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15)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15화(15/374)
15화 공략전
공략전.
게임 <블랙아웃>에 존재하는 대형 레이드 컨텐츠 중 하나로, 필드 보스 이벤트의 상위 격 컨텐츠였다.
보통 필드 보스 이벤트가 끝나면 진행되는 이벤트로, 최근 고블린 로드가 등장했을 당시에도 여러 모험가들이 요새의 문을 두드리지 않았던가.
‘공략전을 맡게 된 게 ‘청운’이라고 했었지? 그런데 여긴 최소한 2레벨은 돼야 참가 할 수 있을 텐데.’
설마하니 그걸 벌써부터 접하게 될 줄은 준도 모르고 있었다.
‘지휘관의 추천서라.’
게임 내에서는 이런 이벤트가 없었던 만큼, 준은 지금의 상황이 이례적임을 인지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여러 가지 이해득실이 스쳐 지나갔으나, 지금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지노반의 배려 덕분이었다.
“이걸 어떻게 쓸지는 자네가 선택하게. 팔아도 되고, 직접 사용해도 괜찮네.”
그러니 일단 챙겨 가라는 그의 순수한 호의에 준은 짧게 감동을 느끼며 받아들였다.
“이렇게 챙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 * *
“공략전?!”
다시금 돌아온 클로이의 사무실.
“너, 아직 1레벨이잖아? 2레벨도 안 된 사람한테 추천장을 넘겨줘?”
보통 각 계층의 공략전은 해당 계층의 레벨에 한 단계 높은 이들을 위주로 편성한다.
가령, 1레벨 공략전의 경우에는 2레벨 유저들이 자리를 차지한다.
더 나아가 공략전의 핵심인 공대장의 팀은 최소 3레벨은 되어야 했다.
당연히 1레벨 유저에게 돌아갈 자리 따윈 없는 게 정상 아니겠는가.
클로이의 저런 반응이 마냥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저, 그런데 선배. 공략전이 정확히 어떤 겁니까?”
한편,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에이든의 질문에 클로이가 경악한 표정으로 물었다.
“블랙아웃에 내려온 사람이 그런 것도 몰라요?”
“아…… 하하.”
“왜 우리 애 기를 죽이고 그래. 모를 수도 있지.”
애초에 황실에서 살다 온 온실 속 화초가 알면 얼마나 알겠나.
준은 자연스럽게 공략전에 대해 설명했다.
“짧게 말하자면, 대규모 던전 레이드야.”
“던전 레이드, 말입니까?”
최소 5개 이상의 던전이 뭉쳐 있으며, 레이드 몬스터를 토벌하는 것을 주 목적으로 둔다.
당연히 어지간한 실력이 아니고서야 참여할 수 없었고, 준도 2계층 필드로 올라간 후에나 노려 볼 계획이었다.
‘그런데 설마하니 지휘관에게 그런 권한이 있었을 줄이야.’
만약 참여할 수만 있다면 여러모로 초반이 편해지는 것은 분명했다.
‘특히 1레벨, 그것도 검은 숲 공략전이면 전사들한테 큰 도움이 될 테지.’
그곳에 있는 다양한 히든피스들을 떠올리며 준이 에이든을 바라볼 때, 클로이가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내비췄다.
“그래도…… 너무 위험하지 않겠어?”
클로이가 저런 반응을 보일 만큼, 공략전은 만만한 컨텐츠가 아니었다.
아주 넓긴 하지만, 공략전은 어찌됐든 대형 던전을 대상으로 한다.
그리고 던전은 기본적으로 조건을 달성하지 못하면 외부로 나오지 못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고.
당연하게도, 실패는 죽음이었다.
“에이든. 네 생각은 어때?”
“음…… 저희 실력에 못 미치는 게 아니라면, 솔직히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이런 쪽에 나름의 낭만을 가지고 있는 에이든은 눈을 빛냈다.
“뭐, 사실 우리가 거기서 민폐를 끼칠 정도는 아냐.”
일단 에이든은 2레벨 유저의 필수 조건인 마력 사용자다.
당연히 평균 이상은 될 것이고, 준도 3서클 마스터에 다다른 만큼 충분히 활약할 수 있었다.
“하아…… 그래. 뭐, 이번 건은 너희가 직접 물어 온 거니까. 내가 왈가왈부할 이유는 없지. 그래도 조심해. 공략전은 필드 토벌이랑 다르게 불리하다고 물러설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걱정해 줘서 고맙다.”
“……그냥, 네가 쓸모 있어서 그런 것뿐이야.”
그렇게 말하며 클로이는 필요한 게 있으면 돈과 함께 부르라며 둘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 * *
밖으로 나오고, 요새의 거리를 거닐며 준이 말했다.
“뭐, 저 녀석이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건 당연해. 들었던 것처럼, 공략전은 실패하면 그대로 끝이니까.”
“외부와 차단됐기 때문입니까?”
“맞아. 클리어 조건을 달성하거나, 전멸하거나. 던전의 출입구가 열리는 건 두 가지 경우뿐이니까.”
“으음…….”
“그렇다고 너무 걱정할 건 없어. 차근차근 준비하면 못할 것도 아니고.”
그 뒤로 준은 경매장에 올린 스킬북을 판매하고, 에이든의 장비를 보강, 동시에 필요한 마법서를 구매했다.
그러면서 낮에는 클로이가 모아 온 정보를 토대로 향후 계획을 짜고, 에이든과 함께 검은 숲에 들어가 합을 맞추며 팀 워크를 키워 나갔다.
또 밤에는 새롭게 구한 마법서를 통해 마법에 대한 연구도 진행했다.
“후우……. 쉽지 않네.”
특히 이전에 아쉬웠던 [라이트닝 윕]의 위력을 보강하는 한편, 고블린 로드와의 전투에서 겪었던 현상에 대해 연구했다.
그나마 전자는 진전이 있는 편이었으나, 아쉽게도 후자의 경우 제대로 된 정보가 없던 만큼 온갖 추측이 난무 할 뿐이었다.
‘결국 비슷한 현상을 또 겪어 보기 전까진 답이 없는 건가.’
생각해도 답이 없는 문제를 길게 붙잡아 봐야 답답하기만 할 뿐이다.
결국 준은 이에 대한 해답을 뒤로 미뤄 두고, 지금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망할 놈의 수능이랑 대학원 진학 이후로 이렇게까지 머리를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나마 이 몸이 가지고 있던 기본적인 마법에 대한 지식과 더불어, 스킬 [기초마법재능] 덕분에 3서클까지의 마법서는 이해가 어렵지 않았다.
다만 4서클부터는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어려운 개념들이 난무했기에, 준도 아직 거기까진 엄두를 내지 못했다. 마법서의 가격도 마찬가지.
거기에 4서클 이후부터는 학파 또한 명확히 결정해야 했다.
속성 학파 혹은 부여, 그것도 아니면 소환 등.
지금처럼 닥치는 대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
“나중에 스킬 강화권을 얻어서 [기초마법재능]부터 강화하던가 해야지 원.”
물론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다시피, 구하기 어려운 아이템이기에 현재로서는 요원한 일이었다.
‘그래도 최대한 빨리 당기는 게 맞아. 4서클부터는 중급 마법사로 취급해 주니까.’
하급 마법사와 중급 마법사가 가지는 위상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이번처럼 명성을 얻는 것도 좋지만, 그것도 결국 실력이 받쳐 줘야 하는 일이었으니.
“결국 지금처럼 차근차근 성장하는 수밖에 없겠지.”
잠시 머리를 식히던 준이 다시금 마법서에 코를 파묻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라이트] 마법으로 밝혀진 그의 방 틈새로 빛이 사라질 때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였다.* * *
시간은 마치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빠르게 흘러갔다.
보름이라는 시간이 흐른 이후.
“포레스트 가디언 공략전에 참가하는 이들은 이쪽으로 오시오!”
어느덧 공략전의 날이 밝았다.
“각 그룹의 대표자들은 모두 총본부로 모여 주시오!”
한 안내인의 외침에, 공략전에 참가한 그룹의 대표들이 모여들었다.
거대한 막사 내부에는 총 스무 명의 인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모험가들도 있었고, 준처럼 용병대를 이끄는 용병대장들도 눈에 들어왔다.
‘확실히 2레벨 유저들이라 그런가. 장비들이 꽤 뛰어나.’
짧게나마 이곳에 모인 이들의 장비를 쭉 훑어 보던 준은, 문득 자신에게도 사방에서 시선이 쏟아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뭔 거적떼기를 입고 왔군.”
“마법사인가?”
“그리 대단한 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데.”
“아하. 이번 요새 지휘관의 추천서가 들어왔다더니. 그 사람인가?”
“듣기로는 고블린 로드를 토벌하는데 꽤 공을 쌓았다던데…….”
“그런 것치곤 장비가 썩 대단하지도 않아. 마탑 출신은 아닌 모양이야.”
준이 장비를 통해 남들을 평가하듯, 그들 또한 준을 보며 평가를 내렸다.
사실 그들의 말처럼, 준은 변변찮은 장비도 구해 두지 않았다.
있다면 바람을 잘 막아 주는 로브 정도일까.
마법사가 쓸 만한 장비는 기본적으로 아티팩트였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뭐, 사실 낙하산 취급받아도 할 말이 없긴 하지.’
거기에 그는 이 자리에서 유일한 1레벨 유저이지 않은가.
때문에 준은 자신을 바라보는 여러 시선들에 딱히 이렇다 할 반응을 하지 않았다.
‘실력으로 보여 주기 전에 아무리 설명해 봐야 들어먹을 양반들도 아니고.’
이보다 더한 무시도 겪어 봤기에, 준은 더더욱 뻔뻔하게 고개를 치켜들고 앞을 바라봤다.
그러자 머지않아 한 인물이 막사 안으로 들어왔다.
이번 공략전을 담당한 공대장이었다.
“모두들 반갑소. 나는 이번 공략전을 책임지게 된 벤자민 브리스턴이오. 3레벨에서 작게나마 ‘청운’이라는 이름의 모험단을 운영하고 있소.”
확실히 공략전을 책임지는 그룹답게 전원이 3레벨로 이루어진 모험단이었다.
작다는 말과 다르게 제법 이름이 있는 것일까.
몇몇 용병들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청운이라. 듣기로는 야수의 사원에서 제법 활약하고 있다 들었는데.”
“꽤 넓은 지역을 자신들의 영토로 쓰고 있다지.”
“그런데 최근엔 재정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는 풍문이 있던데…….”
“세상에서 제일 쓸모없는 걱정이 부자들 걱정일세. 귀족들에게 지원도 받는 마당에 무슨?”
“하긴, 그것도 그렇군.”
각 그룹에서 모인 이들은 짧게 대화를 나눴다. 그러는 사이에도 벤자민의 말이 이어졌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이번 공략전의 대상은 포레스트 가디언이오. 타락한 숲의 정령이지.”
그렇게 시작된 설명에 대화를 나누고 있던 이들이 입을 다물에 그에 집중했다.
비록 1계층의 공략전이긴 했지만, 여러 가지 기믹들을 제대로 파헤치지 못하면 그들도 죽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각각 존재하는 5개 던전의 특성을 설명하고, 합류 지점은 어떻게 할것인지 등 상세한 브리핑이 이어졌다.
그렇게 대략 2시간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각 그룹 대표들의 질문도 끝이 났다.
“그럼 마지막으로, 팀 선별을 하겠소. 참고로 팀은 무작위로 선정할 예정이오. 혹여 있을 불상사에 대비한 결정이니 따라 주길 바라오.”
한 마디로 공대장 마음대로 정하겠다는 의미였다.
물론 그 말에 토를 다는 사람은 없었다.
공략전에서 공대장의 권력은 대단하다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였으니까.
그렇게 결정된 준은 4팀의 멤버가 되었다.
“쯧, 그쪽이로군.”
4번째 던전을 맡게 된 그룹장 중 한 명이 불만스럽다는 듯 준을 바라봤다.
딱 봐도 낙하산처럼 보이는 준을 반길 이유가 없던 것이다.
다른 이들도 그리 반기는 모양은 아닌 듯 했지만, 준은 여전히 얼굴에 철판을 깐 채 입을 열었다.
“3서클 마법사 준이다. 1계층에서 흰고래 용병대를 이끌고 있다.”
“하, 꼴에 그래도 강단은 있군. 콜튼 카터요. 2레벨이고. 칼날 독수리 용병대를 운영하고 있수다.”
콜튼에 이어서 남은 두 팀원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은은하게 빛나는 검은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채, 호박색 눈동자를 한 여인이었다.
“2계층에서 모험가로 활동하고 있는 루시 마크너에요. 루시라고 불러 주세요. 그리고 여긴…….”
그녀가 가리킨 방향에는, 그녀와 똑 닮은 청년이 활기찬 목소리로 말했다.
“음! 마찬가지로 루크 마크너야! 잘 부탁할게?”
그들은 쌍둥이 남매로, 자신들을 프리랜서 모험가라고 소개했다.
“흐음…… 혹시 두 사람은 진랑족이신가?”
그런 둘을 바라보던 콜튼이 물어보자, 자신을 루크라 소개한 청년이 두 눈을 희둥그래 떴다.
“어? 어떻게 알았어?”
“그렇게 반짝거리는 흑발에 주황색 눈동자는 흔한 게 아니잖수. 거기에 음…….”
콜튼이 조심스럽게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거릴 게 없는 용병이라지만, 앞으로 함께 던전을 클리어해야 하는 입장이지 않은가.
쓸데없는 말로 벌써부터 내분을 일으킬 필요는 없었다.
그런 그의 기색에 루시가 쓰게 웃으며 답했다.
“체구가 좀 작은 편이지요. 익숙합니다.”
“큼큼.”
루시의 말대로, 진랑족은 작은 크기의 신체가 특징 중 하나였다. 젋은 외모 덕분일까, 10대 중후반으로 보일 정도였다.
‘진랑족이라. 이름만 들어보면 꼭 수인족 같은데.’
사실 <블랙아웃> 세계관에는 여러 종족들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짐승의 귀나 꼬리를 달고 있는 종족은 없었다.
대부분 신체적 능력이나, 몸집의 크기 차이에 불과하다.
“우리 진랑족이 그리 흔한 편은 아닌데. 아저씨 똑똑하네!”
“아저씨라니. 이름으로 부르세요, 루크.”
“알겠어, 누나!”
제법 하이텐션인 루크와 조신한 성격의 루시.
여러모로 눈에 띄는 두 사람에게 시선이 돌아가기도 잠깐.
콜튼이 입을 열었다.
“그럼 뭐야. 인원 수로는 이쪽이 제일 많잖아?”
확실히, 콜튼의 말처럼 이곳에 있는 그룹장들 중 콜튼이 이끄는 그룹의 인원수가 가장 많았다.
준은 에이든과 유령 대원, 즉 둘뿐인 용병대였고, 루시와 루크는 프리랜서였으니까.
따라서 6인의 용병대를 이끌고 있는 콜튼 쪽 인원이 가장 많았다.
“그렇다면 이번 던전 탐사에서는 콜튼 님이 리더를 맡아 주시면 되겠군요?”
“나도 동의할게! 사람 많은 게 짱이니까.”
먼저 양보한 쪽은 두 모험가였다.
이렇게 되면 준도 딱히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애초에 앞으로 나설 생각도 없었지만 말이다.
“이쪽도 동의하지.”
“큼큼. 보기와 다르게 보는 눈들이 있군. 뭐, 잘들 부탁하겠수다.”
마치 조별 과제의 조장처럼 맡아지긴 했지만, 팀장이라는 지위가 그 정도로 이미지가 나쁘진 않았다.
일단 공략전에서 팀장을 맡았다고 하면 어딜 가나 대우를 받을 수 있었으니까.
저런 식으로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 훗날 공대장의 자리에 앉는 것이다.
아무튼 까칠했던 콜튼의 첫인상과 다르게 이후 진행은 부드럽게 흘러갔다.
“그럼 출정을 준비하겠소! 다들 건투를 빌겠소이다!”
그리고 다음 날. 던전 탐사의 진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 * *
하루 정도 휴식을 마치고 공대장을 필두로 각 팀이 배정받은 던전으로 향했다.
“쯧, 필드형 던전은 아니군.”
던전 내부의 풍경을 바라본 콜튼이 그리 중얼거렸다.
사방이 꽉 막힌 어둠 속.
희미하게 발광하는 이끼들 사이로 보이는 곳은 누가 봐도 필드형 던전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라이트(Light)].”
준의 마법으로 주변이 밝혀지자, 어둠에 가려져 있던 풍경이 드러났다.
땅굴로 이루어진 이곳엔 중간중간 진녹색빛을 띠는 나무뿌리가 벽 밖으로 드문드문 튀어나와 있었다.
“미로형 던전, 거기에 녹색 나무뿌리. 땅굴까지. ‘썩은 나무뿌리’ 던전으로 추정되네요.”
쌍둥이 모험가, 루시의 말에 콜튼도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 마법사. 괜히 넘어져서 어디 다치지나 말라고. 여긴 땅에도 뿌리가 드문드문 튀어나와 있어서 한눈 팔면 넘어지기 십상이니까. 어디 부러져도 우린 신경 쓰지 않을 거야.”
콜튼의 말에 용병대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에 에이든이 욱한 표정을 지었지만, 준은 조용히 그런 에이든의 팔을 붙잡는 것으로 만류했다.
“충고 고맙군.”
“흥, 알았으면 됐수다. 그럼 이제 가자고.”
“선배…….”
여전히 표정에 철판을 깔고 있는 준과 다르게, 에이든은 여간 분한 게 아닌지 눈썹을 잔뜩 찌푸렸다.
물론 준도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지만, 저들이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지 잘 알고 있기에 침착할 수 있었다.
‘그만큼 하급 마법사들은 1인분을 하기 힘드니까.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러지 않으려는 이들이 많은 편이지.’
기본적으로 모든 마법사들은 마탑 출신이다.
그러기에 보통의 하급 마법사들은 마탑에서 스승을 모시며 마법을 배우지, 준처럼 세상을 떠돌아다니지는 않는다.
‘하급 마법사가 밖으로 나온 경우는 딱 한 가지 뿐이긴 해.’
바로 마탑에서 퇴출당하는 것.
능력 부족이 이유일 수도 있고, 다른 사고를 일으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모두 능력도 없으면서 콧대만 높다는 점이다.
당연히 반평생 마탑에서 삶을 보내 온 이들이 바깥에서의 삶에 쉽게 적응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런 주제에 마탑에서의 삶에 익숙해져 반쯤 귀족처럼 꺼드럭거리니 용병들 입장에서는 좋게 볼래야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중급 마법사부터는 마탑에서 파견을 나오는 경우가 있으니 적당히 존중해 주지만, 하급 마법사가 어딜 가도 무시받는 이유가 바로 이런 역사가 있기 때문이었다.
‘당장 나도 마법사를 키울 때 비슷했는데.’
스킬북을 산다고 포션 값도 아껴 가며 파티원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았던가.
덕분에 명성치가 수직 하락하며 망캐의 전조를 보였지만 말이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용병들의 인정을 받는 것은 쉬운 일이다.
‘용병들은 단순해. 자신의 가치만 보여 주면 알아서 인정하거든.’
즉, 말이 아닌 실력을 보인다면, 저들의 태도는 손바닥 뒤집히듯 바뀔 것이다.
그런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기에, 준은 자신에게 향하는 모멸을 담담히 받아 냈다.
“선배…….”
물론, 그 사실을 모르는 에이든이 준을 걱정하듯 바라봤지만.
“기다려 보라고. 내가 괜히 비싼 돈 들여서 마법서를 구매한 게 아니니까.”
여러모로 제약이 많이 따르지만 순수하게 이론만으로 봤을 때, 마법사는 게임 <블랙아웃>에서 가장 사기캐로 취급받는다.
괜히 다회차 클래스가 아닌 셈이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1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