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141)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141화(141/374)
142화 필드 보스 방어전(5)
‘빠르다……!’
나무를 쓰러뜨리며 전투를 지켜보고 있던 에이든은 처한 상황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마야의 움직임에 순수한 감탄을 내뱉었다.
‘나와 대련했을 때는 단 한 번도 본 적 없던 움직임이야.’
그리고 그 어떤 몬스터를 상대할 때도 마야는 저런 식의 움직임을 보여 준 적이 없었다.
저건 마치 한 마리의 짐승과도 같았다.
일대의 모든 공간을 마치 자신의 영역처럼 활보하며, 적의 움직임을 미리 읽고 자리를 선점한다.
몇 번이고 엇박자를 섞어 가며 마야에게 대항하는 군주의 공격은 에이든조차 어찌 막아야 할지 막막했음에도.
마야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
‘내가 저런 적을 상대한다면 어떨까……?’
그건 아마 물속에서 싸우는 감각과 비슷할 것이다.
철저하게 불리한 상황에서 공간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적과 싸우는 게 얼마나 절망적일까.
‘나만 성장했던 게 아니야.’
마야 또한 이 순간 성장의 벽을 깨부수고 올라섰다.
그 감각을 몇 번이고 느꼈던 에이든이기에 알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 마야는 완벽한 무아지경(無我之境)에 빠져 있었다.
* * *
‘벽을 깨부쉈군.’
마야의 전투를 지켜보던 준도 에이든과 비슷한 감상이었다.
하기야. 평소 에이든의 빠른 성장에 가려져 있었지만, 마야의 재능도 어디 가서 부족하단 평가를 받긴 힘들었으니.
‘거기에 트롤 입장에선 상성도 좋지 않았어.’
에이든처럼 올곧은 검술을 펼치는 상대에게 저 군주의 엇박자 패턴은 상당히 까다로운 것이지만…… 마야에게는 아니었다.
그녀는 삶의 대부분을 이 변덕스러운 블랙아웃에서 살아왔고, 그에 맞춰 움직일 줄 알았다.
마지막으로 회복력 하나만 믿고 있는 녀석에게, 마야가 가진 [혼령난무]는 완벽한 카운터에 가까웠으니.
‘한 번에 죽이긴 힘들겠지만, 다리 한쪽을 완전히 불구로 만드는 것은 가능하겠지.’
지금도 마야는 놈의 오른쪽 다리만 주로 노렸고, 다른 곳은 손도 대지 않았다.
쿠루아아아아――!
하나, 군주는 그리 단순한 몬스터가 아니다.
준의 주변에 널부러진 마력 유동체만 벌써 5병 째.
그만큼 어마어마한 마력이 소용돌이치며 공간을 일그러뜨리고 있는 상황이니, 놈의 입장에서 자신의 목숨을 위협할 대상은 다름 아닌 준이라 판단했다.
다만 준에겐 아직 시간을 필요로 했기에, 그의 시선은 한참 나무들을 베어 나가고 있던 에이든에게 향했다.
때마침 에이든 또한 군주의 시선이 준에게 향했음을 깨닫고 마력 유동체에서 마력을 뽑아내고 있었다.
* * *
마야의 움직임에 한참 감탄하고 있던 에이든이지만, 그렇다고 군주의 움직임을 줄곧 놓치고 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마야만큼이나 군주의 움직임을 일일이 체크하며 자신이 상대할 때를 가정했다.
‘아까 마야가 비수를 던졌을 때. 가죽이 생각보다 쉽게 뚫렸어.’
그렇다면 저 변칙적인 공격에 반응할 수 있다면 자신도 놈을 상대로 시간을 끄는 게 가능했다.
[돌진]전신에 마력을 돌리고 허공을 가르며 놈에게 달려든다.
그 속도는 가히 눈으로 쫓기도 힘들 수준이었다.
이미 ‘파괴자의 가죽’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며, 준과 엘레노어의 보조까지 받은 에이든은 마치 한 줄기의 바람이나 마찬가지였다.
동시에 마력을 최대한 일으켰다.
쿠르르……!!
놈이 코앞까지 다가온 에이든에게 고개를 돌렸다.
에이든의 몸에 둘러진 붉은 마력에 반응한 것이다.
후우웅!
가히 집채만 한 손이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린다.
전략을 다해 내려치듯 그 속도도 이전보다 훨씬 더 빨랐다.
콰아아아앙――!!
순식간에 에이든이 딛고 있던 땅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거대한 군주의 주먹이 차지했으나.
[배쉬]쩌어억!
쿠르으……?!
내려친 손에서 느껴지는 화끈한 감각.
주먹이 양쪽으로 갈라지고, 손가락이 썩은 고목처럼 우수수 썰려 나갔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베어진 부위에서부터 불꽃이 치솟았다.
준이 볼카토르닉 마탑에서 구해 에이든에게 넘겨준 ‘살라맨더의 축복’의 효과였다.
본래는 에이든이 가진 황족의 마력을 숨기기 위한 용도였지만, 이렇게 회복력이 대단한 몬스터를 상대로도 성능이 발군이었다.
이어서 갈라진 놈의 손 틈에서 도약한 에이든이 그대로 놈의 팔을 타고 올라가 목을 노렸다.
수백 년은 살아온 거목처럼 두꺼운 놈의 목을 단번에 잘라 내긴 힘들겠으나, 놈이 준에게 향하는 발걸음은 붙잡아둘 수 있을 터.
쿠우우우우――!!
물론 군주도 그것을 가만히 지켜볼 생각은 없었다.
놈은 반대쪽 팔을 움직여 그대로 에이든을 잡아 죽이려 했다.
현재 에이든의 위치에선 방금처럼 검을 제대로 휘두르기 힘들 것이란 계산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하지만 군주는 그 순간, 자신의 신체가 기울어져 쓰러지고 있음을 느꼈다.
그와 함께 오른쪽 다리에서 지독한 통증이 터져 나왔다.
쿠오오오오!!!
그동안 줄곧 대미지를 쌓아 온 마야가 [혼령난무]를 터뜨린 것이다.
군주의 오른쪽 다리가 검게 죽어 갔다.
이것만큼은 다리를 아예 잘라 버리지 않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부상이었다.
쿠르구투다……!!
이대로는 당한다.
그리 직감한 군주는 에이든이 자신의 목에 도달하기 직전.
콰아아아앙-!
거대한 주먹에 기운을 모아 대지를 내리쳤다.
순간 일대가 터져 나가며 주변의 모든 것을 날려 버렸다.
“크앗……!”
“크흣!”
미처 대비하지 못한 에이든과 마야가 폭압에 휩쓸려 나가떨어지고.
균형을 잃고 쓰러진 군주는 과감하게 검게 죽은 자신의 다리를 꽉 움켜쥐었다.
뚜둑……!
섬뜩한 소리와 함께 가죽이 뜯겨지고, 죽은피가 마치 폭포처럼 콸콸 쏟아져 나왔다.
이미 에이든에게 베인 손은 회복을 마친 상황.
저 멀리까지 밀려난 에이든은 그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진정 괴물이로군요.”
트롤의 몸을 잠식한 침식자의 기운이 상처 부위를 감싸며 꾸물거리더니, 눈에 띄는 속도로 다리를 만들어 내고 있던 것이다.
물론 에이든과 마야가 그것을 가만히 지켜볼 리 없었다.
다시금 마력 유동체를 꺼내들어 흡수한 두 사람이 땅을 박차며 놈에게 달려들었다.
군주는 두 사람에게 생명의 위협을 느끼진 않았으나, 아까부터 자신이 애써 모은 기운을 저 둘에게 쓰느라 제대로 힘을 쓰기 힘들었다.
이렇게 된 이상, 어떻게든 저 둘을 멀리 떨어뜨리고 가장 위협이 되는 마법사에게 돌진할 생각이었다.
먼저 마야는 제쳐 두고.
위협이 되는 에이든을 향해 거대한 바위가 날아들었다.
[배쉬]그에 반응해 에이든이 바위를 양단시키고 앞을 봤을 때, 이번엔 뿌리째 뽑힌 나무가 날아왔다.
아직 채 자세를 잡지 못한 에이든이 결국 뒤로 물러섰으나, 다시 한번 거대한 바위가 날아왔다.
퍼어억!
“크흑……!”
공중에 뜬 채로 바위를 양단하려 했으나.
힘이 부족해 바위가 그대로 에이든의 몸을 후려쳤다.
엘레노어의 신성 마법과 마력으로 보호했지만, 그럼에도 충격에 정신이 끊어질 뻔했다.
한편 놈에게 온전히 접근한 마야가 녀석의 어깨를 다고 올라가 왼쪽 머리를 노리고 들어갔다.
아까부터 트윈 헤드 트롤의 육신을 조종하고 있는 저 붉은 액체 덩어리에 [혼령난무]를 처박을 심산인 것이다.
하나, 찰나의 순간 액체에서부터 수십 개의 날카로운 창이 튀어나와 마야의 전신을 노려 왔다.
카가가가각! 푸욱!
“흡…….”
앞서 사용한 [혼령난무]의 부작용으로 마야의 반응이 늦어졌다.
다행히 급소를 노린 공격들은 모조리 막아 낼 수 있었으나, 한쪽 허벅지가 관통되고 말았다.
그때.
[피어스 오브 라이트]놈의 어깨 관절에 신성한 황금빛 창이 틀어박혔다.
쿠어어어어―!
그제야 놈의 시선이 다시금 정중앙으로 향했다.
준과 엘레노어.
군주는 원독에 찬 눈빛으로 황금빛 창을 뽑아내고, 에이든에게 그랬던 것처럼 잡히는 모든 것을 두 사람에게 집어던졌다.
콰광! 과과과광!
준이 미리 준비해 둔 [실드]가 날아드는 바위와 나무 등을 막아 내고, 엘레노어가 ‘비탄의 종말’을 활용하여 [실드]를 유지시켰다.
이윽고.
“됐다.”
침묵하고 있던 준의 입이 열렸다.
동시에 군주와 시선이 맞닿았다.
[다중영창] [볼카닉 토네이도]화염의 폭풍이 생성되고.
‘몽환’이 고대 마법을 일으켜 마력을 중첩시켰다.
쿠루다아아아아!!!
그에 녀석이 발악하듯 마력이 담긴 피어를 터뜨려 마법을 깨부수려 했지만.
고대 마법이 깃든 [볼카닉 토네이도]는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오랜 집중 끝에 완성된 화염의 폭풍은 그 크기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크기였다.
세르게이가 남기고 간 오브와 그간 준의 깨달음이 섞인 결과물이었다.
몬스터의 사체로 만들어진 수많은 핏빛 나무들이 새까맣게 타올랐다.
이 공간을 유지하고 있는 근원이 불살라지자, 군주가 한껏 경계하며 복구된 다리로 땅을 딛고 일어났다.
“아직 끝이 아니지.”
[아이스 브레이크]이어서 까마득한 하늘 위로 얼음이 생성되었다.
중력을 거부하고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얼음 덩어리는 화염의 폭풍이 만들어 내는 상승기류에 저항하듯 냉기를 지상으로 흘려보냈다.
마지막으로.
[라이트닝 콜:변형식-뇌운]거대한 열기와 냉기가 만나며 급속히 생성되는 수증기.
그로 인해 만들어진 검은 먹구름은 하늘을 집어삼켜 일대의 모든 빛을 차단시켰다.
순식간에 찾아온 어둠.
마력에 민감한 에이든은 전율하듯 준의 마법을 바라봤다.
마법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것은 마치…….
인간이 천재지변을 조종하는 것과 같지 않은가.
[심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엘레노어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미친…….”
고작 5서클의 마법사가 대자연을 조종하다니!
오롯이 하늘의 뜻대로 움직이던 자연이, 한 사람의 의지에 호응하여 기적을 세상에 만들어 냈다.
이는 그야말로.
마법이었다.
쿠루와아아아아―――!!!
심상치 않은 현상에 군주가 발악하듯 두 사람이 있는 방향으로 달려들었다.
[블록 오브 라이트]신성한 벽이 허공에 생성되어 놈의 주먹을 막았다.
콰앙! 콰앙! 콰앙!
피가 터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휘두르는 군주의 주먹에 황금빛 벽이 무너져 내릴 때쯤.
“하아아압!”
어느 정도 회복을 마친 에이든과 마야가 놈의 발목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두 참격이 녀석의 아킬레스건을 V자로 잘라 일순 자세를 무너뜨렸으나.
놈이 필사적으로 내지른 주먹이 다시금 두 사람을 떨쳐 냈다.
[아이언 램파트]놈의 앞으로, 이번엔 강철의 성벽이 세워졌다.
몽환에 의해 소환된 거대한 강철 성벽은 연신 이어진 주먹질에 가루가 되어 허물어졌다.
[소환]오랜만에 세상 밖으로 드러난 골렘이 주변의 대지를 흡수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간 준의 마력을 한껏 머금은 골렘의 크기는 군주에게 밀리지 않을 정도였다.
우우우우우우웅――!!!
쿠와아아아아아!!!
두 거인이 맞붙자, 엄청난 충격파가 일대의 까맣게 탄 나무들을 흔들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화염의 폭풍이 거리를 좁혀 오며, 하늘은 더욱 검게 물들고 치지직- 불길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일체의 방어도 없는 두 거인의 난타전.
콰앙! 퍼억! 콰아아앙! 퍼어어억!!
먼저 허물어진 것은 골렘이었다.
마력이 차단된 공간으로 인해 소환 시간이 지극히 짧았던 것이다.
그렇게 지친 몸을 이끌고 준의 앞으로 도달한 군주.
녀석은 이겼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늦었어.”
나지막한 마법사의 선고와 함께 마법은 완성되었다.
[고유마법] [천뢰(天雷)]오로지 준에 의해 만들어진 새로운 마법.
한계까지 집중되어 모인 뇌속성의 기운이 번쩍이고.
먹구름에 의해 검게 물든 세상이, 새하얀 도화지처럼 변했다.
―――――――!!!!
공기가 팽창하여 폭발한 소리가 전해지기도 전에 빛이 지상에 떨어진다.
한 번, 두 번.
거기서 그치지 않고, 몇만 도에 다다르는 초고열의 에너지는 열댓 번에 이르러 군주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준의 손짓에 따라.
――――――――――――!!!!!
최후의 낙뢰가 떨어졌다.
쩌저저저저저저저저정!!
쩌어어어엉―!!!
침묵에 잠긴 세상에 뒤늦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듯 엄청난 천둥 소리가 퍼져 나갔다.
“…….”
그렇게 세상은 다시금 침묵이 내려앉았다.
마치 방금까지 벌어졌던 일은 한순간의 꿈이었다는 것처럼.
일행들은 하늘의 분노가 연신 떨어진 방향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준의 코앞까지 도달한 채, 검게 그을린 군주가 우두커니 검은 연기를 피워 내고 있었다.
쩌적…….
끝내 녀석의 몸에서 일어나는 균열.
마치 그게 신호탄이라도 된 것처럼, 군주의 온몸에 거미줄처럼 퍼져 나간 균열이 무너져 내리고.
속까지 검게 타 버려, 마치 석탄으로 만들어진 조각상이 무너지듯 놈의 육신이 허물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준은 놈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아직 안 죽었군.”
“뭐……?”
바로 옆에 있던 엘레노어가 믿기지 않는 듯 준을 한 번 보곤 숯덩이에 시선을 돌렸다.
준은 엘레노어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검게 탄 살덩이를 짓밟으며 천천히 놈에게 걸어갔다.
한때 놈의 머리였던 무언가에서는, 지금도 기포를 뿜어내고 있는 붉은 액체가 꿈틀꿈틀 바닥을 기어가고 있었다.
마치 조금이라도 살아 보겠다는 발악처럼 느껴졌다.
“포식자. 오랜만에 특등식이다.”
쭈왑!
그런 붉은 액체를 향해 포식자를 가져다 대자, 포식자는 게걸스럽게 남은 액체를 모조리 빨아들였다.
쭈와아아압……!!
이윽고 단 한 방울도 남지 않게 되었을 때, 비로소 결계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14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