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162)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162화(162/374)
163화 달라진 위치
비조의 도시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딜 가도 축제와 같은 분위기가 풍겼고, 사람들의 얼굴에도 즐거움과 기대가 가득했다.
“꼭 개선장군을 맞이하는 것 같네.”
“그렇겠지. 황실에서 신경을 쓴 이벤트니까. 한 번 밀어줄 거면 팍팍 밀어주는 게 맞지 않겠어?”
“하긴, 애초에 황족이 공식적으로 블랙아웃에 내려오는 일이 흔한 일은 아니니까.”
그뿐인가?
작년에 실패한 페어리 퀸 공략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그 유명세가 더욱 높아졌음은 말할 필요도 없는 일.
실제로 두 황족이 찾아오는 당일이 되자, 도시는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 속에 빠졌다.
평소 비조의 도시에서 지내는 이들은 물론이고 온갖 곳에서 소문의 황족을 보기 위해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고.
그런 인파들을 통제하기 위해 병사들은 부츠에 불이 붙을 정도로 바삐 뛰어다녔다.
“으아…….”
그 가운데 저 멀리서부터 두 황족이 백마와 흑마를 탄 채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이런 일이 무척 익숙하다는 듯 여유롭게 손을 흔들고 있었는데…….
‘아니, 3황자 쪽은 다른가.’
3황자 하비에르.
준의 [밝은 눈]에 미세하게 떨리고 있는 다리가 보였다.
그렇게 두 개선장군이 도시를 가로질러 성에 들어온 이후에야 모여든 인파들이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오, 마법사! 먼저 도착했다는 소식은 들었네! 잘 지냈나?”
먼저 준과 동료들에게 인사를 건넨 것은 1황자, 덱스터였다.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덱스터 님.”
“하하하! 자네가 그리 말하니 굉장히 부끄러운 기분이로군! 작년에 자네들의 고생이 아니었다면 내게 이런 기회도 쥐어지지 않았을 테니까.”
그리 말하는 덱스터는 진심으로 이번 일정이 마음에 든 모양인지, 준에게 무척 호의적인 모습이었다.
한편 구석에서 한참 숨을 몰아쉬며 긴장을 풀고 있던 3황자, 하비에르도 그들에게 다가왔다.
“고, 고맙소……. 그대들 덕분에 어머니께서도 무척 좋아하시더군.”
하비에르는 큰 고비를 넘겼다는 듯 진이 다 빠진 표정을 짓다가, 에이든에게 밝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대도 잘 지내고 있었나?”
“그렇습니다, 하비에르 님.”
주변에 보는 눈이 많았기에 에이든의 대답은 딱딱했으나.
하비에르는 개의치 않고 미소를 지었다.
“하하. 보다 깊게 대화를 나누고 싶지만, 지금으로선 힘들 것 같군…… 형님, 저는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
“그래, 하비에르. 너도 고생이 많았다. 들어가서 쉬거라.”
“예.”
그 말을 끝으로 하비에르는 자신의 방으로 향했고.
그렇게 황자들과의 두 번째 만남이 성사되었다.
* * *
바깥이 축제로 바쁜 것처럼, 성 내부도 무척 분주하게 돌아갔다.
먼저 많은 고생을 끝내고 귀환한 두 황족들을 환영하기 위해 고용인들이 바삐 움직였고, 다른 한쪽에선 연회 준비로 한창이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흐르고.
작년 공략전에서 생존한 준과 용병들이 경험했던 것이 장난처럼 여겨질 정도의 규모로 연회가 시작되었다.
“이야~ 음식부터 연주회까지 뭐 하나 작년보다 떨어지는 게 없네.”
“하하, 그래도 전 그때가 더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그땐 우리가 주인공이어서 그랬나?”
“그것도 그렇고…… 호화스러운 것도 이쯤 되니 반대로 부담스러워서요.”
하기야, 저런 호화로움은 에이든의 어두운 기억들만 떠오르게 만들 터.
그러는 한편, 엘레노어는 차라리 방구석에서 마법 공부가 마음 편하겠다며 들어가버렸고.
마야는 알아보는 사람도 없겠다, 마이웨이 마인드로 연회장을 돌아다니며 여러 음식들을 맛보고 있었다.
“리더. 이 고기 꼬치. 나중에 해 줄 수 있슴까?”
“그거 고기 가격이 얼마인지 아니?”
“모름다. 얼마임까?”
의뭉스런 표정을 짓는 마야에게 조용히 귓속말을 해 주자, 마야는 경악에 찬 표정으로 준을 바라봤다.
“제가 가진 재산으로는 한 달 먹으면 끝임다.”
“그렇지…….”
“여기서 본전을 뽑고 가야겠슴다.”
돈 한 푼 안 쓰고 왔으면서 무슨 본전?
그러나 마야는 그런 의문에 답하지 않고 다시금 연회장을 돌아다니며 음식에 집중했다.
반면 준은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게임 내 악역 NPC들의 얼굴을 떠올리기 위해 애를 써 봤으나…….
‘젠장. 스토리 대부분을 스킵해 버려서 누가 누군지조차 모르겠네.’
NPC 일러스트도 귀했던 게임이었고, 에이든이나 마야처럼 특징적인 부분이 많은 게 아니라면 기억 속 일러스트 만으로 해당 인물이 게임 속 NPC와 동일 인물인지조차 확인이 힘들었다.
그렇게 준이 속으로 아쉬움을 토해 내고 있을 무렵.
“허어어……. 진정 소문으로만 듣던 것처럼 정말 훤칠하게 생기셨군!”
“듣자하니 두 분이서 같이 공략전을 해결하셨다는데!”
“사이도 썩 괜찮아보이지 않나?”
“그거랑은 별개의 이야기지. 중앙 정치에 몸을 담고 있는 귀족들은 아주 피 터지게 싸우고 있다던데?”
1황자와 3황자가 연회장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연회장의 분위기가 한층 더 뜨거워졌다.
“다들 이렇게까지 우리를 환영해 주어 몸 둘 바를 모르겠군. 다들 반갑네!”
본인 스스로도 사람을 좋아하고, 또 관심마저 좋아하는 덱스터가 쾌활하게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 속에 섞여 들어갔고.
하비에르도 가면 같은 표정으로 그들 속에 섞여 대화를 이어갔다.
대부분은 남들의 물음에 단답형 대답이 오갔으나, 그런 하비에르를 덱스터가 옆에서 잘 챙겨주었다.
‘앞서 창천교가 어떤 형식으로 문제를 터뜨릴지 깨달았기 때문인가.’
-덱……스터 님을…… 위…… 해…….
과거 3황자의 마차 사고를 유발했던 마부의 유언.
당연히 해당 마부는 1황자 덱스터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던 자였고, 오히려 창천교가 제국을 내부에서부터 무너뜨리려는 수작질이었으니.
황실에서도 둘의 우정을 과시하는 쪽으로 대응하는 듯했다.
‘하비에르는 그만큼 불편해하는 것 같은데……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어려워하는 건가?’
반면 1황자 덱스터는 진심으로 동생과 친해지려고 하는 것인지 연회 내내 동생을 챙기고 있었다.
“오, 내 친우들! 거기 있었나? 하하하! 어서 오게!”
그러면서도 흰고래 용병단을 직접 가리켜 부르는 퍼포먼스까지.
그제야 연회장 한쪽 구석에 박혀 있던 준과 에이든을 알아본 다른 손님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새삼 우리 이름값도 많이 올랐군.’
연회장의 손님들이 보내는 감정은 주로 세 가지였다.
하나는 호기심이요 둘은 부러움이고 셋은 경계심이다.
다크호스, 그것도 초대형 스타의 등장은 그만큼 이곳에 있는 이들의 시선을 집중하게 만들 수 있었으니.
‘가능하면 이런 자리는 피하고 싶지만…….’
언제까지고 환각 마법으로 피해 다닐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슬슬 이런 자리에 익숙해져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굉장히 멋지게 차려입고 나오셨군요, 두 분 모두.”
“하하하! 그리 말해 주어 고맙네. 자네도 기품이 느껴지는군. 그나저나 이런 자리는 익숙치 않겠지? 이쪽으로 오게나. 내 소개해 주도록 하지. 자, 인사하게. 여기는 몰다르 상회의 회주일세. 그리고 이쪽은…….”
준은 덱스터가 소개하는 이들과 연을 쌓으며 가볍게 인맥을 늘려 갔다.
그 과정에서 준도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오랜만에 얼굴 근육을 혹사시켰고…….
‘엘레노어. 여기보다 공부가 더 편하다고 했지? 아직 여유가 있구나.’
차마 에이든에겐 맡기기 힘들고, 마야는 기대조차 안 했는데 그나마 의지할 수 있었던 엘레노어마저 도주해 버린 상황.
준은 이후 엘레노어에게 줄 숙제를 떠올리며 연신 여러 인사들과 대화를 나눴다.
그렇게 한바탕 폭풍과도 같은 시간이 지나가고.
“죽겠군.”
늦은 저녁이 되어 1황자와 3황자가 연회장을 떠떠나고 나서야 숨을 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
“하하……. 선배, 고생하셨습니다.”
뒤이어 에이든이 다가와 준에게 잔을 건넸다.
맑은 물이 찰랑이는 잔을 받아 한 번에 삼킨 준이 재차 깊은 한숨을 내쉴 때.
“자네! 여기 있었나?”
한 통통한 사내가 준에게 아는 척을 하며 다가왔다.
‘누구…… 아.’
정신적 피로감 때문인지 준은 뒤늦게 상대를 알아차렸다.
“오랜만입니다, 각하.”
“하하하! 자넨 아직 날 그렇게 불러 주는군! 나도 무척이나 반갑다네!”
준에게 말을 건 토실토실한 살집의 사내는 다름 아닌 도르타곤 남작.
작년 시즌 초, 고블린 로드의 토벌전을 진행했던 검은 숲 요새의 사령관이었다.
“잘 지내셨습니까?”
“물론일세! 오히려 내가 묻고 싶더군. 자네들의 활약은 그야말로 대단하다는 말조차 부족했으니 말일세. 세상에, 다름도 아니고 덱스터 님께서 자네들을 그토록 아끼실 줄이야!”
본래 황실 중앙 정치에 있다가 파워 게임에 밀려나 스스로 블랙아웃에 내려온 인물답게, 그는 준과 그의 용병단이 얼마만큼 가치가 있는지 아주 잘 알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런데 다른 이들은 함께 오시지 않으셨군요.”
“아아. 마르딘과 체른은 요새에 남았네. 페어리 퀸의 공략전이 끝난 만큼 관련된 사안들이 제법 남아 있어서 말일세.”
마르딘과 체른 또한 작년에 함께 토벌전을 진행했던 요새의 지휘관들이었다.
“그러고 보니 자네들은 모르고 있겠군? 지노반 지휘관과 관련된 일을.”
“지노반 지휘관에게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꽤 많은 일들이 있었지! 그는 내 추천으로 3계층에 향했다네.”
“3계층이라면…….”
“볼타인의 광석 지대일세. 무려 사령관으로 가게 되었지. 하하핫!”
“으음…….”
볼타인의 광석 지대.
게임 내에서도 꽤나 유명한 사냥터였다.
여러 광물들이 많은 광산이 존재하고, 흔히들 ‘광부’로 활용하는 캐릭터들을 파견 시켜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필드다.
‘분명 1계층에서 3계층으로 올라간 건 좋은 일인데…… 하필 볼타인 광석 지대라.’
그곳 또한 황실에서 직접 운영하는 [체크 포인트]가 존재하나, 꽤나 외진 장소임을 생각하면…….
‘다시금 가문을 일으켜 세우려는 지노반 지휘관에게 썩 좋은 조건은 아니겠군.’
무려 사령관으로 가게 되었으나 외진 3계층인만큼 대단한 명예는 아닐 것이고.
더해서 필드 보스도 하찮은 편에 속해 공을 쌓아 더 위로 올라가기에도 좋지 않은 위치였다.
즉, 오히려 유배지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터인데.
‘최근 편지가 오가지 않았던 이유는 이런 것 때문이었나.’
열정적으로 눈을 빛냈던 지노반의 얼굴이 새삼 떠오르자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거기에 준과 동료들이 이 자리까지 올 수 있던 이유도, 지노반의 역할이 결코 적지 않았던 만큼 더더욱.
‘그렇다고 내가 직접 나서기에도 애매하군.’
몰락 귀족이지만 명예를 아는 지노반이 그것을 반기지 않을 것 같기도 했고.
그렇다고 자신이 가진 지위를 이용해 지노반을 빼내는 것도 그림이 이상해진다.
‘자칫 더러운 정치 싸움에 끌어들이는 수가 있으니.’
그에 준의 표정이 조금 무거워지자, 도르타곤 남작은 서둘러 다른 화제로 이야기를 돌려 봤으나…….
“여기서 뵙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각하. 다음에 다시 뵙길 바라겠습니다.”
준은 그 말을 남긴 채 자리를 떴다.
이 더러운 기분을 떨치려면, 아무래도 일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으므로.
그렇게 준이 향한 곳은, 덱스터가 머무르고 있는 방이었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16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