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137)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137화(137/374)
138화 필드 보스 방어전(1)
새하얀 안개를 해치고, [스캔]으로 일대를 탐지한 준은 가장 생명력이 옅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저들은?”
엘레노어의 물음에 [밝은 눈]으로 쓰러져 있는 무리들을 발견한 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답했다.
“헤르텍스 모험단이야. 부상이 심한데.”
“쯧, 가서 봐줘야겠다.”
4계층에 영토를 마련한 모험단이라도 상급 사제를 데리고 있진 않을 터이니,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머, 멈춰라. 너희는 누구냐.”
“흰고래 용병단이다. 소란이 들려와서 찾아왔다.”
“뭐, 뭐? 흰고래 용병단?”
“여기 상급 사제가 있는데. 그쪽 부상자들을 돌보려고 한다.”
“……잠깐,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다른 건 몰라도 엘레노어의 사제복을 알아본 모험가가 부상을 입은 다리를 쩔뚝이며 서둘러 땅굴 안쪽으로 향했다.
급조한 땅굴인지, 안쪽에서도 상당한 부상자들이 보였다.
“들어오시겠습니까?”
“고맙군.”
허락을 맡고 땅굴 안쪽으로 들어오자, 그곳에는 이 땅굴을 만든 듯 보이는 마법사와 헤르텍스 모험단의 단장, 헤르텍스가 보였다.
“이런 꼴로 만나게 될 줄은 몰랐군. 상황이 이렇긴 하지만…… 반갑소. 이곳을 이끌고 있는 헤르텍스요.”
자신을 헤르텍스라 소개한 중후한 외형의 남자는 여기저기 피부가 찢겨진 흔적으로 가득했다.
“흰고래 용병단을 이끌고 있는 준이오.”
“소문의 마법사를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군. 이런 소란에 심심한 사과를 전하는 바요.”
“서로 인사도 좋지만 그 말처럼 상황이 허락하지 않는군. 그보단 먼저 우리쪽 사제에게 치료부터 받는 건 어떻겠소?”
“끄응……. 신세를 지도록 하지.”
침착한 모습으로 대화를 나눴지만, 준은 속으로 적잖게 당황한 상태였다.
‘오기 전에 클로이한테 받은 정보에 의하면 헤르텍스는 6레벨에 다다른 모험가일 텐데.’
거기에 그의 단원들도 하나 같이 노련한 모험가들이고, 지금 같은 시기가 아니라면 5계층에서 활동하는 이들이다.
그런 이들이 어쩌다 저런 꼴이 됐단 말인가?
“크윽……. 표정을 보아하니 궁금한 게 많는 듯하군.”
“실례했군.”
“아니오. 상황은 설명해야겠지.”
엘레노어에게 치료를 받으면서 헤르텍스는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 설명했다.
평소와 다른 시기에 등장한 필드 보스의 소식에 서둘러 그 소식을 필드에 있는 이들에게 알렸고, 헤르텍스는 곧바로 단원들을 이끌고 나갔다.
평년처럼 확실한 준비를 마친 것은 아니었으나, 그들 또한 노련한 모험가들이었다.
한번 필드 보스와 꽝 붙고 놈들을 밀어낸 다음, 급히 의뢰 공고를 올릴 생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계획은 시작부터 어그러지고 말았다.
“놈이…… 놈이 나타났소.”
“놈이라 하시면?”
“……트윈 헤드 트롤. 이레귤러 필드 보스가 나타난 것이오.”
그 사실을 모르고 있던 헤르텍스는 홀로 트윈 헤드 트롤과 힘싸움을 하려다 패배했다.
거기에 필드 보스로 등장한 녀석답게 주변에 수많은 몬스터들을 거느리고 있었고.
상정 외의 전력에, 헤르텍스 모험단은 그만 전열이 무너져 막대한 피해를 입고 후퇴한 것이다.
그런 설명이 이어질 때였다.
“젠장, 놈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크흑. 아직 부러진 다리가……!”
“당장 전투가 불가능한 인원들은 후방으로 후송해라!”
“하지만 단장님, 그랬다간 전열이!”
한 차례 패배한 헤르텍스 모험단은 혼란에 빠졌다.
헤르텍스 또한 6레벨 유저였던 만큼 후퇴하는 과정에서 놈에게 상당한 부상을 입혔는데, 그 잠깐 사이 회복을 마치고 다시금 진군을 시작한 것이다.
그에 따라서 놈의 야성에 이끌린 필드의 몬스터들도 점차 모여들고 있는 상황.
지금 이곳에 모인 인원들만으로는 방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헤르텍스. 우리가 놈들을 유인해 보겠소. 그대들은 부상자를 데리고 서둘러 이탈하시오.”
“……괜찮겠소? 놈은…….”
“어느 정도 정보는 가지고 있고, 우리도 놈과 크게 맞붙을 생각은 없소.”
“후우. 상황이 상황인 만큼 어쩔 수 없지. 헤르메테스 님의 가호가 있기를.”
상황이 상황인 만큼 이들을 죽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도의적인 문제도 있지만, 용병단의 명성도 신경 써야 했기 때문이다.
‘헤르텍스 모험단은 나름 이름이 있는 곳이니, 버리고 갔다간 별로 좋은 소문은 퍼지지 않겠지.’
당장 이 필드에는 헤르텍스 모험단을 제외해도 여러 용병과 모험가들이 찾아온 상황이다.
거기에 단순히 유인을 하는 것뿐이라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엘레노어. 저 사람들 좀 마저 치료해 줘. 그리고 마야, 엘레노어의 호위를 부탁할게.”
“알겠어, 대장.”
“알겠슴다.”
당장 유인 작전보단 후방에 도움이 될 두 사람을 남겨두고, 준은 민첩성과 지구력이 좋은 에이든과 함께 땅굴 밖으로 나섰다.
“선배, 제가 따로 도와드릴 게 있습니까?”
“몬스터 무리 중 일부가 외곽을 돌아 후퇴하는 걸 방해할 수 있으니, 그런 녀석들을 차단해 줘.”
“알겠습니다!”
모험단이 서둘러 후퇴 준비를 마칠 때쯤, 대지가 쿵쿵 울리기 시작했다.
머지 않은 곳까지 몬스터 무리가 도착한 것이다.
“전방에 있는 숫자는 대략 서른 정도. 그 뒤로는 두 배 정도 더 많아.”
“숫자가 상당하군요…….”
“이럴 땐 선빵필승이라고 했지. 내가 먼저 한 방 날릴 테니까, 에이든 너는 옆으로 흘리는 녀석이 없는지 잘 보고 있어.”
“예!”
에이든도 호기롭게 고개를 끄덕였다.
놈들을 죽이는 게 아니라 시선을 끄는 것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판단한 것이다.
“좋아…… 그럼 시작은 매콤하게 가 볼까.”
[다중영창] [스캔] [디텍팅 타깃]아군이 후퇴를 준비하는 사이, 준은 줄곧 모아 두고 있던 마력을 일제히 하나의 마법에 담아 냈다.
심상은 산불.
그 무엇보다 크고 넓게 퍼지는 자연재해였다.
[플레임 레이지]주문 끝에 소환된 나선의 화염구가 팽팽하게 돌아갔다.
후우웅―
허공에 떠오른 주홍빛의 오브.
세르게이의 키메라가 남기고 간 7서클 마법사의 결정체.
저 안에 담긴 묘리들은 깨달음을 가져다주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화속성을 강화시키는 능력이 더없이 탁월했다.
화르르르르륵!!
이번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나선의 화염구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회전하며, 안개 속에 가려진 몬스터 무리에게 날아갔다.
안개 속에서도 느껴지는 강렬한 열기에 화들짝 놀란 몬스터들이 좌우로 갈라지며 화염구를 피했다.
이전까지완 달리 상당히 빠른 속도로 놈들에게 날아갔지만, 그렇다고 짐승 타입의 몬스터들이 반응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저것이 결코 올바른 선택지가 아니리라.
저 화염구는 피한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었으니.
이윽고 몬스터 진영의 중앙까지 무사히 침투한 나선의 화염구는.
푸화아아아아아아아악――!!!
곧 참아 왔던 분노를 단번에 폭발시키듯, 엄청난 불길을 뿜어내며 일대의 몬스터들을 불살라 버렸다.
키이이이이이!!
캬아오오오오오오!!!
단 한 번의 마법으로 몬스터들이 사방팔방 흩어지며, 저 미친 불덩이를 피하기 위해 도망쳤다.
“와아…….”
그리고 에이든은 잠깐이지만 넋을 놓고 그 광경을 바라봤다.
준비된 마법사가 두렵다는 말은, 바로 자신의 선배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쿠오오오오오오오――!!!
저 화염에 반응한 것일까.
머지 않은 방향에서 트윈 헤드 트롤의 피어가 터져나왔다.
아무래도 놈은 앞서 헤르텍스 모험단과의 전투 중 경험이 쌓인 것인지 마력을 흩뜨리는 피어를 터뜨려 마법을 파괴하려 했으나.
“마력을 꽤 많이 소모한 모양이군.”
이전 헤르텍스 모험단과의 전투에 영향이 아직 남아있었는지, 준의 마법은 일절 흔들리지 않았다.
거기에 준 또한 이제 고대 마법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상황.
마법패턴이 이전보다 훨씬 정교해지고 단단해진 터라, 저 정도 피어에는 쉽게 파훼되지 않는다.
쿠루아아아!
이전과 달리 마력이 담기진 않았으나, 혼란에 빠진 몬스터들을 정린 차리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어딜.”
준도 가만히 두고 볼 생각은 없었다.
담기는 심상은 모이고 모여 뭉쳐진 대자연의 분노.
[라이트닝 콜:변형식-뇌운]몽환이 캐스팅한 마법을 이어받아, 거기에 자신의 심상을 담고, 추가적으로 마력을 담아 터뜨린다.
고대 마법으로 강화된 내구성 덕에 [라이트닝 콜]은 이전과 달리 훨씬 더 많은 마력이 담겨 있었다.
치직, ――――!!!
찰나지간 세상이 백색으로 물들고.
귀가 먹먹할 정도의 천둥이 울려 퍼졌다.
크, 카아악…….
안개 너머로 놈의 단말마와 같은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물론 그 한 방으로 놈이 죽진 않겠지만…….
‘이 이상은 나도 위험하군.’
사방으로 흩어진 몬스터들이 준의 마력을 느끼고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에이든!”
“예, 선배!”
한참 몬스터들의 시선을 끌던 에이든이 준의 외침에 답했다.
“후퇴합니까!”
“그래, 튀자!”
이 정도면 할 만큼 했다고 봐야 한다.
준은 곧바로 에이든에게 강화계열 마법을 걸어주 고, 본인도 [버닝 스텝]을 통해 해당 지역을 벗어났다.
머지 않아 저 멀리서 정신을 차린 트롤의 분노 섞인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 * *
“대단하군…….”
헤르텍스의 중얼거림에 다른 모험단원들도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헤르텍스의 곁을 지키고 있던 마법사도 마찬가지였다.
“저희가 출발할 때 느껴졌던 열기가 보통이 아니군요……. 무척 심오한 마법처럼 느껴졌습니다.”
“자네가 느끼기에도 그랬나?”
“예.”
마법사, 멀드로의 말에 헤르텍스 또한 깊게 공감했다.
그 잠깐 사이에서 어마어마한 마력의 파동이 느껴졌던 것이다.
“화속성에 뇌속성 마법을 함께 쓰다니…….”
등 뒤에서 들려오는 쩌르릉 번개 치는 소리는 뒤를 돌아보기 무섭게 만들 수준이다.
저런 파괴력을 선보이려면 도대체 무슨 준비를 해야 한단 말인가.
“아저씨. 몸은 좀 어때.”
“사제님 덕분에 괜찮아졌소. 달리는 데 문제는 없군.”
“아직 근육이 많이 놀란 상태야. 그것 때문에 마력도 꽤 흐트러졌고. 너무 무리하면 상처가 다시 도질 테니까 조심하는 게 좋아.”
“……충고 고맙소.”
거기에 어떻게 모시고 온 건지, 무려 상급 사제가 용병단에 껴 있다는 것이 그 무엇보다 부러운 부분이었다.
‘차라리 지금 이런 사태가 터진 게 다행이라고 봐야 하나?’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린 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서둘러 [체크 포인트]까지 대피한다! 그리고 움직일 수 있는 이들을 추려서 흰고래 용병단을 지원해라! 알겠나!”
다른 건 몰라도 도움을 받았으면 이쪽에서도 보답해야 한다.
이동에 있어서 어려움이 많은 마법사를 구출하려면 이쪽도 상당한 피해를 각오해야 할 터.
그렇게 단원들이 화답하려 할 타이밍이었다.
“여기 도착했소만.”
“……!”
그 순간 헤르텍스는 자신이 초인적인 6레벨 유저임을 감사했다.
……그러지 않았으면 단장으로서의 체면도 잊고 소녀처럼 가느다란 비명을 지를 뻔했으니.
소리 없이 나타난 마법사가 어느새 피칠갑을 한 채로 안개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13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