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134)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134화(134/374)
135화 성장(1)
비조의 도시는 시작의 도시라는 이명에 걸맞게 올해도 무수히 많은 이들이 거치는 도시다.
그 틈을 노리고 찾아온 상인들과, 초기화된 시즌에 걸맞게 다양한 도전을 위해 파티를 구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외에도 다양한 목적을 지닌 이들이 찾아왔고, 그만큼 사건사고도 연달아 일어났다.
“이놈의 초기 시즌은 매번 맞이해도 피곤하군.”
그리고 그런 비조의 도시를 다스리는 모르데나인 백작은 피곤한 표정으로 연신 들어오는 서류를 처리하기 바빴다.
그렇게 늦은 시각.
하루의 피곤을 와인 한 잔으로 달래던 그는 밤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밝은 도시의 풍경을 바라봤다.
꾸우― 꾸우―
머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새소리.
그에 모르데나인 백작은 더욱 피곤한 표정으로 테라스가 위치한 베란다의 문을 열어 젖혔다.
“그냥 오셔도 되는데 뭣하러 그리 숨어서 오십니까.”
“허허헛. 나처럼 나이 든 사람한테 자네를 만나러 오는 절차는 너무 까다롭다네.”
꾸우― 꾸우―
양손을 모아 휘파람을 부는 남자가 테라스 난간에 걸터 앉아 백작에게 고개를 돌렸다.
과거 제국의 검으로 불렸던 소드 마스터, 검혼 아덴이 그곳에 있었다.
“이곳까지 내려오신다곤 듣지 못했습니다만. 어쩐 일이십니까?”
평소 블랙아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아덴은 은퇴와 동시에 블랙아웃을 떠났었다.
그 뒤로 제국의 오지를 떠돌며 취미 생활로 적적히 살아가고 있던 그가 무슨 일로 찾아온 것일까?
“폐하께서 난처해하고 계시지 않나. 한 번쯤은 이 늙은 몸을 끌고 나서야지.”
“으음…… 설마, 복귀라도 계획하시는 것입니까?”
“자넨 제국 아카데미에서 듣기 평가를 다시 해야겠어. 이번 한 번만 나서는 것뿐일세.”
“끄응, 죄송합니다. 아직 지상에 있다가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터라.”
지상에서 온갖 귀족들과 만나서 치열한 신경전을 했기 때문일까, 아덴의 말을 순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쯧쯧. 그러게 쉬엄쉬엄 하라니까.”
“…….”
그게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건가.
백작이란 자리는 그리 호락호락한 위치는 아니었다.
해서 모르데나인 백작은 아덴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아덴 님께서 오셨다면 베네스 님께 접근한 녀석들이 블랙아웃으로 숨어든 것입니까?”
백작의 말에 아덴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제가 무엇을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아직까진 크게 도움을 받을 것까진 없을 것 같네. 놈들의 흔적이 발견되는 대로 말해 줌세.”
“그럼 이곳까지 찾아오신 이유가……?”
“흰고래 용병대 때문일세.”
“그들에게 볼 일이 있으십니까?”
“그런 건 아니고…… 내 솔직히 말해 봄세. 자네는 그들을 자네의 검으로 쓸 생각인 게지?”
“……맞습니다.”
물론 수족처럼 부릴 생각은 아니었다.
아무리 그래도 버려진 황족이 있는 용병대였고, 그 용병대장도 보통은 아니었으니까.
그럭저럭 먹이를 주고 흔들어 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쯧쯧. 그런 물러 터진 생각으론 부족해도 한참 부족해.”
“……원하시는 바가 있으십니까?”
“검으로 휘두르려면 검으로 취급해야지, 무슨 보물단지마냥 들고 있으면 어찌하누?”
“아니…….”
검혼의 말에 백작은 마치 어릴 적 아버지에게 훈계를 받던 때를 떠올렸다.
자신의 입장에선 최선을 다한 결과였는데, 뚜껑을 까고 보니 어림없다는 듯 평가 받던 그 시절말이다.
“황실의 입장도 있고, 제가 너무 대놓고 도와주면 귀족파가 어찌 움직일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러니 방법을 교묘히 사용해야 하는 게다.”
“제가 생각하기에 그들은 야생화입니다. 황실이 굳이 키워 주기보단, 주변의 해충들만 치워 주고 알아서 성장하게 내버려 둬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말도 맞다. 하지만 반만 맞구나.”
“…….”
여기서 더 말해 봐야 소용이 없을 것 같다고 느낀 백작은 그냥 대놓고 물어보기로 했다.
“아덴 님은 다른 생각이 있으십니까?”
“그래. 해충을 치우겠다고 약을 뿌려 버리면 익충도 도망치지 않겠느냐? 그러니 방법을 잘 사용해야지.”
검은 벼리면 벼릴수록 날카로워진다. 그렇듯, 아덴은 방법을 찾아왔다.
“고대의 탑. 그걸 놈들에게 쥐어 주자.”
“예? 그건 찾고 싶어도 찾을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 잠깐. 설마 그걸 벌써 찾으신 겁니까?!”
“그래. 발견했다.”
“아니, 도대체 그 짧은 사이에 몇 계층까지 갔다 오신 겁니까?!”
“오랜만에 오니 옛 기억이 떠올라서 말이다. 흥이 나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찾아냈다.”
“…….”
고대의 탑은 매 시즌마다 무수히 많은 이들이 찾아다니는 곳 중 하나였다.
항상 시즌이 초기화되고 나면 위치가 랜덤으로 바뀌는 탓에 상위 계층의 모험가들조차 한 번 찾았다 싶으면 복권에 당첨된 듯 기뻐하는 그걸…….
“녀석들을 그곳으로 보내면 어떨까 싶은데.”
“……위치는 어디입니까?”
“5계층. 모래바람 언덕이다.”
“외져도 한참 외진 곳에서 찾으셨군요.”
도대체 그 사막 한가운데서 무슨 추억이 있길래 찾아갔던 건지.
고대의 탑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대단한 보상을 주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는 곳이었다.
“그걸 흰고래 용병대에게 넘겨주시려는 겁니까?”
“그 정도는 해야겠지. 자네도 알지 않나? 베네스 님께서 하비에르 황자의 암살 모의로 얼마나 분노하셨는지.”
“그렇긴 했죠…….”
베네스가 흰고래 용병대를 불러 직접 물어보겠다고 하던 것을 뜯어말리느라 얼마나 힘들었던가.
그때를 떠올려 보면 참으로 다행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녀석들은 황실의 피바람을 미리 막아 준 이들이다. 그렇다고 금은보화 따위로 배를 불려 주면 다른 녀석들이 날뛰겠지.”
“그래서 고대의 탑이군요.”
“그렇지.”
처음에는 부정적이었던 백작도 아덴의 말에 점차 넘어갔다.
이해득실을 따져 보면 이건 다신 없을 기회기도 했으니까.
‘그래. 이 정도면 충분히 해 줄 만한 보상이로군.’
그러다 문득 백작은 의아함을 느꼈다.
물론 아덴이야 인재들에게 유한 사람이기도 했고, 그 인재들이 노력하는 천재라면 더없이 많은 관심을 기울이긴 했지만…….
‘이렇게 내게 직접 찾아오실 정도인가?’
백자과 아덴의 사이가 멀진 않았지만, 아덴쯤 되면 굳이 자신에게까지 허가를 받으러 올 이유가 없었다.
“질문 하나를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뭘 물어볼지 알 것 같군. 폐하의 어심인가 싶은 게지?”
세상을 방랑하고 다니는 사람인 만큼, 아덴의 눈치는 기가 막혔다.
백작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뭐…… 나이가 드셔서 그런지, 늦둥이 생각이 자주 나시는 것이겠지.”
늦둥이라 하기엔 하비에르가 에이든보다 늦게 태어났지만…… 백작은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거기에, 그 마법사에 대한 관심도 꽤나 지대하신 것 같다.”
“그렇군요.”
하기야, 자신도 눈여겨 보고 있는 마법사이지 않은가.
폐하께서도 충분히 관심을 두실 수 있었다.
소속이 없는 실력 좋은 마법사, 거기에 황실에 협조적인 실력 좋은 마법사는 더더욱 찾기가 힘들었으니까.
“그렇다면 그 부분은 제가 정보를 넘겨 보겠습니다.”
“그래. 준비는 철저히 하고 가라 해라. 고대의 탑이 기회의 땅이라 불리긴 하지만, 그렇다고 만만한 곳이 아니니.”
“명심하겠습니다.”
그렇게 아덴은 백작의 방에서 와인 한 병을 챙기고 떠났고, 백작도 곧장 편지를 준비했다.
준이 용병단원들과 함께 즐거이 술자리를 가지기 전날이었다.
* * *
당연한 말이지만, 이후 백작의 부름에 비조의 도시까지 찾아온 준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고대의 탑이라고?’
게임 내 유저들 사이에서는 시련의 탑이라고도 불리는 장소로, 실상 등장 확률이 극악에 가까운 건축물이었다.
‘진짜 운수대통이 아닌 이상에야 단기간에 찾기 힘들었을 텐데.’
당장 ‘이정준’ 시절만 하더라도 게임 최후반부에 정보 조직을 어마어마하게 성장시키고 풀가동시켜야 겨우 찾을 수 있을까 말까한 컨텐츠지 않던가.
물론 그만큼 보상이 대단하긴 했지만…….
‘실상 게임의 최후반부에 발견되는 게 기본이라 딱히 필수인 컨텐츠는 아니었지.’
때문에 준도 딱히 그걸 염두에 두고 움직이진 않았다.
‘하지만 해서 손해 볼 일은 아니다. 게임 내에서야 어지간한 장비가 다 갖춰진 최후반부에나 발견돼서 보상이 애매했던 거지, 지금 우리에겐 더할 나위 없으니까.’
거기에 고대의 탑은 현재 자신들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좋은 기회였다.
“해서…… 자네들이 그곳에 가면 어떨까 싶네.”
“이런 엄청난 정보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닐세. 그만큼 자네들이 황실에 많은 도움을 주지 않았는가.”
과연.
황실이란 이름의 꿀이 너무 달긴 했다.
“다만, 바로 떠나기엔 아직 준비해야 할 게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 서둘러 갈 필요없네. 어차피 인적이 드문 곳이니까. 그전까진 내 따로 관리하고 있을 테니 준비가 된다면 언제든 말해 주게나.”
“감사합니다.”
뜻밖의 기회가 생겼다.
설마하니 최후반부에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고대의 탑을 이런 식으로 마주하게 될 줄은 솔직히 준도 예상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의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고, 고대의 탑 말입니까?”
“엣. 그걸 받아 왔다고? 대장은 도대체 밖에서 뭘 하고 다녔길래 그런 걸 받아 온 거야?”
에이든과 엘레노어. 두 사람이 순수히 준에게 경탄을 보내자, 곁에 있던 마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대의 탑이라는 게 뭠미까?”
어느 정도 블랙아웃에 대한 지식이 있는 두 사람과 달리, 마야는 그쪽에 관한 지식이 없었다.
“쉽게 말하면 우리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탑이라고 생각하면 돼.”
“시험임니까? 가면 뭐가 좋은 검까?”
“보상도 상당히 쏠쏠한 편이고, 무엇보다 부담이 없다는 점에서 좋지.”
“쉽다는 검까?”
“쉽다…… 라고 말하긴 좀 힘들겠는걸.”
좋은 성과를 내면 낼수록 더욱 질 좋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떠올려 보면 꽤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그러나 아무래도 침식자와 관련이 없는 일이다 보니 마야의 관심을 끌기엔 부족할 것 같았으나…….
“뭐, 좋슴다.”
“뭐야. 의외네. 이번에도 어려운 의뢰 아니냐고 쏘아붙일 줄 알았더니.”
“나는 의뢰가 어려워서 리더한테 뭐라 한 게 아님다. 안 어려줄 줄 알았더니 갑자기 어려워져서 그런 검다.”
“…….”
마치 방학 숙제를 다 끝낸 줄 알고 펑펑 놀고 있다가, 알고 보니 추가 숙제가 있음을 깨달은 학생의 마음 같은 것일까.
‘앞으로 임무가 쉽다는 말은 자제해야겠군.’
똑같이 피해자의 입장인 준으로선 무척이나 억울한 처사였지만, 어쩌겠는가.
그 업보만큼이나 주둥이가 한 잘못도 있었기에, 준은 조용히 현실을 받아들였다.
“선배…….”
“그런 눈으로 보는 거 아니다.”
에이든의 눈빛이 괜히 더 속이 쓰려지니, 괜히 준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13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