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145)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145화(145/374)
146화 대비(4)
흰고래 용병단.
그리고 그 단장인 5서클 마법사 준.
최근 굉장히 뜨거운 여론을 만들어 낸 주인공들로, 워트는 그들이 세운 업적까지 무시할 생각은 없었다.
어쨌거나 워트도 군인으로서 살아가며 제국을 지키겠다 헌신을 맹세했으니.
디멘션 리버스를 1년 안에 두 번이나 막았다는 것은 감히 자신이 깎아내릴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다만 워트가 조셉의 판단에 아쉬워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고작 1년. 저들이 블랙아웃에서 보낸 경력은 겨우 1년에 불과해.’
듣자하니 흰고래 용병단에 모인 이들은 상급 사제를 제외하면 정말 별 볼일 없는 출신이 대부분이었다.
단장인 준은 1년 전 당시 3서클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마탑을 나온 떠돌이 마법사 출신이었으며.
에이든은 듣도 보도 못한 평민(?) 출신, 마지막으로 왜소한 체구를 가진 마야는 듣자 하니 아우터 출신의 제국인이라 하지 않았는가.
‘우리에게도 약간의 행운이 따른다면…….’
충분히 흰고래 용병단을 능가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워트는 흰고래 용병단 아래서 떨어지는 콩고물을 받아먹기보단, 조셉이 주체적으로 다른 귀족들과 계약을 하는 게 효율적이지 않을까 싶었다.
이는 워트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조셉에 대한 충성심과 믿음이 있었기에 한 생각이었다.
그러나.
‘뭔…….’
2계층의 던전에 들어가고서부터 워트의 생각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 * *
현재 그들이 들어와 있는 던전은 필드형 던전.
던전의 진행이 중간쯤 이어졌을 때부터였다.
그때까지 워트를 포함, 용병대원들은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실력만 보자면 3레벨에서도 충분히 먹힐 수준인 그들은 대단한 단합심을 보여 주었고, 어떤 몬스터들이 기습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똘똘 뭉쳐 몬스터를 처치해 갔다.
거기에 최근 헤르메테스 교단에 가입한 에나멜이 [순례자의 여명]까지 돌리니, 길 잃을 걱정 없이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4시 방향! 리자드 워커가 온다!”
“저 망할 도롱뇽들!”
“아직 10시 방향에 정리가 덜 끝났어!”
“아니, 미친! 2계층 던전 아니었냐고! 왜 정보랑 다르게 이렇게 몰려오는 건데?!”
어느 순간부터 그들이 알고 있던 정보와 달리 주기적으로 찾아와야 할 몬스터들이 한 번에 휘몰아쳐 오는 게 아닌가.
물론 브레이크 용병대 또한 군인으로서의 경험이 있어 크게 당황하진 않았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에 필요 이상으로 힘을 쓰면서 빠르게 지쳐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까지 최대한 관망하고 있던 에이든이 검에 손을 올렸다.
“그러게 내가 말해찌. 입을 꿰매야 한다고.”
마야의 말에 에이든이 평소처럼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무리 그래도 모르는 사람의 입을 어떻게 꿰매…….”
“임무가 쉽다는 저주받는 말을 하는 사람은 그래도 대.”
지난 1년간의 경험 덕분에, 에이든과 마야 두 사람은 이번 던전에서도 무언가 이변이 일어났음을 진작 깨닫고 있었다.
‘그런데 차라리 잘된 건지도 몰라. 안 그래도 새로 얻은 스킬을 시험해 봤어야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에이든은 자신이 준이 가진 사상에 물들어 가고 있음을 모른 채, 마력을 끌어올렸다.
* * *
“어우, 왜 이렇게 서늘해. 아직 봄이라 그런가.”
블랙아웃은 딱히 계절에 영향을 받는 곳은 아니었으나, 엘레노어는 괜히 열린 창문을 닫으며 투덜거렸다.
“아니면 기운이 허해진 건가…….”
마법 이론 공부에 몸을 비틀다 꾀병의 단계까지 다다른 엘레노어가 피곤하다는 듯 눈두덩이를 주물렀다.
검은 안대를 쓰고 있는 그녀의 특성상, 글을 읽는 것도 피곤한 일이었으니.
스킬 [심안] 덕분에 불편하진 않았으나 이것도 마력을 소모하는 행위였다.
“세상 어떤 미친 사람이 공부하겠다고 저걸 흡수하겠냐고…….”
대학원생 곁에 커피가 항상 딸려 있듯, 엘레노어의 곁에는 마력 유동체의 실린더가 널브러져 있었다.
해서 관련된 부분으로 준에게 하소연을 했더니,
-[심안] 스킬의 숙련도를 이런 식으로도 쌓을 수 있겠군?
……라고, 사람 복장 터지는 소리나 하고 지나갔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렇게 고생하는 것에 비례해 실력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인정하긴 싫지만, 그 녀석의 교육 방식이 꽤나 뛰어난 덕분인가.”
검은 숲에 머무르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보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중 일주일 동안 준은 무슨 일인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더니, 며칠 전부터 자신을 가르치겠다며 찾아오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실제로 엘레노어는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었다.
“그런데 왜 기쁘지가 않을까…….”
마법 이론에 실수를 저지르면 준은 그 자리에서 실제로 그 마법을 일으키면서, 왜 실패했고 어디서 실수를 저질렀는지 조목조목 따져 가며 엘레노어를 가르쳤다.
당연히 엘레노어는 “마법을 이렇게 실수하면 저런 참변이 일어나는구나!”라는 것을 실시간으로 배워야 했고…… 이젠 마법패턴을 보는 데 있어 강박증이 생길 지경에 이르렀다.
그도 그럴 것이, 상급 사제가 신성 마법을 일으키던 중 실수해서 본인이 다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연출되는 수가 있었으니!
“후우-.”
다시 한번 그때를 떠올리며 엘레노어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덕분에 생각보다 할당량을 빨리 끝낼 수 있겠어.”
이번 휴식기 동안 배울 만하다고 생각한 마법서들을 어느 정도 정독을 끝마친 상황이었다.
이제 슬슬 이 지식들을 활용해 자신만의 신성 마법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몰랐다.
“나, 꽤 재능이 있을지도? 후훗!”
준을 원망하다가 자아도취를 하기 시작한 엘레노어의 환상이 깨진 것은 그날, 늦은 저녁 시간이었다.
“아, 엘레노어. 이것들도 같이 배워 봐.”
“뭐?”
“이번에 부여 마법과 관련해서 배우고 있는데, 기존 마법에 대한 가치관을 완전히 깨부숴 주더라고. 관련된 이론을 가볍게 정리한 논문이야.”
“……야. 나 그 가치관이라는 녀석이 형성된 게 일주일이 채 안 됐거든?”
“그러니까 빨리 배워야지. 그 가치관이 고정 관념으로 변하기 전에 미리 깨부숴야 해. 아직 말랑말랑하잖아.”
깨부숴야 할 건 내 가치관이 아니라 네 머리통인 것 같은데.
아차.
말 대신 행동이 먼저 나가고 말았다.
* * *
한참 엘레노어가 준에게 시달리고 있을 무렵.
에이든과 마야는 한 차례 전투를 끝마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번 전투에서 부족한 점이 뭐가 있던 것 같아?”
에이든의 물음에 한참 고기를 뜯어먹고 있던 마야가 방해를 받았다는 듯 한 차례 쏘아보았다.
꿀꺽-
무슨 소도 아니고 매번 전투가 끝날 때마다 이전 전투를 되새김질한단 말인가.
물론 마야도 그게 싫은 것은 아니지만, 식사 중엔 가능한 한 피하고 싶었다.
‘내가 참고 말지.’
부족어로 그리 받아들인 마야가 입을 열었다.
“스킬 숙련도 이슈.”
“아아……. 그렇긴 하지. [야수의 포효]가 생각보다 마력을 많이 빨아들이더라고. 위력이 좀 강하긴 했어.”
“‘좀’?”
좀이라고 표현하기엔 좀 그렇지 않나.
마야는 한쪽에서 마찬가지로 식사를 하고 있는 브레이크 용병대를 바라봤다.
총원 다섯 명으로 이루어진 그들은 아까부터 에이든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이번에 에이든이 새롭게 배운 [야수의 포효]는 주변의 몬스터들에게 위압감을 보이고, 시선이 집중되도록 만드는 기술이었다.
위압감을 느낀 몬스터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판단, 우선적으로 사용자를 노리게 만드는 원리인 것이다.
문제는 이게 몬스터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점이었고…….
에이든의 마력은 일반인들이 감당하기엔 조금, 강한 면이 있었다.
“하하……. 역시, 사람이 좀 없을 때 써 봐야 했나?”
에이든의 물음에 마야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 말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그냥 대답하기가 귀찮았던 것이다.
“그래도 다행이네. 그렇게 큰 문제가 터진 것 같진 않아.”
“아마 이레귤러게찌.”
마야의 말처럼 이번 던전에서 일어난 이변은 높은 확률로 이레귤러의 등장일 터.
한편, 그런 둘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브레이크 용병대의 워트는 질린 듯 눈을 감았다.
“그만큼 몬스터를 썰어 버리고 저렇게 밥이 넘어가나?”
만약 다른 상황이었다면 워트의 혼잣말에 동료들이 그를 비웃었을 것이다.
제국군 출신인 만큼 그들이 받았던 훈련은 굉장히 가혹한 것들이었고, 어지간한 시련 속에서도 낯빛 하나 바뀌지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오늘, 그들은 몬스터 사체로 이루어진 산을 보았다.
붉은 화염이 넘실거리듯 마력을 터뜨리는 에이든도 그랬지만, 마야라는 여인은 몬스터를 쉽게 죽이는 법이 없었다.
차라리 몬스터가 빨리 죽으면 입자화되어 사라질 텐데, 두 사람은 나름 용병단에 합류하게 된 대원들에게 시범을 보인답시고 적은 인원으로 다수의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법을 보여 주었다.
그러다보니 몬스터의 사지가 잘려 나가고 비명이 울려 퍼지고 피가 사방을 적시는 광경은…….
“우욱.”
그 광경을 떠올린 에나멜이 겨우 삼킨 식사를 도로 내뱉을 뻔했다.
“이런 상황에도 저렇게 여유가 만만하다는 건…… 솔직히 놀랍군.”
“명성이 괜히 있던 게 아니었나 봐.”
“듣기로 이런 기현상이 일어날 확률이 무척 적다고 들었는데.”
“우리가 신고식을 제대로 하는 거겠지.”
슬슬 던전도 끝이 보이고 있었고, 그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이번 불운은 여기까지일 것이라고.
하지만 아직 남은 두 개의 의뢰가 과연 그들의 뜻대로 흘러갈지는, 오로지 행운의 여신만이 알고 있으리라.
* * *
어느덧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슬슬 동료들이 다시금 모이기 시작해야 할 타이밍.
아직 에이든과 마야가 돌아오진 않았으나, 준은 걱정하지 않았다.
조셉으로부터 편지가 도착한 것이다.
-부하들이 살려 달라고 하는데, 혹시 아는 게 있나? 몬스터들이 너무 잔인하게 죽는다는군. 희한한 일이야. 나와 훈련할 때도 죽는소릴 잘 하지 않는 녀석들인데. 아무래도 자네가 검은 숲에 지을 교육원이 완성된다면 녀석들을 그곳으로 보내 봐야겠어. 정신 교육을 다시 시켜야겠더군.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으니, 머지않아 도착하게 될 것이다.
그러는 한편, 오늘도 어김없이 엘레노어의 교육을 마친 준은 샤일록과 머샤르의 공방에 찾아갔다.
“오늘은 위쪽에서 부름이 있어서 그쪽에 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준의 말에 오늘도 공방에서 무언가 열심히 만들고 있던 샤일록이 대답했다.
“아아, 안 그래도 말하려 했다. 오늘부턴 더 나오지 않아도 돼.”
“그렇습니까?”
“그래. 어차피 네놈도 여기서 뜯어 갈 건 다 뜯어 갔잖느냐.”
“아직 부족함이 있다고 생각됩니다만.”
첫날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매일 새로운 이론과 그것들을 적용시킬 방법들이 하나씩 떠오르고 있는 중이다.
마법사로서 이런 기회를 놓치기란 아쉽지 않겠는가.
그러나 샤일록은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멍청한 녀석아. 음식도 먹다 보면 배가 부른 법이다. 그걸 소화시킬 시간도 없이 처먹으면 탈이 나겠느냐, 안 나겠느냐?”
“……나겠죠?”
“그런 것처럼, 네놈도 이미 충분히 많은 이론들을 습득했다. 그걸 채 정리하기도 전에 계속 새로운 것들을 쌓으면 기껏 쌓아 둔 것들마저 이도 저도 아닌 똥덩어리가 될 게다. 어차피 네놈 정도의 실력이면 오늘 깨우칠 깨달음 따위, 나중에도 얻을 수 있을 테지. 지금은 먼저 가지고 있는 것들부터 정리해라.”
“음…… 알겠습니다.”
비록 마력을 잃어버렸다 해도, 샤일록은 ‘대마법사’다.
그런 사람의 조언을 무시할 정도로 준은 오만하지 않았다.
그렇게 거의 한 달 만에 클로이의 집무실로 찾아가자, 이젠 제법 정리되기 시작한 서류더미의 산이 보였다.
“여, 요즘은 좀 신수가 훤해 보이네.”
“죽을래?”
아직 다크서클이 채 정리되지 않은 클로이가 대답했다.
최근 그녀는 자신의 일을 해 줄 인원을 추가적으로 구하면서 조금씩 숨통이 트이고 있었다.
“자, 가져가.”
“저번에 말했던 거야?”
“어.”
한 달 전.
블랙아웃에 적응이 필요한 차일스를 통해 물품을 구해 달라고 했던 의뢰.
생각보다 차일스의 실력이 괜찮았던 건지, 생각보다 발리 준이 원한 물건을 가지고 왔다.
“찰스 쪽은 뭐 하고 있는데?”
받은 물건의 포장을 뜯으며 준이 묻자, 클로이는 여전히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아직 남은 교육이 있어서. 그쪽을 처리하고 있어. 이건 좀 걸릴 거야. 인맥을 쌓는 과정이니까.”
“아, 그렇군.”
“그런데 그건 무슨 물건이야?”
잠깐 쉬려는 건지 드디어 서류에서 눈을 뗀 클로이가 준의 손에 들린 돌멩이를 바라봤다.
“미래의 통신장비야.”
“……?”
준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흡사 나무뿌리와 같은 문양의 돌멩이를 바라봤다.
일명 [세계수의 뿌리]라고 불리는 2티어 아티팩트가 손에 들어온 것이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14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