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130)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130화(130/374)
131화 엔베르만(4)
7서클 마법사는 어떤 존재인가?
6서클을 넘은 7서클부터는 창조의 영역에 선 자들이고, 그들은 각자의 이념과 사상을 현실로 끌어 와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한다.
그렇다면, 세르게이가 구축한 세계란 어떤 곳인가.
말할 것도 없이, 불이다.
세상을 불태울 화염.
그것이 그가 이룩한 7서클의 경지였다.
과거 볼카토르닉 마탑에서 봤던 세르게이의 [심상결계:액티브 볼케이노]가 그런 그의 심상을 단편적으로 보여 주는 좋은 결과물이다.
하면, 7서클의 마법사들은 어떻게 자신의 심상을 이 세계에 끌고 오는 것일까?
바로, 환경의 구축에 있다.
자신의 심상을 구현하기 위한 환경 구축.
그리하여 세르게이가 불러온 것은, 자신에게 가장 친숙한 ‘화염’이라는 이미지였다.
[볼카닉 볼케이노(Volcanic volcano)]화산을 품은 화산.
스스로가 화산을 품은 거대한 우주라는 심상으로 만들어진 세르게이의 독자 마법.
대지가 들끓기 시작하고, 막대한 열기가 아지랑이를 만들어 낸다.
세르게이를 중심으로 퍼져 나가는 거대한 화속성의 마법진.
홍염으로 만들어진 불꽃이 마법패턴을 완성해 갈수록 마법의 범위도 점차 늘어 갔다.
‘육체를 포기했다는 것이 허풍은 아니었나.’
저토록 섬세함을 필요로 하는 마법을 별다른 준비도 없이 발현시킨다.
어지간한 마법사들은 그 사이 마력회로가 모조리 타들어 가며 죽음을 맞이할 터이나.
엔베르만의 시술을 받은 세르게이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후우…….”
숨을 깊게 들이마신 준이 눈을 감았다.
가느다란 주사기가 땅에 떨어져 뒹굴고. 보랏빛 액체가 팔에서부터 핏줄을 타며 순식간에 가슴으로 향한다.
투둑, 두두둑.
심장에 보랏빛 액체가 도달하자 변화는 금방 찾아왔다.
“큭.”
옅은 신음을 삼킨 준은 낯설면서도 익숙한 감각에 눈을 떴다.
어느새 그의 눈동자는 도마뱀의 그것처럼 세로로 길게 뻗었고, 피부로부터 비늘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뭐, 뭐냐 저건!”
그것을 발견한 엔베르만은 자신이 전투 중인 것조차 잊어버린 채 비명처럼 소리쳤다.
저건 그가 그토록 찾아다니던 고대 연금술사들의 비술이었으니.
보랏빛 액체의 정체는 다름 아닌 고대 연금술사들이 만든 뮤턴트화 포션이었다.
그곳에서 챙긴 레시피를 머샤르가 독자적인 방법으로 개량시켜 만든 액체.
효과는 짧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줄어들었다 호언장담했지만.
사용한 당사자인 준의 입장에선 아니었다.
‘전신의 핏줄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같다.’
간지러우면서도 고통스러운, 익숙지 않은 기운에 스스로의 몸이 아닌 것만 같은 감각.
‘그래도 효과는 확실하군.’
준은 자신의 주변을 바라봤다.
마력이 모였다.
무수히 많은 마력이었다.
‘지금이라면 통제가 가능할 거다.’
[언령, ‘게으른 순례자의 오디세이’의 영향력을 30% 하향합니다.]5서클에서 해 볼 수 있는 최대 퍼센트는 25%였으나, 일시적으로 뮤턴트화가 진행된 지금이라면 30%도 거뜬히 버틸 수 있다.
실제로 전능감이 뇌를 찌르고 들어올 것 같았으나, 뮤턴트화된 육체와 [굳건한 의지], [흔들리지 않는 심장]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그런 전능감을 억제시켰다.
‘지금으로선 7서클 마법사가 가진 화속성 마력을 온전히 막을 방법이 없다.’
어쩔 수 없다.
아무리 [마신지체]가 있다고 한들, 없던 마법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아이스 브레이크]를 몇 번이고 중첩시켜도 놈이 소환 중인 화산을 막기엔 역부족일 터.‘그러니, 남은 방법은 단 하나뿐.’
여태까지 몇 번이고 써 봤던 방법이다.
몇 번은 무의식 중에 해낸 일이고, 또 어떨 땐 의식적으로 해낸 일이기도 했다.
‘마력 조종.’
마법사가 마력을 다루는 것은 숨 쉬듯 자연스러워야 할 일이지만, 타인의 마력을 다루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그러나 준은 여태까지 몇 번이고 그런 현상을 일으켰다.
처음에는 고블린 로드의 주술이었고.
그 뒤로도 몇 번씩 타인의 마력에 간섭해 그것을 일그러뜨려 왔다.
심지어 세르게이의 [심상결계] 속에서도 그것을 해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7서클 마법사가 바로 앞에 있는 상황에서는 망상에 가까운 행위겠지.’
따라서 준은 일시적으로 세르게이보다 화속성 마력에 대한 주도권을 잡을 방법을 강구했고.
그것이 바로 뮤턴트화, 그리고 언령의 한계 이상의 해제였다.
‘지금이라면, 가능하다.’
그런 직감이 찾아왔다.
일대의 마력을 움켜쥐었다.
그것은 마치 보이지 않는 제3의 손을 움직이는 듯한 감각이었다.
그리고 움켜쥔 마력을 일대에 흩뿌렸다.
거기에 자신의 심상을 집어넣었다.
지금 하는 행위에 마법은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마력은 준이 만들어낸 심상을 닥치는 대로 집어삼켰다.
그렇다면 준이 만들어 낸 심상이란 무엇인가.
‘탐화.’
어린 시절 그가 봤던 화염의 본질.
탐욕.
여태까지 마법에만 섞어 넣었던 그 탐욕을 속성화시켜 마력에 주입했다.
그러자 일대의 마력이 탐욕스럽게 주변의 모든 기운들을 집어삼켰다.
하지만 그것은 준의 의도가 아니다.
준은 멋대로 날뛰는 마력을 통제해 나갔다.
‘멈춰.’
너희들의 먹잇감은 주변의 모든 것이 아니다.
목표는 오롯이 단 하나.
세르게이의 주변으로 퍼진 마력들이다.
당장 세르게이의 마법을 캔슬시킬 능력은 없었으나, 그 대신 마력을 집어삼키는 것은 가능했다.
하지만 마력은 쉽사리 준의 뜻대로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마력의 입장에서 보면, 주변에 훨씬 쉽게 먹어치울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굳이 집어삼키기 힘든 세르게이의 마력을 노릴 이유가 없던 것이다.
마력으로부터 느껴지는 명백한 거부 의사.
그에 준은 자신의 존재감을 더욱 키웠다.
서클을 맹렬히 돌리고, [마신지체]에 더욱 집중했다.
감히 주인의 말을 듣지 않는 마력에게 엄중히 경고했다.
그러자 ‘탐욕’에 물든 마력이 조금 움츠러들었다.
[디텍팅 타깃]그 틈을 노리고 마력에게 먹잇감을 명확히 가리킨다.
준이 정해준 목표물에 눈이 돌아간 마력이 일제히 그곳으로 달려갔다.
마치 양치기가 모는 양떼처럼, 마력은 세르게이의 마력을 탐내기 시작했다.
[미친 마력 조종력이로구나……!]마법진도 쓰지 않고 저렇게 마력을 다루는 마법 따윈 듣도 보도 못했다.
세르게이는 눈앞에 일어난 풍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으나, 언제까지고 경악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화르르르르륵!
육체의 붕괴 속도를 더욱 높이고, 그 대가로 자신의 마력을 탐욕스럽게 먹어 치우려는 준의 마력에 대항했다.
두 마법사가 일으킨 마력의 치열한 접전.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둘은 스스로가 불리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막대한 마력을 움켜쥐자 준의 뮤턴트화는 금방이라도 풀릴 듯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고.
세르게이의 신체 또한 여기저기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한 번에 기회를 잡고…….’
‘단번에 상황을 역전시킨다!’
준은 ‘몽환’을 사용하여 [플레어]를.
세르게이는 입 안으로 마력을 모아 브레스를 준비했고.
주사위가 던져졌다.
* * *
“엘레노어 님!”
준과 세르게이의 대치가 시작된 직후.
세르게이의 주변으로 퍼진 열기는 닿는 모든 것을 녹여버릴 만큼 강렬했다.
따라서 놈에게 접근할 방법이 없던 에이든은 준이 시간을 끄는 사이 엘레노어에게 달려갔다.
아까 전, 찰나의 순간 준이 엘레노어에게 시선을 던졌음을 파악한 것이다.
“잠깐만!”
기사들의 철통 방어 덕분에 가까스로 엔베르만의 시선을 떼어낸 엘레노어가 빛의 화살을 날리고 뒤로 물러섰다.
“무슨 일이야?”
“선배가 위험합니다!”
“아오……!”
짧은 순간 엘레노어의 시선이 블랙가드 기사단에게 향했다.
도살승의 혈청을 주입한 엔베르만은 벌써 기사단원 둘을 죽인 상태였다.
사이하게도 놈은 사람을 죽일 때마다 기운이 더욱 강대해지고 있었다.
그 탓에 같은 7레벨인 기사단장, 테어딘도 고역을 겪고 있었고.
만약 여기서 엔베르만이 더 강력해지면 포위망도 순식간에 무너질 터.
그러나 그런 엘레노어의 고민은 테어딘이 해결해 주었다.
“여긴 우리에게 맡기시게!”
그로서는 혈청을 주입한 엔베르만을 이기기엔 역부족이었으나, 그래도 단숨에 밀릴 정도는 아니었다.
테어딘은 키메라의 주인을 죽이기보단 시간을 끌기로 작정했고, 엔베르만도 그것을 깨닫고 테어딘을 떼어 내려 했으나 과연 기사단장은 녹록지 않았다.
“놈!”
“거머리처럼 들러붙는구려……!”
어떻게든 시간을 마련한 엘레노어가 서둘러 에이든을 따라 움직였다.
“하아, 아주 지랄인데…….”
“놈에게 접근할 방법이 없습니다!”
“원하는 건?”
“엘레노어 님의 지팡이를 통해 놈에게 원거리 타격을 가하고 싶습니다.”
“내 신성 마법으로는 놈에게 타격을 줄 수 없어. 가기도 전에 열기에 파괴될 테니까.”
“그럼 제 마력을 사용하십시오.”
“……아하.”
엘레노어도 에이든이 가지고 있는 패도적인 마력을 잘 알고 있었다.
저 마력을 활용한다면, 저 괴물 놈에게 유효한 타격을 줄 수 있을 터.
곧바로 두 사람은 지팡이에 손을 올렸다.
“집중해. 네가 가진 마력을 이 지팡이에 옮긴다고 상상해 봐.”
“…….”
이어지는 엘레노어의 설명에도 에이든은 대답이 없었다.
그 대신, 엘레노어는 비탄의 종말에 어마어마한 마력이 들어오고 있음을 눈치챘다.
‘진짜…… 압도적인 마력 농도야.’
이전에도 몇 번이고 봤으나, 다시 봐도 놀랄 만큼 에이든이 가진 마력은 패도적인 성향이 무척이나 강했다.
만약 가진 바 마력만 많았더라면, 세상의 그 무엇이든 베어 버릴 수 있으리라.
그렇게 두 사람이 [변환]을 이어 갈 때쯤.
준과 세르게이가 승부수를 내던졌다.
* * *
세르게이는 눈앞에 있는 마법사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마신지체는 타고났다 하더라도, 그것을 제어하는 것은 다른 말이다.’
그는 무너진 데미안의 마탑에서 보았던 마력의 잔재를 떠올렸다.
단지 잔재만을 보고도 자신을 7서클에 올려 주었던 축복 받은 재능.
그러나 그만큼 그게 얼마나 위험한 힘인지도 함께 알 수 있었다.
만약 그 힘에 취해 조금이라도 허투루 썼다간, 몸과 영혼이 마력의 파도에 휩쓸려 영원히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눈앞에 있는 저 마법사는 그 위험을 마치 외줄타기 하듯 아슬아슬하게 버티며 최대한의 힘을 뽑아 쓰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유혹과 위험을 뿌리치고 저만한 경지에 다다랐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저 마법사가 가진 약점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흔들리는 순간, 외줄의 줄은 끊어질 것이고 네놈도 낭떠러지로 추락할 테지.’
그러니 놈의 평정심을 깨부숴야 한다.
놈이 더욱 힘을 탐내도록.
아슬아슬한 밸런스를 무너뜨리도록 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시선에 걸린 것은, 이쪽을 향해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는 준의 동료들이었다.
찬란한 금발의 사내와 검은 안대로 눈을 가린 사제.
폐의 깊은 곳에서부터 끌어올린 화염 브레스가 두 사람을 향해 쏘아졌고, 준의 시선도 그쪽으로 향했다.
그의 당혹 섞인 표정을 확인한 세르게이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깨달았다.
* * *
세르게이의 선택은 정답이었다.
자신이 아닌 동료들에게 브레스가 쏘아진 순간, 준은 빈틈이 가득한 세르게이를 노리는 대신, 에이든과 엘레노어에게 향하는 브레스 쪽으로 [플레어]를 방출시켰다.
한계까지 모은 마력과 ‘몽환’을 통해 [중첩]시킨 [플레어]가 놈의 브레스를 막아 냈다.
그러나 7서클에 다다른 마법사의 마력과 그 힘을 그대로 이어받은 7레벨 발록의 브레스는 고작 5서클의 마법만으로 막아 내기엔 한계가 있었다.
‘부족해……!’
세르게이의 주변으로 모여든 화속성의 마력으로 인해 브레스가 더욱 강화된 상황.
놈의 브레스를 막아 내기 위해서는 마력을 조종해 저 브레스마저 집어삼키도록 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나, 지금 모아 둔 마력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더 많은 마력을……!’
하지만 이 이상 마력을 모아 운용했다간 육체가 견디지 못한다.
그러나 고민은 짧고 행동은 빨랐다.
결국 입술을 피가 나도록 씹은 준은 자신의 서클에 마력을 끌어모았다.
‘느려!’
이미 일대의 마력은 세르게이와 자신이 한계까지 뽑아내고 있는 상황.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여, 준은 차원 팔찌에서 마력 유동체까지 뽑아들었다.
두 손 가득 채운 마력 유동체가 실린더에서 빠져나와 준의 서클에 흡수되었다.
그 순간 뇌를 찌르고 들어오는 전능감에 전신이 떨리고, 현실과 멀어지는 듯한 착각이 일던 찰나.
“지금입니다!”
에이든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동시에 엘레노어가 신성 마법을 영창했다.
[피어스 오브 라이트]거대한 크기의 신성한 창.
거기에 붉은 기운이 신성한 창의 주변을 맴돌며 흡수되었고, 이내 엘레노어가 그것을 쏘아 냈다.
[……?!]거대한 창이 날아든다.
준의 [플레어]를 밀어 내고 있던 브레스는 거대한 창과 맞닿는 순간 형세가 역전되어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세르게이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별 신경도 쓰지 않고 있던 버러지들이 자신의 브레스를 무너뜨리다니!
고오오오오오오오――――!!!
화염의 브레스가 두 쪽으로 갈라져 간다. 그에 비례하듯 신성한 창도 서서히 무너져 갈 때쯤.
“후우…… 큰일 날 뻔했네.”
에이든의 외침에 정신을 차린 준이 마력을 일으켰다.
탐욕을 머금은 마력이 파도처럼 휘몰아치며 세르게이를 몰아붙였다.
[어떻게, 제정신을……?!]“방금처럼 미친 짓을 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거든.”
아리클로토스 교단의 성지에서 몇 번이고 죽음의 영역에 다다르며 배웠던 노하우.
그건 바로 ‘경험’이었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13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