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175)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175화(175/374)
176화 떠날 준비
지노반이 기운을 차린 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그럼에도 아직 모든 일이 마무리된 건 아니었다.
앞으로 순회를 이어 갈지에 대한 회의가 열린 것이다.
일이야 잘 해결되긴 했지만, 어찌 됐든 두 황자 모두 자칫 죽을 뻔한 위기를 겪지 않았는가.
황실에선 그와 관련해 당장 복귀할지, 아니면 순회를 끝까지 이어 갈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모양이었다.
‘뭐, 그 부분이야 위쪽에서 선택할 일이고.’
가능하면 빨리 임무를 끝내고 황실 보고의 사용 허가를 받고 싶은 마음뿐이었지만.
딱히 급할 것도 없었다.
‘황실의 보고는 지상으로 나가야 하니까. 시즌이 끝나고 나서야 볼 수 있겠지.’
그런 이유로, 준과 동료들은 붕 뜬 시간 동안 각자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저번에 말이야. 너 마법을 보조해 주는 과정이 영 답답하게 느껴지더라고.”
“그래?”
평소 마법을 배우면서도 우는 소리를 자주 했던 엘레노어가, 웬일인지 자발적으로 공부의 필요성을 어필했다.
“저번에 네가 말해 줬던 부여계 마법 이론. 그쪽 서적 좀 줄 수 있어?”
“안 될 것도 없지.”
당연히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본 준은 곧장 관련 서적을 산처럼 쌓아 줬고.
엘레노어는 표정이 안 좋아졌지만 그래도 군말 없이 책을 들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서, 선배!”
그리고 엘레노어가 돌아간 그날 밤.
에이든이 어째서인지 잔뜩 들뜬 표정으로 찾아왔다.
“무슨 일이야?”
“그, 천룡 기사단에서 저와 함께 검을 나누고 싶다 합니다!”
“허어. 그래?”
꽤나 드문 일이었다.
엘리트 중의 엘리트들로 유명한 천룡 기사단.
전원 황실 아카데미에서 수석으로 졸업하고, 그러고도 몇 년이나 수습 기사로서 목숨을 건 사투를 걸쳐 공을 쌓아야만 들어갈 수 있는 기사단.
그런 기사단이, 고작 5레벨 용병에 불과한 에이든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것은 그야말로 음유시인의 노래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였다.
‘에이든이 의외로 기사들에게 여러모로 관심을 받는군.’
블랙가드 기사단장 테어딘도 에이든에게 나름 관대하지 않았던가.
작전이 끝난 후에도 에이든은 블랙가드 기사단과 여러모로 죽이 잘 맞아떨어졌었다.
‘아무래도 에이든의 검술이 기사들의 눈에도 깔끔해 보였던 거겠지.’
거기에 에이든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풍행폭렬]은 대단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는 만큼, 기사들의 눈높이에도 충분히 흥미를 끌 수 있었을 터.
“잘된 일이네. 기왕 이렇게 된 거, 그들의 검을 제대로 훔쳐 와 봐.”
“후, 훔치다니요?”
“원래 기술은 눈치껏 훔치는 거라고 했어.”
제대로 된 스승도 없이 여기까지 온 준에겐 그야말로 이가 갈리도록 공감되는 말이었다.
어쩌겠나. 이 세상의 스승은 스승 역할을 제대로 해 주는 경우가 드문 것을.
“배울 게 많을 거야. 우리 쪽도 한동안 시간이 널널할 테니까, 아예 그쪽하고 같이 지내 봐.”
“아……! 감사합니다!”
기쁜 발걸음으로 떠나는 에이든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나한테도 저런 기회가 주어졌다면 어땠을까.’
별 의미 없는 가정을 떨쳐 내고 있을 쯤이었다.
“슬슬, 네가 올 차례지 않을까 싶긴 했다.”
“……? 리더. 점쟁이었슴까?”
“아냐, 임마. 그래서 왜 온 건데?”
“저번에 고대의 탑에서 물어봤던 거 있잖슴까.”
“세계수의 정기?”
“옛슴다.”
한참 고대의 탑을 등반하던 중 세계수의 정기가 가진 원리에 대해 관심을 보였던 마야.
준이 나름 잘 정의해서 말해 주었고, 당시 마야는 그 과정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그게 왜?”
“리더가 알려 준 방식으로 영감들한테 시도해 봤슴다.”
세계수의 정기는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영혼과의 교감을 가능하게 해 준다.
마야는 고대의 탑 이후에도 시간이 날 때마다 준에게 관련해서 물어봤고, 해당 원리를 이용해 선조의 영혼들과 대화를 시도해 왔었다.
“성과가 있던 거야?”
“옛슴다. 그런데…… 제가 생각했던 것만큼은 아님다.”
“어디서 막힌 건데?”
“오래 연결되지가 않슴다. 말 몇 마디 나누기도 전에 끊어짐다. 그러고 나면 마력이 없어서 피곤해지는 검다.”
“음. 전형적인 마력 부족 현상인데.”
사실, 준은 이 일을 어느 정도 예견하긴 했다.
“제 마력이 부족한 검까?”
“그것도 있고. 컨트롤이 부족한 것도 있고.”
“…….”
시무룩해진 마야의 반응에 준이 쓴웃음을 지었다.
실제로 마야는 에이든과 달리 아직 검에 오러를 담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체술이나 몸을 쓰는 요령은 에이든보다 훨씬 낫지만, 순수 파괴력 측면에선 [혼령난무]를 제외하면 대부분 밀리고 있었다.
“실력 부족은 아냐.”
“아니었슴까?”
“반 정도는 틀린 말이지.”
“뭠미까 그게.”
“설명하자면…… 일단 네가 마력을 다루는데 있어 에이든보다 밀린다거나 하는 건 아냐. 하지만 결과적으론 에이든에게 밀리고 있지.”
“……? 그게 무슨 말임까?”
“마력 조종 능력이 에이든에 비해 부족했으면 애초에 선조의 영혼들과 대화를 나눌 시도조차 하지 못했을 거야.”
하지만 마야는 준의 조언만 듣고 홀로 그것을 해냈다.
마력이 무슨 젓가락질도 아니고, 가르쳐 준다고 다 할 줄 알면 누구나 마력 사용자가 됐을 터.
마야는 분명 마력을 다루는 재능을 타고났고, 그만큼 노력도 했다.
“문제는, 너의 마력이 모이는 곳이 여기라는 점이지.”
자신의 머리를 톡톡 치며 말하는 준의 말에 마야의 눈살이 더욱 찌푸려졌다.
“머리에 마력을 모으는 게 문제란 말임까?”
“어. 심장이나 복부는 혈액이나 코어 힘이 모이는 일종의 통로 역할을 하고 있잖아.”
“그렇슴다.”
“하지만 머리는 아니지. 그래서 마력을 모으고, 그걸 외부로 분출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거야.”
그 대신 외부 마력을 더욱 잘 느끼고, 더 나아가 영혼까지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생각보다 큰 장점이었다.
“음……. 그럼 좀 더 빠르게 모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검까?”
“있지.”
“뭠미까?”
반짝이는 마야의 반응에 준도 마찬가지로 웃어 주며 말했다.
“훈련.”
“훈련?”
“응. 뇌 근육이라고 아니?”
“뇌에 근육이 있슴까?”
없다. 뇌는 단지 신경 세포들이 뭉쳐 큰 군집을 이루고 있는 부위일 뿐, 근육은 없다.
하지만.
“쓰면 쓸수록 늘어난다는 말이야.”
“그럼…….”
“마력을 사용해. 계속해서, 끊임없이.”
“탈진할 때까지 해야 하는 검까?”
“그러면 제일 좋고. 그게 아니더라도 평소에 쓰는 습관을 들이도록 해.”
걷기를 할 때 써도 좋고, 안력에 집중해도 좋고, 그도 아니라면 주변으로 항상 감지 영역을 펼쳐 놔도 좋았다.
“그걸…… 평소 매일 하란 말임까……?”
“응.”
준도 아무렇지 않게 말하긴 했지만, 이게 미친 짓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이건 마치 걸을 때마다 다리의 움직임을 하나하니 신경 쓰라는 말과 마찬가지였으니.
정신력이 보통 소모되는 게 아닐 터다.
뿐만 아니라 마력이 소모되는 만큼 육체적인 피로도 느낄 터.
그야말로 지옥 훈련이나 다름 없는 행위였다.
“근데 이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야.”
게임 내에서도 이따금 마야처럼 머리에 마력을 쌓는 NPC들의 특훈 방법이기도 했다.
‘일정 시간 사용하면 애들 정신력이 다소 까이긴 해도…….’
그만큼 성능은 탁월했다.
거기에 세계수의 정기가 있는 만큼 어지간해선 정신력이 먼저 떨어질 일은 없을 터.
“그러다 보면, 마력 조종 능력도 확실히 향상될 거고, 용량도 늘어나겠지.”
“후우……. 알겠슴다. 감삼다.”
그렇게 마야까지 떠난 이후.
홀로 방에 남게 된 준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럼 이제 내 차례인가.”
6서클.
이제 슬슬 그 벽을 부술 준비를 해야 할 차례였다.
* * *
사실, 준은 진작에 6서클의 벽을 무너뜨릴 방법을 생각해 뒀다.
한참 샤일록과 머샤르의 작업을 옆에서 지켜보고, 매일 같이 영감을 받던 어느 날이었다.
‘되겠는데?’
그런 감이 찾아왔다.
그저 감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그 찰나의 순간.
하나 준은 본능적으로 그 감각을 차단했다.
‘너무 이르다.’
5서클에서 6서클로 바로 넘어가기에, 준은 아직 자신이 정리해야 할 깨달음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6서클에 진입해 버리면, 그 깨달음이 제대로 녹아들지 않아 향후 발목을 잡게 되리라.
그런 직감이 들었고, 간신히 욕심을 억눌러 5서클에 머물렀다.
“그게 벌써 몇 달이나 지났는데…….”
이제야 당시 얻었던 깨달음들이 기존 지식들과 찰싹 들러붙기 시작했다.
그러니 슬슬, 6서클의 문턱을 넘봐도 됐다.
‘문제는 그게 내가 하고 싶다고 막 할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이지.’
서클이 성장하는 원리는 준도 정확히 단정할 순 없었으나, 큰 계기가 필요했다.
때로는 본인만의 깨달음이 있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여태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던 현상을 마주했을 때일 수도 있다.
아니면 목숨이 위급한 상황에서, 극도의 정신력을 발휘해 성장하는 경우도 제법 많이 튀어나왔다.
그러나 그런 상황을 인위적으로 만든다 한들 효과가 얼마나 있겠나.
본래라면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깨달음을 통해 성장하게 되겠지만, 준은 한 차례 그 감각을 차단시킨 적이 있었다.
즉, 똑같은 깨달음이라 하더라도 그 효과가 미미하다는 의미였다.
‘이런 식으로 문제가 될 것까진 예상치 못했지만.’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계기가 찾아오길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
“기왕 이렇게 된 거, 그때 쓸만한 마법들도 다듬어 볼까.”
진작부터 하고 있긴 했지만, 부여 마법을 녹여 내는 것에 더 집중하지 않았던가.
이제 슬슬 새로운 마법에 대한 이론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어느덧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러갔다.
“벌써 이번 시즌도 절반이나 지나간 건가.”
그사이 지노반을 대신할 사령관이 다 죽어 가는 표정으로 성에 도착했다.
실상 그의 입장에선 지노반이 원망스럽겠으나, 어쩌겠나.
본인이 정치적으로 밀려 이곳에 찾아오게 됐음을.
그나마 그는 차라리 나은 상황이었다.
문제가 터졌다는 것은 그것을 수습함으로서 다시금 등반할 기회가 찾아온다는 의미였으니.
지노반은 인수인계 과정에서 그와 관련된 정보를 깔끔하게 넘겨주었고, 클로이의 연락을 받아 먼저 검은 숲 요새로 떠났다.
그 사이 독 포자가 퍼진 광산은 아직 정상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마 다음 시즌이 될 때가지 광산은 닫혀 있을 것이다.
그 대신 광부들은 덱스터와 하비에르의 인맥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얻거나 지원금을 받았다.
그럼에도 그들의 표정이 마냥 밝진 못했지만, 아무런 조건도 없이 떠나는 것보단 나은 상황이리라.
“후우. 이제 겨우 4계층으로 떠날 수 있겠군.”
그리고 두 황자를 지상으로 복귀시켜야한다는 황실의 입장을 어느 정도 불식시킨 덱스터는 한층 밝은 표정이 되었다.
“노인네들. 뭔 걱정이 그리도 많은 건지 원.”
“허허. 사건이 사건이지 않았습니까.”
덱스터의 푸념에 곁에 서있는 토비아스가 껄껄 웃으며 답했다.
“그러고 보니 검혼 님은?”
“슬슬 돌아오실 겁니다.”
“그렇게 현장에서 뛰는 걸 좋아하시는 분이 왜 그리 빨리 은퇴하셨는지. 아쉬울 따름이군.”
“동감입니다.”
광산에서 본래라면 원독사를 죽였어야 할 아덴.
그는 사건이 진정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왔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것인지, 그의 몸은 전투의 흔적으로 가득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고, 하룻밤 지나자 금방 회복하고 침상에서 일어났다고 한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자신을 이상한 곳으로 끌고 간 놈에 대한 단서를 잡겠다며 다시금 외부로 나간 상황.
이제 슬슬 중단됐던 순회를 이어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테니, 돌아올 타이밍이 되었다.
실제로 다음 날이 되자 아덴은 멀끔한 모습으로 방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윽고, 4계층으로 향하게 될 날이 찾아왔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17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