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157)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157화(157/374)
158화 고대의 탑(5)
성장환.
과거 준이 공략전에서 페어리 퀸을 상대로 다수의 사람들을 살려 낸 대가로 모르데나인 백작에게 받은 보상.
설마하니 정말 저게 뜰 줄은 몰랐던 준도 내심 놀라워 했지만, 당사자인 엘레노어만큼은 아니었다.
예전에 준에게서 성장환을 통해 서클이 한 단계 올랐다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엘레노어에게 [기초마법재능] 같은 스킬이 있을 지는 모를 일이다.
‘게임처럼 스테이터스창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니까.’
그래도 엘레노어가 간절히 바란 만큼 마법적 재능이 한 단계 상승하지 않을까.
그리 추측해 볼 따름이었다.
한편 엘레노어는 곡소리를 내며 성장환을 세상 소중하게 끌어안고 있었다.
“이, 이거 언제 먹으면 돼? 어떻게? 응?”
나름 블랙아웃에서의 경험이 많은 엘레노어긴 했지만 성장환을 먹어 본 적은 없었다.
그렇게 온갖 호들갑을 떨고 있는 그녀에게 준은 가볍게 사용법에 대해 말해 주었다.
“후우, 후우! 그럼 먹는다?”
일행들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엘레노어는 조심스럽게 성장환을 입에 가져다 넣었다.
문득 준은 만약 저 성장환을 비탄의 종말로 복사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해 봤지만…….
‘게임 내에서도 그건 불가능했으니까.’
이미 여러 고인물들이 시도해 봤던 방법이었다. 성장환은 비탄의 종말로는 복사가 불가능하다.
그렇게 엘레노어가 자리에 앉아 성장환의 흡수가 끝나기까지 기다리길 몇분.
“이, 이거구나……!”
방금까지의 호들갑은 어디로 가고, 엘레노어는 그 말만 남긴 채 그 자리에 앉아 한동안 미동조차 없었다.
저게 무슨 현상인지 잘 알고 있던 준과 동료들은 가만히 주변을 경계했다.
그렇게 반나절 정도 시간이 흘렀을 때.
“와, 와……!”
검은 붕대 안에서 눈을 뜬 엘레노어가 팔짝 뛰며 준에게 말했다.
“저번에 말했던 그거! 그 마법 이렇게 쓰는 거지? 그치?”
서클이 없어 마법을 직접 사용할 순 없었으나, 그녀는 지팡이로 땅에 이론을 써 내리며 준에게 확인을 받았고, 준도 놀라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이해했어? 마력과 시전자, 그리고 환경의 조건을 맞춰야 해서 상당히 까다로웠을 텐데.”
“하하하핫!”
마치 새로운 이론을 깨달은 과학자처럼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던 그때.
“이 정도면 다음 단계로 나가도 되겠는데?”
“하핫…… 뭐?”
방금의 웃음이 거짓말처럼 그쳐지고.
엘레노어는 검은 붕대로 가려진 눈을 정확히 준에게 향했다.
“잠깐만.”
차원 팔찌를 열어 그 안에서 나오는 무수한 책들.
한 권, 두 권, 세 권을 넘어 열댓 권에 다다랐을 무렵.
“내가 얻은 깨달음을 곧바로 배우기엔 어려울 것 같고. 여기서부터 시작하자.”
“이, 이게 뭔데.”
“내 마법 이론을 완성하기까지 도움을 준 밑거름들.”
“잠깐…….”
준이 바닥에 쌓은 책 중 일부를 확인한 엘레노어의 얼굴은 주변 풍경처럼 하얗게 변해 가고 있었다.
“이, 이거. 이걸 나보고 배우라고?”
‘음. 반응을 보니까 [중급마법재능]까지 얻은 건 아닌가?’
아마 그 밑단계인 [기초마법재능] 정도이지 않을까.
‘그래도 내가 있으니까 가르치는 데는 어려움이 없겠지.’
물론 많이 고달프고 가혹한 길이 되겠지만…….
“이 정도 되니까 배울 게 많아지네. 흐음. 뭐, 그래도 괜찮겠지? 성장환이야 나중에 또 얻을 수도 있…… 케헥!”
준에게 달려든 엘레노어가 곧바로 관절기를 시전했다.
“세, 세상에! 저렇게 빠르게 움직이시다니!”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옆에서 보고 있던 에이든마저 감탄할 수준.
‘감탄만 하지 말고 살려 줘!’
보통 흉흉한 기세가 아니었기에, 준은 혹시 엘레노어가 성장환으로 [기초마법재능]이 아니라 [레슬링]이라는 스킬을 강화한 게 아닌지 진지하게 의심했다.
* * *
준이 자유를 되찾은 건 그로부터 꽤 시간이 흐른 이후였다.
어느 정도 진정된 엘레노어가 한껏 울상인 표정이 되어 준이 넘긴 책들을 살펴보고 있을 때.
“혹시, 그 나무의 기운이 담긴 돌멩이에 대해 깨달은 게 있슴까?”
세계수의 정기에 부쩍 관심을 갖는 마야의 태도에 엘레노어는 다시금 자신의 내면을 관조했다.
“으음. 어느 정도는 알 것 같아.”
“그렇슴까? 알려 주실 수 있겠슴까?”
“그런데 아직 나도 제대로 된 이론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라서. 거의 직감의 영역이야. 이 부분은…… 우리 척척박사님과 얘기를 좀 나눠 봐야 할 것 같아.”
공기의 감사함을 느끼며 바닥에 늘어져 있는 준을 가리켜 말하자, 마야도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예정대로 엘레노어와 준은 늦은 밤까지 세계수의 정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영혼 쪽은 아무래도 준이 약한 분야인 만큼 엘레노어의 도움이 컸는데, 반대로 엘레노어는 그것을 이론으로 만드는 데 어려움을 느꼈다.
서로가 서로에게 부족한 것을 보완하길 한참.
꽤나 그럴듯한 이론이 완성되었다.
“그러니까, 이 나무의 기운이 담긴 물건은 생명체에 가깝다는 말임까?”
“생명체…… 라고 하긴 좀 그렇고. 정신의 집합체라고 봐야겠지.”
“그게 무슨 소리임까.”
“으음…….”
마법사의 기준으로는 이 정도 설명이면 다 알아들을 법 했지만, 마야가 듣기엔 아무래도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일전에 연금술사들의 도시에서 뮤턴트들의 정신이 하나로 이어져 있었다는 거, 기억해?”
“하고 있슴다.”
“그거랑 비슷한 원리야. 자, 여기 이렇게 실이 있어. 이 실들이 생명체에게 깃들어 있는 의지 혹은 정신이야.”
“예.”
“이렇게만 보면 가느다란 실오라기일 뿐이지만, 이것들이 여럿 뭉치게 되면, 이렇게 구의 형태가 되지.”
“음.”
이렇게 정신이라는 에너지가 모이고 모이다 보면, 선(線)에서 구(球)가 된다.
이는 평면으로 이루어진 2차원에서 3차원으로 영역이 넓혀진다는 의미이다.
단순히 모이는 것만으로도 그만한 영역이 확장되는데, 그렇게 되는 만큼 모인 에너지가 펼칠 수 있는 힘의 범위도 덩달아 넓게 되는 것이다.
선으로 이루어진 세계에선 앞과 뒤밖에 존재하지 않았으나, 구체가 되면서 위와 아래까지 영역이 넓혀지는 것처럼.
“세계수의 정기도 비슷한 원리로 이루어져. 정순한 마력으로 이루어진 에너지가 뭉치고 뭉쳐서 하나로 엮이게 되고, 거기에 따른 역할을 부여할 수 있게 된 거지.”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확장되면서, 본래라면 다룰 수 없는 영적 에너지가 현재 준과 동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아……. 무슨 말인지 이해했슴다.”
“궁금한 건 그게 끝이야?”
“당장은 그게 전부임다. 잠깐 생각 좀 하겠슴다. 감사함다.”
그렇게 마야가 자리를 떠나고, 준은 그런 마야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다들 여기서 하나씩 깨달음을 얻는 건가?’
평소에도 다들 노력하길 멈추지 않는 이들이지만, 이곳 고대의 탑에서는 신기할 정도로 각자의 노력에 보상을 받고 있었다.
‘마야의 경우에는 기존 선조의 영혼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고 있는 건가.’
게임 내에서는 볼 수 없던 이벤트였지만,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되는 것 아니겠나.
아마 마야의 경우에는 정신체의 개념을 영혼으로 바꾸어 선조의 영혼들과 소통을 해 보려고 할 터.
본래부터 선조의 영혼들이 하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들려올 테지만, 그게 소통으로 이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아마 바람의 정령보다 의사소통이 더 어렵겠지.’
대충 상상이라도 해 보자면…….
위험할 땐. 갈(喝)!!!
침식자와 연관이 있을 땐 가아알!!
이 정도로 구분할 수 있지 않을까.
그저 듣기만 하는 마야의 입장에서는 무척 답답하기 짝이 없을 터.
마야가 선조의 영혼들에게 무언가 배울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그들에게 잠시 육체의 주도권을 넘겨줄 때뿐일 것이다.
‘만약 제대로 된 의사소통이 가능해진다면 일문을 넘어 이문으로 향할 준비 단계에 들어서겠군.’
자신이 무언가 하지 않아도 동료들은 어느 순간부터 성장에 가속이 붙기 시작했다.
그게 무척 흐뭇한 광경이었기에, 준도 조용하 마법서를 펼쳤다.
“아야야…….”
엘레노어에게 당한 목 관절이 아직까지 아팠다.
* * *
‘냉정하게 생각해 봤을 때, 지금 우리 실력으로 올라갈 수 있는 층수는 9층이 최대인가.’
10층부터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난이도로 구성되었기에, 준은 미련을 버리고 정확히 9층까지 향하기로 했다.
어느덧 고대의 탑에 들어온 지도 한 달 이상 지난 시점.
방금 막 8층에서의 전투를 끝마치고, 준을 포함한 동료들은 반쯤 녹초 상태가 되어 바닥을 뒹굴었다.
“이 흰색이…… 이젠 끔찍하게 느껴집니다, 선배…….”
“원래 흰색이 정신 건강에 썩 좋은 영향을 끼치진 않지…….”
아무리 도중도중 휴식을 취하고 있다곤 하나, 제대로 된 휴식 공간도 아닌 곳에서 매번 다음 전투를 준비하는 것은 정신적으로 상당한 피로감을 가져다주었다.
‘그래도 여태까진 나름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하나.’
그나마 게임 속에서 봤던 테마들이 등장했기에 진행이 막힌 적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동료들의 깨달음을 녹여내기 위해 클리어 시간을 지체한 적도 있을 만큼 순조로운 진행.
‘내가 이만큼 일이 잘 풀렸던 적이 있었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클리어 자체는 어려움이 없었지만…….
‘그럼 그렇지.’
9층에 도착한 직후, 준의 생각은 달라졌다.
‘처음 보는 테마다.’
한치 앞도 잘 보이지 않는 희끄무레한 안개 속.
주변의 환경을 파악하기 무섭게 준은 [스캔]을 펼쳐 주변을 탐지했고, 엘레노어와 마야 또한 각자의 방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에이든도 검을 뽑아 들고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는 준비를 마친 그때.
-시련자 다수 확인. 영웅의 탑 클리어 데이터 수집 중.
하얀 안개 속에서 그것은 아무런 징조도 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크기를 쉽게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한 태엽 장치.
마치 눈처럼 보이는 거대한 두 톱니바퀴를 중심으로 수없이 많은 장치들이 끼기긱 소리를 흘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거대한 눈처럼 보이는 두 톱니바퀴가 어지러이 동료들을 훑어보며 기계음을 내뱉었다.
-클리어 데이터 수집 완료. 해당 시련자들에 대한 욕망을 다수 확인. 공통점. 성장. 생존. 협동. 그중 우선 순위 계산 중.
-계산 완료. 통합 점수 통계 중. 통계 완료. 8점. 성장과 생존 테마를 제외. 영웅의 탑에서 실행 가능한 시험 확인 완료.
-협동 능력 성장을 위한 테마를 확인 중.
-총 4인으로 이루어진 인원에게 가장 적합한 존재.
-9층의 시험체 일체 부적합.
-재탐색을 시작.
-재탐색 완료. 10층의 A309 개체의 적합성 적절. 단, 위력을 하향하여 시험을 진행.
몇 차례 거대한 증기음을 내며 등장했던 녀석은,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안개 속에서 사라졌고.
준과 동료들은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방금 그거, 뭐였어?”
엘레노어의 다소 경직된 목소리에 준도 마찬가지로 식은땀을 흘리며 답했다.
“모르겠어. 그런데, 엄청난 존재감이로군…….”
[심안]을 가지고 있는 엘레노어는 눈이 아파 올 지경이었고, 마력에 민감한 준은 순간 정신을 잃을 정도로 마력이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마야는 선조의 영혼들이 침묵하는 것을 느꼈으며, 에이든은 덜덜 떨리는 다리로 겨우 서 있을 뿐이었다.
“그때보단 덜합니다만, 꼭…… 외신을 마주했을 때와 비슷했습니다.”
혹여 어떤 신적인 존재였던 것일까. 그도 아니라면 그런 존재가 만든 기계였을까.
어느 누구도 확답을 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하얀 안개가 사라지고, 주변의 풍경이 밝혀졌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15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