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179)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179화(179/374)
180화 슬레이어 해안섬(4)
준의 입장에선 엘리트 마법사라는 녀석이 마력을 조절하지 못해 마력고갈로 쓰러졌다는 것이 황당하기 그지없었지만…….
대결을 지켜보고 있던 관중들 입장에선 아니었다.
“봐, 봤어?!”
“어어! 얼음이 푸화악! 튀어나오는데 갑자기 열기가 느껴진다 싶더니만 콰광! 하고 응?”
“저, 저게 진짜 마법사들과의 대결이란 건가…….”
“내 예전에 비슷한 대결을 본 적이 있었지. 그땐…… 이 정도는 아니었어.”
“진정 대단한 대결이었다! 이곳까지 온 것이 후회되지 않을 정도로!”
관중들의 뜨거운 환호가 쏟아졌다.
그리고 그중에선 현 상황을 냉철히 파악하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라네스 마탑이라면 전투 마법의 대가로 통하는 집단 아닌가.”
“벨레스라는 이름은 나도 한 번 들어 본 적이 있네. 최근 라네스 마탑에서 집중적인 지원을 받은 마법사라고 했지. 무려 마탑주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은 적이 있다던데?”
“그런 마법사를, 단지 방어만으로 쓰러뜨렸다고……?”
“괜히 두 황자님들이 데리고 다니던 게 아니었군…….”
“소문이 좀 과장됐다고 봤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가 봐.”
이렇듯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동료들 또한 준을 바라보며 눈을 빛내고 있었다.
‘이거, 괜히 나중에 라네스 마탑에서 얘기가 나오는 건 아니겠지?’
어느 정도 승패가 예견되긴 했지만, 이 정도로 쉽게 이길 줄은 몰랐던 준은 저 관심이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저들이 소문을 어떤 식으로 퍼뜨릴지 예측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나중을 생각하면 라네스 마탑과는 최대한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야 하는데…….’
비록 준이 같은 마법사들을 혐오하는 기질이 있긴 해도, 모든 마법사에게 그런 것은 아니다.
라네스 마탑 같은, 다른 마탑에 비하면 그야말로 뱀과 용 정도의 차이를 보여 주는 곳이라면 더더욱.
‘뭐어. 제자의 몸을 상하지 않게 만든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판단할지 모르지.’
마법 대결은 아무리 안전하게 하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곧잘 일어나는데, 마력 고갈 정도로 끝났다면 무척 얌전히 끝났다고 봐야 했다.
‘마법사들 사이에서 마력 고갈은 천치들이나 하는 실수라고 보긴 하지만.’
뭐, 그거야 벨레스가 앞으로 이겨 내야 할 일이지 않겠나.
거기까지 생각해 줄 이유는 없었다.
* * *
“본래라면 적당히 인사치레를 하고 돌아갈 생각이었네만……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 것 같군.”
어제의 연회가 성황리에 끝나고,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 덱스터가 준을 불렀다.
“무슨 문제라도 생기신 겁니까?”
“아아, 심각한 건 아닐세. 자네도 아마 눈치챘겠지만…… 볼레틱 자작의 태도, 기억하나?”
“음. 저와 제 동료들을 그리 반기지만은 않았죠.”
“그랬지. 너무 그를 미워하진 말아 주게. 그자도 우리 황실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있는 자야.”
“그럴 리 있겠습니까. 걱정을 거두셔도 됩니다.”
실제로 준은 볼레틱 자작에게 별다른 마음은 없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밥그릇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고, 한 가문을 책임지는 자작의 입장까지 배려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아무튼…… 최근 모르데나인 백작의 관심이 자네들에게 쏠리고 있는 만큼, 그의 반응이 다른 황제파 귀족들에게도 걸린 모양일세.”
“그럼 공략전이 끝날 때까지 머무실 생각이시군요.”
“바로 맞췄네.”
아무리 황제파라고 해도, 충성심을 가볍게 보고 대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러니 공략전이 끝나고 돌아오는 공략대에게 치하의 말이라도 남기면서 나름의 정성이라도 보여 주어 황제파 귀족들을 안심시킨다는 목적이었다.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자네의 노고는 나도 잘 알고 있네. 최대한 조용히 여유를 만끽하고 있을 테니, 자네도 쉰다고 생각하게나.”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덱스터의 방 밖으로 나온 준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가능하면 임무를 가장 빨리 끝내는 게 베스트긴 하지만.’
뭐, 사람이 어느 정도 여유는 부리고 살아야 하지 않겠나.
‘동료들도 꽤 좋아하는 것 같고.’
어제는 연회 때문에 바빴지만, 조금 여유가 생긴 지금.
동료들은 아름다운 해안섬의 풍경에 매료된 기색이었다.
다만, 그렇다고 준까지 여유를 부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당장 몇 년만 지나면 붕괴될 곳을 마음 편히 볼 수 있으면 그게 더 신기한 일 아니겠는가.
‘그래도 저 녀석들이 저렇게 즐겨 주고 있으니 의욕이 좀 생기긴 하네.’
바닷가에서 물장구를 치며 놀고 있는 동료들의 모습을 여유로이 감상하며, 준이 편지지를 펼쳤다.
* * *
한때는 암살대로 이름 높았던 조직.
레퀴엠.
그러나 일련의 사건이 지난 이후, 이젠 완벽히 정보 조직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꽤나 시간이 지난 현재.
찰스, 아니 차일스는 제법 숙련된 명령 체계를 만들어 이젠 어엿한 조직의 장으로서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뿐인가?
초대 레퀴엠의 리더이자 전설적인 암살자, 바사이의 비전까지 배우게 된 찰스는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실력이 늘어났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그는 자신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려 준 준에게 압도적인 감사를 올려야 했으나…….
‘바쁘다, 바빠.’
그러기엔 너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당장 그들을 이끌고 있는 길레느 상회의 클로이가 그들을 아주 뼈 빠지게 부려 먹고 있었으니까.
사실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아직 인원이 부족하기도 하거니와, 최근 블랙아웃 내에서 급격히 몸집을 불리고 있는 길레느 상회를 견제하기 위해 여기저기서 수작질을 부리고 있었으니.
유능한 만큼 차일스는 클로이에게 한참 굴려지고 있었다.
‘그나마 최근에 일손이 좀 늘어서 숨통이 트이나 했더니…….’
잠시 쉬기 위해 자리를 잡고 앉은 그는 자신의 손에 들린 편지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황족이라니. 이런 젠장할 일이 다 있나?’
아무래도 과거가 과거다 보니 황족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괜히 등골이 서늘했다.
당연히 그쪽에는 얼씬도 하고 싶지 않았으나…… 준과 클로이의 명령은 절대적이었다.
다행히 클로이가 이곳에 오면서 그들의 신분을 제대로 세탁해 준 덕에 어느 정도 안심은 하고 있었으나…….
‘그래도 황실이잖아, 황실.’
나는 와이번도 떨어뜨린다는 황실.
그리고 그런 황실의 정보력을 생각하면 마냥 안심하기도 힘든 상황.
‘이제 저기만 넘으면 도착인가…….’
저 멀리 보이는 계층단을 본 그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려던 찰나.
“……응?”
문득 계층단의 주변 공간이 일그러지는 듯해 보였다.
“……잘못 봤나?”
눈을 비비고 다시 보니, 이전과 달리 아무런 이상 현상도 보이지 않았다.
“젠장, 요즘 너무 피곤했던 모양이군.”
하기야, 블랙아웃에 내려오기 전에는 신분 세탁한다고 바빴고.
내려온 이후에는 적응한다고 갈려 나가지 않았던가.
가끔도 클로이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한 환청이 느껴지곤 했었다.
“황족과 얽혔다고 하니 심신이 약해진 모양이군……. 한참 멀었어.”
스스로를 질책하며 한숨 돌린 차일스가 다시금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아, 오랜만이야.”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그랬을 것 같아?”
“…….”
실제로 마주하게 된 준의 표정이 그리 밝지만은 못하자, 차일스가 등 뒤로 식은땀을 흘렸다.
‘생각해 보니 이곳에 오기 전에도 큰 소동에 얽혔다고 했지.’
거기에 3황자를 시해하려는 시도까지 여럿 있었다고 했으니…….
‘내가 저 자리에 있었으면 머리카락이 남아나질 않았겠어.’
안 그래도 최근 가늘어진 것 같은 모발의 상태가 떠오르자 울적해졌다.
“뭐, 농담이고. 아직까지 살아있으면 잘 지내고 있다는 증거겠지.”
“……죄송합니다.”
“아냐. 그보다 바쁜 널 부른 이유가 따로 있어. 여기서 정보를 좀 수집해 줬으면 하는데.”
“정보라 하심은?”
설마 황실 쪽 의뢰인 것일까. 그렇다면 정말 하고 싶지 않았다.
귀족들, 더 나아가 황실의 중앙 정치에 관여했다 갈려 나간 암살 조직을 어디 한두 번 보던가.
“황실과 관련된 일은 아니니까 걱정하진 말고.”
“…….”
“그보단 이 필드와 깊게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서 알아봐 줘.”
“해안섬에 대한 정보 말입니까. 으음.”
예상했던 것처럼 황실 사람을 대상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아니라 다행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마냥 안심하긴 힘들었다.
이곳 슬레이어 해안섬은 고급 휴양지로 유명했고, 또 그만큼 사회적 지위가 뛰어난 이들이 많이 모여들었으니까.
즉, 귀족이 많다는 소리였고.
황족만큼은 아니더라도 귀족의 정보를 구하는 것도 마냥 쉽지는 않았다.
다만, 준도 그 사실을 모르지 않거니와 힘든 의뢰만 툭 던지고 갈 성격은 아니었다.
“클로이를 통해서 근처 식당이나 펍에 대한 권한을 몇 개 구매해 달라고 했어. 여기 적힌 곳으로 가서 천천히 알아봐 봐.”
“아…… 그럼 아주 어렵지는 않겠습니다.”
휴양지인 만큼 식당 혹은 술집에서 오가는 정보량은 결코 적지 않았다.
“따로 경계해야 할 대상들도 있습니까?”
“응. 귀족파도 여기에 자기들 귀를 몇 개 숨겨 뒀을 거야. 걔들하고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기만 하면 돼.”
“그 정도라면…… 예. 알겠습니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마 그쪽에서도 이쪽을 알아보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거나 문제를 일으키려 하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구할 정보에 대한 규격은 이걸 보고 맞춰.”
“감사합니다.”
준이 내민 종이를 빠르게 살펴 본 차일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10년 사이에 급격히 성장하거나, 유명세를 떨친 이들은 없는지 확인해 보라는 건가.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해 볼 만하군.’
대략적인 정보라면 클로이를 통해 이미 시중에 나온 정보를 모으면 될 것이고, 그 외에 추가적으로 얻을 정보는 두 발로 직접 구하면 그만.
“시일은 앞으로 이 주 안에 구해 올 것.”
흠칫!
다만 시간이 무척이나 촉박했다.
차일스가 어깨를 들썩였다.
“좀 타이트하지? 그 대신 의심이 되면 일단 정보부터 보내. 취합하는 건 내 쪽에서도 같이 할 테니까.”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그래. 그럼 나중에 다시 보자고.”
“예.”
그렇게 차일스가 움직이려던 찰나.
“아, 찰스.”
“……예?”
문득 찰스라는 이름에도 곧바로 반응하는 자신이 조금 한심하게 느껴졌다.
“꽤 중요한 일인 만큼 보안에 신경 쓰는 게 좋을 거야. 여길 담당하고 있는 사령관이 날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 문제가 생길 요소가 있으니까 조심해.”
“……주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정없이 부려 먹긴 해도, 이전 조직을 이끌었던 베드론 자작과 비교하면…… 훨씬 나은 사람이란 것은 말할 가치조차 없는 일이었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181화