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13)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13화(13/374)
13화 고블린 로드 (5)
그려내는 심상은 밤하늘을 가득 채우는 수십 줄기의 번개.
폭풍우 속에서 자연의 위대함을 알리는 거대한 현상이었다.
지직―
손끝에서 시작된 작은 스파크.
그 위로 준이 만들어낸 마력 패턴이 짜여진다.
섬세한 심상이 짜여진 패턴 위로 덧씌워지고, 마력은 심상을 현현시키는 동원력이 된다.
작디 작은 스파크에서 시작된 현상이 점차 커지며 준의 손가락 끝에 모여들었다.
[라이트닝 윕]쩌저저정!
분위기가 바뀐 것은 순식간이었다.
눈 깜짝 할 사이에 그의 손에서 터져 나온 번개의 채찍은 굉음을 내며 고블린들에게 쏟아졌다.
끼게게게게겍――!!
가장 앞에서 조악한 방패를 들고 있던 고블린들이 반사적으로 팔을 들었지만, 늦어도 한참 늦은 행동이었다.
번개로 이루어진 채찍 줄기가 고블린들과 맞닿는 순간, 가장 앞에 있던 고블린들이 경련을 일으켰다.
번개는 그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의 뒤에 있던 고블린들에게 전염되듯 튕겨져 나갔다.
파괴력은 이전보다 훨씬 약해져 죽음에 이르는 대미지는 줄 수 없었으나, 전신을 마비시키기엔 충분했다.
“…….”
단 한 번의 마법으로 전방에 있던 고블린 수십 마리가 전투 불능 상태에 빠졌다.
자신이 만든 마법의 결과물을 잠시 바라보던 준이 짧게 혀를 찼다.
‘배운지 얼마 안 돼서 그런가. 심상이 제대로 안 깃들었어. 마력 패턴도 너무 단조롭게 짰고. 개량할 필요가 있겠군.’
애초에 초커의 봉인도 해제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이상의 파괴력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준은 여기서 더욱 개선점을 찾아 볼 요량이었다.
한편, 그의 혀 차는 소리를 다른 의미로 알아 들었는지, 고참 병사가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외쳤다.
“뭣들 하고 있어! 달려들어!!”
거친 목소리에 병사들이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몬스터 수십 마리가 전투불능 상태에 빠졌으니 그들 입장에서도 놀랄 만했다.
물론, 고블린들의 상황은 더 심했다.
야생에서 살아가는 몬스터답게 번개가 내는 굉음에 놀랐고, 눈앞에서 동족 수십이 괴상한 비명을 지르며 죽어 버렸으니.
가장 먼저 앞서서 달려야 할 놈들의 몸이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우와아아아아!”
“죽여 버리자!”
“너무 깊게 들어가진 마라! 간격을 유지해!”
고블린들은 바로 뒤에 있는 고블린 로드의 존재 때문에 도망은 치지 않았으나, 두려움에 이도 저도 하질 못했다.
그에 몇몇 고참 병사들은 최대한 고블린들을 잔인하게 죽였다.
반드시 급소만을 노렸고, 또 일부러 혈관이 있는 부위를 헤집어 피를 바닥에 흩뿌렸다.
사방에 동족의 피 냄새가 진동을 하자, 압도적인 숫자에도 불구하고 고블린들이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물론, 고블린 로드도 그것을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다카르 투 다나카 사루 페타하――
“어……?”
고블린 로드가 주술을 외기 시작하자, 순간 준은 두 눈을 찌푸렸다.
안 그래도 [밝은 눈]으로 고블린 로드를 집중하고 있었는데, 알 수 없는 지식이 머릿속에 멋대로 떠올랐다.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준이 본능적으로 외쳤다.
“뒤로 빠져!! 방어해라!”
“마법사님의 명령이다! 뒤로 후퇴! 휘퇴!”
“방패 들어!”
“진영을 넓게 퍼뜨려!!”
병사들이 앞으로 나아갔던 만큼 뒤로 빠져나가자, 고블린 로드를 중심으로 붉은 기운이 아른거리며 모여들었다.
“[피의 폭주]……?”
고블린 주술사의 대표적인 주술 중 하나인 [피의 폭주].
이름에서처럼 알기 쉽게, 아군에게 광폭화를 거는 기술이다.
‘플랜트 언데드가 아우터 울프한테 거는 것처럼 아예 이성을 잃게 만드는 수준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공포가 사라지고 고통도 느끼지 못하기에 고블린들의 흉포함이 제대로 발휘된다.
이건 생각보다 위협적이다.
전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긴장으로 인해 몸이 굳는 것이 일방적인데, 그런 부분이 전부 사라진다는 의미였으니.
쾅! 콰쾅! 쾅!
아니나 다를까, [피의 폭주]에 걸린 고블린들이 붉은 안광을 내뿜으며 정신 없이 앞으로 달려들었다.
병사들이 든 방패 위로 나무 몽둥이가 내려 꽂혔다.
번개의 채찍에 의해 몸이 굳어 있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몬스터가 가지고 있는 흉폭함을 거침없이 뿜어냈다.
“큭!”
“손에 힘 꽉 쥐어!”
“간격 제대로 유지해!!”
가장 앞에서 고참 병사들이 마력으로 신체를 강화시켰고, 그런 그들의 곁을 일반 병사들이 보조했다.
평소라면 일반 병사들도 충분히 버텨 낼 수 있는 공격이었지만, 고블린 로드의 오오라에 약화된 상태라 그마저도 힘들었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저 [피의 폭주]는 유지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10초 정도 방패를 사정 없이 후려치던 고블린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지는 지금처럼.
한계 이상의 힘을 뽑아낸 대가로, 몽둥이를 쥐고 있던 손은 가죽이 전부 찢겨져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고, 조금 더 시간이 흐르자 몽둥이를 떨어뜨리는 놈들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병사들이 반격에 나서려던 찰나.
“다시 온다! 힘 빼지마!”
준이 벼락처럼 외치자, 전장에 다시 한번 고블린 로드의 주술이 울렸다.
다카르 투 다나카 사루 페타하――
‘왜 저놈의 주술이 해석 가능한 거지?’
처음 겪어 보는 현상에 준이 당황하기도 잠시.
이번에 움직인 것은 고블린 로드뿐만이 아니었다.
몇몇 발 빠른 고블린들이 바닥에 무언가를 꽂아 넣었다.
어린 고블린의 머리로 만들어진 토템이었다.
동시에 토템에도 붉은 빛이 어리기 시작하면서, 고블린 로드가 부리는 주술의 범위를 확장시켰다.
키야아아아아아――!!
이전보다 두 배는 많은 고블린들이 [피의 폭주]에 노출되어 광기 어린 돌진을 시작했다.
‘망할. 네놈도 마음이 급하다는 거냐?’
전방에 나가 있는 병력이 후방으로 돌아오기 전에 먼저 이쪽의 사령관을 죽인다.
그게 놈의 목표였던 만큼, 녀석 또한 시간이 촉박했다.
그러니 당장 모여 있는 고블린들을 소모품으로 쓰겠다는 의지가 확연히 느껴졌다.
그 탓에 놈들을 막는 병사들도 크게 물러나기 시작했다.
고통도 잊은 채, 한계 이상의 힘을 발휘하는 수십 마리의 고블린이지 않은가.
고작 방패만으로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왜 놈의 주술이 해석 가능한지 모르겠다만…… 지금 고민 할 일은 아냐. 지금 상황부터 해결해야 돼. 하지만 범위형 마법은 당장 쓰기 힘든데.’
이전과 달리 지금은 아군과 적이 뒤섞여 있는 상황.
이럴 때는 놈들에게 직접적으로 타격을 주는 마법보다, 전방에 싸우고 있는 이들을 보조하는 게 맞는 선택이었다.
‘속사형 마법으로.’
[밝은 눈]을 통해 빠르게 전황을 살피고, 거기서 얻은 데이터를 토대로 지원 마법을 펼쳤다. [윈드 커터]하급 마법사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마법.
때문에 심상을 섬세하게 넣을 필요는 없다.
[피의 폭주] 상태에 들어간 고블린들은 준의 마법을 방어할 겨를조차 없을 테니까.굳이 마법을 강화하지 않더라도, 바람의 칼날은 연한 고블린의 살가죽을 뚫고 내장까지 헤집어 버릴 것이다.
‘에이든. 그 녀석의 움직임이 어땠더라.’
그러나 단순히 마법만 쏘아 댄 것은 아니다.
에이든.
녀석의 움직임을 참고하여 마법을 펼쳤다.
평소 에이든은 배려심이 많은 성격답게, 전투에서도 그 성향이 그대로 묻어나왔다.
멀리서 전장을 한눈에 보는 준과 달리, 그때그때 자신이 필요한 자리를 찾아가 전장의 유리함을 이끌어 낸다.
그런 에이든의 움직임을, 녀석이 가진 심성을 마법의 운용에 담아 넣었다.
[디텍팅 타깃]가장 앞에서 위협적으로 몽둥이를 휘두르는 고블린들은 내버려 둔다.
어차피 적들은 숫자로 몰아붙이고 있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병사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앞에 있는 녀석들보다 그 뒤에서 언제든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는 여유 병력들이다.
앞에 있는 놈을 처리해도 곧바로 대기하고 있던 녀석이 무기를 휘둘렀으니.
‘병사들에게 잠깐의 여유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그렇기에 준은 바로 앞에 있는 녀석들보단, 뒤에서 대기하고 있는 녀석들을 노렸다.
혹은 그새 참지 못하고 옆으로 돌아가려는 놈들도 그의 사냥감이 되었다.
쐐애애액- 캬아악!
마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듯, 손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윈드 커터]가 쏘아져 나가 전장에 한 줄기 여유를 만들어 낸다.
‘에이든, 그 녀석이 곧잘 하는 일이지.’
그동안 준이 봐 왔던 에이든은, 아직 짧은 경력 때문인지 본인이 직접 전장을 휘어잡기보단, 지금처럼 보조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장 준이 보이는 마법의 연속성 또한 그런 에이든의 움직임을 착안하여 즉석에서 만든 것이다.
‘그 녀석처럼 파괴력이 나오진 않겠지만.’
대신 원거리 공격이라는 특성상 전장에 미치는 영향력의 범위는 훨씬 넓었다.
‘이게 바로 마법의 장점.’
배우기만 한다면 다양한 유틸리티로 전장의 불리함을 뒤집는다.
그 덕분일까.
고블린 로드로 인해 약화의 오오라에 영향을 받는 병사들이었지만, 꾸준히 고블린들의 공격을 막아 내는 데 성공했다.
확실히 황실 소속군다운 실력이었다.
“마법사님이 뒤에 계신다!”
“우린 앞에 있는 녀석들만 막으면 돼!”
쓰러지는 고블린들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병사들의 사기도 단단하게 굳어졌다.
결국, 전장의 상황이 정체되자 먼저 움직인 것은 고블린 로드였다.
타루우라차!
고블린 로드가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광폭화 주술만으로는 빠르게 병사들을 밀어 낼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병사들에게 직접적으로 타격을 주는 주술을 사용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렇게 녀석이 앞으로 나오며 주술을 외우는 순간.
타탓!
줄곧 몸을 숨기고 있던 에이든이 움직였다.
에이든의 위치는, 정확히 고블린 로드의 머리 위였다.
* * *
마법의 장점은 다양한 사용법에 있다.
그것은 과거 준이 ‘이정준’이었던 시절, 화력 하나에만 몰빵했던 마법사를 키우며 절절히 느낀 결과물이었다.
‘솔직히 딜 하나만 두고 보면 전사만 한 게 없지.’
훗날 고위력의 마법을 배우기 전까지, 마법사가 해야 할 일은 생각보다 심플했다.
다양한 유틸리티를 살려 팀원에게 도움을 주는 것.
때문에 앞서 준은 게임 <블랙아웃>의 리메이크 출시까지 걸린 2년이란 시간 동안 마법으로 쓸 수 있는 여러 전략들을 생각했었다.
그리고 당시 이정준은 새삼 마법에 대한 재평가를 내렸다.
“조건만 갖춰지면 진짜 개사기 클래스다. 파티 시너지를 이렇게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니.”
그중 하나가 바로 지금과 같은 기습 플레이였다.
[포그 오브 사일런스 (Fog of silence)]기척을 줄이는 마법.
거기에 더해 나뭇가지와 나뭇잎이 덮인 망토로 은신해 있던 에이든이 나무 아래로 낙하했다.
목표는 고블린 로드의 머리.
하나, 고블린 로드 또한 평범한 고블린 주술사가 아니었다.
이레귤러.
종의 한계를 뛰어넘은 놈이 미세한 기척을 느끼고 뒤로 물러났다.
회심의 기습이 실패한 순간.
고블린 로드의 입술이 비죽 올라갔다.
한 번 실패한 기습의 대가는 죽음뿐.
이미 에이든의 주변으로 고블린 로드를 호위하고 있던 고블린 투사들이 장창을 들어 에이든을 노리려던 찰나.
놈은 보았다.
자신처럼 얼굴에 여유가 깃든 에이든의 표정을.
“……!!”
애초에 기습을 시도한 인물은 에이든뿐만이 아니었다.
사락―
바로 옆에 있던 나무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들려왔다.
캬흐?!
고블린 로드가 옆을 돌아 본 순간 보인 것은 진중한 표정으로 검을 휘두르고 있는 지노반과.
그런 그의 검에 둘러진 푸른 빛의 오러였다.
카르투――!
죽음이 눈앞에 도래했다.
그 순간을 인지한 고블린 로드의 머리가 맹렬히 돌아갔다.
찰나의 순간 죽음을 목도한 녀석이, 종족의 한계를 뛰어넘은 이레귤러의 영혼이 외쳤다.
이대로 조용히 죽을 수만은 없노라고.
그 마지막 순간 놈의 독기가 발휘되었다.
죽을 땐 죽더라도, 결코 혼자 죽을 수는 없다는 독기가.
타나하――!!
마지막의 마지막. 선천적으로 타고난 주력(呪力)을 끌어올리고, 거기서 더 나아가 자신의 영혼마저 바친다.
고작 찰나에 불과한 순간, 놈은 자신의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흐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 끝에는, 에이든이 있었다.
* * *
이토록 집중한 적이 있을까.
에이든과 지노반이 나무에서 뛰어내리는 순간, 준은 자신에게 일어난 신기한 현상을 목도했다.
알 수 없는 기억의 파편이 뇌리를 날카롭게 스치고 지나갔다.
마치 허용되지 않는 행위를 한 탓에 뇌가 비명을 지르는 듯 했다.
– 이대로 포…… ……수 는 ……다!
그곳은 어느 한 지하실이었다.
오랫동안 정리를 하지 않은 듯, 눅눅한 공간 속에서, 허름한 거적떼기를 두른 누군가가 책상 위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이건……?’
하지만 그 기역의 편린은 아주 잠깐만 스쳐 지나갔을 뿐.
다시금 준의 시선 끝에서 보이는 것은 독기에 가득 차 주문을 외우는 고블린 로드였다.
주술이 눈에 보인다.
단순히 주력에 의해 뭉친 붉은 안개 따위를 말함이 아니다.
주술에 얽힌 힘의 흐름과 그 안에 담긴 악독한 의지. 그리고 그 결과가 눈앞에 보였다.
‘[영혼 사슬]……?’
스스로의 영혼을 바쳐, 타인과 고통을 분담하는 주술.
물리력은 없으나, 자칫 잘못하면 고통에 의한 쇼크사가 일어날 수도 있었다.
주술에 당한 대상의 뇌는 선명한 고통을 느낄 테니까.
실제로 과거 ‘이정준’ 시절 그가 이끌던 파티의 인원 중 하나가 그런 죽음을 맞이했던 적이 있었다.
“……!”
마법사의 냉철한 이성이 아니라, 본능에 가까운 행동이 준의 마력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디텍팅 타깃]모여 만들어진 마력의 조준점.
그러나 그 조준점을 통해 쏘아진 마법은 없었다.
그럴 시간 따윈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대신, 아주 일부분.
그가 가진 재능이자 스킬인 [마신지체]가 반응했다.
마력의 조준점이 향한 곳. 신체 내부로 흡수한 마력이 아닌, 외부의 마력을 임의로 움직인다.
그것도 저 멀리 떨어진 고블린 로드의 일대 마력들이 준의 부름에 응답하려 했다.
그러자 초커가 멋대로 반응하며 그의 재능을 찍어 눌렀다.
무기력한 감각이 전신을 지배했으나, 그럼에도.
이빨을 꽉 깨문 준이 거기에 일말의 저항을 이어 갔다.
꿈틀―
아주 적은 마력만이 준의 의지에 반응했다.
하나,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마력이 멋대로 고블린 로드가 펼치는 주술에 섞여 들었다.
놈의 주술을 취소시킬 수는 없다.
주력은 마력과 다른 종류의 힘이었으니.
무릇 마법이란, 자연을 이루는 마력으로 현실을 비튼다.
그렇다면 주술은 다른가?
‘과연 다른 걸까?’
아주 잠깐에 불과했지만, 멋대로 해석된 놈의 주술이 스쳐 지나갔다.
이 긴박한 상황 속에서, 준은 또 다시 마법사의 관점과는 거리가 먼, 감에 의존한 확신을 품었다.
극히 적은 자연 속 마력이 준의 의지에 따라 고블린 로드의 주술에 섞여 들어갔다.
동시에 다양한 마법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다 폐기되고, 새로운 가능성이 자리를 잡았다.
회로판에 전기가 스며들 듯, 놈의 주술에 스며들며 영역을 확장한다.
본래라면 물리력이 담길 리 없는 마력에 물리력이 생기고.
꽉 쥔 준의 주먹처럼 놈의 주술에 스며든 마력이 아주 잠깐이나마 놈의 주술을 움켜쥐었다.
키르―?!
극히 찰나에 불과한 순간, 준의 [밝은 눈]은 놈의 얼굴에 스친 감정을 읽었다.
아마 그것은, 당혹감.
혹은 절망이나 배신감이었을 것이다.
스스로의 영혼마저 바친, 악의로 점철된 주술이 무언가에 꽉 붙잡힌 듯 움직일 생각을 하지 못했으니까.
그리고 그것이 놈에게 주어진 최후의 표현이었고.
촤악―! 툭.
지노반의 검은 끝내 놈에게 마지막을 선사했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1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