙마켓의 정보 조직과 선을 놓겠다는 것이로군. 다만, 자네의 대원이 그 검을 순순히 내놓겠나?”
“그 부분은 따로 생각해 둔 것이 있습니다.”
“알겠네. 그럼 그쪽 일은 자네에게 맡기도록 하지. 이쪽은 이쪽 나름대로 움직여 보도록 하겠네.”
그러던 중, 준은 문득 에이든을 떠올렸다.
언제나 기사들을 바라보며 동경 어린 시선을 지우지 못했던 녀석.
슬슬 손이 근질거리기도 할 때였다.
“음. 테어딘 경. 혹시 부탁 하나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무슨 일이오?”
“제 동료인 에이든이 기사들에 대한 동경심이 꽤나 깊습니다.”
“아하.”
테어딘은 금방 준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이해했다.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3황자의 이야기를 아직 모르고 있는 테어딘의 입장에선 이번 임무가 특별히 막중하거나 위험한 임무는 아니었으니까.
‘내게도 나쁜 이야기는 아니로군.’
그리고 기사로서의 자부심과 자만이 좀 껴 있긴 하지만, 블랙가드라는 조직 자체도 사실 블랙아웃 내의 인맥이 상당히 중요하다.
범죄자들을 쫓다 보면 이래저래 협력할 일이 생기는데, 그런 일을 맡고 있는 테어딘에게 흰고래 용병대는 꽤나 믿음직스러운 조력자가 될 수 있으리라 판단됐다.
‘아직 5계층이지만, 저 미친 성장 속도를 생각하면…….’
그에 테어딘도 쉽게 고개를 끄덕였고, 졸지에 자리에도 없던 에이든의 임무가 정해졌다.
* * *
물론 에이든은 준의 제안에 크게 기뻐하며 좋아하기도 했지만, 금방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준에게 물었다.
“선배…… 정말 제가 없어도 괜찮겠습니까?”
“어. 애초에 이쪽 일은 정보전이라 딱히 네가 활약할 기회도 없을 거야. 차라리 블랙가드 쪽에서 일을 한번 배워 보도록 해.”
“이렇게 좋은 기회가 올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기사단과 함께 움직이게 되다니…….”
어릴 적부터 기사들을 멀찍이서 보고 자라 왔던 에이든으로선 당연한 감상이었다.
하지만 블랙가드 단원들의 눈에는 자칫 골칫거리가 들어왔다고 보일 수도 있었기에, 준은 테어딘의 체면을 살릴 겸 엘레노어까지 함께 보내기로 했다.
“엘레노어. 괜찮다면 에이든 좀 옆에서 도와줘.”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알겠어.”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엘레노어 사제님.”
이윽고 두 사람이 테어딘과 함께 숙소를 떠나고.
준은 단둘이 남은 마야를 바라봤다.
마야는 어딘지 모르게 경계하는 눈빛으로 자신의 검을 끌어안고 있었다.
“리더. 줬다 뺏는 게 세상에서 가장 나쁜 짓이라 들었슴다.”
“그럴 것까지 있나……. 다시 말하지만 그 검을 내놓으라는 게 아니라니까.”
“그럼 왜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는 검까.”
“당장 설명해 주기 곤란한 일이 있어서 그랬어.”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하지 못할 일이라는 검까? 역시…… 제 검을 빼앗으려는 검까! 그래도 떳떳하지 못했던 검까!!”
아오.
이마를 한 번 짚은 준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귀족 하나를 죽일 거야.”
“……?”
“그래서 말 못했던 거라고.”
“……???”
* * *
“사실 이 검에는 한 가지 숨겨진 비밀이 있어.”
“그게 뭠미까?”
“이건 사실 세트 장비야.”
“세트 장비?”
“어. 다른 장비와 함께 쓰는 용도라고.”
준이 아칸더스의 송곳니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이유는, 그가 ‘이정준’ 시절 사냥꾼 캐릭터를 키우며 애용한 장비였기 때문이다.
“아칸더스의 송곳니의 세트 장비는 ‘복수의 비수’야.”
“굳이 같이 써야 하는 검까?”
“꼭 그럴 필요는 없어. 그 자체로도 좋은 무기니까. 다만…… 이 무기의 진짜 정체는 바로 스킬북이야.”
“……??”
그게 무슨 소리냐는 표정을 지은 마야에게 준이 차근차근 설명했다.
“두 무기의 주인이었던 바사이는 어느 위대한 마법사에게 부탁해 자신의 비기를 두 무기에 담았어.”
“그럼……?”
“바사이는 자신이 죽는다면 조직의 리더는 비기를 익힌 자에게 주라는 말을 남겼지.”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레퀴엠은 두 무기를 임무 중 잃어버렸다.
그나마 오랜 시간 추적한 결과 ‘복수의 비수’는 되찾을 수 있었지만, ‘아칸더스의 송곳니’는 끝내 회수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제가 나타난 검까.”
“맞아. 레퀴엠 입장에서는 더 없이 소중한 기회가 되겠지.”
“그럼 이 초대장은 우리를 죽이고 빼앗겠다는 예고장임까?”
“그건 아냐.”
흰고래 용병대의 명성을 생각하면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암살 조직임과 동시에 정보상을 겸하고 있는 그들 또한 흰고래 용병대에 대해 모를 리가 없다.
무려 황제와 만난 이들을 향해 칼을 뽑을 만큼 그들은 멍청하지 않았다.
“이 초대장은 대결을 하자는 일종의 신호야.”
“아하. 정정당당한 승부임까.”
물론 이번 승부에 ‘정정당당’이란 말이 들어갈 자리는 없었다.
‘이정준’ 시절 이 퀘스트의 시나리오가 어떻게 끝나는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게 귀족을 죽인다는 거랑 무슨 상관임까?”
아쉽게도 준은 마야의 질문을 해소해 주지 못했다.
그보다 먼저, 밤의 손님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 * *
“반갑소. 레퀴엠의 수장, 차일스요.”
“반갑다, 찰스.”
“내 이름은 찰스가 아니라 차일스요.”
“아, 착각했군.”
늦은 새벽.
아직 동이 트기까지 시간이 조금 남은 시각, 준과 마야가 기다리고 있던 테라스에 손님이 찾아왔다.
레퀴엠의 수장, 차일스.
그가 마야의 검, ‘아칸더스의 송곳니’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 검을 가지고 이곳까지 찾아왔다는 것은, 그분에 대해 잘 안다고 이해해도 되겠소? 모르면 모르겠다고 솔직히 말해 주시오. 좋은 값에 그 검을 사도록 하겠소.”
“바사이.”
“으음…… 알고 있었군.”
일이 쉽게 해결될 거라 기대했던 것일까.
차일스가 침음을 내뱉으며 말했다.
“바사이 님의 진전을 잇기 위한 시험이 있겠소. 받아들이겠소?”
“그래.”
“그럼 목표를 전달하겠소. 이 인물의 머리카락을 잘라 오시면 되오.”
차일스가 건넨 종이는 어떤 귀족스러운 남성의 사진이었다.
사진을 받은 준도 조용히 준비해 둔 사진을 넘겼다.
“너희 타깃이야.”
“맥그레이 상단주라…….”
“그리 어려운 상대는 아닐 텐데. 그렇지?”
“그런 것 같소. 제한 시간은 3일이오.”
“알겠다.”
“그럼 그때 보도록 하지.”
스스로를 차일스라 소개한 남자가 그림자처럼 사라지고, 준은 차일스에게 받은 사진을 마야에게 보여 줬다.
“이 귀족이 네가 죽일 사람이야.”
“……????”
마야는 혹시 자신의 제국어가 아직 미숙했나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머리카락을 자르는 게 아니라 목을 자르라는 거였나?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12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