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148)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148화(148/374)
149화 모래바람 언덕(3)
조용히 이동하던 준은 자신의 소매를 붙잡은 마야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딘가 살짝 민감한 표정을 짓고 있는 마야의 태도에 준이 물었다.
“무슨 일이야?”
“리더. 이 근처에 뭔가 있는 것 같슴다.”
“뭔가 있다니?”
“잘 모르겠슴다. 노인네들이 이유까진 말해 주지 않고 있슴다.”
“아?”
마야의 말에 준은 순간 경계심이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보통 마야의 선조가 저런 식으로 마야를 움직이게 하려 할 때는 주로 침식자…… 그러니까 창천교와 관련된 무언가가 주변에 있다는 의미였으니.
‘어째 쉽게 넘어가나 했다.’
또다시 어떤 고난이 찾아올까 경계하며 준도 재차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느 방향인데?”
“저쪽임다.”
마침 마야가 가리킨 방향은 그들이 목적지와 그리 다르지 않은 방향이었다.
“괜히 뒤통수 간지럽게 무시하는 것보단 직접 가서 확인해보는 게 낫겠지.”
변수를 싫어하는 준의 결정에, 일행들이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곳에서 찾은 것은…… 모래 속에 파묻혀 있는 사람이었다.
“뭐야. 모험가인가?”
워낙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필드인 만큼 준은 나름 놀라워했다.
드넓은 5계층 필드에서 이런 식으로 실종된 사람을 만나게 될 줄이야.
다만 준은 아직 경계를 풀지 않고 마야에게 물었다.
“저 사람, 맞아?”
“맞슴다. 노인네들도 위험하다곤 하지 않슴다.”
“그럼 저 사람이 직접적으로 위협이 된다기보단 무언가 연관이 있다는 건가.”
일단 살아 있는 사람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준은 마법을 펼쳐 파묻혀 있는 사람을 꺼냈다.
그리고.
“푸하악……!!”
모래를 걷어 주자 참았던 숨을 내쉬듯 남자는 거칠게 하악거렸다.
“으을……. 으으을…….”
“물을 달라는 건가. 엘레노어. 이 사람 좀 봐주겠어?”
“이야. 운도 좋다. 우리한테 발견되다니 말이야.”
보고 있던 엘레노어는 당연하다는 듯 상대의 전신을 살펴봤다.
“이봐. 이름이 뭐야?”
“머흐허스…….”
“이름을 말할 정도의 정신은 있는 것 같아. 대장, 물에 적신 수건 좀 줄래? 그리고 에이든. 너는 부목 좀 꺼내 줘.”
“알겠습니다!”
금방 상대의 문제를 파악한 엘레노어가 치료를 준비하고.
대략 반나절이 지나자 남자는 정신을 차렸다.
“정말, 정말 감사하오…….”
남자, 멘트러스는 살아남았다는 기쁨에 눈물을 흘렸다.
* * *
상급 사제의 정성과 준의 회복 포션 덕분에 멘트러스는 하루도 지나지 않아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었다.
“희, 흰고래 용병대? 아니, 이젠 용병단인가?”
그리고 멘트러스는 놀라움을 표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름도 아니고 죽을 위기에서 떠올렸던 흰고래 용병단이 자신을 구해 줬다니!
‘이 또한 헤르메테스 님의 보살핌이구나!’
만약 이번 임무에서 살아 돌아간다면 기부금을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한 멘트러스는 가볍게 자신에 대해 소개했다.
“정말 반갑소. 그리고 이렇게 지극정성으로 돌봐주어 감사하오. 이에 대한 사례는 내 반드시 하겠소. 나는 알타스 모험단 산하의 멘트러스 모험대를 이끌고 있는 대장, 멘트러스라고 하오.”
“알타스 모험단? 같은 5계층에서 죽음의 신과 관련된 흔적을 찾았다는 곳 아닙니까?”
“바로 맞췄소. 나는 론 카일러 단장의 의뢰에 맞춰 이곳에서 어떤 물건을 찾기로 했는데…… 어젯밤, 문제가 일어나고 말았지.”
비록 멘트러스가 허무하게 죽을 뻔하긴 했지만, 의외로 상위 계층에서 이런 사태는 심심찮게 일어나기도 했다.
아무리 필드에 대해 숙지를 한다고 한들, 해당 몬스터들이 어떤 상호작용을 일으킬지 모두 꿰차기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으니.
“먼지모래 토끼가 그런 식으로도 움직이는군요…….”
곁에서 듣고 있던 에이든도 어느새 멘트러스의 이야기에 한가득 몰입한 상태로 들었다.
언젠가 자신들에게도 저런 위험이 찾아올지 누가 안단 말인가.
‘……아닌가?’
생각해 보니 준과 함께 다니며 예상치 못한 사고에 휘말린 적은 있어도, 이런 식으로 필드 자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비하지 못한 적은 없던 것 같았다.
“아무튼, 다시 한번 감사드리오.”
“음…….”
그러나 이야기를 줄곧 듣고 있던 준은 어느새 표정이 진중해졌다.
‘이번으로 두 번째다.’
어느새 마야는 멘트러스에게 관심을 끊은 듯 보였지만, 최근 마야가 이번처럼 자발적으로 움직인 것은 두 번째였다.
하나는 인트라스 산맥에서 열린 연회에서 만났던 알타스 모험단 론 카일러와의 만남 당시였고.
두 번째가 바로 오늘이었다.
그리고 그 두 번 모두 알타스 모험단과 관련된 일들이었고…….
‘그럼 알타스 모험단이 침식자 혹은 창천교와 연관이 있다는 건가.’
두 집단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다기보단, 아마 그들이 하고 있는 일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됐다.
다만 준이 게임 내 모든 스토리를 꿰뚫고 있는 게 아닌만큼 당장 떠오르진 않았는데…….
혹시 몰라 준이 물었다.
“그러고 보니 데이다스의 대신전을 발견했다고 들었는데, 관련해서는 다 끝났나?”
준의 물음에 멘트러스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예 비밀도 아니었고, 업계에 어느 정도 퍼진 이야기였으니.
“데이다스 대신전은 어느 정도 해결이 끝난 상태요. 다만 그곳에서 새로운 지역에 대한 단서를 발견해서 6계층으로 올라가셨지.”
그 과정에서 필요한 물건이 있어 그 의뢰를 멘트라스 모험대가 받은 것이다.
“혹시, 그게 ‘세계수의 묘목’인가?”
“……?!”
화들짝 놀란 멘트러스가 마시던 물을 주르륵- 뱉었다.
“어어, 어, 어떻게 아셨소?”
“사실 우리가 이렇게 찾아온 것도 ‘세계수의 잎’을 구하기 위함이다. 가는 방향도 일치하고, 사람도 보기 드문 이 필드에서 만났으니…….”
“아아…… 그래서였군. 그나저나 놀랍소. 설마하니 그 정보까지 입수하고 있을 줄은.”
멘트러스는 세간에 알려진 흰고래 용병단의 정보력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하실 생각이지?”
준의 물음에 현실로 돌아온 멘트러스의 얼굴에 절망이 차올랐다.
“후우……. 어려운 일이오.”
자신과 이곳까지 함께 온 동료들의 생사조차 당장 확인이 되지 않은 상황.
어쩌면 자신처럼 모래폭풍에 휘말려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고, 설령 자신이 없더라도 이슈스 학회와 트레져헌터들이 내분을 일으켰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 섣불리 움직이기보단 차라리 모험가 길드에 의뢰해 수색 작업을 하는 것도…….
‘잠깐. 내 눈앞에는 흰고래 용병단이 있다.’
비록 멘트러스가 블랙아웃 경력상 선배이긴 하지만, 본래 블랙아웃은 실력으로 말하는 곳이지 않나.
5년 이상 5계층에서 전전하고 있는 자신과 달리, 흰고래 용병단은 무려 1년만에 5계층에 도달한 이들이다.
그러면 이들의 도움을 받아도 충분하지 않을까?
‘다만 이들이 받아들일까가 문제인데…….’
하필 노리고 있는 목표물이 같다는 점이 문제였다.
비록 흰고래 용병단이 목표로 두고 있는 것은 세계수의 묘목이 아니라 잎이었지만.
‘그래도 누가 세계수의 묘목을 양보하고 잎만 가져간단 말인가.’
괜히 여기서 그들에게 도움을 받는다 하더라도, 흰고래 용병단이 그에게 묘목을 양보할 것 같진 않았다.
“이런 말은 염치 없다는 것 잘 알고 있지만 혹시…….”
“묘목을 얻는 데 도움을 달라는 건가? 뭐, 의뢰라면야 상관없지. 어차피 가는 길도 같으니.”
“……?!”
너무도 선선한 수락에 멘트러스의 눈은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듯 커졌다.
* * *
물론 준이 성격 좋은 사람이라 이런 제안을 한 것은 아니다.
‘세계수의 묘목은 딱히 쓸 곳도 없고…….’
당장 준이 챙길 방법도 없었다.
세계수의 묘목은 뿌리를 뽑는 순간 빠른 속도로 죽어 가는데, 그걸 유지시키려면 엄청난 수준의 아티팩트를 필요로 한다.
판매한다면 못할 것도 없지만, 해당 아티팩트를 구하는 것부터가 일이거니와…….
‘판매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생각하면 수지타산이 안 맞지.’
무엇보다 그런 걸 판다고 들고 다니는 것부터가 위험 부담이었다.
‘그럴 바엔 차라리 7계층에서 활동하는 알타스 모험단과 인맥을 쌓아 두는 게 나을지도.’
거기까지 판단한 준은 마야를 바라봤다.
자세한 것은 몰랐으나, 아마 마야과 알타스 모험단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내가 알기로 게임 내에서 알타스 모험단은 들어 본 적이 없다.’
말인즉슨, 게임 속 시점에서 알타스 모험단은 그 명을 다한다는 의미에 가까웠다.
무려 7계층에서 활동하는 유명한 모험단이 흔적조차 찾을 수 없게 사라진다는 것.
‘창천교에서 정보를 통제했거나, 혹은 역모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딱 거기까지 생각한 준은 이번 일을 통해 알타스 모험단과 보다 깊은 인맥을 쌓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게임 내에서 내가 모르는 마야의 스토리가 있을 가능성이 높겠어.’
때문에, 준은 호의를 가장하며 멘트러스에게 제안했다.
“그러면…… 의뢰주님? 정확한 비율을 이 자리에서 정하시겠습니까?”
물론, 정산 비율까지 양보해 줄 생각은 없었다.
* * *
5계층 모래바람 언덕은 아무래도 필드 특성상 앞으로 나아가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준과 동료들은 몇 번이고 전투를 펼쳤는데, 멘트러스는 여러모로 충격을 받았다.
당장 평단원인 에이든과 마야만 하더라도 자신이 상대하면 이길 수 있을까 확신할 수 없을 정도의 전위들이었고.
상급 사제인 엘레노어는 말할 것도 없었으며, 마지막으로 용병단장인 준의 경우엔 멘트러스로 하여금 세상의 불합리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필드를 돌아다닌다는 게 이토록 편안한 것이었나?’
확실히 마법사가 있는 파티는 달라도 무언가 달랐다.
일단 야영 준비만 하더라도 남들은 몇 시간에 걸쳐 해야 하는 것을 홀로 10분 안에 뚝딱 헤치우고.
무엇보다 이렇게 몬스터들이 은폐를 하고 있는 필드에서 기습에 대한 방지가 철저히 되어 있다는 점에서 놀랐다.
물론 멘트러스도 관련 아티팩트 정도야 가지고 있다지만…….
해당 아티팩트의 경우에는 마력이 채워지는 속도도 느렸거니와 준의 탐지 마법만큼 범위가 넓지도 않았다.
마지막으로 소형 몬스터들을 상대로 마법사라는 존재는 이보다 더 매력적일 수가 없었다.
‘그런데 과거 우리가 용병으로 데리고 온 마법사는 저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비록 중급 마법사라 화력은 확실했지만 저토록 마력을 물 쓰는 쓰지는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거기에 보통 마법사들은 고서클로 가면 갈수록 한 가지 원소만 사용하기 마련인데…….
‘마법사들마다 차이가 있나?’
아직 5계층에선 실력 좋은 마법사가 드물었던 만큼 마법사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던 멘트러스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필드에 들어온 지 3주 차가 될 무렵.
“대, 대장?!”
“살아 계셨습니까?!”
모래폭풍 속에서 잃어버렸던 동료들이 거지꼴을 하고서 그를 반겼다.
멘트러스는 동료들의 생존 소식에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론 동료들이 살짝 부끄럽기도 했다.
[클린] 마법으로 매번 청결을 유지하고 있는 흰고래 용병단과 너무 비교가 됐었으니.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15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