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160)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160화(160/374)
161화 인도자
9층을 클리어하고 다시금 돌아왔을 때, 기존의 새하얗던 대기실은 어디 가고 그 대신 엄숙한 풍경의 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 여기가 어디입니까?”
“고대의 탑에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총 두 가지야. 하나는 클리어에 실패했을 때.”
어쨌든 고대의 탑 또한 블랙아웃에 존재하는 기물.
따라서 실패는 곧 죽음을 의미하고, 죽은 시체는 바깥으로 퇴출된다.
“남은 하나는 각 9층마다 준비된 보상 룸을 끝으로 나가는 거지.”
그러면서 준이 가리킨 뒤쪽에는 여태까지 봤던 검은 문이 아닌, 사막과 연결된 공간이 보였다.
“보상을 받고 저기로 나가면 고대의 탑은 끝. 그대로 사라지게 되는 거야.”
“아…….”
그때, 엘레노어가 복도 끝에 위치한 왕좌를 가리켰다.
“저 왕좌 아래 있는 상자가 보상인가?”
“맞아. 저것만 열고 나가면 끝이지.”
다만 왕좌에 놓인 상자를 본 준의 눈이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기존에 내가 알던 상자는 그럭저럭 잘 꾸며진 보물상자였는데.’
지금 보아하니 상자는 본래 준이 알고 있던 외관과 달리 톱니바퀴로 이루어진 기계 장치처럼 보였다.
‘9층으로 향했을 때 봤던 그것과 관련이 있는 건가.’
게임에서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던 현상. 그 현상의 정체가 과연 무엇이었을까?
‘확실한 건 외계와 연관이 있다는 점인데. 게임 속 설정에 의하면 고대의 탑은 과거, 영웅을 선별하기 위해 만들어진 탑이라고 했었지.’
그렇다면 이 탑은 자신들을 단순한 방문객이 아닌, 영웅의 자질이 있다고 판단을 한 걸까?
‘에이든이 있어서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인가.’
커뮤니티에서도 이런 현상이 있었다는 것은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뭐가 됐든 보상 상자도 달라진 만큼 다른 보상이 내려올지도 모르겠어.’
그렇게 동료들도 살짝 긴장한 기색으로 상자 앞에 도착했고, 에이든이 나서서 상자를 열었다.
“어, 이게 뭐죠?”
그렇게 에이든의 손에 쥐어진 것은…….
“보석?”
연두빛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보석 하나.
“어디에 쓰라는…… 어!”
그때, 연둣빛 보석이 멋대로 에이든의 손을 빠져나와 준의 팔 쪽으로 향했다.
놀란 에이든이 검을 반쯤 뽑았을 땐 이미 보석이 준의 팔에 스며든 상황.
준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자신의 팔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샤일록에게 받은 차원 팔찌가 있었는데, 연두빛 보석이 그 차원 팔찌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주인의 허락이 아니면 절대 열리지 않는 차원 팔찌에 어떻게 들어간 거지?’
마법사답게 일어난 결과보단 그 과정에 관심을 갖기도 잠시.
“어째 좀 익숙한 기운인데.”
“선배도 느끼셨습니까?”
비단 그것을 느낀 것은 두 사람뿐만은 아니었다.
“리더가 저번에 가져 온 세계수의 머시기와 닯았슴다.”
“나도 그렇게 느꼈어.”
정순한 숲의 기운.
준이 차원 팔찌를 열어 세계수의 정기를 꺼내 보자, 아니나 다를까.
이전에는 없던 변화가 생겼다.
“문양이 조금 달라진 것 같습니다만.”
“조금이 아닌데?”
엘레노어의 말처럼, 세계수의 정기에 새겨진 문양에 앞서 봤던 보석과 같은 문양이 추가되어 나타났다.
“무언가 효과를 추가시킨 것 같은데…… 잠깐만.”
준이 안구에 마력을 집중해 보길 잠시, 옆에서 함께 지켜보고 있던 엘레노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끼리 연결된 기운에 뭔가가 더 추가됐어.”
“아.”
그 말을 듣고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신 방어와 관련된 기능이야.”
그토록 바라던 정신 방어 아티팩트.
그것도 준이 생각하던 것 이상으로 높은 수준의 정신 방어 아티팩트였다.
‘이건…… 증폭 기술이 들어가 있는데?’
고대 마법과 비슷한 원리로로 이루어진 그것은, 해당 아티팩트와 연결된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능력이 증폭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대박이다.’
이 정도 수준의 아티팩트는 부르는 게 값이다.
아직 자금적으로 크게 여유롭지 않은 탓에 시간을 소비하고 관련 히든피스가 있는 곳으로 향해야 하나 고민하던 준을 빵끗 미소짓게 만드는 물품이었다.
“무지하게 좋아하네.”
“하하……. 선배가 저렇게 좋아하시니 저도 만족스럽습니다.”
“그런데 정신력 관련해서는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 검까?”
준이 저렇게까지 좋아하면 그 이유가 있을 터.
그에 준이 아주 잘 물어봤다는 듯 대답했다.
“일단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능력이야. 내 경우에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능력에 저항력이 좋아지고…….”
언제나 사용자의 정신을 마력의 흐름 속으로 끌어들이려는 [마신지체].
그에 대항하는 데 있어 정신력만큼 중요한 스탯은 없었다.
그뿐인가?
“마야, 너의 경우에는 보다 깊게 선조의 영혼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겠지.”
“……!”
아직 선조의 영혼들과 제대로 대화하는 방법은 터득하지 못했으나, 그게 가능해지는 순간 마치 막힌 혈이 뚫린 것처럼 급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에이든. 너는 저번에 연금술사들의 도시에서 당했던 그 빙의 경험. 거기에 대한 저항력을 얻을 수 있지.”
“아!”
“마지막으로 엘레노어. 너는 말하지 않아도 알지?”
“외신 새끼의 간섭에 저항할 수 있다는 거야?”
“그래, 정신력이 높아지면 그만큼 외신의 개입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거고, 그 안대를 벗을 수도 있겠지.”
“음…….”
그렇다고 전투에서 도움이 안 되느냐?
절대 아니었다.
지금처럼 대형 몬스터와의 혈전 이후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부분에서도 해결이 가능해질 터.
“정신력이 높아질수록 지구력이 굉장히 좋아져.”
그제야 동료들은 새로운 기능이 추가된 세계수의 정기를 묘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뭐, 아무튼…… 그 고생을 한 보람은 있다는 말이야.”
이번 탐험에서는 여러모로 얻은 것들이 많았다.
에이든은 바람의 정령을, 마야는 선조의 영혼과 대화 수단의 단서를, 엘레노어는 [기초마법재능]을 얻었으니.
“매번 임무가 이랬음 좋겠슴다.”
염원하듯 마야가 그리 중얼거렸지만, 어찌될 일일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 * *
각자 휴식을 마치고 고대의 탑을 나온 직후의 일이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고대의 탑을 나오기 무섭게 깊게 로브를 쓴 누군가가 그들 앞에 나타난 것 아닌가.
그에 동료들이 즉시 전투 태세를 갖추자, 로브를 쓴 사내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리 철두철미하시니 과연 백작님께서 그대들을 신용하시는 것이겠죠. 부디 무기를 내려 주시길 바랍니다.”
“……백작이라 하면, 모르데나인 백작님을 말씀하는 것이오?”
준의 물음에 로브를 쓴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막 한복판에서 우연히 고대의 탑을 발견하고 여러분들을 기다릴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그럼, 무슨 일로 온 거요?”
“백작님께서 급히 의뢰하실 일이 있다고 하셔서 찾아왔습니다.”
“의뢰?”
그런 게 있었더라면 저번에 만났을 적에 해도 괜찮았을 텐데.
이제와서 다른 문제라도 터진 것인가?
“자세한 것은 비조의 도시에서 들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그곳까지 가는 시간만 해도 몇 개월은 걸릴 텐데.”
5계층에서 1계층까지 내려가는 것만 해도 한참이 걸릴 상황.
그러자, 로브를 뒤집어쓴 남자가 고개를 들며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당신은.”
그제야 상대의 얼굴을 알아본 준의 얼굴에 살짝 긴장감이 어렸다.
그는 ‘이정준’ 시절부터 알고 있던 NPC였으니.
“인도자요?”
“호오. 저를 알고 계십니까? 특이하군요. 제가 세간에 알려질 이름은 아닐 텐데…….”
사내도 준의 반응에 꽤나 놀란 눈치였으나, 준만큼은 아닐 것이다.
‘공간 마법을 능히 다루는 유일한 인물.’
한낱 인간이 공간을 뛰어 넘는 능력을 사용한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는 아직까지 모른다.
‘게임 내에서는 분명 황실에서 큰 위기가 닥쳤을 때 플레이어 앞에 등장했었지.’
무려 지상과 연결되는 통로를 만들 수 있는 인물인 것이다.
당연히 공간 마법에 흥미가 많은 준의 눈에 호기심이 담겼다.
“하하, 과연 백작께서 눈여겨 보고 있는 마법사님답습니다. 제 능력을 이미 알고 계신 것 같군요?”
“소문으로만 들은 수준이오.”
“그 소문의 출처가 참으로 궁금합니다만…… 하하, 아무튼 백작님의 부름에 응하시겠습니까?”
“잠시만 기다려 주겠소?”
뭐가 됐든 먼저 동료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우선이었다.
“백작이 우릴 불렀다고? 그런데 저 사람이 누군데?”
나름 제국의 지도부를 잘 파악하고 있는 엘레노어조차 저 남자의 정체를 모르고 있었고, 준은 그에 대해 가볍게 설명했다.
“일단 인도자, 라고 불러. 이름은 딱히 없는 걸로 알고 있고.”
“인도자……?”
황족인 에이든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마야는 살짝 눈매를 좁히며 인도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저거, 사람 맞슴까?”
“왜 그런 평가를 내린 거지?”
준의 물음에 마야가 대답했다.
“분명 이곳에 있는데, 이곳에 없는 것 같슴다.”
“맞아, 나도 비슷하게 느끼고 있었어.”
엘레노어도 그런 마야의 의견에 동의했다.
아무래도 영혼에 민감한 두 사람에게만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는 모양이다.
“나로서도 그 부분은 잘 모르겠네. 아무튼, 공간 마법을 다룰 줄 아는 마법사야.”
대대로 황실에 소속되어 움직인다고 했던가.
“그럼 첩보 요원 뭐, 그런 건가?”
“비슷하지.”
만약 황실에 큰 문제가 생겼을 시, 블랙아웃에 있는 병력을 지상으로 올려 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게임 내에서 듣기로 여러모로 제약이 많은 능력이라고.
“그만한 사람이 우릴 직접 마중 나왔다라…….”
벌써부터 일의 경중을 느꼈는지, 엘레노어의 표정이 무거워졌다.
“저는 상관없슴다.”
“황실에서의 문제라면…… 저도 가볍게 여기긴 힘들 것 같네요, 선배.”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고, 엘레노어도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무언가 사건이 터졌으면 외곽에 있다가 휘말리는 것보단 차라리 중심에 있는 게 낫겠지.”
과거 준과 비슷한 판단을 내리며 엘레노어도 찬성에 한 표를 던졌다.
“이야기는 끝나셨습니까?”
“다행히 동료들도 하겠다고 하는군. 안내해 주겠소?”
“하하, 다행이로군요. 그럼 다들 조금씩 뒤로 물러서 주시겠습니까?”
인도자의 말에 따라 일행들이 다들 한 걸음 물러섰을 때였다.
“백작님의 접객실로 모시겠습니다.”
그러자 인도자의 주변으로 마력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준의 눈이 빛을 냈다.
‘마력이 공간 자체를 일그러뜨리고 있다.’
그런데 그 형태는 마치 기다란 천을 접고 또 접으며 끝지점과 가깝게 거리를 좁히고 있는 듯한 형상이었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저만큼 공간을 일그러뜨리려면 마력이 얼마나 필요할까?
준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제국이 1년 동안 쓰는 마력석의 양 정도면 시도해 볼 만도 할 텐데.’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금액이 깨진다는 의미였다.
‘그걸 우리한테 쓴다라…….’
어째 이번 임무는 보통 쉬운 일이 아닐 듯싶었다.
“후우. 완성됐습니다. 들어갈 때 주의사항이라면 조금 어지러울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포탈.
동료들은 굉장히 신기하다는 듯 포탈을 바라보았고, 이내 한 사람씩 발걸음을 옮겼다.
“그럼, 나중에 기회가 또 되면 뵙길 바라겠습니다, 마법사님.”
“……좋은 구경을 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준도 마법사로서의 예를 담아 그에게 인사를 건네고, 포탈 너머로 발걸음을 옮겼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16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